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핑몰 기획자는 어떤 마음으로 일할까

2025.1.23. 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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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보카도입니다.
지난주에 이어 오프라인 유통가의 변화를 더 이야기해보려 해요.
진짜 실무자와의 인터뷰를 통해서요!

이번 호는
1. MD기획자와의 농도 높은 인터뷰를 기대해주시고,
2. 가벼운 저의 근황토크와
3. 소소한 리테일 이슈를 쿠키 콘텐츠로 준비하였습니다. 

발행인: 소보카도. Copyright 2025. 이소애. All rights reserved.

업계 안에서는 포스트-더현대서울 시대를 어떻게 보고있나요?

쇼핑몰 기획자는 어떤 마음으로 일하고 있을까

지난 레터에서 더현대서울 이후 오프라인 유통가의 변화를 디깅해봤는데요, 이번에도 계속해서 그 변화를 다각도로 살펴보려 합니다.

텍스트로 알아보는 리테일 트렌드말고요, 실무자를 만나고 왔어요. 더현대 이후 유통사는 진짜로 어떻게 다르게 일하고 있을까요? 언급했던 유통3사 중 한 곳에 근무하며 실제 공간의 콘텐츠를 기획하는 바모스를 만나 아홉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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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쇼핑몰 MD기획을 하고 있는 바모스입니다.

외국계 상업부동산 자문사에서 컨설팅 업무를 하다가, 지금은 쇼핑몰 MD기획을 하고 있어요. 상업용 부동산의 MD를 기획한다는 큰 일은 달라지지는 않았는데, 일하는 환경이 인하우스로 바뀐 차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제가 하는 일을 쉽게 이야기하면 이곳에 무엇이 있고,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어서, 무엇이 필요한가, 그래서 우리가 얼마를 벌 수 있는가를 답하는 일이에요. 주변의 인구통계나 경쟁시설 공급현황, 배후상권 등을 분석하여 기존 환경에 없는 부분을 채워주기도 하고, 경쟁환경보다 더 좋은 콘텐츠를 넣기도 하고요. F&B, 리테일, 서비스 등 브랜드 임차인을 어떤 비율과 수준으로 넣을지 기획하고, 궁극적으로는 개발하는 상업시설의 가치를 높이는 일을 하고 있어요.

2. 제가 뵙고 싶었던 진짜 이유인데요,
 더현대서울 오픈 이후 백화점과 쇼핑몰은 어떻게 바뀌고 있다고 보시는지 궁금해요.

(제일 특징적인 변화로) 밖으로 나가는 경험이 귀해지면서, 사람들이 공간에 기대하는 감도도 함께 높아졌다고 생각해요. 이걸 더현대 전후라고 말할 수도 있는데, 한편으로는 코로나 전후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코로나를 굳이 말씀드리는 이유는, 그 시기를 계기로 사람들의 공간 방문 빈도가 줄었고, 그렇기 때문에 어딘가 한 번 방문할 때 좀 더 인상적이고 좋은 공간을 찾는 경향이 높아졌다고 생각하거든요.

쉽게 말하면, 옛날에는 일단 만들면 됐는데, 이제는 ‘잘 만들어야 잘 된다’는거죠. 예전에는 어느정도 수익성이 보장되는 MD를 넣고, 이후 공용공간을 넣으면 될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반면에 지금은 공용공간을 멋지게 만들어 사람들을 머물게 하고, 상업부와도 잘 연결시키는 등의 디테일이 매우 중요해졌고요.

