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잘 지내셨나요?
짧은 2월의 마지막 주가 시작되었네요.
저는 설 연휴가 끝나자마자 졸업 시즌의 정점을 경험했답니다. 꽃 시장이 2월 19일까지 휴무, 가게 근처 대학교 졸업식은 20일이라 아주 지옥같은 스케줄이었어요.
19일 밤 11시
꽃시장 오픈런을 뛰러 갔는데요. (어둠 속에 있다가 30분이 되면 불이 팡 켜지면서 달리기 시작입니다🤣)
연휴를 보내는 동안 냉장고를 텅텅 비운 꽃집 사장님들이 우르르 몰리면서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대혼란의 현장이었어요....😫 그마저도 꽃이 많지 않아서 가격도 안물어보고 덥썩 꽃을 집어들고 계산 하려고 줄 서고, 좁은 통로를 누비면서 사람에 치이고, 꽃 포장 신문지에 치이고 땀은 뻘뻘..... 🫠
저는 보통 이른 아침에 시장을 가서 30분이면 꽃을 다 구매하는데, 이날은 꽃을 다 사고 정신차리니 1시였어요. 무려 2시간을 시장에서 보낸 셈......(나중에 스레드 보니 14년차 꽃집 선배님도 이정도 시장은 처음이었다고🤣)
새벽 1시 30분
가게로 돌아와 전쟁의 전리품처럼 사온 소중한 꽃을 정리하고,
가장 빠른 픽업인 9시 주문건을 만드니 시간은 아침 7시??????
아침 8시
집에 가서 씻고 옷 갈아입고 가게에 돌아와서 정리를 하고 9시부터 예약 건 픽업이 시작되었어요.
손님이 꽃 가져 가시고, 새로 만들고 반복반복.
이렇게 잠 한숨 못자고 밤을 꼬박 샌 건 대학교 때 이후 처음인 거 같은데 생각보다 괜찮았나 싶었지만 홍삼, 오쏘몰 같은 비타민 부스터 등을 때려넣은 일시적인 현상이었어요. 오후엔 꾸벅꾸벅 졸면서 로드로 찾아오신 손님들에게 미니 꽃다발도 잔뜩 만들어 드리다가 5시에 이른 퇴근!
졸업식 날이었던 20일은 정말 포근해서 '진짜 봄인가봐!' 생각이 들었는데, 제 꽃을 들었던 분들 모두 즐거운 졸업식의 추억을 잔뜩 남기셨겠죠?
모두 졸업 이후의 나날들도 행복하시길 응원합니다!
설 연휴 덕분에 한 주 쉬었지만 졸업 시즌의 여파로 레터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습니다요!(파워 당당😆)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하드털이를 해볼까 합니다.
제 핸드폰 앨범의 98%가 꽃인데, 그 중에 엄격한 기준을 거쳐 명예의 전당과도 같은 인스타에 올라갔던 사진들을 보여드릴게요. 부케, 화병꽂이, 바구니 등 그동안 해왔던 작업 중 마음에 들었던 것들을 종류별로 골라봤어요.
오늘은 마치 블로그처럼 이번 레터를 수습해보겠습니다!

여름날의 슈즈 플라워 세팅
프로포즈 용도로 주문해주신 슈즈 세팅. 신발이 왕 큰 사이즈였는데 맞는 상자 찾느라 고생했지만 너무 예쁘죠! 여름날의 싱그러움이 가득가득!! 프로포즈도 잘 하셨겠죠?!
신발 외에도 다양한 선물을 가져다주시면 알맞는 상자에 원하시는 컨셉의 꽃으로 꾸며 드리는 상품이에요.


업로드 당시 문의 폭발했던 핑크 부케 !
저처럼 핑크를 좋아하는 신부님이 맡겨주신 촬영용 핑크 부케에요. 꽃 아래 늘어진 줄맨드라미는 한줄한줄 핑크색 스프레이 뿌려서 꽃이랑 비슷한 색감으로 맞추느라 공을 많이 들였는데 '바비 인형'처럼 귀엽고 독특하고 사랑스러워운 분위기에요. 핑덕으로서 저도 너무 마음에 들었고, 문의도 진짜 많았던 부케.

