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써니사이드클럽 운영진 세 명의 MBTI는 공통적으로 'N'입니다. 그래서인지 자꾸자꾸 생각을 하는데요. 요즘 자주 하는 생각은 '좋은 아이디어는 생각보다 많은데, 세상에 나오는 건 왜 이렇게 적을까'입니다. 구독자님도 비슷한 경험 있으신가요?
이번 호에서는 그 질문을 두 갈래로 풀어봤습니다. 하나는 광고 하나에 9개 브랜드를 넣어 화제가 된 짐빔의 '장원영 ETF' 캠페인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콘텐츠 세계에서 그래도 계속 만들어보는 태도에 관한 이야기예요. 그리고 써사클 멤버들이 최근 읽은 책 세 권도 함께 가져왔습니다.
오늘도 무언가를 생각하고, 만들고, 내보내는 하루를 보내고 계실 구독자님께 작은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럼 써사클레터 12호 시작하겠습니다!
☀️ 이번 호 미리보기
[BOOKS] 써사클 멤버 추천 책
[에세이: 마케팅] 세계최초(?) 장원영 ETF 광고가 남긴 것
[에세이: 일상] 즐겁게 많이 해보기

☀️ 스르's BOOK
직장에서 일이 잘 풀리든 잘 풀리지 않든 그 경험 자체를 기록해두고 싶을 때가 있다. 내가 가진 잠재력을 한 방향으로 정리하고 싶을 때도. 이 책은 그런 순간에 내 기록으로부터 미래의 방향성을 잡을 수 있도록 메모와 기록을 제 때 정리하는 법을 명쾌하게 알려준다. 생각은 많은데 정리가 안 될 때, 기록은 많은데 한 방향으로 엮어지지 않을 때 이 책을 읽는다면 명확한 가이드가 생길 것이다. (포트폴리오 구성법도 상세하게 다루고 있어서 이직 준비하는 사람에게도 쓸모 있을 것!)

☀️ 소피's BOOK
3월 8일 '여성의 날'을 맞아 떠올려보는,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수필집. 저자인 은유 작가는 "마흔에 다다랐을 즈음, 일상의 아수라장 속에서 불행을 느끼는 순간마다 ‘나이 든 소녀(올드걸)’와 마주했다"고 한다. 글쓰기의 주체로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40대 엄마이자 아내의 솔직한 목소리를 읽어나가며, 주변의 여러 여성들을 떠올렸다. 책은 48편의 시에서 비롯된 감상을 일상과 연결하는 방식으로 쓰였다. 일상의 지리멸렬한 순간들도 모두 시가 될 수 있음을 느낀다.

☀️ 케이's BOOK
거대 플랫폼에 대항하는 인디 소셜 미디어들이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면, 알고리즘을 거부하는 소셜 추천 플랫폼 'Perfectly Imperfect' 같은 것. 그래도 기성 플랫폼들은 관심경제를 붙들고 권력을 유지하려 할 것이다. 그럼에도 기억하고 싶은 건 이 책의 문구.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아마존을 모두 합쳐도 인터넷 전체가 되지 않으며, 원리적으로 그런 총괄적 전체는 불가능하다." 출간한 지 3년이 지났지만, 플랫폼을 생각해보기엔 여전히 좋은 책이다.



[마케팅] 세계 최초(?) 장원영 ETF 광고가 남긴 것
어느 날 갑자기 유튜브 알고리즘에 장원영 모델의 짐빔 광고가 떴습니다. 작년에 박정민 배우와 같이 '원영적 사고 vs. 정민적 사고' 컨셉 광고가 재밌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기대하며 클릭했지요. 아름다운 장원영의 영상 화보가 줄지어 나온 후, 드라마처럼 전환되며 장원영이 친구들에게 특이한 꿈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내가 버스를 타고 어딜 가고 있었어! 내가 앉아 있는데 누가 계~속 날 쳐다보는 거야" 로맨스 이야긴가 싶다가도 잘 들여다보면, 타미진스와 짐빔 하이볼 피치를 동시에 소구하는 광고입니다.