예를 들어, 더현대서울 윗 층 보시면 사운즈 포레스트 녹지공간을 크게 넣어 놨잖아요. 원래였으면 매장 면적으로 수익을 발생시켰겠죠. 결국 이 한 평의 공간을 두고 얼마의 임대수익으로 치환되게 할 지, 아니면 고객에게 뭔가 다른 가치를 전달할지의 고민인거에요. 예전에는 이 한 평의 수익이 줄어드는 것에 굉장히 민감했어요. (물론 지금도 민감하죠) 그런데 이 한 평의 공간이 사람들이 머물게하는 요소, 혹은 이곳에 오게끔 만드는 결정적 이유라면 어떨까요? 사람들이 여기 와서 무언가 먹고 살 여지, 확률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다양하게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그게 사운즈 포레스트일 수도, 스타필드 별마당이 될 수도, 팝업이 될 수도 있고요. ‘사람들이 머물게 하는 요소들에 힘을 준다’, 그게 더현대서울 전후의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더현대서울 사운즈포레스트와 스타필드수원 별마당도서관

더현대서울이 가져온 또 다른 큰 변화는 라이징 브랜드들이 스트리트에서 제도권(유통사)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이전에도 고메이494 같이 스트리트에서 핫한 브랜드를 럭셔리한 포맷에 녹이는 시도는 있었어요. 더현대서울은 그럼에도 제일 큰 규모로 가장 극적인 변화를 만들어낸 것 같고요. 아마 더현대서울을 기점으로, 스트리트에서 재미있는 기획을 하는 플레이어에 대해 조금 더 호의적인 시선을 가지게 된 거 같아요. 팝업이나 정규 매장 등의 다양한 형태로 콜라보 시도도 더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더현대서울 지하에 처음 갔을 때 너무 재미있었던 게, 여기는 한남동이고 뒤돌면 성수동이고 그 옆은 또 홍대인거에요. 로드상권에 갔을 때 경험하던 인상적인 콘텐츠에서 엑기스만을 모아둔 것 같았죠. 그 높은 밀도가 방문객에게 주는 압도감이 엄청난 거고, 더현대를 여의도에서 성공하게 만든 또 하나의 비결이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스타필드 수원 또한 마찬가지에요. 기존 스타필드에서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스타필드2.0”이라는 브랜딩으로 좀 더 젊은 세대를 타겟하잖아요. 쇼핑몰에서 기대하는 일반적인 콘텐츠 뿐만 아니라, “여기에서만 볼 수 있는” 트렌디한 콘텐츠에도 힘을 꽤나 많이 줬고요.

더현대서울에 입점한 아르켓, 디스이즈네버댓, 포인트오브뷰

3. 혹시 실제로 실무를 하시면서도 하는 일이 바뀌는 게 느껴지시나요?

사실 변화가 엄청 드라마틱하지는 않아요. 보통 상업공간을 구성하는 데 있어 수익성이 보장되는 브랜드와 그럼에도 방문객이 ‘여기 재밌네, 새롭네’하고 느낄 수 있는 킥을 주는 브랜드를 적정한 비율로 가져가야 하는데요, 그럼에도 변화라고 하다면 후자의 ‘킥을 주는 브랜드’의 방법이 좀 더 다양해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요?) 물론 회사나 프로젝트마다 다른데요, 8대2 7대3 6대4? 이 수치는 결국 기획하는 실무진과 경영층의 의지이기도 합니다. 트렌디함과 안정적인 수익은 반비례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 적정선을 찾는 것이 모든 프로젝트에서 되게 중요하게 요구되고 있어요.

그럼에도 기존 MD구성에서의 큰 원칙은 바뀌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트렌디함이라는 것이 굉장히 매력적이긴 하지만, 어쩌면 향신료 같은 거죠. 근데 우리가 요리를 할 때 향신료만 넣지 않잖아요. 결국에는 메인 재료를 탄탄하게 구성해야죠. 정량적이고 정성적인 분석을 통해 여러 요인을 고려하여 트렌디함을 넣을 때, 진짜 먹히는 트렌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4. 역시 큰 플레이어가 발빠르게 변화에 움직는 것이 쉽지가 않은가 보네요.

