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년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비케이입니다. 2025년이 밝았습니다. 하지만 밝았다는 표현이 무색하게도 마음이 시꺼멓게 타들어간 듯 아프고 참담합니다.

한 해를 마무리할 때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캐롤 소리와 함께 새해를 새로운 마음으로 맞이하기 위한 기대감이 부풀곤 하는데요, 올해의 12월은 개인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힘든 일이 겹쳐서 애써 기운을 내보려고 해도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조용한 연말을 보내던 중 뉴스를 통해,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사고를 접하고 나니 슬픔으로 뒤덮인 마음이 쉬이 회복이 되질 않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문제와 국가적 혼란, 참담한 사고를 목도하며 희망과 기대가 가득한 새해를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잔뜩 내려앉은 마음을 그저 가만히 내버려 둘 뿐입니다.

얼마 전 아이와 대화를 나누던 중, 아이에게 "너와 아빠는 엄마 인생에서 주인공이야."라고 말했습니다. 아이는 "엄마가 주인공이 아니고?"라고 되물었지요. 저는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더 힘주어 대답해 주었습니다.

"엄마 인생에서 엄마도 주인공이지만, 너와 아빠도 엄마만큼이나 중요한 주인공이지. 우리는 서로에게 주연 역할인 거야."라고요. 

이 땅에 태어난 우리는, 우리를 자신만큼이나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자신만큼이나 중요한 주인공입니다. 한 명, 한 명,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소중하지 않은 이들이 없지요.

그렇기에 자꾸만 참을 수 없는 눈물이 터져 나옵니다. 한 생명, 한 생명, 어느 하나 귀하지 않은 생명이 없는데 수 백 명의 사람이 예기치 못한 사고에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유족들이 마주한 슬픔이 어느 정도일지 감히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사람인(人) 한자를 곰곰이 들여다봅니다. 원래는 사람이 서 있는 형상을 나타나는 것이라고 하지만 어릴 적, 아마도 선생님이셨을 한 어른께서 사람인(人) 한자는 두 명의 사람이 서로 기대어 있는 모습이라고 말씀해 주신 것이 기억납니다.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면서 복잡했던 인간관계가 조금씩 정리되어 가고, 여러 사람 만나기를 좋아했던 외향적 성향도 차츰 내향적 성향으로 바뀌어 갑니다. 갈수록 '알고 지내는 사람'은 적어지지만 그렇다고 타인에게 의지하고 위로받는 마음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진 못하지만, 지난 레터를 통해서 그리고 본 레터 앞에서도 작년 연말, 개인적 불운을 마주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나의 의지로는 어쩔 도리가 없는 문제 앞에 그저 울고, 또 울고, 어느 날은 텅 빈 벽을 바라보며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쏟아낼 때 나와 함께 울어주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모두가 고요히 잠든 밤, 쿵쾅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깊은 잠에 들지 못해 선잠을 이어갈 때, 자기가 겪은 일인 양 함께 분을 내어주고, 마음에 돌덩이가 들어앉은 듯해 제대로 밥을 먹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질 때 따뜻한 식사를 대접해 주고 함께 숟가락을 들어주던 이들이 있었습니다.

이번 무안공항에서 일어난 사건 사고와 제가 겪은 일은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남은 유족들을 위로하는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다음 날인 12월 30일 오전, 참사 현장인 무안공항의 한 카페에는 유족과 자원봉사자들이 음료를 마실 수 있도록 누군가 선결제를 해두었고, 무안군연합회 자원봉사자들과 무안군민들은 유족과 공항 관계자들을 위해 떡국 3000인분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봉사에 참여한 무안군민은 "우리 지역에서 일어난 일이라 유족들 소식이 내 식구 이야기처럼 들렸다. 집에 있어도 마음이 불편하기만 할 것 같았다"며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봉사하러 왔다. 내가 할 수 있는 요리라도 해서 유족들을 돕고 싶었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넷플릭스 프로그램 <흑백 요리사>로 이름을 알린 안유성 명장을 비롯한 몇몇 셰프들도 무안공항에서 유족들에게 김밥과 전복죽을 대접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애도와 도움의 손길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슬픔을 나누면 절반이 된다고 하던데, 가늠할 수 없이 큰 슬픔을 많은 사람들이 나누어 남아있는 이들이 덜 힘들고 덜 아프기를 바랍니다. 

혹시나 필요하신 분들을 위하여 아래에 기부처를 공유합니다. 

▶️여객기 참사 유가족을 위해 네이버 해피빈으로 기부하기

▶️여객기 참사 관련 소방관을 위해 네이버 해피빈으로 기부하기 

▶️대한적십자사로 후원하기

🔽전남도청 통해 자원봉사 및 후원물품 전달하기 

지난 12월 29일, 여객기 참사로 희생되신 한 분 한 분의 명복을 빌며, 

그들의 유가족들을 진심으로 깊이 애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