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인터뷰] 준비된 자에게 기회는 온다.

👥비케이가 만난 사람들🤝🏻, 점역사편 1화

2024.07.08 | 조회 3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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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비케이입니다. 모두 잘 지내셨나요? 저는 지난번 레터에서 말씀드린 새롭게 꾸려진 서재에서 레터를 쓰고 있습니다. 창밖으로는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어요. 긴긴 장마의 시작이네요. 모두 비 피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운전도 조심하고요. 

지난번 레터 말미에서 특별한 분을 만난 이야기를 전해드릴거라 말씀드렸었죠. 예전부터 인터뷰 형식으로 레터를 전달드려봐도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요, 드디어 실행에 옮기게 되었습니다.

작년 초, 레터를 시작하기 위한 용기와 마음 준비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이번에도 그랬어요. 수개월 동안 마음속으로 고민만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우연히 점자 교육을 듣게 되었는데요, 난생처음 접해보는 '점자'라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강연해 주셨던 강사분이 너무 재미있으셔서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그래서 점자 콘텐츠로 첫 인터뷰를 진행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강사님께 인터뷰를 제안 드렸는데 흔쾌히 수락해주셔서 인터뷰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인터뷰는 저도 꽤 오랜만입니다. 청년 시절, 교회 청년부 목사님의 제안으로 청년부 형제 자매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었어요. 매주 한 명의 형제 자매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글을 정리하여 예배 주보에 인터뷰이들의 인생을 담았었습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인터뷰어로서 제 인생 첫 스타트였네요.  

이후로는 이전 직장에서 내부 브랜딩의 목적으로 여러 부서의 동료들을 인터뷰 했었어요. 한 회사에 몸담고 있어도 본인이 맡은 업무가 아니면 잘 모르기 마련인데,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여러 부서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나 직무별 특징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평소에는 일이 겹치지 않아 많은 대화를 나눠보지 않았던 동료들과도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일하는 것 같지 않고 재밌었어요. :) 

이전에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인터뷰를 진행했었는데, 이제는 순도 100프로 자의적 진심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가능하다면 앞으로 종종 [👥비케이가 만난 사람들🤝🏻]이라는 코너로 인터뷰 콘텐츠를 전달드릴까 합니다. 만약, 지원자가 너무 없다면 소리소문없이 없어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땐, 한 마음으로 모른 척 해주기! 


👥비케이가 만난 사람들🤝🏻, 점역사 편

👩🏻Interviewer: BK

🙋🏻Interviewee: YJ

👩🏻BK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YJ : 네, 비케이레터 구독자 여러분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점역사 이윤정입니다.

👩🏻BK : 점역사라는 직업이 일반인들한테는 좀 생소한 직업이잖아요. 점역사는 어떤 일을 하나요? 

🙋🏻YJ : 네, 말 그대로 ‘점역 번역’ 딱 감이 오시죠? 시각장애인이 촉각을 이용하여 도서를 읽을 수 있도록 일반 문자를 점자로 번역하고 교정하는 사람입니다.

👩🏻BK : ‘점역 번역'이라고 알려주시니 정말 딱 감이 오는 것 같아요. 언제부터 점자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요?

<아버지와 아들의 꿈> 강영우 지음 
<아버지와 아들의 꿈> 강영우 지음 

🙋🏻YJ : 고등학생 때 시각장애인 강영우 박사님께서 쓰신 <아버지와 아들의 꿈>이란 책을 통해 점자를 처음 알게 되었어요. 시각장애인이어서 보통의 아버지처럼 해줄 수 있는 게 많이 없지만 불이 꺼져도 아들에게 점자로 된 동화책을 읽어줄 수 있어 좋았다 라는 내용이 굉장히 인상 깊어 점자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BK : 그렇군요. 그럼 그 이후로 점자 공부를 시작하신거예요? 점자 공부가 일반인들에게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공부하기엔 심리적인 장벽 같은 것이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런 두려움이나 머뭇거림은 없으셨나요? 

🙋🏻YJ : 네, 되게 깊게 생각하시는데 저는 단순하게 그냥 하고 싶어서 시작했어요. 어릴 때부터 사회복지 특히 장애인 복지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그러다 우연히 강박사님 책을 읽었는데 점자에 관심이 생긴 거죠. 그래서 책부터 사고 바로 공부했어요. 두려움같은 건 전혀 없었어요. 

