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과학기술] 백신을 맞아도 당분간 마스크를 써야 합니다

델타 변이에 대한 CDC의 새 지침

2021.08.05 | 조회 1.28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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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기: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 마스크를 벗어도 될까?

이제 우리나라도 백신 접종 사업이 슬슬 중반부를 넘어서는 분위기입니다. 8월 중순부터는 19~49세의 청장년층을 대상으로도 백신 접종을 진행하니까요. 백신 물량도 부족하고 언제 들어올지 기약도 없던 2021년 초를 생각하면 그래도 꽤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백신을 맞았고 또 조만간 맞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초와는 달리 코로나19에 맞서는 전쟁에 변수 하나가 또 추가되었으니, 바로 델타 변이입니다. 델타 변이는 기존의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비교해 전염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유출된 내부 문건에 따르면 델타 변이는 수두 바이러스만큼이나 전파력이 강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수두는 비말뿐 아니라 에어로졸로도 전파되는 등 전파력이 가장 강력한 바이러스 중 하나이니만큼 대단히 위험한 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델타 변이의 높은 전염성 때문에 코로나19와의 전쟁이 새로운 양상에 접어드는 분위기인데요, 안타깝게도 우리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2021년 5월에 저는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어도 안전할지를 다룬 포스트를 작성한 적 있었습니다. 당시에 CDC에서는 백신 접종이 완료된 사람들끼리 모여 있을 때는 마스크를 벗어도 괜찮으며 고위험군이 아닌 사람들을 만날 때도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권고했었지요. 하지만 2021년 7월 27일, 미국 CDC는 기존 입장을 번복해서 백신을 맞은 사람들도 실내에 모여 있을 때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지침을 바꾸었습니다. 그 과학적 근거를 조금 더 살펴보겠습니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 프로빈스타운의 전경입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WestportWiki, CC BY-SA 3.0
미국 매사추세츠 주, 프로빈스타운의 전경입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WestportWiki, CC BY-SA 3.0

CDC가 결정을 재고하게 된 중요한 계기 중 하나는 미국 동부에서 발생했던 프로빈스타운 집단 감염 사태였습니다. 프로빈스타운은 보스턴의 동남쪽에 위치한 케이프 코드 만의 끄트머리에 위치한 마을로, 지금은 예술가들의 마을이면서 LGBTQ+ 휴양지로 유명한 곳입니다. 이곳에서는 지난 7월 4일에 미국 독립기념일을 맞아 대대적인 퍼레이드를 벌였는데, 여기서 800명 이상의 감염자들이 쏟아졌지요. 그런데 이 감염자들 중에 74% 이상이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들이었던 겁니다.

미국에서 주로 접종하는 화이자/모더나 백신의 방어력이 90% 이상이라고 알려져 있었던 걸 고려하면 충격적인 결과입니다. 면밀한 분석 끝에 지난 7월 30일에는 CDC의 로셸 월렌스키 국장 이름으로 보도자료가 발표되었는데, 백신 접종을 마치고도 델타 변이에 감염된 사람들은 기침할 때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은 사람들만큼이나 많은 바이러스를 뱉어낸다는 내용이었지요.

와중에 다행인 지점은, 지금까지 알려진 바와 마찬가지로 백신 접종자들은 대부분 감염되더라도 매우 약한 증상만 겪고 회복했다는 겁니다. 다만 전문가들이 몹시 우려하던 지점 하나가 현실화한 거죠. 바로 백신 접종자 스스로는 대단히 아프지는 않은데도 불구하고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게 감염을 퍼뜨릴 수 있는 상황입니다.

집단 면역을 설명하는 그림입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Tkarcher, Herd immunity.svg, CC BY-SA 4.0
집단 면역을 설명하는 그림입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Tkarcher, Herd immunity.svg, CC BY-SA 4.0

위의 그림으로 집단 면역 개념을 간단히 이해해 봅시다. 먼저 위쪽에서 보시는 것처럼, 면역력을 갖추지 못한 집단에 환자 한두 명이 들어오면 빠른 속도로 질병이 확산하여 곧 대부분의 구성원이 감염됩니다. 이게 2020년 2월 이래의 우리 상황이었겠지요. 반면 대규모 백신접종 등으로 대부분의 인구가 면역력을 얻으면, 설령 환자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그 환자와 접촉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면역력을 갖고 있는 상태일 테고, 그러면 이 환자가 치료되기 전까지 다른 사람에게 감염이 옮아가지 않을 테니 집단감염이 터지지 않고 곧 진정됩니다.

그런데 이런 '집단 면역'의 그림이 맞아들어가려면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정말로 병에 걸리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질병을 옮기지 않아야 해요. 하지만 프로빈스타운 집단감염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백신을 맞은 사람마저도 낮은 확률이나마 델타 변이에 감염될 수 있고 또 다른 사람에게도 옮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인구 집단 100%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백신에 알러지 반응이 있는 소수의 환자들이 있을 수도 있고, 백신 접종을 비과학적으로 거부하는 음모론자 집단이 있을 수도 있고, 강력하게 백신을 거부하는 건 아니지만 왠지 찝찝하다고 생각해서 소극적인 계층도 있을 겁니다. 그래도 그간 우리의 전략은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백신을 접종해서 집단 면역을 달성해 버리면 모종의 이유로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마저도 보호할 수 있을 거라는 방향이었는데 그 전제가 조금 무너진 거죠.

주요 전염병의 전파 경로(Transmission), 재생산지수(R0), 그리고 집단 면역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면역 비율(HIT)입니다. 출처: Wikipedia (Basic reproduction number).
주요 전염병의 전파 경로(Transmission), 재생산지수(R0), 그리고 집단 면역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면역 비율(HIT)입니다. 출처: Wikipedia (Basic reproduction number).

코로나19 바이러스는 2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여러 차례 변종을 만들어내며 진화를 거듭해왔습니다. 2019년에 발견된 "원조"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재생산지수가 3 정도라서 인구 집단의 65%만 면역력을 얻으면 소위 집단 면역을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의 델타 변이를 막아내려면 인구의 90~92%가 면역력을 갖춰야 하는 상황이지요. 여러모로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입니다. 특히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20% 이상 되는 미국에서는 90% 접종은 문자 그대로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CDC에서 다시 꺼내든 카드가 바로 사회적 거리두기인 거죠. 그 동안 CDC에서는 백신의 효과 자체도 어느 정도 검증이 된 데다가 백신 맞기 싫어하는 사람들을 일부 설득하기 위한 인센티브의 일종으로 백신을 맞은 사람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 조항을 완화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거리두기 규정을 다시 강화해서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아야 하는 상황이 된 거죠. 다만 "이제 백신 파티는 끝났으니까 다시 마스크 쓰세요"라는 내러티브는 태생적으로 설득력이 약하기 마련이라 걱정스럽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CDC의 이번 지침은 참고할 지점이 분명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4차 대유행은 사실상 백신 접종을 믿고 거리두기 규정을 완화하려다가 벌어진 사태니까요. "7월부터는 인원 제한도 풀고 좀 편하게 사람 만나세요"라는 신호를 보냈다가 대번에 일일 확진자 1,000명을 넘나드는 사태에 진입하지 않았나요? 게다가 국내에도 델타 변이가 우세형이 되어 가고 있는 와중이니, 당분간은 백신 접종을 완료했더라도 방역수칙을 꾸준히 지키는 게 현명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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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eoulalien의 프로필 이미지

    seoulalien

    0
    4년 이상 전

    쉽게 잘 설명해 주셔서 머리에 쏙쏙 들어오네요. 고맙습니다.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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