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무더운 여름 잘 보내고 계신가요?
누나의 미국 출장으로 인해 오랜만에 등장한 BW입니다. 30도가 넘어가는 온도와 추적추적 내리는 장맛비를 보며 아 불쾌지수 상승하는 여름이 왔구나! 하는 요즘이에요.
'봄휴가', '가을휴가', '겨울휴가'라는 말은 많이 못 들어본 것에 비해 '여름휴가'라는 말은 너무나 친숙한 걸 보면, 여름은 분명히 모두가 인정하는 몸과 마음에 휴식이 필요한 계절인 것 같아요. 아마 구독자님도 이번 여름 어디론가 여행을 떠날 계획을 세우셨을 것 같은데요! 이번 레터에서는 제가 수많은 나라들을 여행하며 느꼈던 여행이란 무엇이었는지 구독자님과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여행의 이유 - 장롱감정아, 잘 살고 있었니?
저는 정말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아직 20대이지만, 가 본 국가가 10개국은 거뜬히 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Letter를 쓰면서, 생각해봤어요. 나는 왜 이렇게 여행을 좋아할까? 여행이 나에게 주는 것이 무엇이길래?
고민해보니, 이유를 떠올리는 것은 매우 쉽더라고요. 정확하게 말하자면, "여행의 이유는 ~~다."라는 Text보다는 그때 그곳에서 느꼈던 감정이 먼저 떠오르더라고요. 도하에서 느꼈던 희열, 로마에서 느꼈던 경이로움, 캐나다에서 느꼈던 용기.
매일 똑같은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장롱 깊숙이 박혀 있었던, 잊고 있던 감정들을 떠올리게 해주는게 바로 저의 여행의 이유인 것이죠.
그래서 제가 여행지에서 느꼈던 감정들이 무엇이었는지 구독자님과 공유해보려 해요. 저의 사진과 글들이 구독자님의 여행 향수를 일으키길 바라며 :)
희열 - 심장이 터질 것 같던 순간들
인생 최고의 순간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겠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독일 전을 보며 기적의 승리를 맛본 이후, 월드컵은 당연히 가야하는 여행코스가 되었다. 친구들 3명을 1년 간 꼬셨고(?), 2022년. 먼 나라 카타르까지 발걸음을 딛게 되었다. 조별 예선 2차전까지 좋은 경기력을 보였으나 결과를 가져오지 못해 아쉬웠다. 그러나, 2018년 기적의 독일전 승리를 가져온 대한민국이었기에 믿어 의심치 않았고, 황희찬 선수의 기적의 역전골을 통해 2:1 승리를 가져왔다.
역전승을 가져왔다는 기적은 물론, 우루과이 가나의 결과도 기적적으로 더해져 16강 진출이라는 말도 안 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 역사적인 장소에 내가 있었다. 희열의 눈물이 났다. 1년 간 이 월드컵 여행을 준비하며 느꼈던 기대와 걱정. 또 긴장감이 한 순간에 보상 받는 기분이었다. 한 번도 느껴보지 않았던 감정이었다.
사람들은 말했다. '굳이 월드컵을 위해 카타르까지 간다고?'. 내가 이 곳에 오지 않았다면 이 감정을 느낄 수 있었을까? 비싼 돈과 시간을 들여 떠난 여행은 그 가치가 있었다. Worth it 했다. '굳이' 갈 만 했다.
'희열'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카타르 도하의 그 장소가 떠오른다. 그리고 가슴이 벅차오른다.
경이로움 - 인간,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다.
미술에 조예가 깊은 편은 아니지만, 왜 사람들이 미술품에 감동하여 미술관을 찾는지 알게 된 순간이 있다.
2017년 군 전역 후, 유럽여행을 떠났다. 마지막 여행지는 로마였다. 유럽 여행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모두 공감하겠지만, 유럽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성당, 미술관을 관람하고 나면, 점점 시들해지기 마련이다.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로마 역시, 한 달 유럽 여행의 끝자락에 도착한 곳이었기에, 트레비 분수 등 멋진 작품들이 많았지만, 내 가슴을 두드리기에는 부족했다.
그렇게 찾은 바티칸 시국. 라파엘로, 보티첼리 등 위대한 예술가들의 찬란한 작품 속에서 제일은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였다. 길이 41m, 폭 13.2m의 웅장한 scale에 압도되었고, 조금의 Detail이라도 감상하고 싶은 마음에 꺾인 목에 통증이 오는지조차 잊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작품에 스토리를 더한 미켈란젤로의 철학은 '경이로움'이란 감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어느 날, 저 높은 천장 구석에 힘겹게 그림을 그리고 있는 미켈란젤로에게 친구가 다가와 물었다고 한다.
누구에게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오직 나만의 완벽함을 쫓기 위해 최선을 다한 적이 있을까? 서양 사람들은 이를 '미켈란젤로의 동기(motivation)'라고 부른다. 미켈란젤로 덕분에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존경심과 경이로움이 드는 순간이었다.
여행을 통해 우리는 배운다. 동시대에 지구상에 같이 존재하지도 않았던, 미켈란젤로에게 20대 한국인 남자는 경이로움을 느끼고, 인간의 열정을 배웠다.
호주 시드니 울릉공에서 스카이다이빙에 도전했다. 상공 15,000피트(4.57km) 높이에서 200km/h가 넘는 60초간의 자유 낙하와 10~15분 정도 낙하산을 펴고 자연을 감상한다. 보기만 해도 불안한 경비행기에 몸을 맡기고 마을이 점처럼 보이는 15,000피트에 도달했다.
