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세계를 넓혀준 사람

2022.02.25 | 조회 2.63K |
0
|
이루마 - 기억에 머무르다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까, 고민하던 때였어요. 평소 말주변이 없던 선배는 제게 별다른 조언 대신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건넸죠. 밤새 읽다 멈추기를 반복했어요. 소설을 읽는 이유를 그때 알았어요. 

'사람은 자신의 세계를 넓혀준 사람을 잊지 못한다.' 언젠가 읽었던 문장입니다. 운 좋게도 제 주변엔 그런 분이 많았어요. 협소했던 세계관을 넓혀준 이들 덕에 책과 영화, 사랑, 여행을 알게 됐거든요. 

그렇게 저만의 독창성, 전문성, 차별점을 보여주고 공개적인 페르소나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물론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고요. 그 과정들이 모여 '퍼스널 브랜딩'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구독자님은 어떠세요? 그런 사람이 주변에 계신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아껴 읽을게요.💌

그럼 마흔 두번째 편지, 시작합니다. 저는 춘프카입니다.

책 <모든 요일의 기록> 중
책 <모든 요일의 기록> 중

<팀라이트 이달의 작가>날자 이조영 작가님입니다. 트라우마는 '마음의 외상'으로 외부에서 일어난 충격적인 사건이나 장면으로 인해 발생되는 심리적 증상인데요. 작가님은 브런치북 <삶과 조금 더 가까워졌습니다> 속 글에서 고백합니다. 그런 때가 있었다고. 함께 읽어볼까요?

소매치기와 눈이 마주친 순간

트라우마는 무의식 속에 자리 잡아 삶을 방해한다. 내가 이전과 완전히 다른 삶을 살 수 있었던 건 심리코칭 덕분이었다. 무의식 속에 달라붙어 있던 찌꺼기들을 청소했더니, 원래의 재기 발랄한 나로 돌아올 수 있었다. 나는 더 이상 외톨이를 자처하지도 않고 낯선 사람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사람들의 눈을 똑바로 보거나 관찰하는 걸 피하지도 않는다.

본문 중에서

2월의 끝자락을 장식하는 <writing한 글쓰기> 주인공은 나모다 작가님입니다. 글쓰기는 생명체 즉, 자녀와 같다는 부분에서 밑줄 그었어요. 다감한 작가님의 생생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글을 함께 읽어볼까요?

잘생긴 글, 못생긴 글, 어설픈 글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 그가 태초에 하나님과 함께 계셨고 만물이 그로 말미암이 지은 바 되었으니 지은 것이 하나도 그가 없이는 된 것이 없느니라. 그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이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라.

요한복음 1장 1절-4절

성경에 의하면, 생명의 기원은 말씀 곧 logos라고 되어 있다. 로고스 즉 말, 글이 생명을 만든다. 그렇다면 생명은 무엇인가?

표준국어대사전의 풀이에 의하면 생명은 다음과 같이 정의되어있다.

1. 사람이 살아서 숨 쉬고 활동할 수 있게 하는 힘.

2. 여자의 자궁 속에 자리 잡아 앞으로 사람으로 태어날 존재.

3. 동물과 식물의, 생물로서 살아 있게 하는 힘.

뜻풀이 2번은 실제 생명체를 의미한다. 사람이 낳은 생명체를 자녀라고 한다. 생명체는 정자와 난자의 결합으로 자궁에 착상되어 엄마의 배속에서 일정 기간을 보낸 다음 때가 되어 세상에 나온다. 다 비슷해 보이는 아기라도 엄마는 자신의 아기를 멀리서도 구별한다. 그래서 간혹 병원의 실수로 아이가 바뀌면 법적 소송을 해서라도 친자확인을 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 된다. 자신의 아이는 오직 하나밖에 없다. 비슷해 보여도 결코 같지 않다.

글은 생명체인 자식과 같다.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든, 친필로 쓰든, 글자들이 모여 의미를 갖고 '으앙' 하고 세상 밖으로 나오면 그때마다 자기 자식이 생기는 느낌이다. 모르긴 몰라도 대부분의 창조자들이 창조할 때의 느낌이 그러할 것이다. 물론 그 창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에는 기형의 상태로 두기보다 파기하기까지 한다. 그만큼 세상 속에 나온 작품에 대한 지대한 책임감을 갖는다는 말이다.

