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많은 분들이 아마존의 플라이휠은 들어보셨을 것 같아요. 플라이휠은 단순 명료한 아마존의 지속가능한 성장 공식을 보여주는 도식이에요.
하지만 이는 아마존의 성장 전략의 절반만 보여줍니다. 이는 고객을 연결하는 일종의 네트워크 효과로 설명되는 부분이에요.
더 많은 판매자가 더 많은 선택지를, 더 많은 선택지는 더 많은 고객을, 더 많은 고객은 다시 더 많은 판매자를 유입시켜 지속적인 성장루프를 만들어낸다는 것이죠.
나머지 절반은 아마존이 전통적인 전략의 관점을 깨버린 데에 있어요. 이는 플라이휠의 보이지 않는 영역(고객 경험을 향상시키는 등)에 대한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아마존의 성장전략이 왜 파괴적 혁신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지에 대해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산업 간으로 확대된 면도기와 면도날 전략
혹시 커머스 영역에서 “면도기와 면도날” 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면도날을 통해 수익을 발생시키기 위해 면도기를 싸게 판매하는 것을 의미해요. 고객을 1차 제품으로 유입시키고, 2차 소모품을 통해 지속적인 매출을 확보하는 것이죠.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델은 다음과 같은 것이 있어요.
- 면도기와 면도날
- 프린터와 잉크 카트리지
- 포토 프린터와 인화지
- 커피 머신과 캡슐 원두
아마존은 이를 조금(?) 변형해 적용했어요. 하지만 이 ‘조금'이 기존 전략에 파괴적인 혁신을 가져왔습니다.
기존 전략은 모두 하나의 산업 내에서 작동해왔어요. 즉,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갖고 있는 문제도 동일하고, 제품이나 서비스에 필요한 조직의 역량도 하나의 산업 혹은 사업의 테두리에 있었죠. 즉, 기존의 전략이 가정하고 있는 것은 한 고객에게 하나의 제품을 판매한다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아마존은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산업을 결합했어요. 이는 단순히 발상의 전환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특히 디지털 영역에서 서로 다른 고객 세그먼트를 갖고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연결해 한 명의 고객에게 한 번에 여러 개의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이에요.
예를 들어, 전자책(e-book)의 판매를 위해 킨들(kindle)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이에요. 킨들이 면도기가 되고, 전자책이 면도날이 되는 것이죠. (지금으로 치면 아마존 에코를 생각해 볼 수 있겠네요!)
당시(토막상식: 킨들은 아이패드보다도 먼저 등장했음)에는 이조차도 황당한 접근이었어요.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은 당시만 하더라도 하드웨어를 만드는 쪽에서 해야 하는 비즈니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물론 요즘은 디지털 콘텐츠와 디지털 콘텐츠를 즐기는 하드웨어가 거의 동일한 영역으로 인식되기는 하지만요. (물론 여전히 이 두 가지 비즈니스에 필요한 역량은 분리되어 있지만)
또 다른 예시로,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이라는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접근이 있어요.
초기 아마존 프라임은 더 빠른 무료 배송을 혜택으로 고객을 확보했어요. 쿠팡이 쿠팡와우 멤버십으로 고객을 모았던 것은 이런 전략을 모방한 것이죠. 그다음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에 음악, 비디오 스트리밍 등 다양한 서비스를 포함시켜 추가적인 혜택으로 제공했어요.
이 또한 지금은 흔하게 볼 수 있는 방법이어서 감흥이 없을 수 있겠습니다만, 넷플릭스가 게임 서비스를 구독 모델의 추가 혜택으로 제공하겠다고 한 것에 대한 인식에서 볼 수 있듯 여전히 도전적인 방법이기는 합니다.
기존 플레이어들이 아마존의 이러한 행보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존이 음악과 영화, 드라마를 제공하는 목적과 경쟁사들이 각 서비스를 제공하는 목적이 완전히 다르다는 부분에 집중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마존의 목적은 아마존 프라임 고객을 유치하고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요. 그리고 그 고객들은 아마존에서 물건을 구매하죠. 이를 시작으로 아마존의 플라이휠이 작동하고 아마존은 자기강화루프를 통해 계속해서 성장하죠. 실제로 아마존 프라임 고객은 그렇지 않은 고객보다 3~4배 더 많이 구매하고 가격에 덜 민감하며, 제프 베조스는 아마존에서 제작한 TV쇼가 상을 수상할 때마다 신발을 더 많이 판매한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고 해요.
