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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아마도) 유일한 방법

문화는 전략의 가장 큰 동료가 될 수도, 적이 될 수도 있어요.

2024.07.28 | 조회 4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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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역할의 전략

성공적인 비즈니스, 그리고 삶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위한 전략적 사고

‘조직문화’라고 한다면 어떤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말랑말랑하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면서도, 우리 조직의 특정 문제나 상황을 설명할 때 이보다 적합한 표현을 찾기 어려우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만큼 조직문화라는 용어는 조직의 내부 환경적인 측면에서의 다양한 요소와 관계를 맺고 있어요. 

 

여러 가지 관점에서 조직문화에 대해 이야기해 볼 수 있겠지만, 오늘은 조직의 상위 의사결정이라고 할 수 있는 전략이 조직 전체의 행동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조직문화의 역할과 어떻게 조직문화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조직문화가 도대체 뭘까?

조직문화도 전략처럼 다양한 용도와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것 같아요. 그 명확한 뜻에 대해서는 쉽게 정의하기 어렵고요. 

수많은 정의가 있겠지만, 오늘은 조직문화의 역할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전해드릴까 싶어요. 

 

조직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활동들은 조직의 미션이나 비전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부분일 것 같아요. 이는 조직문화도 마찬가지일 텐데요. 

 

조직문화의 역할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전에 조직문화를 간단하게 정의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조직문화는 “구성원들이 일하는 방식"이라는 표현이 직관적인 이해를 위해 많이 활용되곤 하는데요.  조금 더 엄밀하게 표현하기 위해 몇 가지 미사여구(?)를 첨언해 본다면, “구성원들이 일하는 과정에서 상황과 의사결정을 해석하는 데 필요한 가이드를 제공하는 정신적인 규범"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렇듯, 조직문화는 근본적으로 무형적이고 관념적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고, 그렇기에 우리가 조직문화에 대해서 논의할 때 늘 어려움을 겪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면 ‘정신적인 규범'이라고 할 수 있는 조직문화는 조직 내에서, 조직이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요? 

 

위의 정의를 생각해 보면, 조직문화라는 것은 결국 행동으로 이어졌을 때 비로소 우리가 관찰할 수 있고, 진단할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으실 거예요.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질문을 마주했을 때, 구성원들이 얼마나 유사한 답변(행동)을 내놓는가에 따라 조직문화의 강도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죠. 

  • 마케팅 조직과 세일즈 조직이 협업하는 과정에서 충돌했을 때 어떻게 갈등을 해결할 것인가? 
  • 조직의 목표가 “시장점유율 확대"라면 우리 조직은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행동할 것인가? 
  • 업무를 수행하다가 예상치 못한 결과(혹은 실수)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 내가 업무를 수행할 때 누구를 가장 신경 써야 하는가? 

 

위의 예시 중 하나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은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우리 조직의 핵심가치나 선언문에서 고객 중심을 강조(명시적인 규범)하고 있다.  
  • 세일즈 조직 내에서 “마케팅 조직은 현실을 모르고 늘 허황된 것을 팔라는 요구를 하니 일단 반박해서 현실을 알려줘야 한다.”라는 합의(관념적 규범)가 있다.
  • 반대로 마케팅 조직 내에서는 “세일즈 조직은 늘 본인들 실적이 우선이고, 우리를 무시하며 팔기 쉬운 것에만 집중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그들의 요구를 쉽게 수용해서는 안된다.”라는 합의(관념적 규범)가 있다.

 

명시적인 규범에 따르면 두 조직 간의 이해관계로 인해 갈등이 발생했다면 고객가치를 기준으로 최선의 해결책을 선택해야 하겠지만, 현실에서는 명시적인 규범과 관념적인 규범, 그리고 마케팅 조직의 관념적인 규범과 세일즈 조직의 관념적 규범이 충돌하면서 일종의 권력 싸움(혹은 정치질이라고 불리는 그런 것)으로 이어질 거예요. 

 

위의 내용을 정리해서 ‘조직문화가 도대체 뭘까?’에 대한 답을 하자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조직문화란 구성원들이 일하는 과정에서 상황과 의사결정을 해석하는 데 필요한 가이드를 제공하는 정신적인 규범을 의미한다. 
  • 즉, 조직문화는 구성원들이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행동을 결정하는 관념이다. 