많은 글을 써보지 않았고 이제 조금씩 써나가는 입장이지만, 하나하나 잉태하여 출산하는 과정을 겪으며 나는 이것이 바로 잉태의 고통과 기쁨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에, 글쓰기와 관련한 레터를 발행하는 곳에서 내 글을 수록하겠다고 했다. 분량을 줄여 원문을 다 싣는다고 하여 금방 줄일 수 있겠거니 했다. 내가 많이 아플 때 쓴 글이었고, 글을 쓰기 힘들수록, 힘든 상황이 생길수록 더욱 글을 써야 할 필요를 느끼고 쓴 글이었다. 당시에 글을 쓸 때 많은 생각을 해서 쓴 글이 아니라 그 순간의 느낌 그대로 흘러가는 대로 쓴 글이었다. 그 글을 읽으면 그때의 감정이 그대로 다시 살아난다.

쉽게 분량을 줄일 수 있을 줄 알았다. 다시 읽어보니 다시 낯이 뜨거워졌다. 구조도 마음에 들지 않고, 내용도 허술하기 그지없는 글. 글을 수록하려는 레터 입장에서 보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반복되는 표현을 줄이고, 좀 더 세련된 표현을 사용하고, 글을 수록하는 쪽의 의도에 부합한 더 합리적인 이야기를 붙이기도 했다. 좋은 글이 나왔을까?

성형수술을 한 느낌이었다. 큰 흐름은 변함이 없는데, 더 이상 그때의 그 느낌이 나지 않았다. 퇴고를 하고 원고를 보내고 나서 계속 마음이 불편해서 담당자에게 내 마음을 표현했다. 충분히 내 의사를 존중하며, 길이에 연연하지 말고 쓰고 싶은 대로 쓰는 게 좋겠다고 했다. 갈아엎었던 글을 다시 원래대로 복구하고 아주 디테일한 부분만의 수정을 해서 전송했다.

큰일 날 뻔했다. 내 자식의 모습을 더 이쁘게 보이려 성형수술을 하고 나니 이전의 그 아이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꼴이었다. 수정하는 과정에서 원래의 글이 사라져 원문을 찾느라 땀을 흘리는 나의 모습은 마치 실종된 아이를 찾는 절박함과 닮아 있었다. 내가 왜 이러지? 글이 뭐라고? 이전에 아들을 순간 잃어버려 길에서 울면서 아이를 목놓아 부르며 쫓아다니던 기억이 떠올랐다. 다행히 조금 고생을 하여 원문을 찾았으니 망정이지... (물론 잃은 줄 알았던 아들도 다행히 찾았다).

글의 종류에 따라 논리적인 전개, 산뜻한 구조 등이 강조되기도 하고, 오히려 퇴고를 잘하여 읽기 좋은 글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어떤 글은 아무리 서툴러 보이더라도 글에 손을 대면 원래의 느낌이 사라지는 글이 있는 것을 보고, 그때 나는 글이 생명체라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어쩌면 기억을 상실한다 해도, 내가 아파 낳은 글은 내 무의식이 알아차릴 것 같다.

글을 쓸수록, 나는 부자가 되는 느낌이 든다. 자식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아프지 않고 낳는 자식이 없듯, 모든 글은 아픔과 함께 잉태되고 출산되는 것도 사실이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그래서 더 사랑스럽다.

올해도 나는 자식을 많이 낳고 싶다. 그리고 그것을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것이다. 잘생긴 놈도 있고, 못생긴 놈도 있고, 어설픈 놈도 있고 각양각색이지만, 적어도 다 나의 자식이다. 나를 닮은 놈들이라 내게는 다 각별하고, 이쁘다. 잘생긴 글도, 못생긴 글도, 어설픈 글도.


퍼스널 브랜딩은 '자신을 브랜드화하여 특정 분야에 대해서 먼저 자신을 떠올릴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을 뜻합니다. 그 출발은 '나에 대해 사전적 정의를 내리는 일'부터 시작되는데요. 

아직 늦지 않았어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이야기를 써보세요. 저도 그렇게 매일 쓰고 있어요. 어쩌면 다른 사람의 세계를 넗혀주는 사람이 '우리'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다가오는 2월 26일(토) 저녁 9시 인사이트 나이트는 브랜딩을 주제로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전합니다. 기대해주세요!🙌

그럼, 다음 편지로 인사드릴게요.

 

 

싸랑을 담아, 춘프카 올림

 

첨부 이미지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글 쓰는 마음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다른 뉴스레터

© 2026 글 쓰는 마음

매주 금요일, 글을 통해 더 나은 일상을 만들고 싶은 마음을 보내드립니다.

뉴스레터 문의teamwritelight@gmail.com

메일리 로고

도움말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채팅으로 문의하기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광장로 199, 5층 501-2-31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