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수프 vol.13 땀띠가 났고, 캥거루를 뜹니다

숲숲이 끓이는 일요일 점심 🍵

2026.07.26 | 조회 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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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한 주 동안 잘 지내셨나요?

 

전 이번 여름, 살면서 처음으로 땀띠가 나는 바람에 아주 죽을 뻔했답니다. 첨엔 땀띠인 줄도 몰라서 영문도 몰랐다가 가렵고 벌게지면서 ‘이게 땀띠로구나’ 깨달았답니다. 아주 어린 아기들이나 땀띠로 고생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NN살 먹은 저에게도 이런 일이 생기다니요. 앞으로 더울 날이 한참이나 남았는데 이 고생이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아 슬프답니다.

 

아니, 진짜 이렇게나 덥다고요?!!?!?? 한낮에 잠깐 사진 찍겠다고 양산 없이 나갔다가 등이 다 젖어버렸다니까요. 고작 일이십분 나가 서 있었던 게 다였는데 말이죠. 사무실 안으로 돌아와 에어컨 밑에서 한참 몸을 식혀야 다시 사람꼴로 돌아오는 것 같고요.

 

이거 찍느라 죽는줄 알았고요..ㅋㅋ
이거 찍느라 죽는줄 알았고요..ㅋㅋ

 

그런데 이 더위에 요즘 저는 다시 실을 붙잡고 뜨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답니다. (울실이 아닌 걸로 감사해야 하는 거겠지요 ㅎㅎ) 캥거루를 떠봐야 하는 일이 생겼거든요.

 

지난 호 마무리에 전시한다고 갑자기 얘기 했었는데 기억나시나요? 9월에 하는 전시에서 제가 느끼는 여러 감정과 상태를 캥거루로 표현해 볼 거랍니다. 어떤 캥거루가 나올지는 아직은 미지수지만 시작하는 마음은 그저 신나요. 만들다 보면 뭔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그치만 문제는 제가 여태 한 번도 캥거루를 떠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감정 표현이고 뭐고 캥거루라는 동물을 배워본다는 생각으로 도서관에서 캥거루 도안이 있는 뜨개 책을 빌려왔어요.

 

첨부 이미지

 

작업 착수!

5.5mm 코바늘과 수면사의 압박
5.5mm 코바늘과 수면사의 압박

도안이 있으니, 나머지는 내 맘대로 해도 되겠구나 생각해서 무작정 큰 호수 바늘을 들고 보들보들한 수면사로 시작했는데 웬걸요. 이거 머리도 다 안 떴는데 사이즈가 너무 크게 나오는 겁니다. 이 정도면 다 완성했을 때 대형 캥거루가 나오겠다 싶어서 수면사 버전 캥거루는 뒷날을 기약하며 멈춰뒀어요.

 

아무리 그래도 책 도안대로 하기로 했으면 제대로 따라 하기로 맘먹고 다시 실을 찾았죠. 책에서 사용한 굵기의 바늘과 그에 맞는 실을 찾아서 다시 시작했어요. 기왕 다시 뜨는 거 수면사보다 인형실은 코 모양이 훨씬 더 잘 보여서 예쁘게 떠보려고 ‘변형 짧은뜨기’하는 방법으로 떠보기로 했답니다.

 

특히 인형을 뜰 때는 코 모양이 가지런하고 예쁘게 보이는 게 훨씬 나아서 자주 쓰는 방법인데요. 코가 X자 모양으로 보여서 ‘X자 짧은뜨기’, ‘변형 짧은뜨기’라고 불러요. 보통 하는 짧은뜨기랑 크게 다르지 않고 실을 걸어오는 방향만 바꾸면 되는데 손에 익으려면 신경을 쓰긴 해야해요.

 

역시 몇 단 떠올려가면서 봐도 꽤 맘에 들어요. 뜨개질을 중간에 쉬면서 코 모양이 못나져서 맘에 안 들었는데 이게 하다 보면 다시 느는 게 보이니까 괜히 뿌듯해져요. 이런 사소한 발전도 발전은 맞는거죠ㅎㅎ

 

문제는 캥거루 사이즈가 큰 만큼 진도가 정말 안나간다는 것… 분명히 저는 집중해서 열심히 떴는데 편물을 들어보면 아까랑 별로 차이가 안 나보 여요. 한 단 올라갈 때마다 코 수는 늘어나니까 한 바퀴 다 도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요. 코 수 세다가 어디까지 셌는지 헷갈려서 몇 번을 다시 세게 된다니까요.

 

그래도 이 순간이 은근 편안해요. 작은 단위로 손을 계속 움직이다 보면 생각이 없어지거든요. 얼른 완성해서 팔다리도 달아서 캥거루의 모습을 보고 싶기도 한데, 그냥 계속 뜨고 있는 이 순간도 좋아요. 아마 이래서 제가 뜨개를 계속하게 되는 걸지도 몰라요.

 

더러운 배경은 무시해줘용🥴
더러운 배경은 무시해줘용🥴

 

현재 캥거루는 여기까지 떴답니다. 머리하고 목이랑 몸을 단단하게 연결해 주려고 중앙에 나무젓가락으로 보강해 주고 솜도 적당하고 빵빵하게(ㅋㅋ) 채워줬습니다. 이제 코 줄여가며 몸통 마무리만 해주면 되는 상태! 생각보다 모양은 꼭 땅콩 같은데…꽤나 진행은 순조로워요.

 

일단은 책대로 한 마리를 전부 다 떠보면 그다음부터는 제가 만들고 싶은 캥거루도 조금씩 방향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은 도안대로 따라 한다고 착실하게 진행하고 있는데 제 맘대로 하게 되면 그때는 모양도 바꾸고 색도 바꾸고 이런저런 방향으로 바꿔보려고요.

 

되는대로 하다 보면 역시나 어떤 꼴이든지 나오게 되겠죠. 늘 그래왔던 것처럼요.

 

그리고 생각보다 빠르게 전시 포스터도 나왔답니다.

첨부 이미지

장소도 일정도 모든 게 확정! 뭐가 그럴듯한데 캥거루는 아직이라 약간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어요. 그래도…9월까지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괜찮으리라 믿습니다…!!!

일단 한 마리 제대로 완성해 보겠습니다. 다음 숲수프에서는 팔다리 다 달린 캥거루를 보게 되실 거예요(!). 그러려면 전 에어컨 틀어놓고 열심히 뜨개질해 볼게요.

 

땀띠도 그때쯤엔 없어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다들 무더운 여름 잘 견뎌내시길 바라고요,

그때까지 안녕!

다음 주에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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