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º 01 :
텍스고라운드 포토 다이어리 (TEXGOROUND Photo Diary)
이번 주 '텍스고라운드 투데이 (TGR Today)'는 지난 일주일간 텍스고라운드의 이야기를 사진 일기 (Photo Diary) 형식으로 보여드립니다. 어느 정도 형식을 갖춘 뉴스레터를 쓰다 보니, 종종 이러한 느낌의 '변주'를 선사(?)하는 것 또한 재미가 아닐까 싶어요.
참, TEXGOROUND 인스타그램 instagram@texgoround도 팔로우 부탁드립니다. :)
#01 — The Presentations
먼저, 지난 주말에는 TEXGOROUND가 편애하는 디자이너 브랜드의 프레젠테이션 두 곳에 방문했습니다. 첫 번째는 디자이너 바조우 (Bajowoo)의 나인티나인퍼센트이즈 (99%IS-) 열일곱 번째 컬렉션이었어요.
얼마 전 10주년 기념행사가 열린 분더샵 청담 (BOONTHESHOP Cheongdam)에서 바조우를 오랜만에 만나고 다시 본 것이었는데, 개인적으로 그가 처음 옷을 만들기 시작할 무렵 알게 되어서, 꽤 오랜 인연입니다.
99%IS-의 컬렉션은 지금껏 꾸준히 지켜봤습니다만, 특히 올해는 브랜드 설립 10주년을 맞이하여 일종의 총 정리와 다름없는 컬렉션을 만들었습니다. 프레젠테이션 현장에서 바조우는 다양한 옷과 그 디테일을 만든 이유를 꼼꼼하게 설명해주었습니다.
가령 테일러드 재킷의 라펠에 있는 금속 지퍼는 후디를 입은 다음 재킷을 느슨하게 걸쳐서 입을 때 필요했다고 해요. 겉보기에는 누가 봐도 펑크 (Punk) 문화의 정수인 본디지 (bondage) 팬츠는 동시대부터 이 문화의 태동기인 1970년대의 실루엣을 반영했습니다. 여러 팬츠 안에는 '발차기'를 쉽게 할 수 있도록 긴 삼각형 모양의 테크니컬 패턴을 추가했고, 입체적인 실루엣의 바지는 어떤 신발 혹은 특정한 스니커즈와 어울리도록 고려했다고 합니다.
설립 10주년을 맞이한 99%IS-의 컬렉션은 패션이 흔히 차용하는 이미지로서의 펑크를 만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생활의 관점, 즉 라이프스타일이 연결되어 있어요. 펑크에 관한, 펑크를 위한, 또 그 문화 자체가 개인의 삶과 어우러져서 굳이 구분하지 않아도 되는 '바조우식 생활의 지혜, 혹은 실험'이라고나 할까요.
99%IS- 컬렉션의 가장 중요한 점은 한 벌의 상징적인 룩이나 유명 인사가 입은 소셜 미디어 속 이미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안에는 '손의 맛'이 있죠. 손으로 일일이 작업할 수밖에 없는 — 다분히 공예적인 — 옷은 한 벌 한 벌마다 만든 사람들의 이유와 시간이 세심하게 녹아 있습니다.
오랜만에 꽤 긴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면서, TEXGOROUND에 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누었습니다. 텍스고라운드 쇼룸 (TGR® SHOWROOM)이 정식으로 문을 열기 전, 바조우를 한 번 초대할 생각입니다.
같은 날 저녁에는 애프터프레이 (After Pray)의 2022년도 가을/겨울 프레젠테이션에 다녀왔습니다. 제한된 소수의 인원을 초대한 99%IS-와 달리, 애프터프레이의 프레젠테이션은 일종의 공개 전시 형식이었는데요. 거의 하루 종일 열린 프레젠테이션임에도 늦은 시간까지 그곳에 모인 수많은 20대와 30대 남녀를 보면서, 그들이 보고 있는 디자이너들의 지금이 어쩌면 한국 패션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TEXGOROUND를 준비하며, 애프터프레이의 두 디자이너, 조성빈과 박인준을 만나서 우리의 작업을 미리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애프터프레이의 컬렉션 일부에 TEXGOROUND 원단을 사용하게 되었어요. 이 브랜드에 관해서는 제가 예전에 쓴 글 중 일부를 발췌하여 아래 소개합니다.
