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뮤지션은 다 자기가 록스타라고 생각해. 우주대스타가 될 수 있다고 믿는 거지.” 유니버설 뮤직 그룹 다닐 적에 한 선배가 내게 해준 이야기다.
이건 비단 뮤지션만의 일이 아니다.
1인 기업, 소상공인, 초기 스타트업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 이들은 우리가 만든 서비스가 세계 무대에서 흥행할 거라고 굳게 믿는다. 그래서 섣불리 글로벌 PR을 시작한다. 가령, 한 생성형 AI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우리 서비스는 글로벌 고객을 상대로 만들었으니까 해외 매체에서 분명 기사화될 거야”라는 식.
천만의 말씀이다.
글로벌 PR을 시작하는 1인 기업, 소상공인, 특히 초기 스타트업은 가장 먼저 보도자료 배포 서비스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해외 보도자료 배포 서비스는 크게 3가지 (1) PR 뉴스와이어, (2) 비즈니스와이어, (3) 글로브뉴스와이어. 이들 서비스를 사용하면 누구나 손쉽게 전 세계 언론사에 우리의 이야기(보도자료)를 보낼 수 있다.
거두절미하고 나는 보도자료 배포 서비스를 사용하지 말 것을 추천한다. 이유는 4가지.
1. 돈이 든다. 약 300만 원.
PR 뉴스와이어를 예로 들어보자. 500 단어 이내로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이미지를 한 장 추가해 보도자료를 배포한다고 가정했을 때 총 268만 원이 든다. 이건 미국 매체에만 보도자료를 배포했을 때의 이야기다. 아시아, 유럽 지역을 추가하면 비용은 천정부지로 늘어난다.
[과금 체계]
- 영문 단어 400 단어 이내 141만 원, 초과 100단어마다 추가 요금 과금
- 사진 1장 추가 시 68만 원, 2장 추가 시 106만 원
- 부가세 별도
2. 기자들이 보도자료를 읽지 않는다.
해외 보도자료 배포 서비스를 사용하면 약 4,000개 이상의 뉴스 콘텐츠 생산 웹사이트(신문사, 매거진, TV 방송국 등) & 2만 명 넘는 고유 방문자에게 보도자료를 전달할 수 있다.
그중 PR 뉴스와이어는 보도자료 조회 수를 ‘Release Views’로 제공하는데, 이는 ‘Media Views’와 ‘Public Views'의 합산이다. ‘Media Views’는 언론사 기자들이 보도자료를 조회한 횟수. 국내 기업이 보도자료를 배포할 경우 이 수치가 보통 100회 정도 되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과연 이 100회의 조회수 중 기업이 목표로 하는 타깃 매체의 기자들이 얼마나 포함될까?
국내 기업 루닛(Lunit)의 사례를 들어보자. 루닛은 PR 뉴스와이어를 통해 2025년 6월 12일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제목은 LUNIT AI Used Again for Mass Screening During 2025 Haji Season in Saudi Arabia.
구글 뉴스 검색 기준, 이번 보도자료는 Auntminnie, The Imaging Wire 등의 매체서 기사화되었지만, 유력 매체 기사화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참, 루닛은 국내 상장사 중 한 곳. 글로벌 PR도 꾸준히 해온 기업 중 하나다. 루닛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한국 기업이 해외 유력 매체서 기사화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만큼 어려운 일이다. 만약 해외에서 루닛보다 기업 인지도가 낮은 국내 1인 기업, 소상공인, 초기 스타트업이 와이어 서비스를 사용해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면 기사 커버리지가 과연 얼마나 될지 꼭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3. ‘기사화’ 된다 해도 그건 ‘기사’가 아니다.
와이어 서비스를 사용하면 제휴 언론 매체(AP 통신 등)에 보도자료가 배포된다. 보도자료는 이들 제휴 매체의 웹사이트 ‘Press Release’ 탭에 그대로 올라가는데, 이건 실제 ‘기사’로 분류되지 않는다. 바이라인도 물론 없다. 보도자료가 타깃 기자들에게 직접 배포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4. 구글 검색에도 안 잡힌다.
와이어 서비스를 이용해 보도자료를 배포하면 간혹 월 스트리트 저널, 블룸버그, CNN 비즈니스 등의 웹사이트 어딘가에 보도자료가 그대로 게시된다. 하지만 구글 뉴스 검색에는 검색되지 않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들 제휴 매체가 보도자료를 기계적으로 게시한 것일 뿐 실제 기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일부 매체는 웹사이트에 게시된 보도자료 포스트를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삭제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설령 배포한 보도자료가 어느 매체엔가 실려 구글 뉴스에서 검색된다 해도 마냥 기뻐할 일이 아니다. 매체 입장에선 소속 기자가 작성한 기사가 아니기 때문에 영구 보관할 가치가 없어서 삭제하는 것이다.
글로벌 PR을 처음 맡게 된 실무 PR 담당자는 보통 대행사를 구하게 된다. 해외 매체 기자들의 이메일 주소를 모으기 어렵고, 미디어 리스트를 가까스로 만들어 콜드 메일을 보낸다고 해도 기자가 메일을 읽게 될 확률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저 역시 대행사를 구했고, 대행사를 통해 보도자료를 배포해 봤고, AP 통신, 야후 파이낸스 등에 보도자료가 게시되었고, 신나서 내부 공유하고 다 같이 기뻐한 경험도 있지만, 보도자료 게시글이 이내 삭제된 것 역시 경험했다.
부족한 경험과 귀동냥으로 얻어낸 정보만으로 섣불리 글로벌 PR을 해서는 돈만 날리고, 효과는 보지 못할 이유는 이 밖에도 쌔고 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은 글로벌 PR을 ‘무조건’ 하지 말라는 식의 글은 절대 아니다. 글로벌 PR은 돈이 들고,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에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다음 편에선 글로벌 PR을 하기 전에 반드시 챙겨야 할 것들에 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말하자면 ‘희망 편’. 해외 매체에 기사화된 실제 사례도 함께 소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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