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써니사이드클럽 레터를 읽고 계신 구독자님. 곧 설 연휴입니다. 주말을 포함해 5일이나 쉬는데 왜 이리 짧게 느껴질까요. 일주일 이상 쉬는 '황금연휴'라는 표현에 익숙해진 탓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오랜만에 가족,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얼마 전 써사클 팀 세 명의 공통점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바로 책을 꽤 좋아한다는 것이었죠. 스르와 케이는 몇 년 전 독서 붐을 일으켜보고자 책 추천 계정을 함께 운영하기도 했었어요. 각자 좋아하는 장르는 다르지만 책에 대한 애정이 컸거든요. (계정을 오래 운영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좋아하는 책을 소개해드리는 코너를 신설했습니다. 연휴 동안 읽을 책을 찾고 계시다면 참고해주세요.
그리고 인터뷰 코너가 돌아왔습니다. 바로 '새로운 길을 가는 사람들' 시리즈예요. 많은 분들이 기다려주셨던 만큼, 이번에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가진 분을 모셨습니다. 용기 내어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분의 이야기, 궁금하지 않으세요? 그럼, 열 번째 써사클레터 시작하겠습니다.
☀️ 이번 호 미리보기
[책 추천] 돈의 방정식, 카프카의 프라하, 실패했다! (FAILED IT!)
[인터뷰] K-POP 작사가의 '건강한 도전'
[에세이: F&B] 올리브 베러 "ALL THE BETTER"
[에세이: 일상] 의도적으로 지루하기

☀️ 스르's BOOK

책이 출간됐을 당시 한 줄의 서평이 나를 이 책으로 이끌었다. “돈에서 오는 만족은 결국 당신이 과거에 겪은 경험과 현재 소유한 것 사이의 가로 놓인 차이(contrast) 때문이다.” 유명한 맛집도, 새로운 여행지도, 그토록 열망했던 곳이 실제로는 재미 없었던, 말 그대로 '인생 노잼 시절' 저 서평을 보았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과 관성을 극복하기 위해, 돈과 행복의 가치를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에 읽으면 좋을 책이다.
☀️ 소피's BOOK

프란츠 카프카 서거 100년을 맞아, 그가 애쓰고 사랑하고 고뇌했던 도시 프라하에 찾아가 카프카의 궤적을 따라가는 책. 난해하고 철학적인 소설을 썼던 작가이지만 개인적 삶은 평범한 고민들로 가득 차 있었다. 차분한 묘사와 아름다운 사진들이 마치 새벽의 프라하를 걷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책 곳곳에 카프카 소설들도 인용이 되어 있어, 그의 작품 세계를 훨씬 더 깊게 이해하고 싶다면 추천한다.
☀️ 케이's BOOK

프랑스 사상가 볼테르는 "Perfect is the enemy of the good(완벽은 충분의 적이다)."라고 했다. AI로 결점 없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요즘 같은 시대 더욱 새겨 듣고 싶은 말이다. 이 책은 작가가 모은 실패한 사진들의 컬렉션. 초점이 나간, 규칙을 어긴, 불완전한 모습밖에 없다. 이 실패작들이 오히려 매력적인 건 왜일까. 완벽할 필요 없다. 실패해도 된다. 아니, 더 나은 실패를 하면 된다. 우리 함께 더 취약해지자!

[인터뷰] K-POP 작사가의 '건강한 도전'
낮에는 치열한 직장인으로, 밤에는 조용한 K-POP 작사가로 살아가는 삶은 어떤 모습일까요? 우리는 현실과 꿈 사이에서 하나를 택해야 한다고 믿곤 하지만요. 여기 두 세계의 균형을 맞추며 자신만의 삶을 만들어가는 분이 있습니다. 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약 900곡의 습작을 거쳐 샤이니, 있지 등 정상급 아티스트의 가사를 쓴 5년 차 작사가 최지윤 님입니다. 지윤 님은 꿈을 좇는 일이 스스로를 갉아먹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건강한 도전'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요. 현실 위에 단단히 발을 딛고, 보이지 않는 꿈을 가사로 완성해가는 그녀의 이야기를 아래에서 확인해보세요!

