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드디어 봄입니다.
원래는 봄과 관련한 에세이 세 편을 가져오려 했는데요. 따뜻해진 날씨만큼 하고 싶은 것도, 관심 가는 것도 많아진 탓일까요. 도저히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각자의 분야가 조금씩 담긴 세 가지 에세이를 들고 왔습니다. 정말 봄인가봐요.
저희는 얼마 전 한 자리에 모여 도원결의(?)를 했습니다. 사실은 간단한 워크샵을 했어요. 저희가 본업을 하며, 레터를 위한 인풋을 채우고, 글을 쓰고, 홍보까지 하려니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다는 걸 느끼고 있거든요. "어떻게 하면 우리의 일을 조금 더 똑똑하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여러 프로그램을 같이 써보기도 했습니다.
시간은 부유한 사람, 가난한 사람, 나이 든 사람, 어린 사람에게 모두 공평하게 주어지는 자산이잖아요. 이 소중한 자산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쓸 지가 저희의 요즘 화두입니다. 혹시 구독자님만의 시간관리 팁이 있다면, 링크에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팁들을 모아 조만간 콘텐츠로 보답하겠습니다.
최근에 9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봤는데요. 작품평을 떠나, 장항준 감독의 오랜 열정과 배우들의 새로운 기록에 박수를 보내고 싶더라고요. 요즘처럼 누군가를 응원하는 것이 귀해진 시대에, 저희는 함께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가장 먼저 응원을 전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써사클레터 시작합니다!
☀️ 이번 호 미리보기
[소식] 써사클 멤버가 관심있게 본 뉴스
[에세이: 일상]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는 만나지 않았다
[에세이: 트렌드] 코스트코 약국 버전
[에세이: 비즈니스] 블랙핑크는 왜 '불친절한' 음악을 들고 왔을까?

☀️ 케이's PICK
인스타그램 '고독한 사우너' 님 계정을 비롯해, 여기저기서 소셜 사우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뜨거운 공간에서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며 땀을 쫙 빼는 경험은 웰니스 트렌드를 타고 부상중이다. 사우나에서 음악도 듣고, 요가도 같이 하면, 처음 만난 사람과도 조금 더 친해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에스콰이어 매거진에서 소개하는 힙한 사우나를 한 번 둘러보시라!
다이소에는 몇 가지 유명한 품절템이 있다. 아이가 색칠놀이를 할 수 있는 5,000원 조립식 종이집, 비건 색조 브랜드 딘토의 다이소 라인 등. 최근엔 그릭 요거트를 위한 2,000원짜리 유청 분리기가 나와 화제라 한다. 나올 때마다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는 이유는, 가성비 좋은 제품 덕도 있겠지만, 사람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서 그때 그때 내놓는 능력이라 생각한다. '고객 만족 극대화'라는 철학을 잘 실천하고 있는 브랜드라 좋아한다.
☀️ 스르's PICK
채널과 제조사의 구분은 이제 없다. 편의점의 PB상품 매출 비중이 30%가 넘어가는 지금, 제조사 역시 편의점을 더 이상 절대적인 주력 판매 채널로 보지 않는다. 채널이 제조사가 되고 제조사가 채널을 여는 이 시대에 브랜드가 차별화할 수 있는 경쟁력은 무엇일까.
요즘 제로 음료, 저당 스낵 제품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대체당 특히 '~톨'로 끝나는 당알코올 사용도 일상화됐다. 하지만 과량 섭취 시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는 그 경고 문구를 실제로 체감해본 소비자라면.. 이 같은 제품 출시 흐름이 영 못미더웠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식약처의 구체 지침 (음료의 에리스리톨은 16g 미만 등)은 반가운 정책이다. 제로 시장이 단순히 확장을 넘어 사용 기준과 안전성까지 엄격히 관리되는 하나의 '신뢰할 만한 시장'으로 들어왔다는 신호기 때문이다.
☀️ 소피's PICK
01. 신기록 경신하는 K콘텐츠들
연초부터 다양한 분야의 국내 아티스트와 콘텐츠들이 활약하고 있다. 블랙핑크는 전세계 아티스트 최초 유튜브 구독자 1억 명을 달성했고, 로제의 'APT.'는 작년 K팝 최초로 세계 최고 히트곡이 됐다. 넷플릭스에서는 신혜선 주연의 시리즈 '레이디 두아'가 전세계 비영어 TV쇼 1위에 올랐으며, '솔로지옥5'는 같은 부문에서 2위를 기록하며 시즌6 제작도 발표되었다.
3월 21일에는 무려 BTS의 컴백 공연이 넷플릭스에서 전세계 라이브 송출될 예정으로, 어마어마한 파급력이 기대되는 상황. 50년 전의 한국인이 시간을 뛰어넘어 현재로 온다면, K콘텐츠가 전세계를 점령하고 있는 2026년의 모습에 깜짝 놀라지 않을까?
02. 대세는 숏드라마
개인이 만든 숏츠와 릴스가 주류 포맷으로 자리 잡은 지는 꽤 됐지만, 작년부터 주류 제작사들이 앞다퉈 숏드라마 제작에 뛰어드는 풍경이 흥미롭다. KT 계열사 스튜디오지니, 영화사 쇼박스, <폭싹 속았수다> 제작사 팬엔터테인먼트 등, 영화와 드라마 업계에서 굵직한 작품들을 만들어온 제작사들 중 숏폼을 다루지 않는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글로벌 웹툰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운영해온 레진엔터테인먼트는 숏폼 플랫폼 '레진스낵'을 한국·미국·일본에 동시 론칭하며 숏드라마 시장에 진입했다.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 <사도>의 이준익 감독을 전면에 내세워 고퀄리티 숏드라마 제작에 나섰다. 중국계 콘텐츠와 플랫폼이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숏드라마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일상]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는 만나지 않았다
중국 바이트댄스에서 만든 영상 생성 AI ‘시댄스 3.0’이 최근 공개되었습니다. 아일랜드의 한 영화감독은 시댄스를 활용해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가 싸우는 영상을 만들어 SNS에 공유했습니다.

