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수프 vol.14 여름이니까 시를 읽어볼까

숲숲이 끓이는 일요일 점심 🍵

2026.08.03 | 조회 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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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 잘 지내셨어요?

 

계속 엄청난 무더위 속에서 저는 녹아내리고 있답니다. 하루는 오후에 편의점에 가다가 숨이 턱 막힐 만큼 더워서 문턱도 못 넘고 기절할 뻔했다니까요.

 

더워질수록 집중력도 흘러내리는 것 같아요. 긴 글은 읽어보려 해도 페이지를 넘기기도 전에 책을 덮게 되고요. 유튜브 영상도 보다가 멈추기를 반복할 정도이니, 이 정도면 심각한 거겠죠?

 

이대로 흘러내리는 집중력을 붙잡아보려고 책을 빌려왔어요. 어렵고 긴 이야기 대신 짧고 금방 읽을 수 있는 시집부터, 궁금해서라도 다음 장을 펼치게 되는 추리소설까지 골고루 빌려왔는데요. 그래서 책을 다 읽었냐고 물어보시면…대답은 노코멘트할게요 ㅎㅎ

 

원래도 산책하듯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오는 걸 좋아해요. 가까운 우리 동네 도서관은 물론이고 남의 동네 도서관까지 종종 가곤 합니다. 게다가 신간 코너 돌아보며 어떤 책이 들어왔나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빌리고 싶은 책들을 한가득 품에 안게 된답니다.

 

이번에도 처음에는’ 여름이니까 시를 읽어봐야겠다’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도서관에 갔어요. 그런데 제목만 보고 끌리는 책을 한 권 두 권 모으다 보니 대출 목록이 제법 길어졌네요.

 

독서에도 제철이 있으니까요. ‘여름’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을 고르고 싶어서 시집 ⟪여름 대삼각형⟫을 집었어요. 제목만으로도 여름이 가득한 ⟪첨벙 다음은 파도⟫랑 ⟪유쾌한 워터멜론⟫도 골랐고요. 그러고는 옆 서가에서 추리소설을, 또 다른 서가에서는 뜨개 책을 골랐습니다. 시를 읽으러 갔다고 다른 책들을 보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건 아니니까요.

 

첨부 이미지

 

그렇게 빌려온 책들을 모아 놓고 보니 여름을 읽고 싶은 마음, 재밌는 이야기에 푹 빠지고 싶은 마음, 새로운 걸 뜨고 싶은 마음들이 다 읽히더라고요. 대출 목록만 봐도 지금 내가 무슨 상태인지 뭘 원하는지 보이는 게 신기해요.

 

문제는 덮어놓고 빌린다는 건데요. 생각보다 빨리 돌아오는 반납일을 무시하고 빌리다 보면 대출 목록이 엄청나게 길어진다는 거죠. 읽는 속도는 빌리는 속도를 도무지 따라잡을 수가 없고요. 그래도 빌릴 때만큼은 다 읽을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진다니까요. 근거 없는 자신감에 이상한 고양감이 섞인 감정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번에도 이 책 저 책 한데 모아서 집에 쌓아뒀더니 그것만으로도 제법 뿌듯한 것이 저도 참 제가 이상합니다.

 

빌리는 일과 읽는 일은 너무나도 다르니까요. 이번 주도 ‘시집 읽어야지’ 하면서 캥거루 작업했고, 추리 소설은 고백하자면 첫 페이지도 펼치지 못했어요. 다가오는 반납일은 가볍게 무시할게요.

 

대신 캥거루는 얼추 캥거루인가 갸웃거릴 정도의 외양을 갖추었습니다. (제 눈에만 그렇게 보일 수 있음 주의)

자투리 실로 떴더니 색깔이 제각각이에요
자투리 실로 떴더니 색깔이 제각각이에요

문제는 참고한 책의 반납일이 먼저 왔다는 거죠. 조립 방법을 대충 적어두고 반납했더니 막상 조립할 때가 되니 영 속도도 나지 않는 데다가 모양도 이쁘지가 않습니다. 책 빌리는 속도뿐만 아니라 반납하는 속도도 캥거루가 따라잡지 못한 거죠. 그래도 남은 팔다리하고 배랑 주머니를 어찌 됐든지 잘 이어 붙여보겠습니다.

 

원고 다 쓰고 나면 저는 다시 캥거루를 조립하러 가볼게요. 빌려온 시집도 한 편은 제대로 읽어보려고요.

이번에는 시를 먼저 읽을지, 캥거루를 먼저 완성하게 될지 저도 궁금합니다.

 

다음 주에도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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