Q. 환영합니다. 두 번째 써사클 인터뷰의 주인공이 되셨어요.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K-POP 작사가로 활동 중인 최지윤입니다. 본업은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에요. (웃음) 'MCND'의 '우당탕(Crush)'이라는 곡으로 데뷔했고요. '있지(ITZY)'의 'LOVE is', '샤이니'의 'Gravity', 'Identity', '샤이니 온유'의 'Caffeine', '2022 SMTOWN 겨울 앨범'의 '엑소 카이', '레드벨벳 슬기', 'NCT 제노', '에스파 카리나'가 함께 협업한 'Hot & Cold (온도차)'에도 참여했습니다. 지금까지 크레딧에 들어간 곡은 17곡 정도에요.
Q. K-POP 작사가로 데뷔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2021년 1월에 작사가로 데뷔해, 이제 막 5년이 넘었어요. 사실 공부를 시작한 건 2018년부터라, 작사와 함께 한 시간은 약 8년 정도인 것 같습니다.
Q. 8년이면 긴 시간이네요. 현재 안정적인 직장인이기도 한데, 처음에 K-POP 작사가로 데뷔한 결정적인 계기가 무엇인가요?
어릴 때부터 음악 관련 일을 하고 싶은 꿈이 있었어요. 그런데 작사는 아무래도 책을 많이 읽고, 글을 잘 써야 한다는 편견이 있었나봐요. 사실 저는 책을 잘 안 읽는 편이라(웃음), 무작정 도전하기엔 두려움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주변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일단 취업 준비를 하면서요. 음악쪽으로 도전을 좀 해봤어요. 피아노 학원도 다니고, A&R(음반사업 담당 직무), 음악예능 PD 채용에도 지원하고, KBS 뮤직뱅크 직캠 찍는 일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어머니께서 TV에 김이나 작사가 님이 나오시는 예능을 보셨어요. 제게 작사를 해보는 건 어떠냐고 하셨죠. 이 순간, "혹시 기회인가?" 싶더라고요. 취업 준비생이다보니 수입이 없어, 어머니께 학원비를 투자해달라 부탁드렸습니다(웃음). 그렇게 작사 학원에 다니게 됐고, 원래 직장에 다니고 싶은 마음도 컸기에 취업도 했어요. 작사 학원은 직장 생활과 병행하며 한 3년 정도 다녔습니다. 거의 150곡을 쓴 다음에, 운 좋게 데뷔하게 되었네요.
Q. 처음 내 가사가 담긴 곡이 발매되었을 때의 기분은 어땠는지 궁금한데요.
첫 곡은 단독 작사는 아니었고, 짧은 몇 파트였어요. 첫 곡이 발매되기 전에, 제 가사가 수록될 거라는 통보를 먼저 받게 되는데요. 그때는 안 믿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데뷔한 날, 음원 사이트에 제 이름이 올라온 걸 확인하자 믿게 됐어요.
Q. 그때부터 직장인과 작사가, 두 세계를 오가게 되셨네요.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요?
직장인으로서의 일과는 다른 분들과 비슷해요. 야근할 때도 있고요. 작사는 밤에 해요. 주말인 지금도 한 곡을 제출하고 인터뷰에 참여하고 있죠. 데뷔 초반에는 한 곡을 작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하루에 3~4시간만 자며 완성하기도 하고, 지하철에서 곡을 마무리한 적도 있고요. (데뷔 곡이 그렇게 쓰여진 곡이에요.) 지금은 빨리 쓰는 스킬이 생겼고, 체력도 예전만큼 좋지가 않아 잘 자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요. 저는 작사가로서의 삶도 소중하지만, 직장인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직장에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기간에는 가사에 집중을 잘 못하긴 해요.
Q. 회사 업무와 작사 작업을 병행하는 일이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드셨겠지만, 감정적으로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 듯해요.
네, 맞아요. 데뷔 초기엔 제게 들어오는 건은, 시간이 없더라도 최대한 다 쓰려고 했어요. 그러다보니 감정적으로 지치더라고요. 요즘엔 마감 건이 많거나 난이도가 어려운 곡을 쓰는 경우, 페이스를 조절해요. 가사에서 창작자의 부담이 느껴질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거든요. 가끔은 제출에 의의를 둔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냅니다. 그렇게 깊은 생각을 하지 않고 가사를 썼을 때, 채택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Q. 이렇게 지치시는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창작의 근육을 꾸준히 유지하는 비결이 궁금합니다.
