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달리다가 뒤를 돌아본 적이 있나요?
내가 어디쯤 왔는지, 잘 달려온 것인지, 혹 방향이 비틀려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곳은 아닌지. 가만히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요.
해가 점점 짧아지고 겨울이 오려해요.
구독자님의 올해 사계절은 어땠나요? 슬슬 11월 말이 되고 다들 연말을 준비하는 분위기인데, 종일 모니터만 들여다 보느라 정신없는 저는 요즘 퇴근길이 되어서야 겨우겨우(그것도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쉼도 필요하니까요) 제 한해를 자주 돌아보곤 해요. 의미있던 어떤 것들과 의미없었지만 만족스러웠던 것, 끝내 아무것도 되지 못한 것들을 생각해봅니다. 다 괜찮아요, 라고 적었다가 지웠어요. 저 역시 괜찮지 않은 것들이 더 많으니까요. 그래도 습관처럼 이렇게 생각해봅니다. 이러니저러니해도 결국 다 나를 스쳐지나간 바람이라고. 잠시 머물렀다 가는 것이 그들의 미덕일지 모른다고.
출근길에 저희 회사 과장님을 만났어요. 아직은 별로 친하지 않은 사이인지라 소소한 스몰토크가 오고 갔어요. 과장님은 제 나이를 물으시고는 뭇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좋을 때네요." 라고 하셨어요. 저는 가만히 있다가 "언제나 좋을 때이지요."라는 문장을 골라 대답했습니다. 과장님이 제 나이를 들으시고 당신의 나이를 생각하며 쓸쓸해하시지 않길 바라는 제 마음이, 들리셨으려나요.
서른을 바라보고 있는 제 나이에는 제 나이의 조급함과 고충이, 또 어떤 나이를 바라보는 누군가에게는 그 나이의 불안과 고단함이 있겠죠. 너무 유난떨지도, 그렇다고 해서 당연하게 생각하기도 싫은 11월의 어느날입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인생을 곱씹어볼 때가 있죠. 이불킥하고 싶은 순간도 있고 더 자랑했어야 하는 멋진 일들도 있을거에요. 장담하건데 우리가 걸어온 인생의 곡선은 우리가 바래왔던 멋진 직선보다 더 아름답게 굽이져 있을겁니다.
당신의 곡선은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감히 가늠할 수 없는 일입니다.
스물아홉번째 편지, 시작합니다.
이번주 쓰는 마음의 주인공은 개짱이 작가님입니다. 개인적으로 개짱이 작가님의 글을 매우 애정해요. 작가님의 글을 읽다보면 작가님이 겪었던 그 상황들이 눈에 선하게 그려지거든요. 마치 저도 함께 그 옆에서 푸훕, 하고 웃고 있는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사과는 돈으로 하는 거야. 미안한 만큼 입금해. 얼마나 입금했는지 보고 마음에 들면 사과받아줄게."
"만약에 마음에 안 들면 보낸 돈은 환불해줄 거야?"
"환불은 무슨 환불! 내 마음에 들 때까지 더 입금해야지."
남편이 돈을 보냈다는 말에 금액을 확인해봤다. 1052원이었다.개짱이 작가<입금은 아내를 춤추게 한다> 중에서
특히 작가님 부부의 이야기가 참 소중하고 귀여운데요.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들어 큰일입니다. 사실 개짱이 작가님은 결혼하지 말라고 말리시거든요. 저는 도통 어째야할 지 모르겠답니다?
이번 주 글쓰기를 글쓰기의 주인공은 나오미 작가님입니다.
여러분이 글을 쓰게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하고픈 말이 간질간질 목울대를 치고 머릿속에 자주 문장이 떠오르고, 그걸 기록하지 않으면 못견디겠는 그런 순간이 있었나요? 나를 한번 돌아보며, 나오미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내가 글을 쓰고 있다면
누군가 글을 쓰고 있다면
그 사람은 글을 쓸 만한 상태일 것이다.
글을 쓰고 있을 때, 나는 어떤 상태인가?
