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3월은 특별한 이슈가 없는 날들인 걸까요..? 손님이 많지 않아요😅
금, 토요일에 주문이 몰려있고 평일에는 여유가 있는 편이에요. 꽃 필요하신 분들 이 시즌에 연락주시면 얼마나 더 신경써서 준비해드릴 지 짐작하실 수 있겠죠? 😆

여러분은 요즘 가장 좋아하는 게 무엇인가요?
음식, 취미 생활, 아이돌, 꽃 등 장르 가릴 것 없이 어떤 것이든 '내가 이걸 할 때 가장 즐겁다' 할만한 대상이요. 저도 이 질문을 받았을 때 너무나 막연해서 고민했거든요. 내가 뭘 해야 재밌는지 바로 떠오르지 않았어요. 그랬더니 저에게 이 질문을 하셨던 분께서 질문을 바꿔서 물어보시는 겁니다.
"지윤씨가 요즘 가장 돈을 많이 쓰는 곳이 어디에요?"
"저는 꽃이요! 요즘 꽃 배우는 데 돈을 많이 씁니다."
"그럼 지윤씨는 꽃을 배울 때 즐거운 거네!"
듣고보니 돈을 쓴다는 건 내 시간과 가치를 투자한다는 건데, 그만큼 애정이 있으니 몰입한다는 뜻이겠죠? 질문을 살짝 바꿨을 뿐인데 답이 명확해져서 신기했던 기억이 나요.
다시 한번, 여러분이 요즘 많이, 자주 소비 하는 대상은 무엇인가요?
💸
오늘은 그런 의미에서 돈을 많이 쓰며 꽃을 배우던 날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본격 창업썰 푸는 레터, 시작해 볼게요.
뚝딱 창업을 한 게 아니라 직장인에서 탈피하듯 진화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일대기처럼 꽤 깁니다. 최대한 간략하게 되돌아볼게요.
🫠
심심한 직장인
제가 다녔던 매거진을 만드는 회사는 괴롭히는 빌런도 없고, 업무량이 많지 않아 스트레스도 크지 않은 아주 평화롭고 안정적인 곳이었어요.
하지만 온실 속 화초 같은 생활이 저에게는 문제로 다가왔습니다. 내 역량은 10인데 회사에서는 4만 써도 일을 할 수 있었고, 남아도는 6을 회사 책상에 앉아 매일 낭비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이때가 30대 초반이었는데 이 정도의 재미와 안정감을 위해 앞으로 몇 년이나 버틸 수 더 있을까 매일 고민했답니다. 회사에서 보내는 내 인생이 아깝다고 생각이 들 무렵부터 회사를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이직도 고민했지만 지금의 회사보다 더 나은 곳은 없을 거라고 장담할 정도로 좋은 곳이었어서 '나에게 회사는 여기가 마지막이다!' 라고 직감했어요.
🌸
원데이 클래스에서 꽃을 배운 날
퇴사를 고민하기 전에도 저는 주말마다 이것저것 배우러 다녔어요. 친구와 도자기 만드는 수업에 가보고, 당근 케이크나 마카롱 만드는 디저트 클래스도 가봤어요.
그러다 혼자 플라워클래스에 갔던 날. 노랑색 바구니를 만들었는데 텅 비어 있는 바구니를 어떻게 채워야 하나 막막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정말 친절하셨던 꽃집 사장님이 하나하나 위치를 가르쳐주기보단 스스로 해보라며 코칭만 해주셨는데 하다보니 점점 집중하고 있는 나를 발견✨
텅 비어 있는 바구니에 꽃을 하나 하나 꽂아 완성해가는 그 과정이,
텅 비어 있는 하얀 워드 화면을 단어와 문장을 채워가는,
제가 오래 해온 글쓰기와 비슷하게 느껴졌어요.
글이든 꽃이든 무에서 유를 오롯이 내 손으로 창조해내는 과정을 내가 좋아하구나 생각했어요. 선생님이 너무 잘한다고 칭찬도 많이 해주셨고, 지금까지 해본 원데이클래스 중에 제일 재밌었어요.
꽃이 재밌구나를 처음 경험했던 날.