“가야할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속도와 방식이 다르다”고 답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기동성과 규모의 측면인건데요. 기동성은 결국 트렌드를 더 빨리 캐치하고 사람들이 원하는 것에 즉각적으로 반응을 하는 거잖아요. 아무래도 스몰 플레이어가 더 기동성을 지니고 민첩하게 움직일 수 밖에 없어요. 상대적으로 긴 호흡의 의사결정이 필요한 제도권의 플레이어들은 이것저것 고민거리가 많다 보니 조금 천천히, 그리고 신중할 수밖에 없구요. 스몰 플레이어가 두 세 발짝 과감하게 나아간다면, 제도권 플레이어들은 한 두 발짝 뒤에서 따라간다고 비유를 할 수 있겠네요.

대신, 제도권 플레이어는 이러한 경험공간을 만들 때 조금 더 큰 기획이 가능해요. 아무래도 가용할 수 있는 공간의 가짓수와 면적, 예산, 인력 등의 자원이 풍부하니까요. 그래서, 이렇게 서로 다른 두 플레이어가 서로의 장점을 가지고 콜라보했을 때 시너지가 생기죠. 대표적인 예시가 현대백화점의 PEER나 나이스웨더가 아닐까 해요. 방문객 입장에서는 “저 힙한 나이스웨더가 (현대)백화점에 들어와 있네”에서 “백화점도 힙하네”라고 그 이미지를 전위시킬 수 있는 거죠. 그런 식으로 서로 기브앤테이크를 하며 상생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것을 서로 만족시키면서요.

나이스웨더 더현대대구점

5. '경험공간', 그게 돈이 되긴 하나요?

솔직히 말하면 경험, 돈 안되죠. 사실 수익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경험으로만 쭉 풀어내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에요. 수익자 입장에서 굉장히 넓은 아량이 필요하고, 현실적으로도 여러 운이 잘 맞아야 하고요. 결국 (경험 이후의) 구매경험까지 잘 설계가 되어야 합니다.

대신에 마치 가뭄 시기에 씨를 뿌리는 의미로 보시면 돼요. 몇 년 후를 보고 씨를 뿌리는 거에요. 이 공간에 와서도, “당신이 오늘은 구매하지 않지만 우리 브랜드를 기억 해주세요”라는 식으로 미래에 투자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냉혹하지만, 어쩌면 이 호흡을 길게 버틸 수 있는, 혹시 올 수 있는 보릿고개를 넘길 수 있는 플레이어들이 오히려 살아남는 거고요. 

6. 바모스가 보는 앞으로의 리테일은 어떤 모습인가요? 혹은 어떤 모습을 만들고 싶은가요?

사실 큰 결에서 ‘넥스트 제너레이션’과 같은 명명을 할 정도로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 같아요. 캐시리스(cash-less)나 AI처럼 기술을 도입하는 시도는 있을 수 있겠죠. 그러나 결국 큰 틀에서 “공간에서 무엇을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기조는 바뀌지 않을 것 같아요. 더 오래 머물게 하려는 시도가 있을 거고,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한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 하는 것, 고유성을 가져가는 것 등이 여전히 유지되는 대원칙일 것 같습니다.

좋은 공간, 혹은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공간은 결국 그 사람의 시간을 최대한 많이 점유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시간을 점유할 수록 돈을 쓸 가능성을 높여주겠죠. 30분 머무는 사람보다 1시간 머무는 사람이 뭐 하나 더 먹을 여지가 있고, 물건 하나 더 살 수 있고요. 공간이라는 그릇에 담기는 콘텐츠로 변화와 재미를 계속해서 주면서 고객 경험에 계속 다양한 선택지를 주는 일을 하고 싶어요. 한 사람이 먹고, 자고, 쉬는 일상의 시간들을 최대한 많이 가져가고 싶습니다. 일종의 가두리양식처럼요. (웃음) 사람이 사는 데 결국 필요한 게 의식주잖아요. 한 사람의 의식주에서 내가 얼마만큼 가져갈 수 있느냐가 좋은 공간의 성패를 가르는게 아닐까요?