무언가 깊게 생각하는 습성(?)이요. 제가 안 좋아하는 기질이긴 하지만요. 생각을 많이 하다보면 내 안에서 풀지 못한 것들을 '나중에 가사에 써먹어야지'라고 생각할 때가 많더라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K-POP에 대한 꾸준한 관심인 것 같습니다.
Q. 작사가로서, 그리고 개인으로서 꿈꾸는 다음 길은 무엇인가요?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저는 K-POP에 관한 꿈이 있거든요. 저만의 색깔이 있는 작사가가 되고 싶어요. '얘는 이런 곡 잘 쓰더라' 이런 색깔이요. 모든 곡을 잘 쓸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숨어 있는 작사가보다는, 소통하는 작사가가 되고 싶어요. 음악을 들으시는 분들도 그렇고, 아티스트분들과도 파트너십을 잘 쌓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말도 안 되는 꿈일 수도 있지만 나중에 작사가로서 상도 하나 받고 싶습니다(웃음)! TV에도, 유튜브에도 나오고 싶고, 제 이름이 더 알려지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네요. 꿈이 너무 많은데 귀엽게 봐주세요. 지금은 작사가로 커리어를 시작하지만, 뮤직 비즈니스 세상을 넓게 이해하고 싶어요. 이 모든 게 저의 망상(?)일 수도 있지만요. 본질은 작사니까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곡을 많이 발매하면서 꿈을 이뤄나가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제 가사를 통해 마음에 힐링을 하시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이게 제일 중요해요.
Q.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신다면요?
'건강하게 도전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사람은 당장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도전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니라는 판단이 들면, 포기하면 되고요. 고등학교, 대학교 때 제 주변 사람들은 목표가 비슷했거든요. 좋은 대학 가고, 취업하기 같은 것. 그때도 저는 의문이었어요. 물론 중요한 요소지만, 좀 더 이야기가 있는 삶을 살고 싶었어요. 그 요소들을 본인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성취해내고 나면, 뒤에 펼쳐지는 세상은 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는 거잖아요. 그럼 '두쫀쿠' 사먹듯이 도전해야죠! 그런데 중요한 건 '건강하게'에요. 꿈을 이뤘는데 건강하지 않으면 힘들잖아요. 현실성을 가지면서도, 새로움을 시도하는 게 '건강한 도전'이라고 생각해요. 힘들게 작사가가 됐는데, 돈과 시간이 없고, 혼자 동굴로 들어간다거나, 일에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그건 건강하지 않은 것 같거든요. 각자의 사정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지만요. 갖고 싶은 게 있다면 현실과 이상의 균형을 잘 생각하면서 도전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K-POP 업계로 진로를 생각하시는 분들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K-POP 작사를 진정으로 사랑하신다면, 건강한 도전을 하시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제게는 경쟁자가 많아지는 거거든요. 하지만 그렇게 되어야 좋은 음악이 많이 나오는 거고, 저도 그런 음악에서 배울 수 있는 거에요. 정말 현실적으로는 세상이 호락호락하지는 않더라고요. 하지만 꿈을 잃지 마시고, 건강하게 도전하셨으면 좋겠어요. 그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서 좌절하지도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내가 좋아하는 상대가 언제나 나를 좋아하지는 않잖아요. 그 후에 다른 인연이 나타날 수도 있고요. 꿈도 비슷해요. 건강한 도전이라면 가치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꿈을 갖고 계신 분들과 함께 먼 훗날 더 많은 작업을 하는 좋은 작사가가 되고 싶네요.
❃ 인터뷰 및 편집: 케이