도트무늬를 좋아하는 친구에게
패션 졸업전시를 가는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다며 도트무늬 포장지를 요청해주셨어요. 꽃시장, 문구사 어딜 가도 도트 무늬 포장지가 없어서 인터넷을 뒤지고 뒤져서 구매해 힙한 구성으로 준비해드렸습니다. 안스리움 처럼 화형이 독특한 꽃은 가격이 비싸서 예산이 넉넉한 꽃다발부터 들어갈 수 있다는 깨알 팁.

블루 블루 블루
아이 졸업식, 연주회 등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찾아주시는 고객님의 주문. 파란색 꽃에 은빛 포장지 조합이에요. 파란 꽃은 염료에 꽃을 담가 염색 했는데 꽃다발 만들면서 손까지 파랗게 물들어서 좀비손처럼 되었다는 후기😱 손님에게도 화병에 옮길 때 파란물 조심하시라고 신신당부해드리기💙 왼쪽 오동통한 줄맨드라미가 포인트!

극강의 향기를 원한다면, 몽생미셸
아마 제가 만든 꽃을 가장 많이 받은 분은 이 꽃다발의 주인공이지 않을까 싶어요. 친구 분, 회사 동료분들이 모두 저에게 주문해주셔서 같은 분에게 꽃을 여러 번 만들어서 보내드렸거든요.
어쩜 이름도 몽생미셸인지. 이 꽃은 장미 중에서도 가장 비싼 프리미엄 라인에 속해요. 예를 들어 다른 장미가 1만원이면 몽생미셸은 4만원, 6만원 그냥 부르는 게 값이에요. 한겨울이라 꽃 출하량이 줄어서 꽃값이 정말 비싼 시기에 주문해주셨어요. 몽생미셸로만 가장 크게 해달라구요.
몽생미셸은 딸기우유 색감에 얇은 잎이 샤라락 피어버리는 연약한 친구인데 몽실몽실 귀여운 화형에 향기가 진짜 엄청나요. 그냥 보통의 장미 향보다 산뜻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입니다.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장미가 없어요. 유일무이해서 더 귀한 존재. 예약 없이 구하기도 어렵고요.
빈티지한 포장으로 요청해주셔서 크라프트지에 제가 아껴오던 일본에서 본 모네 전시 팜플렛까지 얹었더니 너무 아름다워요. 특별한 꽃을 찾으신다면 몽생미셸이 답입니다!


이상한 나라의 딸기 타르트
가게 오픈 선물로 친구가 들고온 딸기 타르트를 예쁘게 꾸며 사진 찍어봤어요. 잡지 에디터 출신 경력자란 바로 이런 것입니다😆 메인 아이템과 어울릴 소재를 찾고, 구도에 맞춰 촬영까지 찰칵. 왼쪽 베리가 더 안으로 들어오고, 오른쪽 하단 체리가 프레임 밖으로 나가는 등 미세하게 위치를 조정하며 한 프레임 안에 가장 예쁜 구도의 아이템이 들어오게 만드는 것.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먹을 법한 타르트처럼 연출해보기.

취향 확실한 레드 부케
오픈 초기부터 회사 점심시간에 오셔서 식물 많이 사가셨던 단골 손님이 계셨는데 한동안 안오셔서 어디 가셨나 하던 찰나에 연락이 왔어요! 퇴사해서 그동안 못 갔다구. 그리고 웨딩촬영 부케를 주문해주셨습니다.
모델처럼 엄청 키가 큰 분이셔서 레드 색감에 길게 맨드라미와 그라스, 리본까지 늘어뜨린 디자인의 부케가 정말 잘 어울렸을 거 같아요. 부케 주문은 보통 카톡으로만 연락해서 직접 손님을 만날 기회가 없는데 제가 아는 분이라 어울리는 느낌을 추천해드리고, 만들 수 있어서 재미났던 기억.

