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해지는 경쟁에 고심인 테슬라

수요일에는 전기차 시장의 강자 테슬라 (TLSA.US)의 실적 발표가 있었습니다. 2023년 4분기 순이익은 전년대비 두배 이상 올랐지만, 실적 내용을 들여다 보면 결코 낙관적인 결과는 아니었습니다. 테슬라 주식은 실적 발표 후 6퍼센트나 떨어졌습니다. 

세금 효과가 낳은 착시 현상

테슬라의 4분기 순이익은 79억 달러로, 2022년 4분기의 37억 달러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4분기 순이익 79억 달러 중 59억 달러가 세금 처리 관련한 회계상 조정에 의한 1회성 이익이라는 것입니다. 이 부분을 제외하면 4분기 실적은 전년 대비 오히려 하락한것이죠. 

테슬라의 4분기 총 매출은 전년 대비 3퍼센트 성장에 그치며 시장 예상치를 하회했고, 이 중 차량 판매에서 비롯된 매출은 1퍼센트 밖에 늘지 않았습니다. 

이보다 더 눈에 띄는 점은 4분기 총 매출 이익률이 무려 6.1퍼센티지 포인트나 줄어들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이 기간 동안 매출 비용이 매출 상승 폭 보다 훨씬 큰 11퍼센트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테슬라 2023년 4분기 실적
출처: 테슬라

치열해지는 경쟁 속 커지는 가격 하락 압력

테슬라의 4분기 실적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이 기간 동안 테슬라의 차량 출고량은 전년 대비 20퍼센트 상승했음에도 차량 판매 매출은 고작 1퍼센트가 늘어난 것입니다. 테슬라는 4분기 동안 484,507대의 차량을 출고했는데, 이는 이 회사의 분기 수치입니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중국의 BYD사는 500,000대가 훌쩍 넘는 전기 차량을 판매하며 테슬라가 그 동안 유지해왔던 전기 차 시장 왕좌 자리를 탈취했죠. 테슬라의 4분기 실적과 관련하여 이 부분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BYD를 비롯해 중국에는 수많은 전기 차 제조업체들이 있고, 전 세계적으로도 한국의 현대나 미국의 제너럴 모터스같은 일반 차를 만드는 업체들도 하나 둘씩 전기차 시장에 뛰어 들면서 테슬라의 경쟁사들은 계속 늘어가고 있습니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이 시점에 테슬라가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뭐일까요? 네, 바로 가격을 내리는 것입니다. 

테슬라의 4분기 차량 판매가 크게 증가했음에도 차량 판매 매출은 거의 늘지 않은 것은 이 기간 동안 가격을 많이 깍은 것을 의미합니다. 이익률을 어느 정도 포기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죠. 

저가형 모델에 박차를 가하는 테슬라, 2024년은 버리는 해?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씨는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2024년 판매량 증가율은 "상당히" 하락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테슬라는 현재 저가형 모델을 개발 중인데, 가격을 낮추기 위해 새 기술을 개발하면서 생산량을 늘리는게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저가형 모델은 2025년 후반기에나 출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진행중인 이 프로젝트는 중국 전기차들 처럼 싼 모델들과 가격으로 경쟁하는데 굉장히 중요해 보이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출시전까지 기존 모델들 판매를 어느 정도 희생하더라도 회사의 전력을 다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너무나 높은 밸류에이션, 일론 머스크 위험

4분기 실적 이후 테슬라의 주가가 떨어졌다는 하나 테슬라 주가는 지난 1년간 40퍼센트 넘게 올라 미국 시장 전체 상승 폭을 훨씬 상회했습니다. 테슬라 주식의 이익 대비 주가율 (PE ratio)는 무려 67배에 달하는데, 이는 한참 성장 중인 스타트업에나 어울릴 법한 밸류에이션입니다.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들 중 하나와 비교해보자면 제너럴 모터스는 시장 가치가 테슬라의 10분의 1도 안됨에도 PE ratio가 5배에도 못 미칩니다. 

지난 1년간 테슬라 주가 움직임
출처: Google Finance

현재 이렇게 밸류에이션이 높다는 것은 그만큰 주가가 하락할 여지도 크다는 걸 의미하는데요, 일단은 실적이 기대에 못미치는 경우 그럴 위험이 크겠죠. 

테슬라 같은 경우 또 한가지 큰 위험 요소가 있는데 바로 예측할 수 없는 일론 머스크의 돌발 행동입니다. 일예로 일론 머스크가 과거 트위터 인수를 추진하면서 테슬라 주가는 요동을 쳤던 적이 있죠.

이번 달에 일론 머스크는 현재는 X로 이름을 바꾼 트위터에서 테슬라 이사회가 본인의 테슬라 지분율을 현재 13퍼센트에서 거의 두배인 26퍼센트로 올려줘야 한다고 말해 투자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행동주의 투자자들에 의해서 본인이 회사에서 쫓겨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는데요, 이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인공 지능 관련 상품 개발을 테슬라가 아닌 다른 회사를 통해 하겠다고 협박아닌 협박을 하기도 했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지분을 높이려면 필연적으로 현 테슬라 가치를 희석시키며 새 주식을 발행해야 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방법인데, 그렇게 되면 테슬라 주가는 떨어지겠죠. 

항상 드라마가 넘치는 테슬라, 올해는 어떤 한해를 보낼 지 기대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