애프터프레이는 테일러링 (tailoring)과 밀리터리 (military로 이어지는 남성복에 현대 라이프스타일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hybrid) 제품을 디자인한다. 폭넓은 문화적 토대를 견고한 디자인 언어로 재구성하며, 예술 (art)과 문학 (literature), 하위문화 (subculture) 등 서로 다른 영역에서 추출한 요소들을 동시대적이면서도 재치 있는 컬렉션으로 완성한다. 컬렉션을 준비하고 완성하여 선보이는 모든 과정은 조성빈과 박인준이 직접 조율한다. 그리고 요즘 한국의 패션 브랜드는 단순히 옷을 만드는 것 외에, 브랜드로서 고객과 직접 소통하기 위하여 다양한 작업을 끊임없이 선보여야 한다. 누구도 이를 시키지는 않았지만, 1년에 두 번 컬렉션을 선보이고, 오프라인 매장으로 고객들의 발길을 기다리던 시대와는 너무 많은 것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박인준은 판매를 생각하면서도 좀 더 많은 대중과 소통해야 하는 고민을 말한다. “예전에는 디자인하고, 패턴을 뜨고 옷을 만드는 게 머릿속의 전부였어요. 이제는 생각할 게 너무 많지만, 각자 배우는 것 역시 늘어납니다.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어떤 콘텐츠를 만들고, 보여줘야 하는지 같은 것처럼 말이죠. 예전에는 생각하지 못한 부분입니다.” 실제로 애프터프레이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방문하면 —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 — 진지한 캠페인 이미지와 함께 때로는 가볍고 궁금증을 유발하는 이미지가 올라온다. 그 안의 소년들은 애프터프레이를 입고 거리를 쏘다니고, 꽃밭을 배경으로 초대장을 개봉하고, 집안에서 셀피를 찍으며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역동적인 미래 도시의 젊은이’를 상상하게 하는 컬렉션을 기반에 두고, 기존 현대 남성복 (modern menswear) 요소들이 섬세하게 변화하는 브랜드로 나아가려고 합니다.” 조성빈이 덧붙였다. “좋아하니까요. (브랜드 안에) 담아내려고 하는 거죠.” 애프터프레이의 디자인은 동시대 패션 (contemporary fashion)이라는 큰 범주 속의 다양한 코드로부터 출발한다. 그래서 둘은 애프터프레이를 ‘스트리트웨어’ 혹은 ‘테크웨어 (tech-wear)’처럼 하나의 장르로 규정하지 않는다. 애프터프레이를 한 단어로 표현하면 ‘하이브리드’, 즉 ‘혼종’이다. 테일러링과 밀리터리 룩, 스트리트웨어의 감성, 워크웨어 (workwear)의 분위기와 스포츠웨어 (sportswear)의 실용적인 요소를 융합하여 하나의 룩을 만든다. “오늘날의 흐름에 부합하며 더 세련되고 합리적인 제품을 고안하고 디자인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애프터프레이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면, 그야말로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규모, 팬덤, 비즈니스는 물론 컬렉션을 풀어나가는 방식과 협업의 전개 방향 같은 데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면이 이 젊은 남성복 브랜드에 분명히 있습니다.
그들은 얼마 전부터 파리 패션위크 기간의 쇼룸 비즈니스를 함께 구상하기 시작하였는데요, TEXGOROUND의 원부자재를 사용한 컬렉션이 외국의 다양한 바이어들을 만나, 우리가 아직 당도하지 않았던 고객들의 옷장에 걸리는 상상을 해봅니다. 무엇보다 즐거운 일일 테니까요.