[F&B] 올리브 베러 "ALL THE BETTER"
올리브영은 오래전부터 ‘해외형 드럭스토어’를 꿈꿨왔습니다. 약과 건강기능식품, 화장품을 함께 판매하는 모델. 그러나 국내 법상 의약품 판매는 어렵고, 건강기능식품 확장은 기대만큼의 반응을 얻지 못하다보니 결국 올리브영은 뷰티 중심으로 성장해왔죠.

지난주 올리브영에서 새로 런칭한 플랫폼인 올리브베러에 다녀왔습니다. 광화문 1호점, 강남 2호점을 시작으로 대폭적인 확장을 예고한 건강식품 중심의 웰니스 플랫폼이죠. 매장에 방문하면 PB 브랜드 "ALL THE BETTER"를 가장 먼저 만날 수 있었습니다.
매장의 메인 매대에는 "ALL THE BETTER"의 스틱형 건강식품, 기능성 표시식품 구미, K-간식형 웰니스 제품, 통밀 토스트칩, 그래놀라, 프로틴 쉐이크까지. '요즘 잘 나간다' 하는 카테고리는 전부 PB상품으로 재해석되어 있었습니다. 100여 개가 넘는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어, 이 중 하나쯤은 꼭 체험해보고 싶은 기대감을 조성해놨죠. 오프라인에서는 ALL THE BETTER의 규모감 자체가 설득력이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아직 의문입니다. 식품에 특히 까다로운 소비자들이 신생 브랜드인 ALL THE BETTER를 굳이 선택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실제로 올리브베러앱에서는 인지도가 높은 이야이야프렌즈, 타이거모닝과 같은 인기 브랜드들을 전면에 배치해놨습니다.
올리브베러의 숙제는 여기 있어보였습니다. PB상품을 중심으로 꾸린 브랜드에서 단기적으로는 트렌디한 제품과 공간 경험으로 이목을 끌 수 있겠지만, 이 매장에서만 구할 수 있는 차별화 상품(기능)이 없다면 고객들이 지속 방문할 이유가 있을까요?

올리브베러는 'EAT WELL'이라는 메시지를 통해 먹는 것부터 웰니스를 지키자고 제안합니다만, 한국 소비자는 먹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기에 웰니스 중심의 식습관 형성의 붐이 오는 데에는 조금의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관건은 PB상품들이 단순한 건강 컨셉을 넘어 '다른 회사의 제품들과 얼마나 차별적인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가'가 올리브베러의 성과를 좌우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기에 웰니스 시장이 더 성숙한 미국에 4월 런칭을 선택한 전략이 자연스럽습니다. 국내에서 검증되지 않은 모델을 수요가 이미 형성된 미국 시장에서 실험하여 성공 경험을 쌓고 그것을 또 한국 시장에 이식할 것이니까요. 과연 한국의 웰니스 붐을 올리브베러에서 만들 수 있을까요?

