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써니사이드클럽 레터를 읽고 계신 구독자님. '흑백요리사' 셰프들의 치열함에 감탄하고 '환승연애 4' 커플들의 서사에 몰입하다 보니 어느덧 1월의 마지막 페이지네요. 구독자님의 1월은 어떻게 채워졌나요?
사실 이번 호를 준비하며 저희 팀은 기분 좋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마케팅, F&B, 콘텐츠를 업으로 삼는 우리의 이야기가 혹시 누군가에게는 너무 딱딱한 공부처럼 느껴지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죠. 요즘 유행하는 인스타 매거진처럼 가볍게 가볼까도 생각했지만요. 역시 저희답게 깊이 있는 생각을 포기할 순 없더라고요.
대신 구성을 바꿔서 더 편안하게 읽으실 수 있도록 했습니다. 조금은 진지하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은, 저희만의 온도가 담긴 인사이트를 전해드립니다. 읽으시다가 너무 깊다 싶으면 언제든 쉼표가 필요하다고 말씀해 주세요! 그럼, 오늘의 써사클레터도 시작해보겠습니다.
☀️ 이번 호 미리보기
[브랜드 소개] 써사클 멤버들의 쇼핑 카트
[에세이: 일상] 알고리즘에 대한 단상
[에세이: 일상] 변수는 선물이다
[에세이: 비즈니스] 새로운 창업 모델이 나올까?

☀️ 케이's CART
얼마 전, 광화문에 올리브영에서 만든 웰니스 스토어 '올리브베러'가 생겼다. 기존 올리브영에 입점된 제품은 물론이고, 웰니스를 위한 식품, 의류, 스포츠용품도 판매한다. 한국 웰니스 시장은 '22년 기준 약 1,130억 원 규모로 조사됐는데, 두쫀쿠와 칼로리를 동시에 생각하는 우리들의 특성상 시장 규모는 훨씬 커질 것 같다. 광화문 나들이 갈 때 꼭 들러보려고 한다.

기능성 의류에 새로운 감각을 더하면 트렌디한 것 같다. 하이산은 아웃도어를 펑키한 라이프스타일로 재해석한 브랜드. 특히 '초경량 컴팩트 포켓백'이 스테디셀러인데, 가볍고 실용적이라 좋아하는 친구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Let's Go Trekking'이라고 쓰인 캠프캡을 쓰고 한 번쯤 등산을 가보고 싶다.

☀️ 스르's CART
01. 아날로그키퍼 「더 바톤 다이어리 2026-2030」
같은 날짜의 5년을 한 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구조다. 요즘 가장 부담 없이 손이 가는 기록 도구 중 하나다. 귀찮은 날에는 점심 메뉴 한 줄, 기억해 두고 싶은 문장 하나 정도만 적는다. 오늘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기록. 아날로그키퍼 사장님의 말처럼 “오늘이 내일에게, 올해가 내년에게 보내는 따뜻한 시선”을 차곡차곡 쌓아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

MUJI 플란넬 잠옷을 잘 입고 있어서 같은 모델로 추가 구매하는 중에 6만 원대 잠옷을 선뜻 구매하기 어려웠다. 대안을 찾던 중, JAJU 잠옷이 괜찮다는 유튜브 추천 영상이 많아 수면 잠옷이 없는 가족에게 밍크 플리스 파자마를 먼저 선물했다. 사이즈가 넉넉하고, 극세사 이불을 입은 듯한 촉감이라 만족도가 꽤 높았다. 계속 시즌 아웃 세일 중이기에 나도 캐릭터 수면 잠옷 대신, 2만 원대 가격대의 잠옷으로 갈아 타보려 한다.