🍀
공짜로 꽃을 배우게 된 럭키컬
지금 생각해보면 자연스럽게 내 인생이 꽃으로 이끌리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원데이클래스를 재밌게 다녀오고 꽃에 관심이 생겼는데 그러다 어느 꽃 학원에서 블로그 체험단을 모집한다는 글을 보고 지원했는데 당첨됐어요. 이때 저는 블로그를 한창 열심히 하고 있던 시절이었거든요.
학원에 갔는데 다들 거대한 카메라를 가져왔더라고요. 저는 배터리가 꺼지기 일보 직전인!! 아이폰 밖에 없었고요🥲 기죽지 않고 수업도 열심히 듣고, 집에 와서 블로그 포스팅도 열심히 했죠.
체험단 중에 1명을 뽑아서 학원 수업을 지원해주기로 했는데, 거기에 또 제가 당첨된겁니다...? 😆
그래서 학원에서 초급반 수업을 듣게 되었어요. 블로그 포스팅을 대가로요.



회사를 다니면서 3년 넘게 매주 토요일 또는 일요일 아침 10시부터 저녁 6시 정도까지 거의 하루 종일 꽃 수업을 들었어요.
공교롭게도 모든 수업을 한 선생님에게 배우게 됐는데, 지금도 연락을 이어오고 있는 저의 유일무이한 꽃 선생님이에요. 선생님 수업 방식이나 스타일이 저와 너무 잘 맞았던 건 아직도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단정하지만 뻔하지 않은 느낌을 추구하는 제 스타일에 많은 영향을 주셨다고 생각해요.
😎
플라워 클래스 끝판왕, 창업반
초급-중급-고급 코스, 꽃다발 집중 코스까지 듣고 나니 꽃 학원에서 들을 수 있는 마지막 수업은 바로 창업반 수업이었답니다. 장장 6개월간 꽃집에서 팔릴 만한 상품을 한번씩 다루는 과정으로 수강료도 제일 비싸서 당시 적금까지 깨서 등록 했어요. 마침 창업반을 맡아줄 선생님도 제가 쭉 배워온 스승님이라 고민할 여지가 없었답니다.
사실 수업을 시작하면서도 창업을 크게 고민하지 않았는데, 점점 회사에서는 심심한 직장인이 되어가고 3년 넘게 배우고 있는 꽃이 이렇게 재밌을 수 있나 생각하면서 진지하게 꽃을 업으로 삼아야겠다고 마음을 잡아가던 시기였어요.
✌️
자꾸만 더 더 잘하고 싶은 게 생겼다
저는 못하는 건 안하고 싶어요. 엄청난 몸치여서 공으로 하는 운동이나 춤, 등산 같은 건 한번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꽃은 내가 만족할 만큼의 수준이 안따라와서 그만두기 보다는 못하는 걸 아는데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드는 거에요. 못해도 노력해서 잘 해내고 싶은 마음, 저는 이게 무언가를 좋아하는 아주 순수한 열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꽃다발 만드는 건 정말 어렵고, 투자한 시간만큼 더 잘하게 되는 게 맞아요. 창업반 수업이 끝난 이후에도 혼자 꽃을 사들고 학원에 가서 연습을 하고, 집에서도 혼자 꽃으로 뭔가 만들고 사진을 찍으며 연습을 아주 많이 했습니다.
👆 혼자 만들고, 연습했던 나날들
짧은 시간 안에 뭔가 이뤄내려면(따라가려면) 연습이 많이 필요한 거 같아요..!! 사실 꽃집 창업이 허들이 높지 않아서 쉽게 창업하는 분들도 많은데, 저는 솔직히 업계에서 일한 경험은 짧지만 오래 배웠고, 스스로 연습과 연구를 많이 했기에 잘할 자신 있었어요!
에디터 경력을 살려 번지르르한 꽃 전용 포트폴리오도 만들었어요. 꽃은 아무래도 스타일이 확고하게 드러나는 편이기 때문에 예쁜 사진으로 내 스타일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거든요.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예쁜 포트폴리오 덕분인지 커다란 꽃집 직원으로 지원할 때마다 서류는 100% 합격이었답니다. 다들 이런 포트폴리오는 처음 본다며 감탄을!!!
