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안녕하세요? 3월의 포근해진 날씨와 함께 여기저기 봄의 기운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생명의 싹을 틔우는 자연의 모습과 함께 만물이 새로움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구독자님은 어디서 봄을 느끼고 계시는지요? 아니면 오히려 만물의 새로워짐과 반대로 여전히 춥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시는지요? Emerson,Lake&Palmer 의 C'est la vie (그것은 인생) 음악속으로 들어가볼까요?
이번 레터의 제목이 씁쓸한 인생입니다. 저는 간혹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기분이 울적할 때는 믹스커피, 초코렛 등의 달달한 음식으로 마음의 공허를 달래려고 하는데요, 인생은 달콤하기만 한 게 아니고 무미건조하거나 씁쓸하기조차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씁쓸함이 오히려 글쓰기의 동력이 된다고 이야기하시는 작가님들이 계시네요.
<이달의 작가> 글향 작가님은 인생의 쓴맛을 경험하시면서 존재의 내면을 두드리며 조심스럽게 글쓰기를 이어가는 '쓰고나'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진한 글은 결핍에서 시작된다. 쓴맛과 함께 드러난 결핍에서부터 내면으로 다가가는 글쓰기가 시작되었다. ‘달고나’는 달달한 액체를 내 안에 투여하여 일시적인 만족을 뿜어내는 작업이라면, ‘쓰고나’는 존재하는 그 안에 숨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어루만지는 작업이었다. 존재에 대한 성찰의 과정을 보여주는 고된 여정의 기록을 모아, 존재를 향한 따뜻한 시선과 손길에 온 마음을 깊이 물들이는 작업...
<달고나 보다 더 좋은 쓰고나> 본문 중
'달고나'라는 단어에서 '쓰고나'라는 신조어를 생각해내시는 글향 작가님의 기발함이 돋보였습니다. 결핍의 쓰라림에서 길어내는 진한 글로서의 '쓰고나'에 글향작가님의 향기가 묻어나옵니다. 본문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이번 주 <Writing한 글쓰기>에서는 스테르담 작가님의 글 <마음이 편하니 글이 안써진다>를 소개해드립니다. 마음이 편할 때보다 오히려 불편할 때 불편함이 귀중한 글감이 되어 글로 피어난다고 합니다.
마음이 편하니 글이 안 써진다.
마음이 불편하니 손가락이 절로 움직이고 싶어 한다.
간혹 삶이 평온할 때가 있다. 정말 간혹이다. 왠지 모르게 찾아온 평온은 폭풍 전 고요와 같은 불안을 야기하지만 그럼에도 우선은 그 평온을 만끽하려 노력한다.
평온한 마음은 마치 불순물이 모두 가라앉은 잔잔한 물과 같다. 햇살이 그 물결에 닿기라도 하면 삶은 너무나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에 취해 살짝 눈을 감아보면 모든 게 장밋빛이고, 모든 게 해맑다. 마치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기분은 그야말로 무언가에 취해있는 마음 그 자체다. 살아가는 데 있어 나는 이러한 시간이 좀 더 많기를 바란다. 세상이 나를 좀 잔잔하게 있을 수 있도록 좀 놔뒀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 평온한 마음을 글로 담아보려 하면 할수록 잘 되지 않는다. 글로 담을 마음조차 생기지 않을 때가 많다. 그저 늘어져 있고 싶은 몸과 마음의 상태. 말 그대로 '릴랙스', Re(다시) + Lax(느슨한) 모드로 전환이 되어서일까. 잔잔한 물결 위 내가 쓸 이야기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다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태풍이 엄습하면 저 수면 아래에 있던 것들이 올라온다. 투명하고 잔잔한 물은 어느새 흙탕물이 되고, 혼탁한 시야만큼이나 삶은 어두워지고 막막해진다. 이러한 일들은 나에게 왜 일어나는 걸까. 잔잔한 물결처럼 살고 싶은 내 바람은 왜 이리도 순식간인지. 평온하다 느낄 그 찰나에 세상은 나를 가만두지 않고 만다.
쫓기듯 살고, 변명하듯 하루라는 옷을 벗어 제낀다. 다시 흙탕물이 가라앉을 때를 바라며 수면을 바라본다. 아, 그런데. 그 물에 손을 넣어보니, 무언가가 잔뜩이다. 불안, 공포, 허세, 기쁨, 슬픔, 분노, 질투, 시기, 자존감, 자괴감, 사랑, 가족, 욕심... 이루 말할 수 없는 것들. 셀 수 없는 것들이 한가득이다. 평온할 땐 저 바닥 아래에 흙속에 감추어져 보지 못했던 것들. 손을 휘휘 저으니 얻어걸리는 모든 것이 글감들이었다.
마음이 불편하니 손가락이 절로 움직이고 싶어 한다. 맑고 평온한 마음에 늘어져 있던 나는, 불편한 마음에 기어이 몸을 일으켜 하나 둘 글을 써 내려간다.
흙탕물 속에서
오늘 건져 올린 불안.
너무나도 싱싱한 분노.
유통기한을 막 지나치려는 행복.
있는지도 몰랐던 마음속의 상처와 욕심 그리고 시기심까지.
마음이 평온해야 무언가를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정작 평온할 땐 아무것도 못하고. 기어이 마음이 흙탕물이라는 엉망진창이 되어서야 나는 너덜너덜한 몸과 마음을 추슬러 글을 쓰게 된다.
이쯤 되면 글을 많이 쓰고 싶다는 게 맞는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평온하며 소비적인 것보단 불편해도 생산적인 게 낫다는 생각이다.
마음이 편하면 글이 잘 안 써진다.
마음이 불편하면 쓸 게 정말 많다. 써지기도 잘 써진다.
그래서 나는 때론, 평온한 하루에 손을 넣어 마음의 물을 휘휘 저어 본다. 태풍이 아닌, 내가 만든 흙탕물 속에서 불편한 마음들을 꺼내어 놓는 것은 또 다른 맛이자 재미다. 게다가 불편한 것들만 있는 게 아니라 좋은데도 알아차리지 못한 꾸러미들이 한가득이다.
평온함은 꼭 있어야 하는 마음이다.
그러나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아야 한다. 평온함의 속성 상, 그 자체가 길게 이어질 성격이 아니다.
혼란함 속에서, 혼탁함 속에서.
편하지 않은 마음에서, 요동하는 감정에서.
그렇게, 글은 피어오른다.
두 작가님의 글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달콤하고 편할 때도 글을 쓰겠지만, 씁쓸하고 불편할 때가 오히려 더 진한, 다양한 글을 쓸 수 있는 기회가 된 경험을 소개했어요. 그렇다면 우리의 일상은 어떤 모양이든 달콤하면 달콤한 대로, 씁쓸하면 씁쓸한 대로 이야기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말이지요. 일상이 글이 될 수 있다는 놀라운 진리를 다시 확인하며, 계속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구독자님의 일상이 글쓰기로 이어지기를 기원합니다.
인생의 달콤 씁쓸함을 담아
나모다 드림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