코딩 1도 모르는 영화인이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영화 제작자가 AI로 시나리오 워크플로우 엔진을 만든 과정

2026.02.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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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20년 했습니다. 코딩은 한 줄도 못 합니다. 그런 제가 시놉시스를 넣으면 장편 영화 시나리오가 나오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바이브 코딩'이라는 방식으로요. 어떻게 이런 걸 만들게 되었는지 설명 드리고, 프로그램을 직접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깃허브 주소도 공개할게요.


1. 코딩이 뭔데, 그리고 바이브 코딩은 또 뭔데?

요즘 '바이브 코딩'에 푹 빠져 있습니다. 매일 눈을 뜨면 무슨 프로그램을 만들까 떠올리는 재미가 쏠쏠해요. 저는 여태까지 총 4개의 프로그램과 1개의 앱을 만들었어요. 코딩을 1도 모르는 찐문과생이요. 저처럼 기술 문외한인 분들을 위해 완전히 기초부터 설명드릴게요.

"INPUT"을 넣으면 다른 형태의 "OUTPUT"이 나오는 컴퓨터 프로그램. 이것을 만들기 위해서 컴퓨터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일을 시키는 게 바로 '코딩'이에요. 이제까지 코딩을 배우려면 JAVA나 파이썬 같은 이 컴퓨터 언어의 문법과 규칙을 익혀야 했고, 그게 우리 같은 비개발자에게는 사실상 넘을 수 없는 벽이었습니다.

그런데 2025년 2월, '바이브 코딩'이 나왔어요. 프로그래밍 언어 대신 우리가 평소 쓰는 말로 AI에게 "이런 프로그램 만들어줘"라고 설명하면, AI가 알아서 코드를 짜주는 방식입니다. 테슬라 AI 총괄이자 OpenAI 공동창업자였던 안드레이 카르파시(Andrej Karpathy)가 '바이브 코딩'이라는 단어를 처음 만들었는데요. 그는 2023년에 이런 말을 했었어요. "가장 핫한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는 영어다." 2년 후, 바이브 코딩이 등장하면서 이 말이 현실이 된 겁니다. 우리가 쓰는 자연어, 즉 글만으로 코딩할 수 있게 된 거예요. 그래서 개발을 1도 모르는 국어국문학과 출신인 제가 컴퓨터 프로그램을 짤 수 있게 된 것이지요.

그럼에도 '바이브 코딩'의 한계는 분명히 있습니다. 저는 흥행한 앱을 개발한 진짜 개발자와 함께 살고 있는데요, 제가 만든 '앱'을 그분께 보여드렸더니 이런 걸 '앱'이라고 하지 말라고 대노하더라고요. 많은 사람이 편하게 쓸 수 있도록 디자인하고, 서버를 구축하고, 배포하고, 운영하려면 또 다른 난이도의 전문성이 필요합니다. 누군가에게 돈을 받는 '프로'의 세계는 어디든 쉽지 않은 법이니까요. 제가 만든 프로그램은 모두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 중에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좀 더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했습니다. 혼자 써 보려고요. 그래서 제가 만드는 프로그램이나 드릴 수 있는 이야기도 이 수준이라는 점 감안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2. 영화 기획 개발을 바이브 코딩으로 해결하다

저의 본업은 영화 제작자입니다. 영화 제작자의 주요 업무는 영화를 기획·개발하고 펀딩을 유치하는 일인데요. 특히 초기에 영화가 될 만한 아이템을 발굴하고 시나리오로 만드는 일이 핵심입니다.

제가 AI를 적극 활용하는 영화 제작자라고 하면 모두 영상 생성을 떠올리던데요, 전 영상 생성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주로 제가 원래 하던 일, 즉 시나리오를 기획하고 개발하는 일에 AI를 쓰고 있어요. 한 달 전에 보내드렸던 '세로의 편지'에서는 제미나이 3 프로(Gemini 3 Pro)로 '영화 시나리오를 각색하는 방법'을 알려드렸는데요. 불과 한 달 만에 AI 도구에서는 또 너무나 많은 변화가 생겨났어요. 100만 토큰을 활용할 수 있어서 다른 LLM보다 영화 시나리오 맥락을 잘 파악했던 제미나이 3 프로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품질이 떨어졌고요, 반면 클로드가 다시 부상했습니다. 100만 토큰을 활용할 수 있게 기능이 좋아지고, 새롭게 출시된 OPUS 4.6의 맥락 해석력과 추론 능력이 압도적으로 좋아졌거든요.