손님 끌어모으기 일등 공신
이 꽃다발 보시고 주문 정~말 많았습니다. 거의 1년이 넘은 디자인인데도 꾸준히요. 몽실몽실 버터 색감 거베라와 우아한 연핑크색 라넌큘러스가 잘 어울리죠. 화사하구요!
졸업식 꽃다발로는 핑크보다 화사한 옐로우&오렌지 조합이 인기가 많았어요.

10년 사귀면 받을 수 있는 바구니랄까
여자친구와 10주년이어서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다고 남자친구 분이 주문해주신 바구니. 이렇게 커다란 바구니는 처음이라 저도 기대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신나게 만들었어요. 선물 잘했다구 인증 사진도 보내주셨답니다.
보통 제일 많이 나가는 바구니는 손잡이가 있어서 크기 제한이 있는데, 사진처럼 손잡이 없는 바구니는 높이 제한이 없어서 마음만 먹으면 크게, 더 크게도 가능해요. 공간 장식이나 행사, 이벤트 등에 적절합니다!

3가지 맛 수국 케이크
블루-핑크-화이트, 세 가지 컬러의 수국을 모아 케이크처럼 세팅해 귀여운 꼬불이 초도 꽂아 본 세팅컷. 다양한 컬러의 수국이 참 예쁜 여름날에 잘 어울릴 거 같은 귀여운 플라워 케이크.

요정이 사는 연못
그냥 색감이 다해버린 대형 화병 꽂이. 어느 회장님이 이사하셔서 회사에서 집들이 선물로 보내는 선물이었는데 여름날의 자유분방한 느낌이 가득하네요. 맨 마지막에 블루+연보라가 섞인 델피늄을 넣었을 때 '아 완성이다!' 직감했어요. 저는 깊이감 있고 선명한 겨울 꽃 보다 여름 꽃의 가볍고 쨍한 색감이 더 좋아요!
화병꽂이는 이렇게 세팅된 채로 가져가실 수 있어요. 꽃다발을 풀어서 화병에 넣는 거랑, 처음부터 화병에 세팅해서 드리는 건 엄연히 디자인이 다르거든요. 집들이 선물로 화병꽂이를 많이 주문해주시는 거 같아요! 색다른 집들이 선물을 고민하고 계시다면 추천합니다.

작약 파티(손님 도와주세요!)
아 ! 이 꽃다발도 위에 몽생미셸 꽃다발 받은 분에게 보내드린 꽃이었네요. 친구분이 작약을 좋아한다며 아주 넉넉한 예산까지 얹어주셔서 작약이 무려 20대 넘게 잔뜩 들어간 대형 다발이에요. 그냥 화이트로만 포장했으면 스텔링만의 무드가 안살았을 거 같은데, 민트색 속지를 넣은게 키포인트인 거 동의하시나요?
그리고 사라 작약은 몽생미셸처럼 향기가 어마어마합니다. 달콤해서 코를 푹 파묻고 싶은 향이에요.
이 꽃다발 전체 사진 너무 찍고 싶은데 혼자 도저히 들고, 찍을 수가 없어서 마침 오신 손님에게 한번만 들어달라구 부탁하고 제가 사진 찍었어요! 손님에게는 꽃을 더 넣어드리는 걸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구요😆
그나저나 요즘 이 분의 지인들은 어디 가신 걸까요? 다른 대체할 꽃집을 찾으신 걸까요?🥲
이렇게나 자주 꽃 주문해주셨는데... 오디 가셨을까요? 돌아오쎼요!