놀라울 만큼 사실적인 이 영상이 빠르게 확산되자 미국 영화계는 초상권 문제를 제기하며 즉각 반발했다고 합니다. 시댄스 측은 그러한 비판을 수용해 실존 인물의 사진·영상 업로드를 차단하는 등 조치를 취했고요. 이처럼 각종 법적 제도가 보완되어야 하겠지만, 기술적 관점에서만 본다면 이제 AI로 얼마든지 그럴듯한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통적인 영화와 AI 영화의 가장 큰 차이, 어쩌면 유일한 차이는 무엇일까요? 단순히 ‘진짜와 가짜’라고 말하기엔 애매합니다. 영화란 본래 배우가 연기를 통해 허구를 만들어내는 예술이니까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결국 차이는 ‘과정’에 있었습니다. AI에게도 물론 과정은 있습니다. 프롬프트를 입력하고, 데이터를 학습한 모델이 극도로 빠른 연산을 거쳐 몇 초 혹은 몇 분 만에 결과물을 생성해내는 과정 말이죠.
그러나 그 액션 장면을 찍기 위해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가 한 자리에 모인 적은 없습니다. 감독이 두 배우를 떠올리고, 캐스팅 디렉터가 연락을 취하고, 세트를 설치하고, 수많은 스태프가 움직이며, 리허설과 촬영을 거치는 지난한 시간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AI가 만들어내는 창작물에는 그 ‘과정’이 믿기지 않을 만큼 납작하게 압축되어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그 과정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우연과 이야기 또한 사라집니다. ‘비하인드 스토리’가 없는, 완벽한 결과물만 존재하는 세상이랄까요.
일본의 영화감독 하마구치 류스케(<드라이브 마이 카>, <우연과 상상>)는 자신의 영화에 리허설이나 워크숍 장면을 자주 담습니다. 리허설과 워크숍의 공통점은, ‘과정’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죠.

