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액면 분할을 단행 한 엔비디아의 주가 향방은?

지난 6월 10일 엔비디아 (NVDA.US) 주식의 10분 1 비율로 액면분할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엔비디아 주식을 한 주당 예전 가격의 10분의 1으로 살 수 있게된 것입니다. 예전에는 한 주당 가격이 1200불, 한화로 160만원이 넘었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부담이 컸는데, 이 부담이 확줄어들었기 때문에 수요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는 엔비디아 주가에 호재이죠. 하지만 주가는 다른 여러 이유 때문에 움직일 수 있습니다. 현재 엔비디아에게 가장 큰 과제는 극강의 시장 우위를 지켜내는 것입니다 .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엔비디아 주가 향방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소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이번 글에서 꼭 챙겨갈 것들:

✅ 액면 분할이란?
✅ 향후 엔비디아 주가 향방에 대한 회의론이 돌기 시작하는 이유는? 

기업들은 액면 분할을 왜 할까?

상장 기업들은 이따금 액면 분할이라는 것을 합니다. 삼성 전자도 2018년에 무려 50대 1이라는 비율로 자사 주식을 쪼갰었죠. 엔비디아는 2000년을 기점으로 이번까지 총 6차례 액면 분할을 했습니다.  

액면 분할이란 정해진 비율로 발행 주식 수를 늘리고 그 만큼 한 주당 가격을 떨어뜨리는 것입니다. 가령 한 주당 1,000원에 거래되는 총 발행 주식 수가 1,000개인 회사가 있는데 이 회사가 10대 1비율로 액면 분할을 한다고 하면 이 회사의 총 발행 주식 수는 1,000의 10배인 10,000개로 늘어나고 한 주당 가격은 1,000원의 1/10인 100원이 됩니다. 

반면 이 회사의 시가 총액은 변하지 않습니다. 시가 총액은 총 발행 주식 수에 한 주당 가격을 곱한 것이기 때문이죠. 이 회사의 시가 총액은 액면 분할 전에도 1,000,000원 (1,000 x1,000), 액면 분할 후에도 1,000,000원 (10,000 x 100)입니다.  

액면 분할의 기본 개념

회사가 액면 분할을 하는 데에는 자사 주식의 유동성을 늘리는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삼성 전자가 2018년 액면 분할 하기 전, 이 회사의 한주를 사려면 무려 250만원이 넘는 가격을 지불해야했습니다.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큰 부담이 되는 가격이죠.

저 돈이면 여러 다른 회사의 주식을 살 수도 있고, 다른 한 회사의 주식을 훨씬 더 많이 살 수도 있는데, 고작 한 회사의 1주를 사기 위해 투자 하기에는 많이 부담되는 금액이죠. 하지만 50대 1의 액면 분할을 한 후에는 5만원 대에 살 수 있으니 소액투자자들이 훨씬 많이 사겠죠. 그렇기 때문에 삼성 전자 주식 거래는 더 활발히 일어나게 되고, 소위 유동성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회사 입장에서 자사 주식의 유동성이 늘어나면 좋은 점이 여러가지가 있는데, 유동성이 높은 주식은 그만큼 사람들이 많이 사고 팔기 때문에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환급성이라는 측면에서 그만큼 덜 위험하죠. 돈이 필요해서 팔고 싶을 때 파는 것이 쉬워지는 것이니까요. 그러면 다시 그 주식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선순환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리고 유동성이 늘어나면 주가의 변동성을 줄이는데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더많은 사람들이 더 빨리 주식을 사고 파니 거래 하나로 인해 주가가 크게 영향을 받는 일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또한, 주식의 유동성이 풍부할 수록, 회사가 신주를 발행하는 데 유리할 수 있습니다. 유동성이 많으면 신주를 발행해서 늘어난 물량을 받아줄 매수자들이 많다는 뜻이고, 그러면 신주 발행으로 인해 발생하는 주가 하락폭을 낮출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런 수급 적인 측면 외에도 액면 분할은 회사가 그만큼 미래 실적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는 방증이되기도 합니다. 액면 분할이라는 것이 주식수를 얼마를 늘리든 시가 총액은 유지가 된다는 개념에 근거하는 것이기 때문에, 액면 분할 후에도 회사의 실적이 좋아서 시가 총액이 최소한 유지될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면 하기 힘든 결정이죠. 

실제로 액면 분할을 한 회사들의 주가가 평균적으로 전체 시장대비 더 많이 올랐다는 연구 결과들도 있습니다. 물론, 주가가 움직이는데에는 수많은 요소들이 작용하기 때문에 단순히 액면 분할 때문에 주가가 올랐다고 결론을 내려서는 안됩니다.

하지만, 액면 분할을 하는 회사들은 일단 주가가 일반 투자자들에게 너무 높아져서 곤란아닌 곤란을 겪는 회사들이기 때문에 이들은 시작부터 우등 집단이니 주식 시장에서 성적이 좋은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듯 합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엔비디아 주가 상승

엔비디아가 만드는 GPU (graphics processing unit)이라는 반도체는 원래는 고사양 게임등에 필요한 그래픽 카드에 쓰였는데, Chat GPT같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개발 및 운영에 필요한 초고성능 컴퓨터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이 되었습니다.