☀️ 소피's CART
01. 아트내추럴스(artnaturals) 페이스 & 바디 오일
해외 건강기능식품·뷰티 제품 전문 쇼핑몰 아이허브(iherb)에서 구매 후 만족도가 높았던 오일을 추천해본다. 겨울에는 기초 화장을 여러 겹 해도 얼굴이 건조하기 마련인데, 순하고 저렴한 페이스 오일을 찾아보다가 발견하게 됐다. 장미, 베르가못 등 천연 유래 성분을 소수만 포함하고 있고, 가격대도 아주 합리적이다. (115ml에 약 16,500원)
국내에서 잘 알려진 오일 제품들(눅스 드라이 오일 등)에 비하면 마무리감은 조금 더 오일리한 편이며, 에센셜 오일 특유의 향이 분명히 느껴진다. 가볍고 산뜻한 사용감을 기대한다면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보습력 자체는 충분하다. (아이허브 제품 전반에 대한 상세 리뷰는 네이버 블로그 '하데스의 습작노트'를 잘 참고하는 편이다.)

02. 흐꺙(REQUINS) 슈즈 (미라벨&OFR 온라인 몰에서 할인 중!)
1987년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시작한 플랫슈즈 브랜드 흐꺙(REQUINS) 제품이 현재 일부 온라인몰에서 할인 중이다. 모델별로 할인율 차이가 있으므로, 구매 전에는 29CM 등 다른 판매처와 가격 비교를 해보는 것이 좋다.
이미 품절된 사이즈도 적지 않지만, 타이밍이 맞으면 마감이 좋은 플랫슈즈를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일상] 알고리즘에 대한 단상
20년지기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한때는 비슷한 교복을 입고 같은 공부를 하던 사이였지만, 삼십대 초중반인 지금 각자 살아가는 세계는 꽤 달라져 있었습니다. 1박 2일 동안 쉴 새 없이 수다를 떨며, 오랜만에 시야가 한껏 확장되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삶의 형태가 달라지면 공감대를 잃고 멀어지지 않을까 내심 걱정했던 적도 있었는데요. 그 걱정이 무색할 만큼, 친구들의 고유한 생각들을 들여다보는 일은 시간 가는 줄 모를 만큼 즐거웠습니다.
누군가와 특정 주제로 대화를 나눈 직후 SNS를 켜면 관련 광고가 바로 뜨는 경험이 한번쯤 있으실 텐데요. 그럴 때면, SNS는 내가 요즘 무엇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비추는 디지털 거울처럼 느껴집니다. 저의 인스타그램 ‘돋보기' 탭도 끊임없이 변해왔습니다. 예전엔 쇼핑과 연예인 소식 위주였다면, 작년에는 웨딩 콘텐츠로, 결혼을 마친 지금은 부동산과 인테리어 정보로 가득합니다.

알고리즘은 필요한 정보를 적재적소에 띄워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은 불안(FOMO)'을 조장하기도 합니다. 저처럼 쉽게 혹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웨딩 게시물만 보일 때는 세상 모든 신부가 완벽한 결혼식을 준비하는 것처럼 보였고, 지금은 세상 모든 30대가 부동산에만 몰입해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곤 하니까요.
알고리즘이 이토록 정교하지 않던 시절, SNS는 지금과 조금 다른 형태였습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며 나와 결이 맞는 온라인 친구들을 직접 '디깅(digging)'하는 재미가 있었고, 인스타그램 초창기에는 아름다운 사진이나 무료 스케치 계정을 통해 국경 너머의 사람들과 소통하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그때에 비하면, 인터넷 세계를 열심히 돌아다니며 탐험할 필요가 작아졌습니다. SNS만 켜면 나의 취향과 주변의 보편적인 관심사까지 한데 떠먹여 주기 때문이죠. 언젠가부터, 저는 이런 알고리즘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더라고요.
그러던 차,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계정들의 알고리즘이 서로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만화 계정에는 세계 각국 작가들의 아름다운 그림만 가득했고, 패션 계정에는 옷 잘 입는 언니들이 잔뜩 패션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계정의 성격에 따라 알고리즘이 변하는 것은 당연한 원리이지만, 괜히 신기하게 다가왔습니다. 지금 내 눈에 보이는 것이 결코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요. SNS가 초연결 사회를 열어주었다고 하지만, 역설적으로 나의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좁아졌던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이번 여행을 함께한 친구들은 중학생 시절 같은 동네에서 같은 과외를 받으며 친해졌습니다. 거주지와 나이가 같았을 뿐인, 말 그대로 '우연'이 맺어준 인연입니다. 전공도, 관심사도 제각각입니다. 고고학을 공부한 친구도, 신문방송학을 공부한 친구도 있죠. 특히 해외에서 그림을 그리며 살아가는 친구의 일상은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저와는 완전히 다른 '일상의 알고리즘' 속에 살고 있을 테니까요.
AI의 발전으로 알고리즘이 더욱 고도화되면,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과 '세상이 좋아하라고 권하는 것'의 경계가 더욱 모호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올해의 목표를 조금 뒤늦게 세워보았습니다. 바로 '알고리즘에서 벗어나기'입니다.
디지털 알고리즘은 피할 도리가 없겠지만, 물리적 알고리즘에는 아직 우연의 영역이 뚜렷하게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이 아직은 길을 걷는 제 눈앞에 가야 할 방향을 가리키는 홀로그램 화살표를 띄우진 않으니까요. 세상이 변하는 속도를 가늠할 수 없는 요즘이니, 그 화살표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우연히 마주치는 낯선 것들에 눈과 귀를 열어두고 싶습니다.

