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글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글쓰기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2023.09.04 | 조회 3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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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케이레터

독서 / 인공지능 / 일상 에 관한 글을 전합니다.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 한 주 걸러 찾아뵙게 되었어요.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저는 보통 주말에 뉴스레터를 쓰곤 하는데요, 지금은 8월 31일 목요일 오후 세시입니다. 어제(8/30) 잠자리에 들기 전 부터 '아, 내일은 꼭 연차를 써야지!' 생각했어요. 원래는 종일 연차를 쓰고 오랜만에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고 싶었으나,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불가피하게 오후 반차로 만족해야 했지만요.

저는 유독 올해 8월이 참으로 길게 느껴졌는데, 구독자님은 어떠셨나요?  한참 지난 것 같은데 달력을 보면 아직도 8월이고 또 8월이고...^^ 왜 이리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지, 하루하루 바쁘게 보냈던 것 같은데 유난히 길게 느껴진 8월이었습니다.

조~금 번아웃이 온 것 같기도 해요. 매번 뉴스레터를 보낼 때마다 주제 및 소재에 관해 고민도 많이 되고, 안 그런척하지만 구독자 수와 조회수에 따라서 일희일비하게 되기도 하고요. 한 살 한 살 나이 들면서 어떤 일에서든 일희일비하지말자고 다짐하는데, 마음처럼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여전히 작은 일에도 일희일비하며, 스스로를 채근하곤 한답니다. 

엊그제는 애정하는 지인이 브런치에 쓴 글들을 차근차근 읽어보았는데요. 글에 녹아든 감정들이 오롯이 느껴져서 마음이 쪼그라들었다가, 부풀어 올랐다가, 나홀로 글쓴이를 위로했다가, 응원했다가, 존경하는 마음을 품어보기도 했습니다. 

브런치에 글을 남긴 지인은 몇 달, 몇 년이 지나 자신을 애정하고 응원하는 어떤 이가 자신의 글을 읽고 울고, 웃고, 위로하고, 응원하고, 감사하고, 고마워했다는 것을 알까요? 지인이 예전에 써놓은 글을 한 자 한 자 읽어내려가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글쓴이와 읽는 이가 같은 생각과 마음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이 글이 가진 힘이 아닐까 싶었어요. 

그리고 계속 글을 써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자연스레 들더라고요.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힘들고 지치더라도, 끝내 포기하지 않고 자신과의 대화를 이어나갔으면 좋겠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과 가끔은 무너지는 마음이 들어도, 다듬어지지 않은 마음일지언정 자신의 마음에 귀 기울이고 그 마음을 글로 나에게, 또 다른 이들에게 전해주었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도요. 

또한, 저도 계속 써야겠다 생각했어요. 물론, 가끔은 나를 피곤케(?) 하면서 쓰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 내려놓고 싶은 생각도 왕왕 있는데요. 그럼에도 계속 써보겠습니다. :) 공부하면서 알게 되는 정보와 소식 그리고 사는 이야기 들려드릴 수 있도록 계속 써볼게요.

과거에 글쓰기에 대한 마음을 품게 해준, 고마운 책들이 여럿 있어요. 오늘은 그 책들 속에서 발견한 소중한 문장들을 함께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글' 쓰는 것에 마음을 두는 분들에게 가치있게 닿기를 소망해 봅니다. 


글쓰기의 쓸모

글쓰기의 쓸모, 손현 지음 
글쓰기의 쓸모, 손현 지음 

1.  ‘지금 당신의 인생을 세 줄로 표현한다면?’

여기에 답하려면, 다음 질문에도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살아온 시간, 일해온 시간을 어떻게 기록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것인가. 그 기록과 이야기는 우리 삶보다 생명력이 길다. 기록과 이야기는 오래도록 남아 다시 당신을 드러낸다.

2. 모든 성공과 실패의 순간에는 기록이 존재한다. 성공이라고 여긴 첫 취업도 실은 몇 년 뒤 내 발목을 잡은 실패였다. 삶의 변곡점에서 서 있을 때는 실패인지 성공일지 알 수 없다. 불안한 마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쓰기다. 그동안 기록과 역사는 주로 권력을 가진 자, 승리한 자의 편이었다. 기록한 사람은 스스로 역사가 되어 결국 자신의 삶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는 의미이지 않을까. 오직 쓴다.


