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온시험은 커다란 환경 챔버에 전차를 넣고 영하 32℃까지 온도를 내린 후 8시간 동안 꽝꽝 얼린 상태에서 시동을 걸어보는 시험이다. 당시 밖은 영상 35℃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내리쬐고 있었지만, 시험요원들은 동상 방지를 위한 극지용 보온파카와 안전화를 착용하고 영하 32℃의 챔버 내에서 시험을 수행해야 했다. 그러나 몇 차례의 시도에도 시동은 쉽게 걸리지 않았다. 연구원들은 얼굴에 하얗게 성에가 낀 채 밖에 나와 숨을 몰아쉬었다. 그렇게 모두가 피로와 아쉬움으로 지쳐 가고 있을 때 ‘붕붕’ 소리와 함께 시동이 걸렸다. 4전 5기였다.
기뻐하는 것도 잠시, 다음은 극한온도에서 주퇴복좌 성능을 확인하기 위한 사격시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챔버 내부는 사격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었다. 시동을 건 상태인지라 챔버 내는 매연으로 가득했다. 숨쉬기조차 어려웠지만 문을 열면 온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문을 열 수도 없었다. 탄통과 탄이 얼어붙어 분리도 안 되고 방법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챔버 안에서 해머로 탄약 고정용 플라스틱을 모두 깨고 나서야 분리가 됐다. 연구원들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작업을 마치고 문을 열자 챔버 앞은 거대한 안개구름으로 순식간에 장관을 연출했다.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 전차는 하얀 성에를 완전히 뒤집어 쓴 채, 푸르름이 가득한 7월의 수목을 배경으로 유유히 움직이며 사격 위치로 이동했다. 전차와 탄약을 저온상태에서 사격하는 것은 처음이라 어떤 일이 발생할지 아무도 몰랐다. 혹시 포강 내 성에로 인해 탄이 발사되면서 포신이 터지는 것은 아닐까하는 두려움과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저온수행팀과 주포팀 간의 회의결과 사격을 진행해도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됐고, 준비를 마친 뒤 원격사격으로 사격을 진행했다. 다행히 주포와 전차내부 구성품에 아무런 문제없이 양호하게 사격을 마침으로써 저온시험을 끝낼 수 있었다.
기본시제인 기동시험차량(MTR, Mobility Test Rig) 차량으로 궤도(MTR3) 시험평가를 할 때였다. 평지 주행 후 궤도 온도를 측정하기 위해 MTR 차량이 시험장의 기동 시험로를 몇 바퀴 돌고 있었다. 전차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다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왔다 갔다 하다가 통제탑 앞에 와 정지하면 궤도 온도를 재곤 했다.
그날도 주행하던 전차가 되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무전기에 무슨 소리가 나더니 시험요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험요원 중 몇 사람은 시험지원차량을 타고 전차가 주행하는 쪽으로 급하게 이동했다. 기다리던 전차는 통제탑으로 오지 않았고 시험 지원 차량에서 전차를 조종하던 업체 직원이 얼굴을 싸맨 채 정신이 없어보였다. 그제서야 모두가 사고가 났다는 것을 직감했다.
알고 보니 전차가 곡선부위를 주행하다 조종수해치 고정장치가 풀려 조종수 얼굴을 덮쳤고, 다행히 조종수가 순발력있게 왼손으로 조종수 해치를 막아 충격을 많이 줄였기에 큰 사고는 면했지만 타박상으로 몇 주간 병원 치료를 받는 신세가 됐다. 그 사고가 있은 후, 시험현장에서는 안전에 더욱 신경 썼으며 완성 시제에는 조종수 해치 잠금장치의 설계를 개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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