#02 — TGR® SHOWROOM
짧은 연휴를 마친 TEXGOROUND 쇼룸과 사무실에는 조금 더 '쇼룸다운' 가구와 집기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어쩐지 이 말을 매주 하는 것 같긴 하지만, 실제로 한 주가 지날 때마다 TGR® SHOWROOM이 고객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더 채워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어릴 때 레고 (Lego)를 만들던 경험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어요. 무더웠던 7월과 8월, 쇼룸 자리를 구하려고 서울 곳곳을 돌아다닌 게 꽤 오래 전의 일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TGR® Showroom의 공간은 꽤 넓은 편입입니다. 창문도 공간을 둘러싼 거의 모든 곳에 있는데요, 건물 자체는 연식(?)이 좀 있다 보니, 편안한 분위기를 위해서 창문이 있는 거의 모든 공간을 주름이 거의 없는 커튼으로 채웠습니다.
원부자재 샘플을 걸 스테인리스강 소재의 크롬 도금 가먼트 랙 (garment rack)도 미국을 출발하여 이번 주에 모두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슬프게도 하나는 불량이었습니다만, 견고하고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으로 주문 제작한 디스플레이 테이블 (display table)과 잘 어울려요.
'가먼트 랙'에는 바로 위의 사진에 있는 '원단 행거'를 걸 예정입니다. 앞면에는 TEXGOROUND가 소개하는 원단의 필수 정보들이 들어가고, 뒷면에는 QR 코드와 TGR® SHOWROOM의 주소를 프린트했습니다.
100% 재활용되는 소재로 제작하고 싶었는데, 랙의 사이즈 등을 고려하여 이번에는 그러지 못하였네요. 대신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는 종이는 코팅하지 않은 걸 사용하고, 플라스틱과 금속 파트도 분리할 수 있습니다. 원부자재 판매라는 본질과는 어떤 면에서 관계가 없겠지만, TEXGOROUND가 지속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 이상, 작은 부분 하나까지 한 번 더 생각해보는 습관을 들이고 있답니다.
이번 주에 새로 들어온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다량의 원단이었습니다. 커다란 롤을 꼼꼼하게 포장한 원단들은 지난달 상담을 마친 브랜드들이 주문한 제품입니다. 아직 생산 시기와 맞물리지 않아서 쇼룸 한쪽에 보관하고 있습니다만, 과연 이 원단들이 어떤 옷으로 변할지 무척 궁금합니다.
참, 원단 앞의 회색 창살(?)들은 원단을 옮기는 롤테이너입니다. 공간이 전반적으로 하얗기 때문에 그와 어울리는 색을 고르고자 나름대로 고심했고, 바퀴 역시 일반적인 공업용 붉은색 대신 투명한 회색으로 맞췄습니다. 훗날 TGR® Showroom을 방문하신다면, 이런 색상 조합도 한 번 눈여겨봐주세요.
크고 작은 식물 또한 TGR® Showroom에 들어왔습니다. 공간에는 역시 '녹색'이 있어야 한다는 게 자명하네요. 그러나 TEXGOROUND 쇼룸의 구성원들은 잠재적인 식물 저승사자가 아니라고 할 수 없기에 키우기 까다로운 식물들은 어느 정도 배제했습니다. 곧 제자리를 찾아가면, 다양한 식물이 함께하는 쇼룸과 사무실에 평온함이 늘어날 것 같네요.
다시 원부자재 얘기로 돌아가면, 지난 뉴스레터에도 적었듯이 TGR® SHOWROOM은 '좋은 품질의 재고 원부자재를 살펴보고, 구매한다'라는 목적이 분명한 공간입니다. 이미 들어온 원부자재 외에도 우리는 새로운 원단을 조금씩 쇼룸에 들여놓고 있습니다.
특히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는 국내에서 개발하고 생산한 '메이드 인 코리아 (Made in Korea)' 원단입니다.
한국 섬유 산업은 세계적으로도 크게 인정받고 있으나, 중국을 비롯한 경쟁자들의 선전 속에 과거보다 고전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하여 꾸준히 새로운 기법과 소재를 개발하고 있는데요, 위의 사진 속 원단 역시 국내의 저명한 섬유기업이 생산한 재고 원단의 샘플입니다.
TEXGOROUND의 구성원들은 이 원단을 보면서, 대번 어울릴 법한 디자이너들이 떠올랐어요. 주중에 쇼룸에 방문한 중견 섬유 기업과 의류 생산 공장의 대표님들 역시 원단의 품질을 보고 감탄하셨습니다.