[일상] 변수는 선물이다
1월은 참 신기한 달입니다. 매일 지나가는 날들이라 생각하면 12월이나 1월이 다를 바가 없지만, 매년 1월만 되면 의욕이 넘치고, 중순까지만 해도 뭐든 시작해도 좋을 때라는 생각에 설레다가 막상 1월 말이 되면, 또 한 달이 지나갔네, 무얼 했지 하며 자책하고 불안을 겪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올해 계획을 영어 공부, 매일 일기 쓰기로 설정했는데, 영어 공부는 시작도 못하고, 2-3일씩 일기를 밀려쓰며 어떻게 다시 루틴을 잡아가야 할까 아직도 고민 중입니다.

작년 말, 폴인 X 한화손해보험에서 주최한 '장르가 된 여자들'이라는 세션에 다녀왔습니다. 최은영 소설가, 윤가은 감독, 가수 윤하까지 그녀들이 어떻게 현재 자기 자리를 잡을 수 있었는지 이야기하는 세션이었어요.
그중 가장 와닿은 말은 윤가은 감독의 '변수는 선물'이라는 말이었습니다. 영화 제작에 있어 실제 촬영 기간은 2-3개월밖에 안되기에 사전에 프리프로덕션을 1-2년 거치며 계획을 촘촘하게 짜긴 하는데 막상 현장에 들어가면 계획대로 되는 게 정말 하나도 없다고 합니다. '애초에 계획이 도대체 무슨 소용이지' 할 만큼요. 심지어 계획을 그대로 실현하려고 하다가 더 탈이 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만나다 보니, 이제는 '변수는 선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고요. 영화의 신이 있다면 우리한테 미리 알려주는 거라고, 원래 너네 계획이 틀렸다고요. 그래서 선물처럼 오는 기회를 원래 가려던 방향에 맞춰 어떻게 유연하게 바꿀 것인가를 고민한다고 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올해는 다시 한번 목표를 다짐해 보려고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예상치 못한 일들을 받아들이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변수를 통제하려 애쓰며 더 완벽하게 준비하려다 오히려 스스로를 압박하고 불안해지는 순간이 늘어나고 있다는 걸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올해는 윤가은 감독의 말을 되새기며, 더 많은 변수들을 만날 수 있도록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할까 말까 했던 것들은 '일단 하자'라는 마음으로 실행하려고 합니다. 시작도 못한 영어 공부도, 밀려서 쓰는 일기도,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1월 말의 나 자체도 하나의 변수로 받아 들이면서요. 올해의 진짜 계획은 뜻대로 되지 않는 것들을 더 따뜻하게 맞이하는 것입니다.