류스케 감독의 영화 속에서, 배우들은 같은 대사나 몸짓을 자주 반복합니다. 매 순간 미묘하게 달라지는 배우들의 태도와 감정 변화를 카메라가 자연스럽게 포착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배우라 해도, 완전히 동일한 연기를 두 번 반복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그의 영화 속 연기는 ‘완벽한 재현’이라기보다 ‘그 순간에만 존재하는 감정’에 가깝습니다. 같은 장면을 AI가 아무리 정교하게 구현한다 해도, 고유한 순간의 결을 그대로 재현하기는 어렵겠죠.
하마구치 류스케의 연기론을 접한 뒤로 저는 그의 영화를 볼 때마다 배우들이 어떤 감각을 느낄지 상상해봅니다. NG가 나서 버려진 컷들조차 그들에게는 모두 연습이자 ‘나아짐’의 과정이었을 테니, 영화 촬영이 거듭될 수록 배우들도 한껏 성장하는 기분을 느끼지 않았을까요? 만들어진 결과물 뿐 아니라 과정도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저로 하여금 이 감독의 영화를 즐기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시댄스 같은 AI의 등장은 130년 남짓한 영화 역사에서 가장 혁신적인 변곡점일지도 모릅니다. 영상 분야뿐 아니라 삶 전반에서 그 무엇도 손쉽게 구현할 수 있는 시대가 머지 않았음을 느끼는데요. 인간이 결과물의 완성도로 AI와 승부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입니다. 세계 최고의 화가가 AI와 묘사 능력에서 비슷한 수준에 도달할 수는 있어도, 속도만큼은 결코 이길 수 없을 테니까요. 그래서인지 저는 요즘 '과정'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지금 이 시간 속에서 내가 무엇을 느끼고 배우고 있는지에 대해서요.
AI라는 압도적인 경쟁자가 등장해버렸으니, 차라리 ‘행복한 2등’의 마음으로 NG도 내보고, 목표점까지 도달하기 이전의 여정도 즐겨보려 합니다. 방점이 결과가 아닌 과정에 찍혀있다면, AI가 인간의 능력을 빠르게 대체하는 현실 속에서도 덜 무력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트렌드] 코스트코 약국 버전
요즘 시내에 눈에 띄게 대형 약국이 늘었습니다. 대형 약국의 가장 큰 차별점은 고객이 직접 약을 고르는 경험을 한다는 점인데요. 이전에는 약사가 집어주는 약을 추천 받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진열대에서 직접 제품을 비교하고 내가 고른 약을 구매하는 형태로 약국의 트렌드가 변하고 있습니다.

규모 측면에서의 약국은 한층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최근엔 대형 수준을 넘어, 코스트코를 연상시키는 창고형 약국 이른바 '메가약국'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대형마트의 한 층 전체를 쓰는 금천구 메가팩토리약국, 용산전자랜드의 메디킹덤약국, 그리고 한 건물을 전부 약국으로 운영하는 성남의 메가팩토리약국이 창고형 약국이 그 대표 사례입니다.
지난 주말, 창고형 약국의 시초인 성남메가팩토리약국에 다녀왔습니다. 이곳에서는 "어서오세요" 대신 "약사님들이 계속 돌아다니고 있으니 궁금한 걸 마음껏 물어보세요"라는 안내가 들렸습니다. 매장에는 여러 명의 약사들이 고객 사이를 오가며 짧고 굵은 상담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일반 약국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고객이 직접 성분을 읽고 가격을 비교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일반 약국에서는 치주염 치료제를 사기 위해 '이가탄'과 '인사돌'의 가격을 일일이 물어야 하지만, 이곳에서는 가격이 명확히 고지되어 있기에 고객이 비교 구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 제품이 정확히 어떤 차이가 있는지, 나에게 더 적합한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결국 최종 결정은 다시 약사의 설명에 기댈 수 밖에 없는 '고객의 선택'과 '약사의 추천'이 공존하는 구조죠.
약국의 규모가 커질수록 선택지는 늘어나지만, 결정은 오히려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한 매장 안에 동일 기능의 제품이 수십 종씩 진열되어 있기 때문인데요. 아래 이미지의 마그네슘만 보더라도 원료, 함량, 흡수율, 부원료가 모두 다른 제품들이 두 개의 매대에 빼곡히 진열되어 있습니다. 소비자도 정보를 읽을 수는 있지만, 그 의미를 해석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한편, 식품 시장에선 이미 성분 중심 소비가 자리 잡았습니다. 알룰로오스와 말티톨의 질을 비교하고, 단백질 함량은 고고익선으로 제품을 고르는 소비자가 많습니다. 그러나 일반의약품은 아직 다릅니다. 건강과 직결되는 영역이기에 단순히 함량이 높다고 해서 고를 수 없는 구조죠. 내 건강 상태, 복용 이력, 현재 증상과의 상호작용이 고려되어야 하는 '개인 적합성'의 영역입니다.
약 5년 전, 개인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서비스가 유행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설문을 기반으로 개인화된 영양제를 추천, 제조하고 정기 배송하는 모델이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관심은 빠르게 줄어들었습니다. 개인의 설문에 의한 결과이기에 신뢰도는 낮았고, 건강데이터, 복용 데이터를 개인이 매번 귀찮게 입력해야 한다는 점이 페인포인트였죠.