🏃♂️
매거진에서 꽃집으로 갈아타기
꽃집 전용 포트폴리오를 만들면서 다니던 매거진 회사에서 퇴사했어요. 다음 할 일이 명확했고, 고민의 여지가 없었기에 아쉬움 없이 훌훌 털고 나올 수 있었고, 감사하게도 매달 일감을 주셔서 프리랜서 에디터로도 일을 할 수 있었답니다.
꽃집의 생태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데 당장 취업은 힘들겠다는 판단에 서울에만 지점을 2-3개 정도 운영하고, 호텔 웨딩 등도 하는 대형 꽃집에 지원했어요. 면접을 딱 3군데 보고, 그중 제가 제일 배우고 싶던 스타일의 꽃집에 취직하게 됩니다.
저는 경력이 전무하니 당연히 막내 포지션이었는데, 제 위로는 대표, 실장님, 팀장님, 대리님, 사원 1까지 총 5명이 있었어요. 대표님과 실장님을 제외하고는 제가 제일 나이가 많았답니다😅
커다란 꽃집에서 막내가 해야 할 일은 체력을 쓰는 일입니다. 일주일에 3번, 방처럼 생긴 커다란 꽃 냉장고에 있는 물통을 다 빼서 화병을 닦고, 줄기를 자르고, 새 물을 채우고 반복해요. 지하 냉장고에 있는 꽃까지 정리하면 청소만 2시간은 넘게 걸리는 대장정.
2023년 여름에 저는 길에서, 가게에서, 어디서든 땀을 쉴새 없이 흘리며 화병을 닦고 꽃을 나르고 뛰어다니고 있었답니다... 힘들었어요!

호텔 야외 웨딩이 있는 날은 새벽 6시 집합, 오전-오후 꽃 작업, 오후 5시 본식 시작, 9시 철수까지 하고 집에 가면 11시는 훌쩍 넘는 고된 일정이었어요.
매일 백화점 브랜드 매장으로 나가야 하는 센터피스(위 사진 참고)를 만드는 일이 메인 업무였는데 얼마나 스파르타식으로 배웠는지 꿈에서도 센터피스를 만들었어요(빨리 해야 된다고 타임워치 켜놓고 만들었답니다🤢) 가르쳐주신 실장님에게 꿈 얘기를 했더니 👏 👏 👏 박수를 치셨어요? 이제야 진정으로 일할 준비가 됐다면서요😅 허허 쉽지 않은 곳이죠?
🌪
방황과 구상
한달 정도 일하니 고된 일에 적응하긴 했지만 너무 막막했어요. 나는 지금 나이도 많은데 매일 물통만 닦고 꽃은 언제 잡아보나..? 실제로 한 달 동안 바로 선배 직원1 조차 꽃다발 만드는 걸 본 적이 없었어요. 대표, 실장, 팀장님 정도만 꽃을 만져서 꽃다발을 만드는 기술을 이곳에서 배우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막내가 맨날 중국집에서 양파만 다듬고 설거지만 하는 느낌인 거에요🔥 호텔 웨딩 작업도 힘들어도 재미는 있었는데 내가 당장 하고 싶은 게 아니었고요.
결국 두 달 반만에 꽃집을 나오기로 결심합니다.
본격적으로 나만의 꽃집을 구상했어요. 어떤 스타일, 어떤 추구미를 갖고 운영하고 싶은지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고 혼자 여행도 다니며 매일 구상하던 나날이었어요.
🌟
스텔링플라워 탄생
2024년 4월 1일 만우절날 거짓말처럼 사업자등록증을 받았습니다. 꽃집 이름은 생각보다 고민을 많이 하지 않았어요. 제가 글 쓸 때 좋아하는 단어가 '오롯이'에요. "모자람 없이 온전하다" 단어 뜻이 제 스타일과도 어울리고, 한글이라 더 마음에 들어서 '오롯 플라워' 하려고 했는데 이미 같은 이름의 꽃집이 있더라고요?
아예 새로운 이름을 생각해보자. 나는 글을 쓰는 사람, 꽃에도 마음을 담아 전달해줘야지, '스토리텔링' 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드는 걸. "스텔링"이라고 할까? 뭐 이런 큰 의미 없는, 무의식의 흐름 속에서 탄생한 이름이에요. 특별하진 않죠? 그래도 꽃에 이야기를 담아 보겠다는 포부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저는 마음에 듭니다!