분명히 짐빔 광고인데 타미진스, 어뮤즈, 아이더, 데싱디바, 다이슨, 케라스타즈, 우리은행, 메디큐브 에이지알까지 9개의 브랜드가 한 편의 광고에 들어있었어요. 사람들은 이걸 보고 '장원영 ETF'라고 불렀습니다. 여러 우량주를 한 바구니에 담는 ETF처럼, 장원영이 모델인 브랜드들을 한 편에 몰아넣은 거죠. 온에어한 지 9일 만에 풀 버전 조회수는 700만 회가 넘고, 댓글은 1300개 이상 달렸습니다.

☀️ 이 광고는 왜 인기 있을까
'장원영 ETF' 광고가 흥미로운 건 장원영 모델 한 명을 쓴 게 아니라 그 모델의 세계관을 통째로 활용했다는 점입니다. 장원영은 요즘 가장 많은 브랜드가 원하는 탑 모델 중 하나지요. 하지만 이 광고의 킥은 장원영이 여러 브랜드의 모델이라는 사실 자체를 콘텐츠로 만들었다는 데 있습니다. 보통 광고에서는 모델이 다른 브랜드의 모델이기도 하다는 건 숨기고 싶은 사실이잖아요.
그런데 짐빔은 반대로 갔어요. "이 사람이 이렇게 많은 브랜드의 얼굴이라는 것" 자체를 유쾌하게 드러내면서, 오히려 짐빔이 그 세계의 중심에 서는 구조를 만든 거죠. 제작을 맡은 광고대행사 파괴연구소가 2023년 짐빔 하이볼 캔 한국 론칭 때부터 캠페인을 총괄해온 곳이라, 브랜드와 모델 사이의 관계를 깊이 이해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발상이었을 겁니다.