엔비디아의 GPU

최근 몇년간 인공 지능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엔비디아 실적도, 그리고 주가도 천정부지로 뛰었습니다.    

최근 몇년 가파르게 상승한 엔비디아 주가

이번달 엔비디아의 시가 총액은 한화로 환산조차 하기 힘든 3조 달러를 넘겨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시장 가치가 높은 3인방으로 군림하더니 6월 18일에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마저 재칩니다. 엔비디아의 주가 수익 비율 (price-to-earnings ratio; PE ratio)은 77배에 달합니다.

이는 엔비디아 주식이 시장에서 회사의 주당 순이익 대비 77배 가격에 거래된다는 뜻으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시장에서 회사의 향후 성장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애플의 주가 수익 비율은 33배, 마이크로소프트는 38배 정도인데, 둘다 굉장히 높은 수치이지만, 엔비디아는 이 둘을 훌쩍 뛰어넘죠. 

엔비디아 주가는 계속 상승할까?

엔비디아 주가는 액면분할 바로 직후에는 다소 떨어졌지만 이후 다시 계속 상승해 6월 14일 금요일까지 약 9퍼센트가 상승했습니다. 일반 투자자들의 진입 장벽을 낮춘 액면분할도 분명 한 역할을 했겠죠. 

하지만 장기적으로 엔비디아 주가 향방을 결정짓는 것은 바로 회사의 실적일 것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회사가 지금처럼 시장에 거의 독점적 우위를 유지해나갈 수 있을 것인가입니다. 

엔비디아는 현재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서 점유율이 90퍼센트가 넘습니다. 하지만, 어느 산업이든 한 회사의 이러한 독과점은 평생가지 않습니다. 시장을 나눠 갖으려고 호시탐탐 노리는 경쟁사들이 등장하기 때문이죠.

엔비디아의 경우도 본격적인 경쟁이 슬슬 시작되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면서 이 회사의 미래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생기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주식 투자 정보 사이트인 모틀리 풀 (Motley Fool)의 션 윌리엄스 (Sean Williams)라는 애널리스트인데 지난 달에 올린 글에서 훌륭한 분기 실적에도 불구하고 왜 자신이 엔비디아에 대해 부정적인지 설명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사들이 자체 인공지능 반도체를 개발 중이라는 것입니다. 엔비디아는 순매출의 40퍼센트를 과거 구글이었던 알파벳 (Alphabet), 아마존 (Amazon), 페이스북의 주인 메타 (Meta), 마이크로소프트 (Microsoft), 이 4개 회사로 부터 벌어들이는데, 이들이 모두 자체 개발한 반도체를 데이터 센터에서 쓰려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외에도 인텔 (Intel)이나 AMD같은 정통 반도체 회사들도 인공지능 시장에 뛰어들면서 엔비디아의 밥그릇을 노리고 있습니다.  

인텔이 4월에 발표한 Gaudi 3 인공 지능용 반도체

올 회계년도 1분기 엔비디아의 매출총이익 마진은 무려 78퍼센트에 달했습니다. 엔비디아는 반도체를 개발만 하고 제품 생산은 TSMC같은 파운드리 업체에 맡기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매출 대비 제품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이 낮아 매출총이익 마진이 높지만, 비슷한 사업 모델을 가진 애플의 마진이 40퍼센트대인것을 감안하면 78퍼센트는 경이적인 수준입니다. 

하지만, 엔비디아도 마진 압박을 슬슬 느끼는 것 같습니다. 회사는 실적 발표 때 2분기 매출총이익 마진이 74.8퍼센트로 소폭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습니다. 이는 회사에서 매출 성장이 제품 제작과 판매에 들어가는 매출 비용 증가보다 더딜 것으로 예상한다는 뜻으로 점차 늘어나는 경쟁으로 자사 제품 가격이 떨어지면서 나올 수 있는 결과입니다.

물론 엔비디아의 고수익 사업 모델이 한순간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회사의 독점적 지위나 다름없는 현재 입지가 서서히 흔들릴 수 있다고는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엔비디아의 시장 점유율이 줄어드는 것이 눈에 띄기 시작하면 회사 주가의 상승도 주춤하게되겠죠.  

마치면서

이번 글에서는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뜨거운 회사인 듯 보이는 엔비디아에 대해 한번 살펴보았습니다. 잘쓰이는 영어 표현 중에 "What goes up must come down"이란 말이 있습니다. 높이 올라간 것은 언젠가는 내려오기 마련이다는 뜻이죠. 이는 중력의 법칙이 적용되는 물리적 현상이외에도 세상의 많은 일들에 해당되는 것 말인 것 같습니다. 

최소한 엔비디아의 지금과 같은 믿기어려운 실적과 주가 상승세는 언젠가는 끝이 날 것은 자명합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회사가 늘어나는 경쟁과 미래에 대한 대비를 어떻게 해서 최대한 경착률을 이끌어내는 게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