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글로벌 PR 대행사를 사용했었다. 대행사는 한 달에 한 개의 기사화를 ‘담보’해 줬는데, 회사와 대행사가 함께 써 내려간 글은 거짓말처럼 상호 합의한 매체에 기사화되곤 했다. 그렇게 회사와 제품을 소개하는 기사를 연달아 낸 적이 있다.
대행사 비용은 월 $900. 그러니까 회사는 대행사에 약 100만 원을 내고 해외 매체에 기사 낼 자리를 산 셈이었다. 기사를 3개 냈을 때쯤, 아마 대행사와 함께 일한 지 3달 됐을 무렵부터 난 쉽게 얻어낸 결과가 조금 부끄러워졌다. 이걸 ‘성과’라고 말할 수 있는 걸까?
늦었지만 2024년 3월부터 타깃 매체와 기자를 찾기 시작했다. 대행사 없이도 글로벌 PR ‘자생력’을 길러야 되겠다고 판단했다. 어렵사리 미디어 리스트를 만들고, 국내/외 뉴스를 꼼꼼히 챙겨 읽고, 회사의 알릴 거리를 시류에 맞게 정성껏 빚어 타깃 기자들에게 소개했다. 한 달 평균 50개쯤 콜드 메일을 보냈을까? 답장은 거의 받지 못했다. 하지만 알려야 할 소식이 생기면 다시 이메일을 보냈다. 분명히 때가 올 거라 믿으며.
2024년 12월. 7개월 넘게 공들여 관계를 맺은 타깃 매체의 기자가 회사 소개 기사를 게재했다. 지난 6월부터 회사가 알려야 할 이야기를 기획하고, 기자에게 메일을 보내고, 답장을 받지 못하고, 다시 알릴 이야기를 기획하고, 기자에게 메일을 보내 마침내 얻어낸 결과다. 이른바 ‘자연빵’ 기사. 아래는 그 7개월 간의 글로벌 PR 기록이다.
2024년 5월
비욘세, 해리 스타일스 등의 아티스트가 소속된 글로벌 음악 회사 소니 뮤직 그룹이 “자사 음원 데이터를 AI 학습에 무단 사용 말라”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전 세계 AI 기업에 편지도 보냈다고 했다. 물론 회사도 편지를 받았다.
2024년 6월 초
회사는 소니 뮤직 그룹 편지에 회신하며 이를 보도자료로 작성해 배포했다. “포자랩스는 자체 구축한 음원 데이터만을 AI 학습에 사용한다”고. 소니 뮤직 그룹의 글로벌 인지도를 빌려 타 회사의 기술력을 알릴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타깃 매체는 3곳이었다.
- Music Business Worldwide
- Music Ally
- Digital Music
모두 음악/테크를 취재하는 *버티컬인데,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라면 빠짐없이 챙겨보는 매체들이었다. 이들 3곳의 타깃 기자에게는 따로 메일을 보내 소식을 알렸다. 아쉽지만 답장은 받지 못했고, 기사화되는 데도 실패했다.
2024년 6월 말
세계 1위 음악 회사 유니버설 뮤직이 주도하여 AI 음악 생성 회사 수노(Suno AI)와 유디오(Udio)를 고소했다. 이유는 “저작권 침해”. 레거시 음악 회사들은 수노와 유디오가 자신들의 음원 데이터를 AI 학습에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AI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 관련 기사가 매일 쏟아져 나왔다. 기자들의 관심사가 AI와 데이터 저작권, 그에 따른 회사 간의 법정 공방으로 쏠리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럴수록 회사의 기술력을 알릴 적기가 오고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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