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SMC가 쏘아올린 반도체 희망의 공

목요일에는 대만의 반도체 위탁 생산업체 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 (TSMC; 2330.TW)의 2023년 4분기 실적 발표가 있었습니다. 전년 대비로 실적은 다소 부진해 보일 수 있었지만 시장에서는 아주 긍적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실적 발표 다음날 TSMC 주식은 6퍼센트 이상 급등했을 뿐 아니라 한국의 삼성 전자와 SK 하이닉스를 비롯한 아시아의 다른 반도체 혹은 테크 관련 주식들의 동반 상승을 이끌었습니다. 수출에 의존하는 대만 경제에 있어서 TSMC는 아주 중요한 기업으로 대만에게는 삼성 전자 같은 존재라고 봐도 되는데요, 이를 반영하듯 대만 주식 지수도 올랐습니다. 어떤 부분이 이런 시장 반응을 이끌어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기대치를 상회한 실적

TSMC의 실적은 전년 대비 하락하긴 했지만, 시장 기대치는 상회했습니다. 시장에서 바라보는 기업 실적은 절대적인 수치도 중요하지만, 기대치를 상회하는지 그에 비해 실망적인지가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끼칠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부분을 항상 염두해야합니다. 

TSMC의 4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5%퍼센트 하락했고, 순이익은 더 큰폭인 19퍼센트가 줄어들었습니다. 순이익 하락이 매출보다 가파랐다는 것은 수익성이 떨어졌다는 의미인데, 우선적으로는 매출에서 매출 발생에 필요한 비용을 뺀 총매출이익률 8 퍼센티지 포인트 줄어든 점이 눈에 뜁니다.

제품 수요 하락으로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N3라 불리는 신공정 생산을 늘리면서 매출 비용이 늘어난 결과로 보입니다. 운영 비용도 늘어났는데요, 연구 개발 비용 증가와 신공정관련 비용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적 발표 이전 시장 기대치에 비하면 4분기 실적은 상당히 선방했음을 볼 수 있는데요, 일단 매출은 6,260억 타이완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LSEG SmartEstimate 플랫폼에서 집계된 애널리스트들 예상치 6,180억 타이완 달러를 여유있게 상회하는 수치입니다. 순이익 2,390억 타이완 달러도 2,250억 타이완 달러 시장 예상치보다 잘나왔습니다.  

인공지능, 인공지능, 인공지능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에 더해, TSMC는 2024년 20퍼센트 매출 증가라는 상당히 전망을 내놓았는데요, 이게 주가 상승의 기폭제가 된 것 같습니다. 이런 장미빛 전망의 배경에는 인공지능 발전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가 있습니다. 

실적 발표 후 TSMC CEO C.C. Wei씨는 "AI관련된 모든 것들은 TSMC에서부터 비롯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TSMC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반도체 위탁 생산업체입니다. 반도체 기술부터 생산까지 해내는 삼성 전자와 다르게 애플 같은 회사들은 반도체 디자인만 본인들이 하고 생산은 TSMC같은 회사에 맡기는 거죠.

반도체 생산 시설을 갖추는 데에는 엄청난 투자가 들어가고 기술 발전에 따라 주기적으로 시설을 업그레이드 해야하기 때문에 반도체 생산은 대표적인 고 자본 업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투자 부담을 덜고자 하는 회사들이 TSMC같은 업체를 이용하는 것이죠.

TSMC의 대표적인 고객사로는 애플이외에도 엔비디아, 퀄컴같은 테크 업계의 내노라하는 회사들이 있습니다. 회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2023년동안 528개 기업 고객들의 제품 생산을 도왔다고 합니다. 삼성 전자도 본인들의 반도체 생산이외에도 위탁 생산 사업을 하고 있는데 아직 TSMC에 비하면 규모가 작습니다. 

이렇게 TSMC는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인공 지능 발달에 따른 반도체 업계 전체의 호황의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고, CEO Wei씨의 말도 괜한 허풍이 아닌 것이죠. 

그리고 TSMC가 반도체 업계에서 가지는 영향력 때문에 이 회사의 훈훈한 2024년 전망에 다른 반도체 업체들, 테크 회사들 주가까지 덩달아 오른것입니다. 

비교적 소소한 밸류에이션

TSMC 주가는 지년 1년간 15퍼센트 정도밖에 오르지 않았습니다. 같은 기간 삼성 전자가 20퍼센트 이상 올랐고 인텔사는 64퍼센트, 엔비디아는 무려 240퍼센트가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소소합니다. 

TSMC의 실적 대비 주가 비율은 18배 정도로 삼성 전자의 15배 보다는 다소 높지만, 엔비디아의 75배에 비하면 훨씬 낮습니다. 수익성의 한지표인 TSMC의 자기 자본 이익률 (return on equity)은 29퍼센트 정도로 삼성 전자의 9퍼센트를 훨씬 앞섭니다. 물론 엔비디아의 69퍼센트에는 비할바가 아니지만요.  

물론 한 회사의 주가는 그 회사가 상장되어 있는 시장의 전체적인 여건에도 영향을 받고, TSMC와 그와 비교한 회사들은 모두 다른 시장에 상장되어 있어서 이런 비교가 모든 요인들은 반영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TSMC의 현재 밸류에이션, 그리고 실적 성장 가능성을 보면 올해 이 회사 주가의 상승 여지는 꽤 많이 있는 것 같아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