저는 평소에도 클로드의 '프로젝트' 기능을 잘 쓰고 있었어요. 클로드 프로젝트 지침 설정에 필요한 문서를 업로드해 두고, 단계별로 일을 진행시키는 방식입니다. 영화 기획개발을 예로 들자면 자료를 조사해서 '기획 아이템'을 선별하고, '시놉시스'를 만들고, 거기서 '트리트먼트'로, 다시 '시나리오'로 발전시킵니다. 바이브 코딩을 하기 전에는 이 과정을 모두 클로드 프로젝트 내에서 채팅창으로 진행했어요. 그런데 바이브 코딩으로 에이전트를 만들면, 이 모든 과정이 하나로 합쳐져서 돌아가고, 스스로 점검하고 판단해서 조정하는 것까지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럼 바이브 코딩을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요?


3. 바이브 코딩,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바이브 코딩'을 어떻게 배워야 할지 막막하신 분도 있으실 텐 데요.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부터 잘못된 것일 수 있습니다. 저는 '바이브 코딩'은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일단 '경험해 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바이브 코딩을 경험해보기에 가장 쉬운 도구는 구글 '안티그래비티(Antigravity)'입니다. 설치도 쉽고 시작하기도 간편한 데다, 무료입니다!

챗GPT 등 쓰시고 계시는 LLM과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으신지 먼저 상의하시고, 워크플로우까지 짜달라고 하세요. 그리고 그걸 그대로 구글 '안티그래비티'에 복사, 붙여넣기 하면서 만들어 달라고 하세요. 문제가 생기거나 모르겠는 부분이 생기면 다시 LLM에 물어보세요. LLM은 아주 친절하고, 지치지 않는 선생님입니다. 저는 물어봤던 것도 매번 잊어버리기 일쑤라 반복해서 물어보고, 너무 쉬워서 황당할 수 있는 부분까지 세밀하게 꼬치꼬치 캐물었어요. 그렇게 안티그래비티로 일단 한 번 만들어 본 후, 클로드 코드(Claude Code)로 넘어갔어요.

클로드 코드는 Anthropic이 만든 터미널 기반 AI 코딩 도구인데, 쉽게 말하면 컴퓨터의 검은 화면에서 AI와 대화하듯 프로그래밍하는 방식입니다. 터미널은 설치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Node 등 몇 가지를 설치해야 했고요, 이 터미널에서 '클로드'를 설치하는 것도 여러 난관을 거쳤어요. 하지만 5살 아이가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하듯이 클로드를 붙잡고 끊임없이 '왜 않되...?'를 하니, 설치가 되더라고요. 

그냥... 계속 물어봤어요..
그냥... 계속 물어봤어요..

터미널은 'CLI'라는 방식으로 작동됩니다. 터미널(Terminal)은 컴퓨터와 텍스트로 소통하는 창이고요, CLI(Command Line Interface)는 그 창 안에서 명령어로 소통하는 방식입니다. 검은 화면에 기호와 글자만 보이는 창에서 클릭 대신 타이핑만으로 소통하니까 낯설 수 있어요. 하지만, 개발자가 된 느낌은 제대로 낼 수 있더라고요. 그리고 생각보다 금방 익숙해집니다! (단, 클로드 코드는 유료 결제가 필요합니다. 저는 클로드 맥스 사용자로, OPUS 4.6 모델을 사용했어요) 


4. 클로드 코드로 시나리오 워크플로우 엔진을 만들다

클로드 코드의 핵심은 CLAUDE.md라는 파일입니다. 아까 클로드에서 '프로젝트'를 활용한다고 말씀드린 거 기억하시나요? 클로드 코드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로젝트 폴더에 이 파일을 넣어두면, AI가 매 세션 시작 때마다 이걸 먼저 읽습니다. 영화 촬영은 현장에서 모든 스탭들에게 '일촬표'라는 것을 배포하는데요, 하루 촬영할 모든 것들이 정리된 문서에요. 클로드 파일은 이 일촬표와 비슷합니다. 프로젝트의 규칙, 구조, 원칙을 한 번 써두면 AI가 그 맥락 안에서 일관되게 작업하는 겁니다.