하지만 기존 플레이어들은 해당 비즈니스에서 수익을 확보해야 해요. 그것이 단건 판매가 되었든 구독모델이 되었든 말이에요. 앞서 면도기와 면도날 전략을 소개하며, 면도기를 일종의 덤으로 제공하고, 면도날이 핵심 수입원이라는 이야기를 드렸었는데요. 기존 플레이어들은 아마존이 자신들의 핵심 비즈니스를 어느 순간 면도기(덤)로 만드는 순간 경쟁이 매우 어려워지게 되죠.
또 유사한 예시로 아마존에서 마켓플레이스에 있는 사업자들에게 대출을 제공한 것을 들 수 있어요.
지금은 관심이 많이 시들해졌지만, 애플이 왜 애플카드와 애플페이를 활용해 금융시장에 진입하려고 하는 것인지로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에요. 아마존은 대출로 (많은) 돈을 벌 필요가 없기에 은행과 비교해 더 낮은 가격에 대출을 제공했다고 해요. 이는 계속해서 판매자가 아마존을 통해 거래하도록 하고, 아마존은 여기에서 돈을 벌 생각인 것이죠.
은행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핵심 비즈니스인 대출이 또 한순간에 면도기가 되어버린 것이죠.
이 어려운 것을 아마존이 해냅니다.
이런 전략은 모방하기 매우 어려운 전략으로 평가되고 있어요. 조금 더 과격하게 이야기한다면 기존 전략의 프레임으로는 틀린 전략이라고까지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기도 합니다. 기존의 전략은 집중에 관한 것인데 아마존의 집중력은 너무 부족해 보이거든요.
아무리 다각화가 기업의 전략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과격한(AWS를 시작했을 때를 생각해 보면...) 방식은 성공하기 어려워요. 다른 산업으로의 진출은 필요한 역량과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아마존의 전략은 ☝🏻 차별화 고민은 여기부터, 4단계로 나눠보는 경쟁우위에서 이야기한 경쟁우위의 가장 높은 수준인 크리티컬 코어가 될 수 있었어요. 기존에 하드웨어를 만들어 본 적 없던 아마존이 킨들이라는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 영화나 TV 시리즈를 제작해 본 적이 없던 아마존이 영화를 만드는 것, 웹서비스(AWS)라는 B2B 비즈니스를 B2C 기업이었던 아마존이 하겠다고 하는 것들 모두 얼핏 보기엔 비합리적인 선택이기 때문이에요. 따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고요.
이러한 격차를 좁히기 위해 아마존이 선택한 방법은 가치와 조직문화를 더 강력하게 유지하는 것이었어요. 아마존이 가진 가장 강력한 핵심역량이기도 하죠.
아마존이 변태적일 정도로 고객 중심적이고 실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이라는 점은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것 같아요. 경쟁사나 제약과 관계없이 고객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제공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정의하고 투자하고 실험한 결과인 것이죠.
우리는 여기에서 리더십과 비즈니스 모델의 관점에서 아마존 전략 성공의 핵심 요인을 살펴볼 수 있어요.
- 장기적인 관점 : 제프 베조스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는 리더로 유명해요. 하지만 상장사인 아마존이 이러한 관점을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을 거예요. 많은 전문가들은 제프 베조스는 신념과 확신이 명확했고, 이해관계자(월스트리트 등)가 지지할 수 있는 비전을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었다고 해요. (물론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의 비전이 옳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들이 지지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부분도 있었겠지만요.)
- 제품과 서비스의 통합 : 앞서 제품 간 연결을 통해 산업의 경계를 허물고, 산업 간 면도기와 면도날 전략을 성공시켰다고 이야기했었는데요. 이렇듯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가 비즈니스 모델의 관점에서 원활하게 통합시킨 것도 중요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즉, 아마존의 고객중심의 가치와 실험 장려문화는 단순히 고객과 실험 자체를 지향하는 것을 넘어 결국에는 비즈니스 모델에서의 통합으로 이어지는 것을 가정하고 있다는 것이죠.
아마존은 이미 범접할 수 없는 거대 기업이 되어버렸지만, 오늘 콘텐츠에서는 규모가 어떻든 우리가 몸담고 있는 비즈니스에서 필요한 중요한 관점을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저에게 오늘 콘텐츠는 아마존의 전략 그 자체보다는, 그 전략을 가능하게 했던 힘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많은 스타트업에서 빠른 실험과 검증을 강조하지만, 그 과정에서 장기적인 관점을 소홀히 하는 모습을 많이 봤던 것 같습니다. 물론 장기적인 관점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고 눈앞의 실패가 미래의 꿈보다 크게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지만요. 또한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것인가도 계속해서 고민해야 하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따로 고민할 문제가 아니라요.
(사실 저 스스로에게 하는 말.... 인 것 같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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