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합니다. 인플루언서의 꿈, 포기했습니다.

대신 다른 곳에 빠져 있었습니다.

2026.01.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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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의 편지

스토리텔러를 위한 미디어 인사이트

안녕하세요? 2026년에 새롭게 인사 드리는 세로입니다.

구독자님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정말 오랜만입니다. 

고백할 것이 있어요. 제가 그동안 인플루언서 활동을 소홀히 했습니다. 

유튜브 채널도, 뉴스레터도 한동안 뜸했죠. 대신 저는 다른 곳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바로 AI요.

 

혹시 '영화 제작사'의 핵심 업무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영화 제작사의 가장 중요한 미션은 '제작비 투자 유치'입니다.

투자를 받으려면 매력적인 '재료'가 있어야 하고, 그 재료의 핵심은 단연 '시나리오'입니다. 

즉, 영화가 될 시나리오를 '기획'하고 '개발'하는 일이야말로 제작사의 본질이라 할 수 있죠.

하지만 최근 영화계의 투자가 마르기 시작하면서 기획,개발 투자를 받는 일은 더 어려워졌어요.

기업이 예산을 줄일 때 R&D 비용부터 삭감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기획 인력이나 작가를 고용할 여력 없어 제작자 홀로 고군분투해야 하는 상황.

그 막막함 속에서 만난 AI는 제게 신세계와도 같았습니다. 

 

1. AI로 시나리오를 각색한다는 것

"AI가 시나리오를 쓴다고?"의아해하실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처음엔 시행착오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챗GPT, 클로드, 제미나이, 그록 등 다양한 LLM(거대언어모델)의 원리를 공부하고,

프롬프트를 실험하며 깨달았습니다.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할 점은 AI는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가 아니라,

'함께 고치는' 도구라는 사실입니다.

 

2. AI에게는 '제약'이 필요합니다. 

AI를 도구로 쓰기로 하였다면, 기억해야 할 두 번째 중요한 원칙이 있습니다.

제약 조건이 명확할수록 AI는 창의적인 해결책을 내놓습니다.  

AI에게 모호하게 명령하면 모호한 결과만 돌아옵니다. 

예를 들어 로맨스 영화 시나리오를 쓴다고 가정해 봅시다. 

AI에게 단순히 "로맨스 장면 써줘"라고 하면

AI는 우리가 수없이 봐온 흔한 클리쉐 덩어리를 내놓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접근하면 결과가 달라집니다. 

 

1단계 : 이론적 토대 구축 (Theory Upload)

먼저 AI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이론적 토대를 마련해 줘야 합니다. 

AI에게 해당 장르(로맨스, 공포, SF 등)의 핵심 작법을 학습시키세요. 

이 때 챗 GPT '심층 리서치' 옵션이나, 제미나이 '딥 리서치' 기능을 활용하여

리서치 결과 레포트를 만들고 저장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리서치 레포트를 보면, 장르도 상당히 세분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을 거예요. 

레포트를 검토하여, 원하는 방향성을 정하세요.   

 

2단계 : 진단 및 모니터링 (The Diagnosis)

이제 LLM 채팅창에 1단계에서 만든 리서치 리포트와 각색할 시나리오를 첨부합니다. 

레퍼런스 삼고 싶은 영화가 있다면 함께 언급하세요.

(단, 표절 시비를 피하기 위해 여러 편을 섞는 것이 좋습니다)  

준비가 되었다면, AI에게 '장르 전문 작가'라는 페르소나(가면)를 씌워주세요.

프롬프트 예시:  '당신은 한국 영화 시장에서 100만 관객 이상을 동원한 최고의 로맨스 영화 전문 시나리오 작가'입니다."


이렇게 역할을 부여하고 장르 이론을 바탕으로 기존 시나리오를 분석하게 하면, 

AI는 이론에 부합하지 않는 약점을 정확히 타격합니다.

내 시나리오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죠. (놀람 주의)

내 시나리오가 이렇게 문제였다니!!!
내 시나리오가 이렇게 문제였다니!!!

3단계 : 창의적 솔루션 및 가이드라인 도출 (The Solution)

2단계에서 진단된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인 '각색 지침'을 수립하는 단계입니다.

하지만 AI가 내놓는 첫 번째 수정 가이드라인은 의외로 진부할 수 있습니다.

AI는 한 번에 완벽한 답을 주지 않거든요. 

이거 맞아??? 말이 돼? 이건 너무 진부한데? 새로운 거 없어?
이거 맞아??? 말이 돼? 이건 너무 진부한데? 새로운 거 없어?

이 때, 필요한 것이 인간의 개입입니다. AI에게 역으로 질문하세요. 

클리셰를 전복하거나 재해석하고, 새로운 장치를 제안하도록 요구해야 합니다. 

프롬프트를 통해 질문을 거듭하면, 로맨스 물의 '구원자' 캐릭터를 '파괴자'로 비틀거나,

호러 장르에서 추상적인 공포를 구체적인 규칙으로 만들어 공포감을 극대화하는 방향

등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수정 가이드라인이 완성됩니다. 