내 순서는 마지막이어서 한 명, 한 명 낙하할 때마다 비행기가 출렁하고 뜨는 소름 돋는 순간들을 겪었다.(차에 타고 있는데, 누가 내리면 살짝 올라가는 느낌처럼 말이다.) 매도 빨리 맞는 것이 낫다고, 불안함과 공포감이 점점 엄습해왔다. 그리고, 근육질의 듬직한 전문가들과 타는 친구들과 달리 내 담당은 언뜻 봐도 70대가 넘어보이는 분이었기에, 괜한 불안감이 고조됐다. 내 차례가 다가왔고, 이상하게도 '에라 모르겠다'하고 뛰어내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의 의지로 뛰고, 안 뛰고를 정할 순 없었지만, 낙하하는 순간 나의 마음은 주저함 없이 자신있게 뛰어내리는 전문가들처럼 하늘에 내 몸을 맡길 준비가 되어있었다.
하나, 둘, 셋. 하강. 처음 5초간은 200km/h가 넘는 속도를 적응하는데 애먹었다. 온 몸으로 바람을 맞고 있는데 정신이 나가버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몇 초 뒤, 정신을 차리고 눈을 뜨니 정말 장관이었다. 시드니의 공해 없는 푸른 하늘, 바다의 깊이를 한 눈에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그 본래의 모습을 보여주던 바다. 어디에서 출발했는지도 모르게 작아진 땅이 내가 얼마나 높은 곳에서 날고 있는지 느끼게 했다. 그리고, 내 몸을 잡아 당기는 엄청난 중력 역시 경이로웠다. 엄청난 중력 아래 우리는 모두 지구 상에 붙어 공생할 수 밖에 없는 존재구나. 라는 이과적 감성이 올라왔다.
60초간의 정신 없는 자유 낙하를 지나 낙하산이 펴졌고, 내 귀를 괴롭히던 바람소리는 멈추었다. 고요한 하늘에서 본격적으로 자연을 감상할 수 있었다. 살면서, 그렇게 조용하다 못해 고요한 순간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시끄럽고, 치열하게 사는 나의 삶도 1km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고요한, 별 일 없는 것일 수 있구나. 자연의 경이로움을 계속해서 감상(아름다움을 느끼고 이해하고, 즐기는 행위)했다.
우주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본인의 존재가 우주 상에서 얼마나 작은지 느끼며, 인간 존재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는 설이 있다. 우주 스케일은 아니었지만, 나는 광활한 자연 앞에 인간이 얼마나 작은지 느꼈지만, 회의감이 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 광활한 자연을 충분히 감상하고, 즐기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작은 존재인데, 작고 별 볼 일 없는 행성에서 태어났다면 억울하지 않을까? 자연의 경이로움을 실컷 맛 보고 가는 작은 티끌이 되고 싶다.
용기 - 낯선 곳에서 새로운 나
여행을 떠나면 새로운 자아가 생기는 것만 같다.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어서 그럴까? 조금 더 과감해지고, 하고 싶은 행동을 실행에 옮기는 것에 보다 관대해진다. (가끔은 동행인 없이 혼자 떠나는 여행이 좋다고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4년, 대학교 교양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캐나다에 갔다. 처음으로 장거리 해외여행을 떠나는 나는 매우 설렜고, 이 여행을 기념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우연히, 자신이 만난 사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장면을 모아 편집하여 올린 영상을 보게 되었고, 나도 이 '하이파이브 영상'을 만든다면 배경이 되는 여행지는 물론 거기서 만난 사람들도 기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목표는 50명이었다. 하이파이브를 처음으로 시도하려고 하니, 용기가 안 났다. 왜 하이파이브 영상을 찍고 있는지 설명해야 했고,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이런 취지를 전하고 손을 내미는 것은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그렇게 잘나지 않은 영어로 한 두명씩 말을 걸며 하이파이브를 했다. 걱정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은 매우 흔쾌히 기분 좋게 웃으며 나의 손을 받아쳐 주었다. 용기가 점점 생겼고, 이후에는 굳이 취지를 설명하지 않고 손을 내밀어도 기분 좋게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해주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그렇게 어렵지 않게 50명 이상의 사람들과 하이파이브를 찍고 영상을 만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모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돌아간다면, 똑같이 시도해볼 것 같다. 단순히 손을 먼저 내민다는 용기로 캐나다 여행은 나에게 특별해졌다. 캐나다 여행을 생각하면, 사람들의 따뜻함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 따뜻함은 아마 하이파이브 영상을 하려던 나의 용기로부터 오지 않았을까 싶다.
여행은 나의 새로운 모습을 용기 내어 시도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지금까지, 제가 여행을 하며 느꼈던 감정들을 키워드로 이야기를 나눠봤어요. 여러분은 여행을 가서 어떤 감정을 느끼시나요? 무엇을 위해 여행을 떠나시나요? 각자만의 여행의 이유는 다를 것 같습니다. 이번 여름휴가를 준비하는 구독자님께 여행은 어떤 존재인지 생각하는 계기를 제공하는 letter였다면 좋겠습니다:)
무더운 여름, 행복한 여행을 보내시길 바라면서 이만 인사할게요. 안녕!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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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K luv GH
스카이다이빙 정말 짜릿했겠어요! 저도 죽기 전 꼭 해보고 싶은 익스트림스포츠 중 하나예요~~ 오늘도 잘 읽어봤습니다 👍🏻
비케이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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