👩🏻BK : 저는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앞서 정말 많이 머뭇거리거든요. 윤정님 인터뷰도 굉장히 많이 고민하고 제안 드렸는데, 윤정님은 흔쾌히 바로 수락해 주셨죠. 실행력이 대단하신 것 같아요. 

🙋🏻YJ : 네, 제가 생각한 건 바로 실행에 옮기는 스타일입니다. (웃음) 

👩🏻BK : 그럼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처음에는 호기심이나 흥미로 점자 공부를 시작하셨는데 단순한 흥미 또는 취미를 넘어 점자일을 직업으로 삼아야겠다 느꼈던 계기가 있나요? 

🙋🏻YJ :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졸업 후 장애인복지관에서 쭉 근무했는데 그때까지는 점자 관련 일은 하지 않았어요. 보통 장애인 복지관은 지체장애인 중심이거든요. 하지만 점자에 늘 관심이 있어서 계속 공부했어요. 그 당시, 자격증 시험에 계속 떨어져도 공부하고 또 공부했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완전 주먹구구식으로 공부했던 것 같아요. 

👩🏻BK : 그렇군요. 어떻게 공부하셨어요? 공부도 여러 방법이 있잖아요.

🙋🏻YJ : 저는 전문가에게 자문을 많이 구했어요. (웃음) 처음에는 일람표 보고 혼자 공부하다가 대학교 졸업하고 좀 더 깊이 있게 공부하고 싶어서 점자 교육도 찾아다니며 듣고, 교육이 끝나면 강사님께 전화해서 많이 여쭈어봤어요. 

👩🏻BK : 아, 전화를 하셨어요?  

🙋🏻YJ : 네. 전화하고, 찾아가고, 메일 보내고 많이 귀찮게 하는 스타일이죠. 그런데 대부분 친절하게 잘 알려주셨어요. 

👩🏻BK : 실행력이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사실 많은 사람들이 생각만 하고 못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저를 포함해서.. 

🙋🏻YJ : 제가 좀 빠릿빠릿한 편이에요. (웃음) 

👩🏻BK : 인정합니다. (웃음)  그럼 점자 일은 본격적으로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YJ : 대전에 있는 시각 장애인 종합 복지관에서 하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보조 역할로 점자 직무가 아닌 다른 일을 했었는데, 갑자기 교육재활팀에 어떤 분이 퇴사를 하셔서 그 포지션이 비워지게 됐어요. 근데 제가 면접 볼 때, 점자 공부를 했다고 말했었거든요. 

👩🏻BK : 오! 그래서 혹시 그 포지션에 윤정님이…? 

🙋🏻YJ : 네 맞아요. 관장님이 저를 부르시더니 점자 테스트를 해도 되겠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알겠다고 하니까 점자판 주시면서 불러 줄테니 한번 써보라고 하셔서 점자 규정에 맞춰서 썼죠. 그랬더니 “잘 아네”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다음 날 부터 바로 교육재활팀에서 일하게 됐어요. 

👩🏻BK :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 거네요. 단지 관심만 갖고 공부하지 않았거나, 자격증을 미리 따놓지 않았더라면  당장 하루 이틀 사이에 바뀔 수 있는 기회를 잡지 못했을 텐데요.

🙋🏻YJ : 그렇죠. 

👩🏻BK : 그럼 교육재활팀에 계시다가 책도 만들게 되신 건가요? 

🙋🏻YJ : 아니요. 그 당시에 제가 주말부부였거든요. 저는 대전에서 일하고 남편은 서울에서 박사 공부중이었어요. 한 10개월 정도 그렇게 지냈는데, 제가 혼자 자는 걸 좀 무서워해요 (웃음) 그러던 중, 국립장애인도서관에 원서를 내고 취업되어 서울로 냉큼 올라갔죠!

👩🏻BK : 뭔가 일이 착착착 진행되는 것 같아요.