어떤 면에서 TEXGOROUND는 일반적인 경우에는 연결되지 않을 두 접점을 하나로 이어주는 교두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적인 제한으로 컬렉션을 만들던 젊고 재능 넘치는 디자이너들이 더 훌륭한 원단을 사용하여 새로운 제품을 만들 때, 그 옷 한 벌 한 벌은 우리가 제안하는 '지속가능 패션 (Sustainable Fashion)'의 또 다른 방법이면서, 제품 자체로도 경쟁력 있는 옷이 될 테니까요.
이번 주의 또 다른 기쁜 일은, TGR Today 뉴스레터와 TEXGOROUND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하여 (나름대로) 꾸준히 알린 '쇼룸 방문 예약 시스템'을 사용한 디자이너들을 만난 것이었습니다.
준비하는 패션 브랜드의 콘셉트와 스타일은 모두 달랐지만, 조금 다른 것을 찾고 싶다는 열정과 세심한 시각은 우리에게도 충분히 전해졌습니다.
막 걸음을 띠기 시작한 TEXGOROUND가 지금 당장 '처음' 컬렉션을 준비하는 디자이너들과 함께할 방법은 요원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관계가 이어진다면, TGR® SHOWROOM을 젊은 디자이너들의 '프레젠테이션' 공간으로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역시 강하게 들었어요.
오프라인 공간이 단지 사무실이나 거래를 위한 통로만으로 그치지 않고, 새로운 패션과 지속가능한 방법을 꾸준히 탐구하고, 어떠한 아이디어의 시발점이 되었으면 합니다.
은은한 금빛을 반사하는 튼튼한 직조 형태의 베이지색 원단은 TEXGOROUND의 이탈리아 파트너사에서 받은 최고급 품질의 면사입니다.
TGR® SHOWROOM에 방문한 젊은 디자이너들이 한눈에 점찍을 만큼 매력적이었고, 직접 만져보면 일반 면사와의 차이를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원부자재가 지금, 사전 오픈 (pre-open) 중인 TGR® SHOWROOM에 있습니다. 방문 예약은 언제든지 환영하니, 궁금하신 분들은 사진을 클릭해주세요.
위에 쓴 이야기 외에도, 몇 가지 내 · 외부 회의를 거친 준비들이 하나둘씩 TGR® SHOWROOM을 채워나갈 예정입니다.
살짝 공개하면, 단지 원부자재를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산'을 돕는 과정까지 역할을 담당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다만 이 부분은 조금 더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지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오늘의 TGR® SHOWROOM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합니다.
Nº 03
TEXGOROUND '경영 지원' 구인
TGR® SHOWROOM은 지금 '경영 지원' 인력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구인에 관한 자세한 정보 및 설명은 아래 이미지를 클릭하면 보실 수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한 번 도전해주세요!
Nº 04
TGR® SHOWROOM 방문 예약 안내
TGR® SHOWROOM에서, 고품질 원부자재 상담과 주문을 한 번에.
TGR® SHOWROOM은 현재 사전 오픈(Pre-Open) 기간입니다. 새로운 컬렉션과 아이템을 준비하는 디자이너라면 언제든지 예약하고, 방문 상담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01. 텍스고라운드 쇼룸 방문 예약을 클릭합니다.
02. 쇼룸 방문 날짜와 시간을 선택합니다.
03. 예약 완료!
04. 추가로 TGR® Showroom 사전 설문지를 작성해주시면, 방문 전 사전 준비에 큰 도움이 됩니다.
Nº 05 : A Things of Sustainability
'지속 가능한 패션'의 재정의
마지막으로 TGR Today 뉴스 레터의 마지막 챕터는 우리가 유심히 지켜보는 다양한 '지속가능성'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이번 주 'A Things of Sustainability'는 이 챕터의 제목이기도 한 지속가능성 (Sustainability)이라는 단어를 조금 살펴보고자 합니다.
ESG 경영, 지속가능성, 지속가능 패션, 순환 패션 등 지금 현재 지구와 환경을 생각하는 용어들에 우리는 둘러싸여 있습니다.