[비즈니스] 새로운 창업 모델이 나올까?
실리콘밸리의 유래를 아시나요? 실리콘밸리는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 남쪽, 내로라하는 빅테크 회사가 모인 곳이죠. 제가 요즘 《투자의 진화》라는 벤처투자 역사에 관한 책을 읽고 있는데요. 스타트업과 벤처투자 모델이 태동한 이 지역의 기원(?)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더라고요. 실리콘밸리는 진짜로 실리콘과 관계가 있습니다. 1950~60년대 이 지역 주력 사업이 반도체였는데요. 반도체의 핵심 재료가 실리콘이잖아요. '페어차일드 반도체'와 여기서 파생된 '인텔' 같은 회사 모두 실리콘으로 칩을 만들면서, 이 지역이 유명세를 탔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시작에 대해 더 알려드리자면요. 1957년에 '윌리엄 쇼클리'라는 천재 과학자(aka.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있었습니다. 쇼클리의 명성을 보고 그가 세운 반도체 연구소에 유망하고 총명한 과학자들이 모였는데요. 그는 인사관리 능력은 좋지 않았던 모양이에요. 갑자기 여덟 명이 집단 퇴사했습니다. 쇼클리는 이들을 '8인의 반역자(traitorous eight)'라고 부릅니다. 나중에 인텔을 공동창업한 '로버트 노이스', '고든 무어'가 포함되어 있죠. 이들은 쇼클리의 독단적인 경영방식과 기술적 의견 차이를 견디지 못했습니다.
쇼클리와 척을 지고 나온 8인은 처음엔 팀 전체를 고용할 회사를 찾았습니다. 이들은 미국 동부 금융권의 젊은 은행가 '아서 록'에게 연락했죠. 그는 뜻밖의 조언을 했습니다. 회사에 고용되지 말고 회사를 차리라고요. 8인은 반도체 회사를 차릴 돈이 없었죠. 그럼 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그때 당시에 수익이 하나도 없는 창업가만 보고 투자하는 건 드문 일이었습니다. 아서 록은 사방팔방 수소문해, 사업가 페어차일드와 이들을 연결해주었죠. 그렇게 '페어차일드 반도체'가 탄생했습니다. 기술이 있는 사람들이 모이면, 투자자가 돈을 대주고, 그 돈으로 창업하는 모델이 시작된 것이죠.
이 창업 모델은 지금까지 무려 70년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최초의 액셀러레이터인 '프라이머'를 비롯해 많은 초기투자사들이 생겨났고요. 그런데 OpenAI의 수장인 샘 알트먼이 AI로 혼자 1조 회사 만드는 사람이 나올 거라고 했잖아요. 앞으로도 같은 창업 모델이 지속될 수 있을까요?

사실 달라진 시대에 맞는 다양한 창업 모델이 몇 있습니다. 첫째는 '컴퍼니빌딩'인데요. 투자회사에서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CEO를 데려와 회사를 만드는 모델입니다. 페어차일드 반도체 사례로 보면, 아서 록이나 페어차일드가 직접 기술과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검토해 CEO를 찾는 걸로 보면 되겠죠. 또한 '엑시트 우선 모델'도 있습니다. 대기업이 되거나 주식 상장하는 것에 큰 관심이 없고, 2~3년 안에 회사를 팔고 다시 창업하는 걸 반복하려고 하죠. 최근에는 '커뮤니티 주도형 창업'도 있는데요. 보통 크리에이터 분들이 투자 한 푼 안 받고 팬덤을 활용해 제품을 판매하는 사례를 대표적으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제 생각에 과거 모든 스타트업의 성장에 투자가 필수였다면, 앞으로는 자본이 많이 들어간 거대 모델을 만드는 '인프라 창업'과 AI를 도구로 효율을 극대화하는 '실행형 창업'으로 갈라질 것 같습니다. 후자의 경우, 투자자는 단순히 돈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데이터 같은 실질적 자원을 연결해 주는 파트너로 진화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창업가들은 새로운 혁신을 만들 수 있을까요? 어떤 창업 모델이 새롭게 나올지 기대가 되는 밤입니다.
☀️ 마치며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일상 속에서 때로는 알고리즘보다 우연한 변수가 우리를 더 멋진 곳으로 데려다주곤 합니다. 구독자님의 1월도 생각지 못한 변수들로 가득했나요? 설령 그게 조금 당황스러운 순간이었을지라도, 시간이 지나 되돌아봤을 때 선물 같은 기억으로 남기를 써사클이 응원하겠습니다. 😄 2월의 써사클레터도 기대해주세요!
☀️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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