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새삼'

행복한 '세상'은 아니라 해도

2021.07.26 | 조회 5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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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박사 김민지

생활 전공자를 위한 내적 대화 콘텐츠

깜빡한 거 없이 밖으로 나와 적당한 걸음으로 걸어갈 수 있는 어떤 날의 시작. 이런 시작이 매일 반복되면 얼마나 좋을까. 오래된 주택을 올려다보다가 창문을 열고 공허한 눈빛으로 바깥을 내다보는 노인의 낯빛과 마주한 새벽. 마을버스 정류장 건너편에서 노년의 공인중개사가 셔터를 올리고 있다. 함께 나온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그가 들어 올린 신문보다 먼저 공간에 들어선다.

얼마 후 인근 초등학교 아이들의 등교가 이어진다. 통학길을 지도하는 어르신들과 저학년 아이들이 배꼽 인사를 나누고, 그 뒤에서 아이가 멘 책가방을 살짝 들어올린 채 학부모들이 종종걸음으로 교문까지 함께한다. 몇몇의 아이들은 잰걸음으로 언니, 형, 누나, 오빠의 손을 잡고 걸어간다. 혼자서도 터덜터덜 씩씩하게 걸어가는 아이들도 있다.

지하철역 인근, 공원 벤치에 앉아 있는 어르신들이 많다. 지하철에서 적당한 자리를 찾아 앉는 날도 더러 있지만 적당히 내릴 때를 대비해 구석에 서 있는 날이 많다. 지하철 객차에서 눈을 감은 채 팔짱을 끼고 있는 직장인들. 앞으로 펼쳐질 바쁜 일들과 무관하게 장면 없이 음악만 흘러가는 몇 분. 그 몇 분 동안 흘러가는 생각들을 다 붙잡을 수 있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횡단보도의 신호를 다 누리며 천천히 지나가는 보행자의 발걸음. 신호에 걸리지 않고 주행하거나 신호에 걸려도 초조할 일 없는 운전자의 콧노래. 평소보다 힘찬 리듬. 평소답지 않게 힘찬 리듬. 그런 힘들의 회차 지점이 있다면. 일하는 날에도 같은 노선을 설계할 수 있다면.

이밖에도 다양한 모습으로 시작될 매일 아침. 누군가에게는 푹 자야 하는 밤 같은 아침이자, 누군가에게는 계속되는 아침 같지 않을 아침일 수 있는데. 아침에 대한 고정관념을 늘 버리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집에 묶여 있는 아침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진 요즘, 지나간 어느 아침의 기록을 덮어쓰기 하고 지나간다.

큰일이 있고, 하루를 몇 년처럼 보내도 하루는 하루라는 듯이 하루가 지나간다. 오늘 하루 잠시나마 행복한 '새삼'이 있기를 바라면서. 세상 행복한 일은 아직이지만 새로운 아침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초등학교 인근 떡볶이집에 붙어 있는 아이들의 그림
초등학교 인근 떡볶이집에 붙어 있는 아이들의 그림

추신, TV동화 행복한 세상을 이야기하던 시절 같진 않지만, 둘러보면 새삼 행복한 일들이 있기를 바라며... 월요일 출근을 앞둔 일요일 밤 늦게, 새벽에 급히 한 통 쓰고 잡니다. 내일은 절대 택시 타고 출근하지 않을 겁니다. 워킹푸어로서의 삶... 택시 하나 안 탄다고 해결되지 않겠지만, 하나씩 생활 습관을 바로잡으면서 앞으로 아침에도 글을 보내 드리는 그런 만물박사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만물박사 김민지의 뉴스레터는 구독자 여러분의 긴장성 두통, 과민성 방광 및 대장 증후군 치유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언제나 좋은 텍스트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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