만약 이런 개인화가 약사라는 직업의 역할 안에서 이루어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 않을까요? 약국은 이미 건강 상담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공간입니다. 여기에 이전 구매 내역과 복용 이력을 관리하고, 주기적으로 점검해주는 멤버십 구조가 더해진다면 어떨까요. 내가 복용한 약 이력과 건강 상태를 충분히 이해한 뒤 그에 맞는 다음 상품을 제안해준다면요. 높은 진입 장벽의 ‘주치의’ 대신 보다 접근성이 좋은 ‘주치약사’ 시스템이 충분히 구현 가능해 보입니다. 선택 과정도 훨씬 간결해지고, 비용, 시간적으로 더 편리한 결정이라는 점에서 일부의 규제만 넘는다면 추후 이 방향으로의 전개가 예상됩니다.
그렇기에 메가약국의 다음 단계는 더 많은 상품을 취급하는 규모의 확장이 아니라 관계의 확장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멤버십 기반으로 고객을 기억하고 관리하는 구조를 갖추는 것. 그 지점에서 메가약국은 유통 채널을 넘어, 개인 건강 관리의 거점으로 자리 잡는 'next 올리브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즈니스] 블랙핑크는 왜 '불친절한' 음악을 들고 왔을까?
저는 블랙핑크의 팬입니다. 블링크라고 하죠. (말해보니 왠지 조금 부끄럽기도 하네요.) 작년 고양 콘서트에 갔다오고서 그들의 미모와 압도적인 실력에 홀딱 반해 팬이 됐습니다. 얼마 전 신보 《Deadline》이 나와 얼른 들어봤는데요. 타이틀곡 ‘GO’는 EDM과 팝이 조화로운 곡이더라고요. 가슴이 막 쿵쾅거리더고요. 집에서 들었는데도 스태디움 한복판에서 뛰고 있는 기분이었달까요.

뮤비와 여러 대중 반응을 보니 ‘예술 같다’는 찬사와 함께 ‘곡이 어렵다’는 댓글이 눈에 띄었습니다. 저는 이 두 부분이 흥미로웠어요. 블랙핑크가 일부러 진입장벽을 만들었다고 봤거든요. “Here to the Rescue(여기 널 구하러 왔지)”라는 가사처럼, 이제 블랙핑크가 대중의 입맛을 맞추는 공급자에서 벗어나, 대중의 취향을 리드하는 구원자이자, 마스터 브랜드 역할을 하기로 온 천하에 선언했다고 생각합니다. 의도적으로 배타적인 위치를 선택했다고나 할까요.
지수, 제니, 로제, 리사는 각기 다른 소속사에서 활동하면서도 ‘블랙핑크’라는 이름으로 다시 뭉칩니다. 비즈니스 구조로 보면, 블랙핑크는 일종의 지주회사 같습니다. 강력한 마스터 브랜드인 ‘블랙핑크’가 권위와 후광을 갖고, 그 영향력이 각 멤버의 개별 활동에 전이되는 구조입니다. 이때 전략의 킥은 역할 분담인데요. ‘팀 블랙핑크’가 하이엔드 이미지를 구축한다면, 개별 멤버의 솔로 활동은 조금 더 대중적인 엔트리 역할을 수행합니다. 소위 뽕끼라고 하는 한국적인 정서로 대중성을 공략한 지수의 ‘꽃’이 대표적인 예시죠.