 

4단계 : 실행 및 디테일 강화 (The Execution)

완성된 "각색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실제 씬(Scene)의 재구성을 구체적으로 요구하세요.

이를 위해서는 먼저 씬 리스트를 작성하고, 씬 리스트별로 어떻게 바꾸어야 할 지에 대한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주도록 해야 합니다. 여기서 두 가지 팁을 드립니다.

 

Tip 1. LLM별 차이

4단계부터는 LLM별 차이가 확연합니다. 

최소 70페이지가 넘어가는 영화 시나리오의 디테일을 모두 파악하는 데 있어 저는

 구글 제미나이 3.0 Pro를 강력 추천합니다. 

(다른 모델들은 긴 문맥의 디테일을 놓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Tip 2. 시나리오 씬 리스트 프롬프트

씬 리스트를 작성할 때에는 제미나이 3.0 Pro라 할지라도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 방지를 위해

정확한 씬 리스트 프롬프트가 필수적입니다. 

<씬 리스트 작성을 위한 프롬프트>

#시나리오 파일 (uploaded:XXX.pdf)의 내용을 기반으로, 처음부터 끝까지의 모든 씬(Scene)을 추출하여 씬 리스트(Scene List)를 작성하시오.
---
##출력 형식 및 필수 정보
###형식: 반드시 마크다운 테이블(Markdown Table) 형식으로 출력해야 합니다.
###컬럼 구성: 아래 5가지 항목을 순서대로 포함해야 합니다.
###씬 번호 (Scene No.): 시나리오 텍스트에 표기된 정확한 숫자를 그대로 사용합니다.
###내/외 (INT./EXT.): 실내(INT.)인지 실외(EXT.)인지 명시합니다.
###장소 (Location): 씬 헤더에 명시된 장소를 정확하게 기재합니다.
###시간 (Time): '낮', '밤', '저녁' 등 씬 헤더에 명시된 시간을 기재합니다.
###주요 행동 요약 (Action Summary): 해당 씬에서 일어난 핵심 사건이나 움직임을 1~2줄로 간결하게 요약합니다.
---
##정확도 검증 및 오류 방지 지침 (필수 준수)
###씬 번호 오류와 내용 환각(Hallucination)을 방지하기 위해 다음 단계를 자체적으로 검증한 후 최종 리스트를 제출해야 합니다.
###씬 번호 연속성 검증: 시나리오 텍스트의 첫 씬(1.)부터 마지막 씬까지의 씬 번호가 하나도 빠짐없이 순서대로(예: 1, 2, 3, 4, ... 113) 나열되었는지 확인합니다. 만약 텍스트에 없는 번호가 포함되거나, 있는 번호가 누락되었다면 즉시 수정합니다.
###내용 일치성(환각 방지) 검증: 각 씬의 주요 행동 요약은 반드시 해당 씬 번호의 실제 텍스트 내용을 기반으로 해야 합니다. 시나리오에 존재하지 않는 인물의 행동, 대사, 혹은 사건을 요약에 포함하지 않도록 철저히 검토합니다.
---
#최종 요청: 모든 씬 번호와 내용의 연속성 및 일치성을 검증한 완벽한 씬 리스트를 위의 형식에 따라 작성하여 제출하시오.

 

3. 결국, 쓰는 것은 인간입니다.

굉장히 쉬운 과정이라고 생각했는데, 뉴스레터로 정리하다보니  '굉장히' 쉬운 것 같지는 않네요.

여기까지 오는 길도 만만치 않으셨을텐데... 

혹시 제가 이 뉴스레터 서두에 말씀 드린 것을 기억하시나요?

AI는 시나리오를 '쓰는' 게 아니라 '함께 고치는' 도구라는 겁니다.

즉, 여기까지 와도 AI '딸깍'으로 완벽한 시나리오가 나오지 않아요.

최종 과정은 AI가 준 가이드라인과 초안을 바탕으로 인간이 '다시 쓰는' 것입니다.

AI가 쓴 초안에 계속 질문을 던지면서요. 

"지금 이 장면에서 주인공의 내면 트라우마가 시각적으로 어떻게 드러나지?"

"이 행동이 앞서 설정한 규칙에 부합해?

아직 AI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대사는 어색하고, 캐릭터 해석이 엇나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장소 묘사 등은 그대로 써도 좋을만큼 훌륭합니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주고 계속 피드백하면, AI는 분명 놀라운 속도로 인간 작가를 보조합니다. 

 

구독자님, 오늘 내용 어떠셨나요? 

AI를 보조 작가로 활용하거나 콘텐츠를 기획하는 데 있어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이 메일에 답장으로 알려주세요.

 

네, 맞습니다. 저는 '유명한 인플루언서'의 꿈은 포기했습니다.

대신 앞으로는 스토리를 만드는 사람들이 AI를 더 현명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깊이 있게 다뤄보려 합니다. 

2026년, 저는 AI로 이야기의 설계도를 그리는 '스토리 설계자'가 되기로 했거든요. 

막연하게 유명해지기보다, 지금 스토리를 고민하는 분들에게 진짜 필요한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스토리 설계자, 세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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