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과학기술] 타이탄에서 생명의 근원을 찾는다, NASA의 '드래곤플라이' 미션

2021.04.30 | 조회 9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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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하는 여우원숭이

매주 월요일, 따끈따끈한 최신 과학기술을 짧고 쉬운 글로 소개합니다.

우주생물학(Astrobiology), 많이 들어보셨나요? 지구가 아닌 곳에도 생명이 존재하는지, 혹은 존재한 적이 있기는 한지, 아니면 생명이 존재하지는 않더라도 우리와 같은 생물에게 거주 가능한 공간이 얼마나 있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미국항공우주국 NASA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주제여서 꽤 많은 우주생물학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가장 최근에는 퍼서비어런스 로버가 화성에 착륙하여 생명의 흔적을 탐색하고 있지요.

우주생물학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는 바로 '생명의 기원'에 대한 질문입니다. 우리 지구에 생명이 이처럼 번창하는 걸 보면 지구에서든 다른 곳에서든, 빅뱅 이후에 적어도 한 번은 생명이 자발적으로 생겨난 것이 분명한데 어떻게 벌어진 일이냐는 질문이지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DNA와 RNA 등 스스로를 복제하고 정보를 담을 수 있는 분자가 최초로 어떻게 합성되느냐를 묻는 겁니다.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NASA에서 진행 중인 야심찬 프로젝트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토성 최대의 위성 타이탄(Titan)에 드론 탐사선을 파견하는 "드래곤플라이(Dragonfly)" 미션이지요. 드래곤플라이는 2027년 발사하여 2036년에 타이탄에 착륙할 예정인데요, 타이탄의 두꺼운 유기물 대기에서 과연 생명의 근원이라고 할 만한 화학반응이 일어나는지를 적극적으로 탐사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카시니 우주선에서 촬영한 타이탄의 적외선 사진입니다.
카시니 우주선에서 촬영한 타이탄의 적외선 사진입니다.

타이탄의 대기는 아주 두껍습니다. 지구 대기보다 네 배나 밀도가 높지요. 그래서 NASA의 카시니-하위헌스 토성 탐사선이 2005년에 타이탄을 들여다보기 전에는 아무도 타이탄이 이만큼이나 흥미로운 위성일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해요. 카시니-하위헌스 탐사선은 토성 주변을 공전하는 관측위성 카시니 호와 타이탄 지상에 착륙한 관측선 하위헌스 호로 구성되었는데, 카시니 호도 타이탄 주변을 127차례나 플라이바이하면서 엄청난 정보를 모았고 결국 드래곤플라이 미션으로 바통을 넘겨줍니다.

이처럼 두꺼운 대기 덕분에 타이탄은 항공공학의 관점에서 드론을 띄우기에 최적인 장소입니다. 타이탄 대기의 밀도는 지구의 4배에 달하는데 지표면 중력은 7분의 1에 불과하니까요. (화성과 비교해 보세요!) 드래곤플라이처럼 헬리콥터로 움직이는 드론은 기본적으로 대기를 밀어내서 중력을 거스르는 장치입니다. 거스를 중력이 훨씬 약한데 밀어낼 대기는 더 빽빽하니까 드론을 운용하기 아주 편리한 환경인 셈이지요.

드래곤플라이의 동력원은 플루토늄 4kg의 방사성 붕괴에서 나오는 열에너지입니다. 이 정도 출력이면 배터리를 완충시켰을 때 대략 8km 정도를 날아서 이동할 수 있을 거라고 해요. 이미 착륙한 지점이 불안정해서 다른 곳으로 짧게 이동하는 움직임도 물론 가능합니다. 이처럼 짧은 거리를 뜀뛰기하듯이 날아서 이동하는 덕분에, 드래곤플라이는 지금까지 인류가 파견한 어떤 탐사선보다도 많은 거리를 이동할 예정입니다.

드래곤플라이의 착륙 예상도입니다. 낙하산을 달고 대기권에 진입한 뒤 스스로 날아서 착륙합니다.
드래곤플라이의 착륙 예상도입니다. 낙하산을 달고 대기권에 진입한 뒤 스스로 날아서 착륙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드론을 띄우기 쉽다는 이유만으로 타이탄까지 굳이 탐사선을 보내지는 않겠지요? 타이탄은 현재 우주생물학자들이 생각하기에 태양계 내에서 '생명의 기원'을 탐색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입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게요.

카시니-하위헌스의 연구 성과를 종합해 보면, 타이탄의 환경은 초기 지구와 굉장히 비슷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타이탄의 대기는 95%의 질소와 5%의 메탄, 미량의 유기화합물로 구성됩니다. 산소가 전혀 없다는 점이 지금의 지구와는 매우 다른데요, 사실 지구 대기의 산소는 약 32억 년 전에 광합성을 하는 미생물이 등장한 이후에나 생겨났어요. 원시 지구에는 산소 대신 메탄이 가득했습니다. 그러니 타이탄의 지금 환경은 오히려 최초의 생물이 생겨나던 원시 지구와 굉장히 비슷할 거예요.