이러한 단어들은 이미 미래를 바라보는 고유명사가 되었죠. 그러나 일부에선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어가 적합한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TEXGOROUND의 구성원들은 패션 전문가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만, '지구 환경'의 전문가들은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 틈틈이 배우고, 새로운 지식이나 깨달음의 과정과 결과를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비즈니스에 녹여내고자 합니다. 가령, 가능한 한 종이를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각설하고, 지난봄 <뉴욕 타임스 (The New York Times, 이하 NYT)>의 패션 디렉터이자 수석 패션 평론가 바네사 프리드먼 (Vanessa Friedman)은 '지속가능한 패션의 재정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단어의 한계를 이야기하고, 그 대안으로 '책임감 있는 패션 (Responsible Fashion)'을 제안했습니다.
꽤 긴 분량의 기사입니다만, 제안의 요지를 간략히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지속 가능한'이란, 결국 '일정 기간 동안 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2. '패션 (fashion)'은 시대에 따른 변화를 내포한다.
3. 그래서 둘의 조화는 불가능하다.
이러한 전제를 바탕으로, NYT는 '책임감 있는 패션', 즉 'RESPONSIBLE FASHION'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아래 그 이유 일부를 발췌하여 소개합니다.
"소비자에서 CEO, 제조업체와 농부에 이르기까지 모든 참여자가 공급망과 크리에이티브 과정, 선택에서 자신의 역할에 관해 책임을 지는 세상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기후 변화에 따른 패션의 역할을 해결하는 간단한 답은 없기 때문입니다. 새것을 만들거나 사지 않고, 오래된 것을 버리지 않는 명백한 것조차도 고용, 노하우 및 자기 정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 각자에게 중요한 문제는, 우리가 어느 쪽에 있든 간에, 우리가 미래에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우리가 하는 선택의 효과를 생각하고 이해하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러한 자문자답은 지구 혹은 패션의 생명주기에 실제로 벌어지는 일과는 관련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어떤 단어로 '지속가능한 패션'을 말하든지, 실제로 벌어지는 일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기 때문이죠. 게다가 아무리 세계적인 영향력을 지닌 NYT라고 해도, 이미 99% 이상이 적응한 단어의 쓰임을 전부 교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겁니다. 하지만 저는 이 제안을 처음 본 이래, 이미 몇 달이나 지났지만 꽤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동시에 합니다. 바로 '책임'이라는 단어 때문입니다.
'지속 가능', 즉 지속할 수도 있다는 뜻은 어쩐지, 수동적으로 느껴지지 않나요?
그에 반해 '책임'이란 것은 위의 설명처럼, 소비자부터 생산의 가장 처음 단계에 있는 이들까지 모두 의식하도록 강요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여전히 패스트 패션 브랜드가 수천 억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는 세상이고, 사실 옷과 장신구란 사람들 각각의 삶에 비해 한없이 작은 존재일 수도 있으나, 의식주를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 중 하나를 대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이 조금은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TEXGOROUND는 '지속가능한 패션'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사용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강렬한 환경론자는 아니며, 모두에게 책임을 강요하고 실천을 바라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이미 뉴스레터로 여러 번 말씀드린 것처럼, TEXGOROUND가 추구하는 지속가능성이란 새로운 것을 만드는 대신, 이미 존재하는 재고 원부자재의 순환을 촉진합니다.
모두가 갑자기 경제 활동을 멈추게 되지 않는 이상, 우리가 속한 세계는 꾸준히 시곗바늘을 돌릴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상상을 해봅니다.
지금 우리의 시작이 훗날 좀 더 거대한 나비 효과로 선한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하고 말입니다.
https://www.nytimes.com/2022/05/07/style/redefining-sustainable-fashion.html
Nº 06 : EPILOGUE
일곱 번째 뉴스레터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조금 형식의 변화를 주었습니다. 어떻게 느끼셨을지 모르겠네요. 여전히 예상보다 길게 썼습니다만….
달력의 한 장이 또 넘어가고, 때 아닌 비가 여러 차례 내린 다음에는 제법 날씨가 쌀쌀해졌습니다. 거리에도 가을 외투를 걸친 분들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말이죠. 급격하게 기온이 오르고 내리는 요즘, 모두 건강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그럼, 다음 뉴스레터와 새로운 소식들로 찾아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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