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할 만한 이야기가 늘 있다면 참 좋으련만. 스타트업 PR 담당자라면 홍보 소재가 없어 고민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없는 살림에도 알릴 거리를 찾아내야 하죠. 그리고 “우리 회사 잘하고 있어요”라고 알려야 합니다. 이건 PR 담당자의 큰 덕목 중 하나거든요.
쌀로 밥 짓는 당연한 이야길 하나 해보겠습니다.
회사의 홍보 소재를 찾아내려면 귀와 눈, 그리고 온 감각을 열어 놓아야 합니다. 자세히 듣고, 유심히 보고, 동료와 대표에게 질문해야 합니다. 근데 그것보다 중요한 건 ‘애정’입니다. 회사와 제품, 회사의 기술력에 ‘애정’을 갖고 있어야 알릴 거리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애정이 없다면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을 겁니다. 부디 여러분은 사랑하는 회사에 다니고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제가 스타트업에 근무할 적, 부족한 알릴 거리 때문에 고민했던 이야기, 그리고 이야깃거리를 찾고 보도자료를 작성해 국내/외 매체에 배포했던 사례 2가지를 설명해 드릴게요. 동료, 선배 없이 일하는 PR 담당자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특히 글로벌 PR이 고민이라면 오늘 레터를 자세히 읽어 주세요.
AI 음악 스타트업 포자랩스에 다녔습니다. 2년 반 정도 근무했는데요. 회사의 부족한 홍보 소재는 PR 담당자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였습니다. ‘자체 구축 AI 학습 음원 데이터’는 회사의 분명한 자랑거리였지만, 매번 똑같은 이야길, 같은 방식으로 반복해 홍보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죠.
그때가 2024년 6월. 당시 생성 AI 업계는 인공지능 학습 데이터 저작권 문제로 온 세계가 떠들썩했습니다. 음악 생성 AI 업계도 마찬가지였고요. 뉴욕 타임스, 유니버설 뮤직 그룹 등 콘텐츠 회사는 연이어 “자사의 지적 재산을 허락 없이 AI 학습에 사용 말라”는 성명을 발표했어요.
하루는 회사에 편지가 한 통 도착했더군요. 이메일 말고 실제 편지요. 발신인은 Sony Music Group (소니 뮤직 그룹). 동료가 제게 편지를 건네줬어요.
‘이 편지가 어떻게 우리한테까지 온 거지?’
‘동료는 왜 이 편지를 대체 왜 내게 건내준 거지?’
편지를 열어 보며 그런 생각을 했어요. 아무튼 편지를 열어 보니 “소니 뮤직 그룹 음원을 생성 AI 모델에 무단 학습하지 말라”는 내용이 적혀 있더군요. 답장을 요구하는 편지는 아니었지만, 문득 답장해 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이런 언론 홍보 전략을 세웠더랬죠.
1. 세계 최고 음악 기업 중 하나인 소니 뮤직 그룹에게 편지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린다.
- 소니 뮤직 그룹은 포자랩스보다 훨씬 잘 알려진 기업
- 소니 뮤직 그룹의 명성에 올라타 포자랩스를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
2. 회사의 입장을 밝힌다.
- 포자랩스는 ‘자체 구축 음원 데이터’만을 AI 모델에 학습
- 허락받지 않은 타사의 음원 데이터는 일정 사용 X
3. 실제로 답장을 보낸다.
- 포자랩스는 아티스트의 지적 재산을 존중한다는 내용 포함
- 소니 뮤직 그룹과의 협업을 기대하는 내용 포함
- 포자랩스의 음원 생성 AI 모델은 아티스트와 ‘상생’하는 창작 도구로 작동할 것임을 강조
4. 실제 소니 뮤직 그룹에 답장했던 전문을 포함한 보도자료를 작성·배포한다.
보도자료 배포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 12개 매체서 기사화
- 한국경제 지면 박스 기사화
- *신규 매체·기자(아시아경제, 이데일리)와 라포 형성
- 소니 뮤직 그룹 투자팀과 미팅
이후 2024년 10월, 프랑스음악저작권협회(SACEM)에게 같은 내용의 메일을 한 통 더 받았습니다. SACEM 소속 아티스트 음원을 음원 생성 AI 모델에 무단 사용 말라는 내용이었죠.
이번에는 판을 조금 더 키워보고 싶었어요. '해외 매체'에 보도자료를 배포해 전 세계에 “포자랩스는 자체 구축한 음원 데이터만을 사용한다. 아티스트의 음원을 무단 사용하지 않는다”는 소식을 알릴 요량이었죠.
글로벌 PR 전략은 이렇게 세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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