주택가 골목에 작은 꽃집을 열고 가게를 꾸미고, 꽃을 사와서 손님들을 기다렸어요.
맨땅에 헤딩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아는 게 하나도 없어서 문제에 부딪칠 때마다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미션이 하루에 10개쯤 있었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안정이 됐고, 여전히 손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손님이 많은 날, 없는 날 차이가 커서 자영업의 현실에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으면서 멘탈 수련 중이긴 하지만, 꽃은 여전히 예쁘고 재밌어요. 정말요. 저는 이 일이 너무 좋아요! 생계만 꾸준히 보장된다면😆
올해는 더 다양한 일에 도전해보려고 하는 오픈 3년차 꽃집 운영자의 이야기였습니다.
💚
여러분 기나긴 창업기 잘 읽어보셨나요?!
누구든, 무슨 일이든 그렇겠지만 차근차근 한 곳을 향해 가다보면 무언가 만들어지거나 무언가 되긴 되는 거 같아요. 저는 아직 성공인지, 실패인지 알 수는 없지만요.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니? 물어보신다면 여기까지 창업썰을 착실히 보신 분들에게 2가지를 추천합니다!
1 내가 뭘 잘하는지, 흥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면 원데이 클래스, 모임 등 다양한 활동을 해보며 그 대상을 적극적으로 찾기(전제 조건: 지금 하는 일을 그만두고 싶다면)
2 나를 두근두근하게 만드는 무언가 나타났다면 주저하지 말고 뛰어들기(더 늙기 전에!)
사실 이 창업 도전기는 스텔링이 성공해야 더 빛나겠죠..?
또 무언가 되어가는 길에 여러분들이 함께해주세요.
☀️ 오늘의 콘텐츠

여러분 지금 서울 아니 한국에서 가장 핫한 전시가 열리고 있는데 알고 계시나요? 바로 영국 작가 데이미언 허스트의 전시입니다.포스터 속 사진이 실제 상어로 만든 가장 센세이션한 작품인데요. 얼리 버드로 구매해둔 전시를 제가 어제 다녀왔습니다! 따끈따끈한 소식이죠. 최근 몇년 간 가본 국내 전시 중 가장 알차고, 흥미로웠어요.
대표작들이 충격적이어서 생각할 거리도 정말 많고요. 그보다 색을 다루는 저의 입장에서는 정말 다양한 색을 볼 수 있어 즐거웠어요. 작품 속에서 컬러들을 뽑아 꽃으로 표현해보면 재밌겠다 싶은 영감도 마구 떠올랐고요. 민트색과 보라색이 생각보다 잘 어울리겠네? 싶은 인사이트까지! 저는 언젠가 레터에도 썼지만 감 좋다고 칭찬해주시는 저의 안목이나 센스는 예술 작품을 포함한 온갖 예쁜 것들을 보며 키웠다고 생각하거든요.
벌써 표 구하기가 어려운 것 같은데, 취소표를 노려보시거나 긴 줄을 서도 괜찮다면 현장 구매 하시는 분들도 꽤 있더라고요. 전시 기간 놓치지 마시고 꼭 가보시길 추천합니다.
🧸 오늘의 꽃집 순간

핑크핑크 거베라에 데님 패브릭 조합 너무나 귀엽지 않나요? 😆 요즘 꽃값이 아주 착해서 풍성한 구성이어도 저렴하게 데려가실 수 있게 구성했어요. 아! 그리고 외부 브랜드와 협업을 준비 중이에요. 다음주 레터에서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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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단 [오늘 레터는 어땠나요?]에 참여하신 분들 중 한분을 뽑아 스텔링의 내맘대로 꽃다발을 선물로 드립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려요.
스텔링플라워에서 6만원 이상 꽃 주문 시 구독자분들을 대상으로 10% 할인 혜택을 제공합니다. 주문 하실 때 할인 코드를 말씀해주세요. 이번주 할인 코드 '꽃집창업'
📍오늘 레터는 어땠나요?
질문, 개선할 점, 좋았던 부분 등 어떤 의견이든 환영합니다. 피드백은 큰 힘이 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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