 

조직문화의 개선이 요원한 이유 

위에서 이야기한 예시는 극단적이긴 하지만, 유사한 형태의 사례는 무수히 많이 수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작게는 팀 내에서도 그렇고, 크게는 조직 차원에서도 그렇고요. 

 

이러한 문제가 계속 반복되고 있음에도 개선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많은 경우 제가 위에서 ‘명시적인 관념’이라고 이야기한 것을 담고 있는 문서를 수정하거나, 베스트 케이스를 발굴해서 교육하는 것으로 만족하기 때문일 것 같아요. (이런 활동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서 끝나는 것이 문제일 것 같아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명시적인 규범은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아요. 명시적인 규범을 하위 조직이나 개인이 왜 그런 관념적 규범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러한 관념적 규범이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었는지를 진단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죠. 

즉, 문제해결의 관점에서 문제의 원인을 잘못 파악하고 솔루션을 도출한 셈이죠. 

 

그러면 이제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조금 명료해졌을 것 같아요. 

  • 먼저 구성원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해요. 관념을 진단하는 것은 쉽지만(서베이와 같은 도구를 활용할 수 있겠죠.), 진단 결과를 신뢰하기에는 어려워요. 거짓말을 할 수도 있을뿐더러 각자의 행동에는 각자의 합당한 맥락이 존재하기 때문이에요. 
  • 그다음으로는 구성원들이 그렇게 행동하고 있는 원인을 파악해야 해요.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조직구조와 의사결정 프로세스, 목표와 자원이 분배되고 있는 방법 등 구조적인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지금까지의 과정을 통해 구성원들의 행동에 고착화된 패턴이 있을 수 있어요. 
  • 원인을 파악했다면 마지막으로, 적절한 개입(어쩌면 굉장히 마이크로한)이 필요해요. 마치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누가 신고 좀 해주세요!’가 아니라 ‘거기 파란 옷 입고 계신 남자분, 119에 신고 좀 해주세요!’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게, 상황과 행동, 대상을 명확하게 정의하는 수준까지 내려가야 할 수 있어요.

 

이를 통한 변화는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당연한 부분일 것 같아요. 어떤 해결책(때로는 극단적인 구조조정과 같은)이 옳은 것일지는 상황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만, 본질적으로는 위와 같은 활동이 수행되어야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방법 

결국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정리하면,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방법은 구성원 개개인의 행동(일하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이고, 구성원들이 함께, 그리고 스스로 노력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방법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 위해, 구성원들의 행동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구성원의 행동이 만들어지는 구조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눠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구조적인 부분 : 조직구조, 예산체계, 성과체계, 의사결정 프로세스 등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설계된 것들이 포함돼요. 
  • 커뮤니케이션적인 부분 : 우리(우리를 지식근로자라고 가정한다면)의 업무는 대부분 커뮤니케이션을 기반으로 진행된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커뮤니케이션이 의사결정과 액션(활동)으로 이어지고요. 
  • 관념적인 부분 : 이 부분이 우리가 ‘문화’라고 느끼는 부분이에요. 느낄 수는 있지만 계획적이거나 문서를 통해 설계되는 것이 아닌 경험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구체화(고착화)되는 부분이에요. 

 

즉, 이런 구분으로 바라본다면 문화라는 것(관념적인 부분)은 직접적으로 바꾸는 것은 어려우며, 구성원의 행동을 변화시킴으로써 간접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대상으로 보는 것이 올바른 접근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세 가지는 순차적이라기보다는 시스템으로 동작한다고 이해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에 영향을 주고, 또 다른 하나는 또 다른 하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죠. 따라서 조직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요소를 모두 고려해야 하는 것이죠. 