아무튼 메모

아무튼, 메모 , 정혜윤 지음
아무튼, 메모 , 정혜윤 지음

1. 당시 노트에 쓴 것들이 무의식에라도 남아 있으리라, 나는 믿는다. 어느 날 무심코 한 내 행동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 믿는다. 이게 메모를 하는 가장 큰 이유인지도 모른다. 무심코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이 좋은 것이기 위해서. 혼자 있는 시간에 좋은 생각을 하기 위해서. 그런 방식으로 살면서 세상에 찌들지 않고, 심하게 훼손되지 않고, 내 삶을 살기 위해서.

2. 메모는 재료다. 메모는 준비다. 삶을 위한 예열 과정이다. 언젠가는 그중 가장 좋은 것은 삶으로 부화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메모할지 아무도 막지 못한다는 점이다. 분명한 것은 메모장 안에서 우리는 더 용감해져도 된다는 점이다. 원한다면 얼마든지 더 꿈꿔도 좋다. 원한다면 우리는 우리가 쓴 것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어떻게 살지 몰라도 쓴 대로 살 수는 있다. 할 수 있는 한 자신 안에 있는 최선의 것을 따라 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 있지 않은가. 자신 안에 괜찮은 것이 없다면 외부 세계에서 모셔 오면 된다.

3. 내 메모장을 들춰보면 내 천국에는 삼천 명의 하인도, 으리으리한 궁궐도 없다. 개인 비행기도 사절이다. 펜트하우스도 럭셔리한 집도 가구도 필요없다. 내 천국에는 책이 있고, 사랑하는 친구들, 가족들, 나의 검은 눈의 강아지 루씨가 있다. 물소리와 고래와 커다란 나무와 작은 꽃, 생명의 다양함, 변화를 원하고 행하는 용감한 사람들이 있다. 내 천국에선 대화가 곧 쾌락이다. 그 빛나고 아름다운 것들은 항상 나를 끌어당긴다. 그 세계의 일부가 돼보지 않겠느냐고. 나는 도저히 그 유혹에 저항할 수 없다.


글 잘 쓰는 법, 그딴 건 없지만 

글 잘 쓰는 법, 그딴 건 없지만 , 다나카 히노로부 지음 
글 잘 쓰는 법, 그딴 건 없지만 , 다나카 히노로부 지음 

1. 한밤중에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허리 통증을 견뎌가며 키보드를 두드려 글을 쓰고, 자신이 쓴 글에 스스로 조금 웃는 것. 그것이 글 쓰는 사람의 생활이다.

2. 타인의 인생을 살아서는 안 된다. 쓰는 것은 자신이다. 아무도 대신해서 써주지 않는다. 당신은 당신 인생을 산다. 그 방법 중 하나가 ‘글쓰기’인 것이다.

3. 사람에게는 누군가가 물어오면 이것만은 전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이야기가 있다. 수많은 정보 중에서 ‘전하고 싶은’부분을 골라내는 일. 그리고 전하고 싶은 부분에 이르기 위해 필요한 순서를 밟고, 과정을 밝히는 것. 이것이 긴 글을 쓰는 의미다. 뛰어나게 쓴 것도, 잘 쓴 것도 아니다. 단지 ‘과함도 부족함도 없다’라고 스스로 생각했을 때, 그 글은 타인이 읽어도 이해할 수 있는 글이 된다.

4. 누군가가 말했다. 글을 쓰는 일은 인간 최후의 직업이라고, 사형수도 옥중에서 글을 써 책을 낸다. 인간은 누구나 고독하다. 글을 쓴다는 것은 고독과 마주하기 위한 ‘고독’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인간에 대한 존경과 애정과 공감을 마음에 새기는 것은 각자의 고독 속에 있을 때다. 글을 쓰는 것, 그리고 읽는 것은 서로의 고독을 이해하고, 단 한 번뿐인 인생에서 세상에 대한 존경과 애정과 공감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일이다.