🙋🏻YJ : 지금에 와서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자격증 준비할 때 계속 떨어졌었어요. 그래도 계속 공부하고, 응시하고, 또 떨어지고, 그럼 또 공부하고 시험보고… 

👩🏻BK : 멀리서 보면 기회를 참 잡으시는 것 같은데,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계속해서 노력하시고, 준비하시고 그래서 결국 기회를 놓치지 않으시고! 점자를 향한 관심에서 움튼 작은 씨앗에 계속해서 노력을 부어주었더니 마침내 꽃피우게 되는 것 같다고 할까요. 

🙋🏻YJ : 하고 싶으니까 계속했죠. (웃음) 

👩🏻BK : 점자를 직업으로 삼고 정말 만족스러웠던, 뿌듯했던 순간이 있나요?

🙋🏻YJ : 많죠. 점자 교육했을 때, 수강생들이 점자를 읽고 썼을 때 정말 큰 감동을 느껴요. 그리고 제가 국립장애인도서관을 퇴사한 이후,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국가시험에서 점자 문제집을 만드는 일을 시작했거든요. 사실 처음엔 굉장히 힘들었어요. 짧은 시간에 만들어야 하니까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더라고요. 

👩🏻BK : 그 마음 저도 잘 알아요. (웃음) 

🙋🏻YJ : 네, 데드라인이 있으니까 신속하게 일을 해야 해서 힘들긴 한데 한편으로는 누군가의 미래를 위해 작은 도움이 됐다는 사실이 엄청 뿌듯해요.

장애인이 국가시험에 응시하면 무조건 점역사가 시험 출제 기간에 참여하여 문제를 점역해야 하거든요. 저도 그 일을 하고 있고요. 

시험 출제 기간에 들어가면 동료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는데요, 행정직 5급 공채 시험에 시각장애인 강민영 씨가 합격한 이야기는 여전히 회자되고 있어요. 시각장애인이 5급 공채 시험에 합격한 건 처음 있는 일이었거든요. 

[왼쪽]어린시절 강민영 씨와 [오른쪽]5급공채 시험 후 수험서적을 바라보는 강민영 씨 <출처:KBS뉴스>
[왼쪽]어린시절 강민영 씨와 [오른쪽]5급공채 시험 후 수험서적을 바라보는 강민영 씨 <출처:KBS뉴스>

저도 들을 때 마다 소름이 쫙 돋는데 그때 시험을 점역했던 선생님들은 얼마나 기뻤을까요? 그분들은 지금까지도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있답니다. (웃음)

👩🏻BK : 와, 정말 대단하신 분이네요. 시험 문제를 점역하셨던 분들에게도 굉장한 기쁨이고 보람이었을 것 같아요.

🙋🏻YJ : 네, 엄청 기뻤어요. 점자도 하나의 글자잖아요. 그래서 점자를 통해 시각장애인이 글을 알고 스스로 학습하고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좋아요. 

 

다음 화에 계속


어쩌면 윤정님은 점자를 공부하고, 읽고, 번역하고, 책을 만들어내며, 점자를 찍어가듯 자신의 인생의 점을 찍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처음부터 원하던 일을 한 것도, 한 번에 시험에 붙은 것도 아니지만 잦은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한 점 한 점 찍어낸 인생의 점은 어느새 선으로 연결되어 윤정님의 인생 지도를 그려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녀가 찍은 하나의 점이 글자(점자)가 되고, 책으로 만들어진 것처럼요. 

전혀 관계없는 직무와 분야일지라도 어쩌면 점을 찍어내어 선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나와 우리네 삶의 모습과도 꽤나 엇비슷하게 닮아 있는듯합니다. 당장에는 무의미하고 불필요한 것 처럼 보일지라도 우리가 하루하루 찍고 있는 점은 시간이 지나보면 어느새 촘촘하게 연결되어 우리의 인생지도를 멋지게 그려내고 있을 겁니다. 그녀도, 구독자님도, 저도요.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인생의 점을 찍고 계시는 구독자님을 따뜻한 애정으로 응원합니다.

 

💌 다음 주에는 인터뷰 2화가 이어집니다.

🙂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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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야

    1
    6 months 전

    진솔한 인터뷰 감사합니다. 같이 사는 사람인데도 이런 이야기들은 많이는 나눠보지 못했네요 ^^;; 점역사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고 있는 와이프가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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