 

위에서 이야기한 마케팅 조직과 세일즈 조직의 갈등을 바탕으로 이야기해 보면 조금 더 명확하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 마케팅 조직과 세일즈 조직의 갈등은 커뮤니케이션적인 부분의 문제로 이해할 수 있어요.
  • 이러한 갈등은 조직구조와 의사결정의 프로세스가 기능조직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각자의 의사결정을 고수해야 한다는 시스템적인 압박으로 이어졌기 때문일 수 있어요. 
  •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직의 관점에서 시도해 볼 수 있는 것은, 마케팅과 영업을 통합한 목적조직을 구성하거나, 기존의 조직구조를 유지하며 교차기능팀(Cross-functional team)을 구성할 수 있죠. 
  • 이러한 조직구조적인 변화는 달성해야 하는 목표와 리소스의 분배, 성과체계와 같은 다른 구조적인 요소의 변화를 만들고, 그에 따라 커뮤니케이션적인 부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러한 구조적인 부분에서의 시도는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고, 조직을 운영하는 관점에서 가장 눈에 보이며 통제하기 쉬운 방법이기도 해요.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거예요. 

 

결국 문제로 지적된 커뮤니케이션적인 부분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부분의 변화와 함께 커뮤니케이션적인 부분에 대한 직접적인 개선도 함께 실행해야 해요. 

  • 구조적인 부분을 변경했다면, 본격적인 개입(어쩌면 굉장히 마이크로한)이 필요할 수 있어요. 
  • 예를 들어, (물론 맥락에 따라서 다른 의미가 될 수도 있겠지만) 회의에서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을 의도적으로 ‘이런 제한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으로 바꾸는 것이 있을 수 있어요. 
  • 우리가 흔히 아는 것처럼 자유로운 논의와 토론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회의실 책상을 원탁으로 바꾸는 것과 같은 환경적인 변화도 포함될 수 있죠. 
  • 혹은 회의를 위한 자료나 프로세스의 개선, 회의 내 역할을 정의하고 관리하는 것 등도 커뮤니케이션적인 부분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아마존의 6-pager와 같은)

 

이런 작은 개입은 구성원의 커뮤니케이션적인 부분을 조금씩 변화시킬 수 있을 거예요. 아마도 여기까지가 직접적인 개입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면 관념적인 부분은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구조적, 커뮤니케이션의 변화를 관념이라는 벽에 부딪혀 구성원의 반발을 마주할 수도 있고, 그 결과 변화는 실패로 돌아갈 수도 있어요. 이런 부분을 관리하는 것이 변화관리의 한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지만, 결국 관념적인 부분을 변화시키는 것은 구성원들이 이 과정에서 하는 긍정적인 경험이 축적되는 것을 통해 변화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여기서 긍정적인 경험이라 함은 서로 협력해서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경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함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논의하고 의사결정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통해 목표를 달성해 공헌감을 느끼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있겠죠. 
  • 또 설령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 과정을 통해 학습할 수 있고, 개선할 부분을 함께 고민하는 것도 포함일 거예요. 
  • 그 외에도 변경된 커뮤니케이션적인 부분을 실천하는 것이 구조적인 관점에서 긍정적인 결과로 다가오는 경험도 포함일 거예요. 예를 들어, 가이드에 따라 커뮤니케이션하고 행동하는 것이 불이익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익으로 이어지는 경험(긍정적인 성과평가)이 있을 수 있죠. 

 

이전과는 다른 전략이나 목표가 설정되었을 때, 특히 조직문화의 강점이 발휘되는 것 같습니다. 경영 악화를 극복하거나, 거대한 흐름에 대응해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무언가를 달성해야 하는 경우처럼요. 

 

이런 경우에 구성원들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적합한 규범을 갖고 상황이나 조직의 의사결정에 대해 유사한 해석을 할 수 있다면 조직문화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든든한 동료가 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반대로 기존의 문화와 다른 행동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기존의 문화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가장 큰 적이 되어버릴 수도 있고요. 

예를 들어, 경영진(조직)이 기술과 산업의 변화가 계속 빨라지고 있어 실험을 통한 지속적인 개선을 지향한다고 하더라도, 기존에 엄격한 내부통제와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가 바탕이 된 조직문화가 유지된다면 경영진이 희망한 변화는 이루어지지 않을 확률이 높겠죠. 

 

문화의 변화와 개선은 경영진이나 리더십 그룹의 강한 신념과 믿음이 바탕이 되어야 하지만, 그 신념과 믿음을 담은 문서나 구조만으로는 변화시킬 수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그 신념과 믿음이 어떤 행동으로 이어지며, 그 행동이 조직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보여주는 것을 통해서만 변화가 가능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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