☀️ 마케터가 진짜 궁금한 것: 비용과 협업 구조
업계에 있는 실무자 입장에서는 이걸 어떻게 해냈을까가 가장 궁금합니다. (진심으로요...) 찾아보니, 짐빔이 제작비와 매체비를 부담하고, 나머지 8개 브랜드는 PPL 형식으로 참여했다고 합니다. 9개 브랜드 각각의 SNS 팔로워가 교차 노출되니, 비용은 나누고 노출 총량은 오히려 늘어나는 구조가 됐죠. 모델 한 명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면서 각 브랜드들이 힘을 합세해 윈윈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짐빔처럼 9개 브랜드를 엮는 구조는 비용 분담이 가능했기에 탄생할 수 있었고, 비용을 함께 나누는 대신 노출을 함께 키우는 기획이 이 캠페인의 또 다른 크리에이티브였던 셈이죠. 좋은 전략은 예산이라는 현실 안에서 최선의 답을 찾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 아이디어보다 어려운 것
장원영 ETF 광고가 재밌는 아이디어인 건 누구나 동의할 수 있어요. 하지만 9개 브랜드의 마케팅팀, 법무팀 등을 설득하고, 각 브랜드의 가이드라인 안에서 노출 방식을 조율하고, 하나의 영상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과정은 아이디어 자체보다 수십 배는 어려웠을 겁니다. 캠페인의 70%는 오퍼레이션에 있다는 말이 마케터들 사이에서 도는데, 일해보면 정말 공감하는 말입니다.
좋은 전략은 결국 실행이 뒷받침해주는 전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획서 안에서만 빛나는 전략은 세상에 나오지 못할 뿐더러, 레슨런드를 얻기도 어렵죠. AI 에이전트 도구들이 기획과 제작의 진입장벽을 낮추면서, 각 브랜드의 캠페인 사이클이 빨라지고 있는데요. 아이디어에 그치지 않고, 시장의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실행으로 옮기는 것, 이 광고가 보여준 가장 큰 교훈은 거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일상] 즐겁게, 많이 해보기
<왕과 사는 남자>가 3월 6일 기준 1,0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역대 한국영화 가운데 25번째 ‘천만 영화’입니다. 흥행 결과만 보면 대형 프로젝트처럼 보이지만, 업계에서는 이런 성공을 예상하기 어려웠습니다. 개봉 전 예매율도 높지 않았고, 동시기 경쟁작 <휴민트>에 비해 제작 규모도 작은 편이었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사례를 들어볼까요? 지난해 6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역시 전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켰지만, 공개 전 업계에서 이 정도의 성과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사실 콘텐츠 산업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조금 과장하면, 다른 산업보다 ‘운’의 영향력이 훨씬 큰 분야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영화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 ‘고사’를 지내는 오래된 관행 역시 불확실성을 조금이라도 달래 보려는 업계의 오래된 관습입니다.
업계 종사자 입장에서는 이 점이 종종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비즈니스는 투입과 결과 사이의 관계를 계산할 수 있지만, 콘텐츠 산업에서는 많은 경우 그 연결이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운에만 기댄 채 손을 놓고 있어야 할까요?
<왕과 사는 남자>를 만든 장항준 감독의 태도에서 힌트를 얻어봅니다. 특유의 낙천적인 태도로 유명한 그는 인터뷰에서 스스로에 대해 “운이 좋다”, “복 받았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합니다. 말만 들으면 모든 일이 잘 풀리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삶이라는 것이 언제나 행운만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죠. 바로 전 작품인 <오픈 더 도어>는 약 2만 명 관객에 그쳤고, <리바운드> 역시 손익분기점에 크게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운 좋은 사람이라는 '믿음'이야말로 다음 작품을 계속 만들게 하는 힘이 되지 않았을까요.
저는 요즘 릴스 만들기에 푹 빠졌는데요. 두 달 정도 짧게 경험하며 얻은 인사이트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어떤 콘텐츠가 터질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전통적인 콘텐츠 산업과 크게 다르지 않죠. 오히려 릴스는 첫 3초 안에 시청자를 붙잡지 못하면 바로 스킵되는 구조라 더욱 그렇습니다. 실제로 제가 30분 만에 만든 가벼운 공감 콘텐츠 하나는 80,000회 조회수를 기록한 반면, 진심을 담아 네 시간 동안 공들여 만든 영상은 600회에 그쳤습니다.

중요한 것은 결과를 정확히 맞히는 능력이 아니라, 계속 시도하는 태도일지도 모릅니다. 결국 많이 시도하는 사람에게만, 하나가 터지는 순간이 올 테니까요. ‘마인드마이너’로 활동하는 송길영 박사의 말로 글을 마무리해봅니다. “고양이를 좋아하세요? 그럼 고양이에 대해 파는 거예요. 만약 십 년 뒤에 고양이가 떴어요. 그러면 당신은 전문가가 되는 거죠. 만약 안 떴어요. 뭐 어때요. 그 과정이 즐거웠잖아요.”
☀️ 마치며
이번 호를 준비하면서 두 에세이가 본질적으론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짐빔의 장원영 ETF 광고는 "아이디어 자체보다 실행이 중요하다"는 걸 시사하고, 장항준 감독과 소피의 릴스 이야기는 "어차피 뭐가 터질지 모르니까, 일단 많이 만들어보는 수밖에 없다"는 걸 알려줬어요. 둘 다 결국 세상에 내놓아야 비로소 시작된다는 말인 것 같습니다.
기획서 안에서 반짝이는 아이디어도, 머릿속에서만 맴도는 콘텐츠도, 밖으로 꺼내는 순간 비로소 운이 붙을 기회를 얻으니까요. 이번 주도 구독자님의 무언가가 세상에 한 발 나아가는 한 주가 되길 바랍니다.
☀️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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