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무렵부터 알고 지낸 선배가 있습니다. 그는 한결같이 말합니다. "00아, 이것 좀 읽어봐. 줄거리가 이런 내용인데..." 덕분에 프란츠 카프카와 헤르만 헤세, 알베르 카뮈, 마르셀 에메, 무라카미 류를 읽었습니다(모두 좋은 작품이고 작가인데요. 특히, 마르셀 에메 단편집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를 추천합니다).
침을 팍팍 튀겨가며 전해주는 줄거리와 이야기가 언제나 흥미로웠습니다. 이미 책 한 권을 다 읽은 기분이기도 하고. 그래서 읽다만 책도 많습니다. 🤣
십 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종종 연락합니다. "이번 책은 진짜 최고야. 딱, 좋아." 화려한 이모티콘과 함께 일독을 권하는 그는 저와 책 사이를 연결해 주는 좋은 나침판과 같은 사람입니다.
혹시, 구독자님은 그런 사람 있나요? 아껴가며 읽었던 책을 흥미롭게 말해주는 사람이요. 저는 운 좋게도 일찍 만났습니다. 오늘은 제가 선배의 역할을 대신한다는 마음으로 팀라이트 작가님의 글을 소개할게요.
스물여덟 번째 편지, 시작합니다.
이번 주 쓰는 마음의 주인공은 개짱이 작가님입니다. <남편에게 생일 선물로 편지를 받았다.>라는 글인데요. 뭐랄까요? 제목만 읽고도 시트콤 예고편을 보는 듯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생일 선물, 뭐 받고 싶어?" 나에겐 정말 어려운 질문이다. 나는 가지고 싶은 게 잘 없다. 재작년 생일 때는 읽고 싶었던 책을 사달라고 했다. (중략) 아주 오랜 고민 끝에 진짜로 받고 싶은 게 생각났다. "편지 써줘. 아주 길게. 진심을 담아서. 아주 길게 써야 하니까 손편지는 아니어도 괜찮아. 타자로 쳐서 A4에 출력해줘."
개짱이 작가 <남편에게 생일 선물로 편지를 받았다> 중에서
이번 주 글쓰기를 글쓰기의 주인공은 스티브 작가님입니다.
<브런치 2개월>이라는 글이고, 소제목이 '일상을 쟁기질하는 즐거움'인데요. 글을 읽다 보면 목소리가 들린다고 해야 될까요. 귀가 간질거립니다. 🙌
따뜻하고 상냥한 톤으로 일상을 읊어주시는 스티브 작가님의 브런치 작가 초창기 시절(?), 함께 읽어볼까요?
⌜브런치 2개월⌟
주위분의 권유로 브런치를 시작한지 2개월차가 되었다. 처음에 작가 선정 합격 메일을 받았을 때의 짜릿함.
그 기분은 나를 대놓고 속물로 만들 정도였다. 인스타와 페북에 떠벌리고 다니는 푼수짓도 서슴지 않았다.
목표도 나름 있었다. 글쓸 소재도 많았다. 그동안 연재했던 여행 칼럼글도 있었고, 나름 유튜브나 인스타에 올렸던 글이며 음악을 다시 엮어가며 나만의 글창고를 만들고 싶었다.
그런 불타는 열정은 이미 여러 책을 출간한 실제 작가부터 시작해 브런치의 수많은 구독자를 둔 브런치 고수 작가들의 글을 읽어보며 급격히 얼어갔다. 성실함 하나로 버텨온 한량이니 신경쓰지 말고 나만의 길을 묵묵히 가보자 했지만, 역시나 마음 한켠에 자리잡은 의구심은 떨치기 힘들었다.
이걸 남과 같이 읽으며 공감대를 사는 문장이라 할 수 있는건지, 철부지 십대가 끄적거리다만 일기인지 모를 졸작이 속출했다. 쓰면서도 허덕 거렸지만 읽어보니 민폐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브런치가 노트북 속 화면이라 쓰다 지우다를 맘껏 할 수 있어 다행이었지, 작가폼 낸답시고 원고지에 끄적거렸다간 아까운 재활용 폐지만 수북이 쌓일 뻔 했다.
그래서 첫소개를 시작으로 한 달이 되도록 제대로 글을 쓴게 없었다. 그렇지만 꾸역꾸역 써 갔다. 겨우내 얼은 밭을 소로 쟁기질 하는 모습이었다. 움츠러든 삶의 밭을 타이핑질 하며 깨는 작업.
시간이 약이었다. 그렇게 억지로라도 일군 밭에 시간이 흐르자 따스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비교의식에서 벗어난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편해졌고 힘을 얻었다.
더불어 다른 작가들의 좋은 글을 보면 정말 좋다며 마음에서 박수도 치고 같이 응원하며 그들의 문체를 한번 응용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즐거운 것도 힘든 것도 일상의 당연한 일부가 되어 자연스러워지니 다 좋았다.
지금도 소소한 일상을 돋보기 보듯 한다. 더불어 여러 감정의 씨앗을 쟁기질한 밭에 뿌리는 중이다. 이젠 거름도 줘야겠다. 냄새 나지만 흙에는 더없이 좋은 양분이 될 내 삶의 온갖 달고 쓰고 시었던 경험을 잘 익혀서, 넘침과 모자름 속에 갈팡질팡 하더라도, 고르게 퍼야겠다.
아직 밖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지만, 브런치의 글쓰기 덕에 나는 이미 봄을 맞이했다.
북큐레이션은 독서환경이 무너져가고 독자들이 사라져가는 지금의 상황을 해결하는 데 제격입니다. 또한 독자를 발굴하기 위해서도 중요한 미션이 되었습니다.
김미정, <북큐레이션 - 책과 사람을 연결하는 힘> 중에서
구독자님은 '북 큐레이션' 들어보셨나요? 북(Book)과 큐레이션(Curation)의 합성어인데요. 특정한 주제에 맞는 여러 책을 선별해 독자에게 제안하는 것을 말하는 신조어입니다.
11월 인사이트 나이트는, 팀라이트 작가의 추천 북큐레이션으로 서로 마음을 나누고 위로가 되는 시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려요!
그럼 남은 한해, 따뜻하고 애틋한 순간이 되세요.
감사합니다. 🤞
싸랑을 담아, 춘프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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