이는 럭셔리 브랜드들의 브랜드 체계와도 비슷한데요. (같은 말이지만, 업계에서는 ‘Brand Hierarchy’라는 말을 자주 씁니다.) 루이비통이나 샤넬 같은 최상위 라인은 대중과 적당한 거리를 두며 브랜드의 격을 관리합니다. 이 격이 견고해야만 하위 라인이나 콜라보레이션 제품까지 프리미엄 가치가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GO’가 어렵다고 느끼는 분들이 있는 이유는, 블랙핑크가 팀으로서 자신들을 누구나 쉽게 소비하는 '매스티지(Masstige)'가 아닌, 하이엔드(High-end) 로 포지셔닝했기 때문입니다.

계속 듣다보니 ‘GO’의 백미는 중간에 ‘GO’라고 외친 후, 이어지는 미니멀한 전자음 구간 같습니다. 이 또한 럭셔리 브랜드에서 자주 하는 접근이죠. 에르메스 버킨백은 커다란 로고가 없어도 가죽의 질감과 실루엣만으로 그 가치가 보이잖아요. 블랙핑크도 직접적인 가사를 넣지 않고 사운드만으로 채웠습니다. 정보가 꽉 차 있지 않기에, 듣는 분들은 오히려 그 여백에 집중하게 될 것 같아요. 이 과정에서 오히려 블랙핑크의 신비감과 고급스러움이 극대화되죠. 이러한 ‘의도적인 비움’이 역설적으로 최고급 브랜드라는 인식을 심어주며, 이를 공유하는 사람들만이 우리의 타겟이라는 소속감을 줍니다.

또한, 위대한 브랜드는 단순히 제품의 기능을 파는 게 아니라 독보적인 철학을 판다고 하는데요. ‘GO’의 브릿지에서 느껴지는 콜드플레이스러운 구간은 블랙핑크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가치를 드러냅니다.
파타고니아가 환경을, 나이키가 도전을 말하듯, 블랙핑크는 이 구간에서 상처받고 단절된 동시대를 향한 연대와 전진을 이야기합니다. 하이엔드 브랜드가 인류 보편적인 가치와 시대정신을 담아낼 때 그 진정성이 완성되듯이, 블랙핑크 역시 뮤직비디오의 미학과 이 메시지를 결합하며, 시대를 위로하고 이끄는 문화 리더로 격상되는 느낌을 줍니다.
블랙핑크 유튜브 구독자 수가 최근 1억 명을 돌파했다고 하는데요. 이제는 성공을 넘어 지속 가능한 브랜드 단계에 들어선 것 같습니다. 《Deadline》 앨범은 그 답을 ‘전략적 거리두기’에서 찾은 듯하고요. 팀으로서의 블랙핑크는 신비주의와 권위를 통해 대중과 적당한 거리를 두며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개인으로서의 멤버들은 친밀한 소통을 통해 팬덤과 더 가까워집니다. 이렇게 대중과 멀어질수록 블랙핑크의 가치는 더 공고해질 겁니다. 대중이 ‘GO’라는 곡을 어렵다고 느끼는 순간, 블랙핑크라는 브랜드의 문턱은 높아지고, 그 문턱을 넘고 싶어하는 대중들의 갈망이 더욱 커질 거에요. 그렇게 에르메스, 로로피아나 같은 브랜드들은 오래 오래 살아남고 있습니다.
☀️ 마치며
이번 써사클레터는 영상 AI, 메가팩토리 약국, 블랙핑크의 브랜드 전략까지 꽤 넓은 스펙트럼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공통점을 보니, '변화하는 시대에서 인간의 자리는 어디인가'를 묻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누군가는 AI로 시간을 벌고, 누군가는 데이터로 건강을 관리하며, 누군가는 하이엔드 전략으로 팬덤을 리드합니다. 기술과 전략이 고도화될수록 우리가 기억해야 할 건, 하이엔드 브랜드가 로고 없이도 빛나듯, 우리 삶도 껍데기가 아닌 내실로 증명된다는 사실일 겁니다.
저희가 도입부에 여쭤본 '시간 관리 팁'도 사실은 더 많이 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소중한 사람과 눈을 맞추고 내가 좋아하는 책 한 줄 더 읽을 시간을 벌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공유해주신 팁들은 저희가 잘 갈무리해서, 여러분의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들 콘텐츠로 다시 가져올게요. 오늘 하루, 블랙핑크의 'GO' 가사처럼 벽을 허물고 여러분만의 속도로 나아가는 활기찬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 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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