[일상] 의도적으로 지루하기
‘콘텐츠’라고 하면 무엇을 먼저 떠올리시나요? 불과 5년 전만 해도 영화, 드라마, 웹툰을 먼저 떠올렸겠지만, 지금은 숏츠를 빼놓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한국인은 OTT보다 숏츠 콘텐츠에 약 7배 많은 시간을 쓴다고 합니다. OTT 콘텐츠의 러닝타임이 훨씬 길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놀랍습니다.
저는 2018년부터 콘텐츠 업계에서 일했는데요. 약 8년 동안 이 산업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크고 빠른 변화를 겪었습니다. 영화관과 TV 채널은 힘을 잃고, 그 자리를 넷플릭스, 유튜브, 각종 SNS 등 ‘신흥 강자’들이 대체했습니다. 사람들이 10초짜리 AI 영상에 열광하게 될 것이라고 누가 2018년의 제게 말했다면, 선뜻 믿기 어려웠을 겁니다.

이 변화 속에서 특히 체감되는 흐름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콘텐츠 취향이 극도로 세분화되었다는 점, 다른 하나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빠르게 흐려졌다는 점입니다. 바로 옆자리에 앉은 동료와 제 유튜브 구독 목록은 완전히 다르죠. 또 제 주변만 봐도 직접 릴스를 제작해 올리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콘텐츠는 더 이상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일상을 기록하고 전시하는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삶을 콘텐츠화하는 경향이 짙어질수록, 소비자로서 느끼는 감각도 미묘하게 달라집니다. 숏츠 소비가 일상화된 이후 제 집중력 역시 눈에 띄게 짧아졌음을 체감합니다. 인스타그램 릴스는 첫 3초 안에 시청자를 사로잡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고 해요. 3초 안에 웃고, 놀라고, 넘겨버리는 감각에 익숙해질수록 최소 10분은 지나야 서사가 고조되는 전통적 영화의 호흡은 점점 길게 느껴집니다. 끝까지 감정을 쌓아 올리는 경험보다, 짧은 자극을 연속적으로 소비하는 경험이 더 편해진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몇 달 간 제가 소비했던 콘텐츠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들은, 이해하는 데 많은 노력을 요하는 것들이었습니다. 하나는 2시간 넘게 이어지는 클래식 공연이었고, 다른 하나는 물리학 용어가 잔뜩 등장하는 소설책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가벼움으로 나아가는 가운데, 역설적이게도 무거움의 가치는 훨씬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쉽게 소화되지 않는 것들에 더욱 애정이 간달까요?

공연을 보고 나서 친구와 재미있는 대화를 나눴습니다. 트라이앵글을 맡은 연주자의 집중력이 대단하다고요. 상대적으로 연주량이 많은 바이올린 같은 악기와 달리, 트라이앵글은 한참을 기다렸다가 정확한 타이밍에 쨍! 하고 울려야 하기에 무척 높은 집중력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연주하는 시간보다 연주하지 않는 시간이 훨씬 긴 음악가에게, 그 사이의 공백은 ‘버리는 것’이 아니라 산책하듯 다른 이들의 연주를 즐기며 나의 차례를 기다리는 시간이리라 짐작해봅니다.
모든 것이 빨라지고 가벼워진 시대에 도전장을 던지듯, 의도적인 지루함과 어려움을 기꺼이 받아들여 보고 싶습니다. 오랜 시간을 들여야만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소중히 여기면서요.
☀️ 마치며
이번 호는 유독 '균형'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돈의 가치를 재정립하며 나만의 행복을 찾는 법부터, 완벽 대신 '더 나은 실패'를 선택하는 용기, 낮과 밤의 세계를 건강하게 오가는 작사가의 도전까지.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의 장면이 사실은 각자의 속도대로 쌓아 올린 소중한 콘텐츠였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써사클은 연휴가 지난 뒤,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 P.S
1️⃣ 오늘 뉴스레터는 어떠셨나요?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싶어요. 익명으로 30초면 참여할 수 있습니다.
2️⃣ 써니사이드클럽 팀은 각자 다른 업계에서 일하지만, 비슷한 꿈을 꾸고 있는 직장인입니다. 저희가 궁금하시다면 확인해보세요. 인스타그램 @sunnysideclub.now 를 팔로우해주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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