꽃을 좋아하시는 부모님에게
어버이날 제일 많이 만드는 건 바구니지만, 오픈 첫 해 어버이날 예쁜 꽃다발을 만들었어요.
부모님이 꽃을 너무 좋아하셔서 특이한 꽃 많이 넣어달라고 요청해주신 주문. 새로운 꽃 잔뜩 넣어서 만든 연보라+옐로 꽃다발이에요. 로맨틱한 느낌이라 너무 예쁘죠? 이 사진도 픽업 오신 손님에게 들어달라구 부탁하고 사진 찍기 ! 흔쾌히 도와주시는 손님들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책과 함께 꽃
한가했던 어느 여름 날. 읽던 책이랑 푸른 델피늄+블랙티 잎이 책 표지랑 닮았길래 뚝딱뚝딱 만들어서 사진찍기. 다양한 상품 상세 컷에 생화가 들어가면 분위기 자체가 달라진다구요🙂
포장지로 다시 태어난 모네 팜플렛
처음으로 도쿄에 여행을 갔을 때 오롯이 미술관 투어만 해야 겠다는 마음으로 일정을 짰어요. 하루에 미술관 2-3개를 돌았는데, 일본 미술관은 전시마다 팜플렛이 있더라고요. 예전에 국내 영화관에 가면 영화 포스터 팜플렛이 있던 것처럼요!(저 어릴 때부터 영화 팜플렛 엄청 열심히 모았었는데 고등학교 때쯤 되니까 점점 사라져서 아쉬웠었다는 이야기..)
일본에서 전시 보고 가져왔던 팜플렛이 여럿 있는데 거베라 한송이 포장으로 활용하니 이렇게 멋스러울 수가 없네요..💚 모네는 어디서든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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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처럼 사진 + 글로 하드털이 해봤는데 어때요?
그동안 사진이 예쁘다는 후기가 많아서 요런 방식도 가끔 어떨까 싶은데, 반응이 좋다면 언젠가 하드털이 2탄도 가져와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주 예고] 3월 3일 보내드릴 레터에서는 봄을 맞이하는 기분으로 키우기 좋은 '식물'들을 보여드릴게요. 돌아오는 주말에 겨우내 비워왔던 식물 컬렉션을 채우러 식물 농장에 갈거거든요! 식물 키워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들 예정인 다음주 레터도 꼭 확인해주세요.
☀️ 오늘의 콘텐츠

박찬욱 감독 좋아하시나요? 저는 좋아합니다. <어쩔 수가 없다>가 호불호가 갈리던데, 저는 흥미롭게 봤어요. 내용도 내용이지만 감독 특유의 미감이 살아있는 영화라 눈과 귀가 즐거운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2013년에 나온 <스토커>는 박찬욱 감독의 첫 헐리우드 영화에요. 최근에 넷플릭스에 올라왔기에 소개해봅니다.
엄마(니콜키드 먼)와 둘이 살고 있던 여자 주인공(미아 바시코브스카) 앞에 존재도 몰랐던 삼촌(매튜 구드)가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요. 흥미로운 내용 외에도 어두운 영화 분위기 속에서 돋보이는 색감, 독특한 교차 편집 방식과 화면 구성 등 스타일이 정말 멋진 영화에요. '와 이걸 이렇게 푼다고?' 저에게는 미감에 감탄하며 본 첫번째 영화이지 않을까 싶어요. 예쁜 걸 좋아하신다면 보시길 추천합니다!
🧸 오늘의 꽃집 순간
물물교환의 현장 👆
어그로 끌었던 인스타 스토리 👉

지난 레터 후기 당첨자 분이 오셔서 꽃다발을 전해드렸어요!
근데 글쎄 당첨자 분이 두쫀쿠를 선물로 주신 거에요. 저 딱 1번 먹어봤는데 이 귀한 걸.. 감사합니다.
후기로 드린 제맘대로 꽃다발에는, 비싸서 다른 꽃다발에 선뜻 못 넣었던 파란색 왕델피늄에 색감 예쁜 스위트피와 딱 하나 남은 튤립까지 넣어 화이트로 포장해드렸어요. 저 그린색 속지 없었으면 허전했을 뻔💚
색감이 너무 예뻤던 꽃다발. 소중한 의견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레터 너무 좋다고, 잘됐으면 좋겠다고 응원해주셔서 다녀가신 뒤로 레터 열심히 준비했어요😁 레터를 통해 더 많은 분들을 만나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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