저는 이 CLAUDE.md에 시나리오 작법 이론을 설계해 넣었습니다. 시드 필드의 3막 구조론, 블레이크 스나이더의 비트 시트, 로버트 맥키의 이미지 시스템, 봉준호 감독의 건축적 공간 메타포, 토니 토스트의 "모든 문장이 하나의 숏, 마침표마다 컷"이라는 원칙까지요. 바이브 코딩을 시작하기 전, 클로드 Opus 4.6에게 시나리오 작법을 연구 시킨 자료입니다.

시나리오 작성 프로그램의 구조는 이렇습니다. 4명의 AI 에이전트가 역할을 나눠 일합니다. 분석가(Analyst)가 시놉시스를 분석하고 막 구조와 비트시트를 설계하면, 작가(Writer)가 이미지 시스템을 설계하고 캐릭터를 재구성하고 트리트먼트를 거쳐 초고를 집필합니다. 비평가(Critic)는 작가의 결과물을 검토합니다. 자기가 쓴 글을 자기가 평가하면 객관성이 떨어지니, 모니터링 요원이 별도로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케스트레이터(Orchestrator)가 세 에이전트의 작업 순서를 관리하고, 중간중간 사람에게 피드백을 받습니다.

4개 에이전트의 워크플로우 아키텍처
4개 에이전트의 워크플로우 아키텍처

5. 2시간 만에 73씬, 그리고 우리에게 남은 질문

바로 실행해 봤더니, 2시간 만에 73씬짜리 씬리스트와 16장짜리 트리트먼트가 나왔습니다. 전체 시나리오가 나오기까지는 6시간 정도 걸리더라고요. 아직 디테일이 떨어지는 부분은 있습니다. 그렇지만 초고라 생각하고, 인공지능이 썼다는 걸 감안하면 놀랄 만한 완성도였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걸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시나리오를 "자동으로 뚝딱" 만들어주는 건 아닙니다. 전체 9단계 과정에 3번의 체크포인트가 있고, 매 단계마다 사람이 직접 판단합니다. 체크포인트에서 꼼꼼히 점검하고 수정해야 하고, 중간 결과물인 트리트먼트도 세심하게 확인하고 직접 수정해야, 최종적으로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어요. AI는 뼈대를 잡아주고 이론을 바탕으로 구조를 제안하지만, 최종 창작은 여전히 사람 몫입니다. 노련한 작가님들 입장에서는 이 과정이 더 지난하고, 쓸데없이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결과물도 전혀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고요. 따라서 빠르게, 좋은 작품을 쓰시는 작가님이라면 직접 쓰시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작법서를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기존의 작법을 벗어난 예술적인 시도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처럼 작가가 아닌 상업 영화 기획자 입장에서는 기획 방향을 빠르게 확인해 볼 수 있어서 매우 유용합니다. 그리고, 아이디어를 빠르게 발전시킨 초고를 통해 영감을 얻고 싶은 창작자분들께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영화는 시나리오가 완성되기 전에는 기획이 맞는지 아닌지 알 수 없을 때가 많거든요. 기획 방향이 틀렸다면 빨리 다른 방향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기획 방향을 수정하여 다시 시나리오를 창작하는 건 작가의 창의력을 크게 소진 시키는 일이기도 하고요.

AI가 창작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까요? 많은 전문가가 공통적으로 전망하는 건 AI 덕분에 아이디어와 실행 사이의 간극이 사라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아이디어를 빠르게 실험해 보는 것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또한 저는 이 경험을 통해 한 가지를 확신하게 됐습니다. 앞으로 "만들고 싶은 것이 있고, 이것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는 것을요. 영화를 기획하고, 내 작품을 설명하는 일. 이게 바로 AI에게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같은 행위입니다. 스토리텔링이 그야말로 AI 시대의 가장 강력한 프로그래밍 언어가 된 셈이지요. 


제가 만든 <Synopsis to Scenario> 프로그램의 깃허브 주소를 공유합니다. 

https://github.com/sero12journey/synopsis-to-scenario

  • 저예산 상업 영화 분량 기준 (90분 영화: 70~85씬, 55~70페이지)에 맞춰져 있습니다.
  • Claude Code에 최적화되어 있으나, Antigravity, Cursor, Windsurf 등 AI 코딩 도구나 ChatGPT, Claude 웹/앱에서 프롬프트를 직접 실행해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워크플로우 엔진(프롬프트, 스크립트, 설계 문서)의 상업적 이용은 별도의 협의가 필요하나, 이 도구를 사용하여 생성된 시나리오의 저작권은 사용자에게 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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