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과학기술] 다시마로 기후 변화를 막아낸다고?

2022.04.18 | 조회 2.86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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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하며 에너지를 저장하고 스스로의 몸집을 키웁니다. 광합성은 태양에서 받은 빛 에너지를 이용해 이산화탄소와 물을 탄수화물로 바꾸는 과정이지요. 식물은 성장하고 살아가며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서 자신의 몸을 구성하는 물질로 바꿉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이 자원을 소비하며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동안 식물은 홀로 이산화탄소를 붙잡아 자신의 몸과 땅에 가두어 두는 역할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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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식물은 아니지만(부등편모조류(heterokont)로 분류합니다) 바다에서 자라는 해조류도 광합성을 통해 상당한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합니다. 특히 자이언트 켈프(Macrocystis pyrifera)라고 하는 종이 아주 인상적인데요, 최대 45미터 길이까지 성장할 수 있는데 햇빛이 좋고 영양분이 풍부하면 하루에 60센티미터씩 자란다고 합니다. 당연히 해조류의 줄기와 잎도 탄소로 구성되기 때문에 성장 과정에서 대단히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요.

해조류의 탄소 저장 양상은 육지 식물과는 조금 다릅니다. 육지 식물은 살아 있고 성장하는 동안 자신의 몸에 많은 양의 탄소를 가둬 두지만, 죽은 다음부터는 서서히 썩어가며 분해되어 이산화탄소를 배출합니다. 행여 산불이라도 나면 나무가 불타면서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내뿜기도 하지요. 그런데 해조류가 집어삼킨 이산화탄소의 일부는 다시 대기중으로 배출되지 않고 거의 영구적으로 격리됩니다. 심해에 가라앉아 버리는 거죠.

자이언트 켈프는 잎사귀에 작은 공기 주머니를 달고 있어서 기포 켈프(bladder kelp)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연안에서 자란 자이언트 켈프의 잎은 조금씩 찢어져서 해류에 실려 떠나가는데요, 잎에 공기 주머니가 달려 있기 떄문에 금방 가라앉지 않고 상당히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며 공기 주머니가 터지게 되면 서서히 가라앉습니다. 먼 바다까지 실려온 켈프의 잎이 심해로 가라앉으면 오랜 세월 다시 떠오르지 않으며 반영구적으로 이산화탄소를 가둬 버립니다.

2016년의 한 연구에 따르면, 연간 약 탄소 2억 톤 분량에 해당하는 해조류가 심해로 가라앉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대단히 많은 것 같으면서도 애매하게 적은 양인데요, 2020년 즈음 인류가 배출한 탄소의 총량이 약 500억 톤으로 추산되기 때문입니다. 심해에 가라앉은 해조류가 처리하는 탄소의 양은 우리나라의 탄소 배출량의 약 3분의 1 정도입니다.

양식한 해조류를 심해에 가라앉히면 탄소를 반영구적으로 제거할 수 있습니다. 출처: https://www.sustainableseaschallenge.co.nz/tools-and-resources/carbon-cycle-seaweed-farms/, CC BY-NC-ND 4.0.
양식한 해조류를 심해에 가라앉히면 탄소를 반영구적으로 제거할 수 있습니다. 출처: https://www.sustainableseaschallenge.co.nz/tools-and-resources/carbon-cycle-seaweed-farms/, CC BY-NC-ND 4.0.

자연 상태의 자이언트 켈프는 물이 찬 연안에서 주로 서식하기 때문에, 대양의 모든 면적이 해조류의 성장과 격리에 쓰이게 되면 탄소 감축량은 지금보다도 훨씬 많아질 수도 있겠지요. 최근 일부 기업가들은 해조류를 인위적으로 기르고 심해에 던져넣음으로써 좀 더 적극적으로 탄소를 빨아들이는 구상을 세우고 있습니다. 자동화된 양식용 선박을 만들어서 대양 전체를 켈프 양식장으로 활용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양의 해조류를 키울 수 있을 것이고 이를 통해 인류의 탄소 배출량을 대부분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주장이지요. 일론 머스크를 비롯한 큰손의 지원을 받기도 하고, 해조류 연구 전문가들을 기업체에 영입하며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확실한 점이 너무 많아서 학자들의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학자들이 우려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지구공학 기술과 비슷합니다. 이론적으로는 말이 되지만, 자연적인 규모보다 수백 배 더 많은 해조류를 심해에 가라앉힐 때 바다의 생태계나 탄소 순환 시스템이 어떻게 반응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거죠. 심해의 탄소 저장 능력은 연구가 많이 부족한 영역입니다. 핵심 논문이 2016년에 발표되었으니 본격적인 연구는 채 10년도 진행되지 않은 셈이예요. 경쟁 기술이라고 할 만한 탄소 포집 및 저장(CCS) 기술은 1970년대부터 초보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다섯 배는 더 젊은 분야입니다.

먼 바다에 던져 넣은 해조류가 과연 곧이곧대로 심해로 가라앉아서 반영구 격리될 것인지, 양식한 해조류 중 몇 퍼센트나 심해로 가라앉을지 분석하는 것이 어렵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해조류 스타트업의 수익 모델은 해조류를 길러서 심해에 가라앉히며 흡수한 이산화탄소의 양을 추산하여 탄소 배출권을 확보한 다음 탄소 배출량이 많은 다른 기업에 판매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해조류 1톤을 양식해서 먼 바다에 풀어 두면, 그 중 몇 퍼센트나 심해로 정확하게 가라앉아서 격리될까요? 이 비율이 얼마로 평가되는지에 따라 기업의 수익성이 크게 갈리겠지만, 정확하게 계산하기는 아주 어려울 겁니다. 자연적으로 연간 2억 톤의 탄소가 심해로 가라앉는다는 분석 역시 대략적인 추정치입니다. 전 세계 바다의 해조류 군락에서 발생하는 잎사귀를 모두 추적할 수는 없으니까요.

대규모의 해조류 양식이 바다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위험 요소입니다. 자연적인 해조류 숲에서도 아주 많은 생물이 살고 있는데, 인공적으로 대규모 해조류 숲을 조성하면 바다 생태계가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고 그 영향을 지금으로서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해수면에 갑자기 숲이 생겨나서 햇빛을 가리게 되면 수면 아래에 공급되는 에너지가 급격히 감소할 텐데, 이는 바다 생태계의 자연스러운 순환을 해칠 수도 있지요. 당장 연안의 물이 탁해지면서 해조류의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보고도 있으니까요.

해조류를 길러 심해에 빠뜨린다는 발상은 간단하면서도 빠른 시일 내에 실행 가능하다는 점에서 대단히 매력적인 탄소 감축 전략입니다. 이 방법 하나만으로 인류의 탄소 배출량을 모조리 책임질 수는 없을지 몰라도, 분명 기후 변화를 막아내는 여정에서 인류에게 귀중한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은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나 또 다른 재앙을 불러일으키지 않으려면 체계적인 연구에 상당한 투자를 해야 하겠지요. 무엇보다도, 애초에 해조류 양식 하나만으로 기후 변화를 역전시키려 하기보다 다양한 기술을 동원하는 한편 인류의 탄소 배출량 자체를 감축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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