게다가, 타이탄의 대기에 들어 있는 미량의 유기화합물 역시 과학자들의 흥미를 끌고 있습니다. 2020년 10월에 전파망원경 분석 결과 타이탄의 대기에서 사이클로프로페닐리딘(Cyclopropenylidene , c-C3H2)이 발견되었다는 발표도 있었지요. c-C3H2은 굉장히 불안정하고 반응성이 높은 유기화합물인데요, 너무나 불안정해서 지구에서는 자연적으로 발견되지 않고 밀도가 매우 낮은 성간물질에서만 드물게 발견됩니다. 타이탄에서도 아마 상대적으로 밀도가 낮은 상층부 대기에 분포할 거라고 해요.

왼쪽부터 사이클로프로페닐리딘, 아데닌, 구아닌입니다. 셋 모두 고리 구조를 갖고 있지요? 아데닌과 구아닌은 DNA를 만드는 가장 기초적인 단위입니다.
왼쪽부터 사이클로프로페닐리딘, 아데닌, 구아닌입니다. 셋 모두 고리 구조를 갖고 있지요? 아데닌과 구아닌은 DNA를 만드는 가장 기초적인 단위입니다.


이처럼 반응성이 높고 불안정한 물질이 대기에서 관측된다는 건 타이탄 대기의 화학반응이 그만큼 활발하다는 이야기지요. 어쩌면 대기 상층부에서 c-C3H2가 개입한 화학반응이 일어나고 그 결과물이 비처럼 타이탄 지표면으로 쏟아지는 걸지도 모릅니다. c-C3H2는 현대의 생물들이 생화학적으로 이용하는 분자가 아니긴 하지만, 특이한 고리 구조 덕분에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경로로 DNA의 재료를 만드는 데 쓰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드래곤플라이에는 정밀한 질량분석 기기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지표면에 착륙한 드래곤플라이는 드릴을 이용해 지표 샘플을 만들고 그 화학적인 조성을 분석할 수 있어요. 최우선 목표는 물론 DNA나 RNA의 재료인 퓨린이나 피리미딘의 발견이지요. 초기 생명 현상과 관련될 법한 생화학적 단서를 찾아내면 정말 흥미로워질 겁니다.

마지막으로, 드래곤플라이는 타이탄의 지질 활동을 탐사해서 역시 생명의 가능성이 있는지도 확인하려고 합니다. 타이탄이나 엔셀라두스에서는 '저온 화산(cryovolcanism)'이라고 하는 현상이 관찰됩니다. 지표면 아래에 물, 메탄, 암모니아 따위가 뒤섞여 액체 상태로 흐르다가 지각의 갈라진 틈을 통해서 마치 화산처럼 분출되는 현상이지요. 마그마 대신 슬러시가 흘러다니는 거예요.

(왼쪽) 카시니에서 촬영한 타이탄의 극저온 화산입니다. (오른쪽) 토성의 다른 위성, 엔셀라두스의 저온 화산에서 물기둥이 뿜어져 나오는 사진입니다. 역시 카시니에서 촬영했습니다.
(왼쪽) 카시니에서 촬영한 타이탄의 극저온 화산입니다. (오른쪽) 토성의 다른 위성, 엔셀라두스의 저온 화산에서 물기둥이 뿜어져 나오는 사진입니다. 역시 카시니에서 촬영했습니다.


타이탄의 지표 온도는 94 K에 불과하여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생명 현상이 일어나려면 마치 우리 몸의 피처럼 물에 이런저런 화학 물질이 녹아서 반응해야 하는데, 타이탄의 지표는 너무 차가워서 그러기 어려워요. 그래서 수용액 상태의 화학반응이 일어나려면 운석 충돌로 인해 얼음이 일시적으로 녹거나, 극저온 화산에서 분출된 물과 만나 반응하는 방법밖에 없지요.

1992년에 토마스 골드(Thomas Gold)는 '최초의 생명은 땅 속 깊은 곳의 유기화합물에 의존해서 탄생했을지도 모른다'는 내용의 "지하 생물권 가설(deep biosphere hypothesis)"을 발표했습니다. 극저온 화산 분출 현상을 보면 타이탄 지하에도 액체 상태의 물과 암모니아가 흘러다니는 것이 상당히 분명한데, 어쩌면 매우 추운 타이탄 지표면이 아니라 타이탄의 해저 바다에서 생명 현상이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미지 출처

타이탄 적외선 사진: NASA/JPL-Caltech/University of Nantes/University of Arizona

드래곤플라이 착륙 일러스트, 저온화산 사진: NASA/JPL-Cal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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