혼자다
글을 쓰는 일에 몰두하고 있을 때, 혼자일 때가 많다. 청각과 후각에 매우 예민한 타입이므로 누군가 함께 있을 경우 글을 쓰는 나에게 집중하기 힘들다. 따라서 글을 쓰고 있을 때, 주로 혼자다. 생각을 듣고 적고 토론하는 일은 외롭지 않다. 사고하는 나와 글을 쓰는 나의 대화가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아침 루틴이 끝난 후
하루를 살면서 가장 느끼고 싶은 감정은 무엇일까? 대부분 뿌듯함, 보람, 만족감 같은 것일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만족감을 위해 매일 해야 할 일들을 몇 가지 정해둔 것들이 있다. 기상하자마자 물 한 잔을 마시고, 개인적으로 하고 있는 성경 필사와 묵상을 한다. 그 후 필사를 하고 캘리를 그린다. 그리고 나면 만족스러워 안정이 된다. 내가 글을 쓰고 있다면 이렇게 아침 루틴이 끝난 이후가 많다. 만약 이 중에 하나라도 제대로 못하는 날에는 글을 쓰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몸이 아파서 누워있거나 일정이 많아서 집에 있을 시간이 없어서다.
감정의 리듬이 상향 곡선을 탈 때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글럼프, 글태기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다. 글이 잘 안 써지는 시기가 있다는 것. 지금까지 여러 차례의 슬럼프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글을 쓰는 상태가 자신의 몸과 마음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글이 잘 풀려나올 때는 몸에 에너지가 넘치고, 감정적으로 가벼운 느낌일 때였다. 반대로 심신이 피로하고 무언가 고민거리가 있을 때에는 글이 쓰고 싶지도 않고, 억지로 써도 글이 되지 않았다.
나는 감각이 예민해 쉽게 피로를 느끼므로 심신의 상태가 글을 쓰는 일에 크게 영향을 주는 편이다. 따라서 매일 충분한 시간 잠을 청하려 하고, 루틴을 지킬 수 있을 만한 시간에 기상하려고 애쓴다.
그러나 스트레스로 인해 수면 시간에 영향을 받기도 하고, 계절 감기로 인해 쉬어야 할 때가 생기기도 한다. 그럴 땐, 그냥 쉰다. 푹 쉬고 나면 다시 에너지가 보충이 된다는 걸 알게 되었으므로. 그 후엔 또 글을 쓸 수 있는 때가 오니까.
구독자님, 오늘 편지는 어떠셨나요.
사실 오늘 편지는 저, 이현진의 마지막 편지가 될거에요. 반짝반짝 빛나는 멋진 분들과 함께 모여 크루를 만들고, 팀라이트라는 이름을 짓고, 뉴스레터를 발행하자고 의견을 제시하고, 세상을 향해 소중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편지를 쓰고, 다듬고, 고이 접어 여러분의 메일함에 들어가는 그 순간들이 어찌보면 작은 일일지 모르나 제게는 더없이 소중하고 멋진 일이었어요. 멋지게 여기까지 이끌어준 팀라이트 작가님들과 함께해서 너무 영광된 자리였구요.
저는 본업에 조금 더 집중하기로 마음 먹었어요. 스스로 (남몰래) 사이드프로젝트의 귀재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제 인생에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것 같더라구요. 귀재도 현실에 치이면 어쩔 수 없는 것 같더라고요? 뭐, 저만 그런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저는 꿈이 있었어요.
더 멋진 사람, 더 나은 사람, 더 높은 사람.
제 꿈은 사람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살다보면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사람들이 많잖아요? (ex. 저게 사람인가...😐) 그걸 보고는 반듯한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더 멋지고 더 나은 기왕이면 더 높은 사람 말이지요. 그런데 직선으로 걷는 줄 알았던 제가 잔뜩 뛰어 온 길이 사실은 곡선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걸 너무 자주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이별은 너무 슬프고 힘들지만,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떠나는 것이라고 생각해주셨으면 해요.
제 곡선의 한 부분에 구독자님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잊지 못할 순간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해요. 작고 소중한 애정을 전합니다.
마무리가 길면 머쓱해지는 타입인지라 이만 줄일게요.
또 어디선가 어떠한 멋진 인연으로 다시 만나길 바라며.
이상, 이현진이었습니다.
어느 멋진 날, 이현진 드림
※ 금일 레터는 내부 사정으로 한낮에 보내드리게 되었습니다. 차주부터는 예정대로 아침에 찾아갈 예정이에요. 더 발전하는 팀라이트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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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종원
마음이 따뜻해지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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