7. 개인적인 꿈도 있으세요?

좋은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있어요. 누군가 와서 많은 추억과 이야기를 쌓아갈 수 있는 그런 공간이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고, 나머지는 사람들이 좋은 이야기를 쌓아서 결국 잘 되는 그런 공간. 근데 큰 꿈을 꾸지는 않는 편이에요. 여러 개의 작은 것들이 쌓이면 나중에 큰 무언가가 되겠지,하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8. 혹시 이 MD기획직무를 해보고 싶은 분들은 어떤 걸 준비하면 되나요?

모든 업에 있어 마찬가지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많이 경험해보는 열린 마음과 디테일을 보는 능력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특히 업의 영역으로 가져갈 때는,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남도 좋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자세, 덧붙여 어떻게 수익성으로 연결이 될 지 고민을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단적인 예로 '사는 입장'이 아니라 '팔아보는' 입장이 되어보는거죠.

내가 공간을 돌아다니고 뭔가를 먹고 사고 하는 경험들은 꽃과 나무를 보는 경험이에요. 하지만 회사에서 업으로 할 때는 산과 숲을 보며 큰 방향을 잡아야 하고, 내가 좋아하는 포인트를 남에게도 설득해내는 논리력도 중요하죠. 결국 공간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남에게도 설득해낼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9. 마지막으로, 2025년 목표가 있으신가요?

25년은 좀 더 민첩하게 일을 해내는 해였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 소소하게 재미있는 일도 이어지면 좋겠고요. 여전히 공간에 대한 애정을 놓치지 않으면서요.

멋진 인터뷰 뒤에 쭈꾸미 이야기나 꺼낼만큼 지금 막 썼습니다

인생은 추구미와 쭈꾸미의 너울입니다

얼레벌레 연말연초를 보내다가 다시 뇌에 힘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이 자아가 많이 쪼그라들어 요즘에 꽤 쭈꾸미 모드가 되었는데요. 이번 '포스트-더현대' 시리즈 레터를 작성하며, 인터뷰이의 단단한 인사이트와 가치관을 정리하며, 다음 레터 소재를 발굴하며 대충 '쭈구미'정도로 올라온 것 같아요. 조금 더 하다보면 쭈구미에서 추구미 정도 될 수 있겠죠.

바모스님의 인터뷰를 정리하며 '일하는 마음'에 대해 고민해봤어요. 저는 결국, 지금 제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기술로 누군가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습니다. 누군가의 '더 나아진 삶'에 작게나마 기여하고 싶고요. 그렇게 '고맙다'는 인사, 그에 맞는 돈을 지불 당하며 존재가치를 확인하고 싶어요. 계속 욕심 내며 잘 해내고 싶고, 내 아웃풋에 자부심을 가지고 싶고, 잘하는 플레이어를 보면 대체 어떻게 해냈나 파헤치고,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려봅니다. 매일 하는 것이 직업이라는 글을 어디선가 봤어요. 저는 락스타를 좋아하는 소녀팬의 마음으로 공간덕질을 합니다. 그래서 이 레터는 일종의 제 팬레터로 보셔도 되고요, 제 업무일지이기도 하고요.

부쩍이나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모르겠는 요즘입니다. 거처를 옮긴지 약 5개월, 달라진 업무범위와 모호한 목표의식, 장표 뒤에 가려진 진짜 고객경험 등으로 혼돈해지고 무뎌진 일하는 마음을 다시 들여다봅니다. 구독자은 어떤 소명으로 일하고 계신가요. 

오랜만에 제가 좋아하는 다이어그램을 꺼냈습니다.
넘어지고 딸꾹질하는 인생, 오늘은 쭈꾸미여도 내일은 추구미일 거에요!

다음 레터에서는 감도높은 스몰브랜드, 식스티세컨즈의 쇼룸으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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