당신이 글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 홍승은 지음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 홍승은 지음 

1. 나는 이혼한 집 딸, 전문대 출신, 성적으로 문란한 여자라는 몇 가지 단어로 간편하게 설명되는 존재가 아니었다. 밀크티와 공포 영화, 비오는 날, 동물, 따뜻한 대화,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며 책 읽는 걸 좋아하고, 뭔가 이뤄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자주 우울하고, 주기적으로 모든 걸 내려놓고 도망가고 싶어 하는, 규정할 수 없는 복잡한 무엇이었다. 쓰는 과정을 통해 나는 배웠다. 사람은 몇 가지 키워드로 고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불확실한 존재라는 사실을.

2. 내 세계를 타인에게 보이는 일, 타인의 세계를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일. 타인과 나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에 고개 돌리지 않는 일. 나에게 읽고 쓰는 과정은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구체적인 수단이었다. 

3. 겁먹은 나를 내가 토닥이고 싶어서 쓴 글도 있다. 유일하게 놓지 않았던 건, ‘당신이 쓰면 좋겠다’는 마음과 글 쓰는 사람의 자격을 허물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내 안에 자리한 세상의 기준을 허물기 위해, 나는 지지 않고 쓰고 싶었다.

4. 소용돌이 속에서 휘청거리는 사람에게 감정을 배제하고 쓰라는 말은 쉬워서 잔인하다. 문장에 감정이 뒤섞일 때는 강박적으로 거리를 두기보단 쏟아지는 글을 가만히 풀어내며 감정 역시 풀어지도록 내버려두는 게 나았다. 몇 번을 혼자 곱씹으면서 쓰고 나면, 그 일과 나 사이에 거리가 생겨 비로소 다르게 쓸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5. 전설적인 글쓰기 책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를 쓴 나탈리 골드버그는 에필로그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이 책을 완성하는데 1년 6개월이 걸렸어요. 적어도 절반은 처음 썼을 때 나온 것들이죠. 가장 힘든 싸움은 글 쓰는 행위가 아니었어요. 내가 과연 괜찮은 것을 쓸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싸우는 게 제일 힘들었죠.” 아, 이 작가도 두려움과 싸우면서 책 한 권을 완성했구나. 나만 겪는 두려움이 아니었구나. 그럼에도 끝까지 책 한 권을 완성해서 내게 글을 선물한 그의 용기에 힘입어 나도 다시 용기를 내기로 했다. 한 사람의 용기는 여러 사람의 용기와 연결되어 있다. 지금의 내 용기도 누군가의 용기로 연결될 거라는 믿음으로 버티기로 했다. 

6. 다른 언어나 악기, 드로잉을 배울 때처럼 쓰기에도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 외면하지 않고 직시할 용기, 말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사이에서 좀더 솔직해지려는 노력, 머리에서 머물던 이야기를 손으로 옮겨 적어보는 실천. 이 세가지는 꾸준한 쓰기를 통해서 단련할 수 있다.


위에 소개 드린 책들은 모두 몇 년 전에 읽었던 책 들인데, 기록해두었던 파일을 하나하나 들춰보면서, 새롭게 다가오는 문장들도 있었고, 당시에 느꼈던 감정을 또다시 느끼기도 했어요. 

오늘의 레터로 누군가에게 읽고, 쓰는 삶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고, 또 잠시 멈추었다면 다시 읽고, 쓸 수 있는 마음을 세우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앞서 말씀드렸던,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는 제 지인이 앞으로도 계속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한 땀 한 땀 세상에 수놓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저의 트랙에서 한 글자씩 수놓아 볼게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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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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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mygnam

    1
    8 months 전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ㄴ 답글 (1)
  • 박소원

    1
    8 months 전

    매주 글을 쓰는 일이 너무 너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지만.. 한 주의 시작을 좋은 글로 시작하는 것이 너무 좋아서 저도 계속 글을 쓰셨으면 좋겠습니다! :) 언제나 고무적인 글로 좋은 영감 많이 얻고 잘 읽고 있어요!! 미약하게나마 저도 메모나 글을 써보려고 노력해보겠습니당..히히

    ㄴ 답글 (1)
  • Chaster

    1
    8 months 전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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