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박물관엔 없는 이야기들

BBC도 손절한 '영국식 영어'의 진실

요즘 이 억양으로 말하면 오히려 영국에서 취업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2026.01.03 | 조회 5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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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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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UNT

영국 인문교양 뉴스레터 | 매주 여러분의 시야를 영국이 전세계에 미친 광활한 영향력만큼 넓고 깊게 확장해드립니다.

 

요즘 한국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영국인 출연자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그들이 유창한 한국어로 영국식 발음에 대해 설명할 때마다 댓글창은 들썩인다.

역시 영국 발음은 고급스러워.”

미국 발음보다 세련됐어.

귀족 같아!”

하지만 정작 영국인 패널이 맨체스터 출신이라고 하면 분위기가 묘해진다.

? 그런데 발음이 좀... 다르네?”

우리가 흔히 영국식 발음이라고 생각하는 그것, 영국에서 Received Pronunciation(RP)이라 알려진 발음은 사실 영국인의 3% 정도만 사용하는, 지극히 특수한 억양이다. (Queens English, 즉, 여왕의 영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그 3%마저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한때 대영제국을 호령했던 ‘영국식 표준 발음은 어떻게 탄생했고, 왜 점차 쇠퇴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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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1982년 호주를 공식 방문했을 당시의 모습. 마운트 드루이트 병원 개원식. 출처:  Museums of History New South Wales on Unsplash

 

퍼블릭 스쿨에서 시작된 계급 코드

 

19세기 영국을 상상해보자. 산업혁명으로 벼락부자가 된 신흥 자본가들이 있고, 몰락해가지만 여전히 콧대 높은 귀족들이 있다. 문제는 돈만으로는 진짜 상류층[1]이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필요한 건 문화 자본, 그중에서도 가장 즉각적으로 계급을 드러내는 것이 바로 말투였다.

당시 영국은 언어적으로 완전한 혼돈 상태였다. 대영제국의 심장부에서 불과 50km만 떨어져도 사람들이 완전히 다르게 말했다. 언어학자들은 영국에 공식적으로 약 40여 개의 주요 억양이 존재한다고 분류하지만, 세밀하게 들어가면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대영 도서관이 진행한 한 구술 조사 프로젝트에 따르면, 영국에 실제로는 수백 가지 지역 방언이 존재한다고 한다. 리버풀에서 20km 떨어진 마을 사람들끼리도 서로의 억양을 구별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한국으로 치면 강남구와 송파구 사람들이 완전히 다른 방언을 쓰는 격이다. 이 언어적 무정부 상태에서 언어의 통일이 필요했던 건 상류층 사람들이었다.

이튼 칼리지, 해로우 스쿨, 윈체스터 칼리지 등, 명문 남자 사립 기숙학교(퍼블릭 스쿨)[2]들이 해답을 제시했다. 이 학교들은 전국 각지에서 온 상류층 자제들의 지역 억양을 지우고, 통일된 발음을 주입했다. 마치 군대에서 머리를 미는 것처럼.

“One’s pronounciation should reveal one’s education, not one’s origin(발음은 출신지가 아니라 교육 수준을 드러내야 한다).”

이것이 RP의 핵심 철학이었다. 리버풀 출신이든 콘월 출신이든, 이 발음만 구사하면 , 저 사람 이튼 나왔네라는 신호를 보낼 수 있었다. 일종의 음성 명함이었던 셈이다.

재미있는 건, RP자연스럽게생긴 발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언어학자 데이비드 크리스탈의 표현을 빌리면, RP언어학적으로 우월해서가 아니라, 우월한 사람들이 사용해서표준이 되었다.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은 이를 노골적으로 인정했다. RP를 두고 “The accent of the court and the aristocracy(궁정과 귀족의 억양)”라고 당당하게 불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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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6년에 촬영된 이튼 스쿨 학생들의 모습. 출처: Unknown author/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BBC가 만든 '표준 영국식 영어’

 

1922, BBC 라디오가 개국했다. 초대 사장 존 리스에겐 명확한 비전이 있었다. “BBC는 국가를 계몽해야 한다.” 그리고 계몽의 첫 단계는? 당연히 올바른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었다.

BBC는 아예 자문위원회를 만들었다. 이름부터 거창한 ‘Advisory Committee on Spoken English’. 위원 중에는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도 있었다

BBC 아나운서가 되려면 RP는 필수였다. 출신지와는 상관없이 발음과 억양을 BBC가 원하는 RP로 고쳐야했다.

2차 세계대전 중 처칠의 연설이 라디오를 타고 제국 전역에 퍼질 때, 그 목소리 역시 RP였다. (사실 처칠은 약간의 언어 장애가 있어서 RP를 완벽하게 구사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계급 배경 덕분에 누구도 감히 지적하지 못했다.) 전쟁이 끝나고 TV 시대가 오자, RP의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졌다. 뉴스, 다큐멘터리, 교양 프로그램... 모두 같은 발음으로 말했다

1950-60년대 영국 어린이들은 TV에서 듣는 영어와 동네에서 쓰는 영어가 완전히 다르다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TV 속 사람들은 ‘water(워터)’라고 말하지만, 우리 엄마는 ‘wa’er(워어)’라고 한다. TV맞는것이고, 우리는 틀린것이다라는 인식이 자리잡았다.

영국 대부분의 지역, 특히 런던과 남부 지역에서는 T생략하거나 ‘glottal stop(성문 파열음)’으로 바꾼다. ‘Glottal stop’은 목구멍을 막았다가 터뜨리는 소리인데, 한국어의 없어를 빠르게 발음할 때 자리에서 나는 그 짧은 막힘 같은 것이다. 그래서 ‘better’‘be’er’, ‘little’‘li'le’이 된다.

미국인들이 T‘D’처럼 부드럽게 발음해서 ‘water’워러처럼 들리는 것과는 다르다. 영국식은 아예 T삼켜버리는느낌이다. 코미디언 마이클 맥킨타이어는 이렇게 표현했다. “영국인들은 알파벳에서 T를 떼어내 버렸어요. 우리는 Britain을 Bri’ain(브릿ㅇ은)이라고 발음해요.”

그런데 RP에서는? T를 정확하게, 또렷하게, 발음해야 한다. ‘Better’의 양쪽 T를 모두 발음하고, ‘Britain’‘브리튼라고 명확하게 말해야 한다. 이게 바로 교양있는발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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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 리버풀 억양으로 노래하다

 

1960년대,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비틀즈가 리버풀 스카우스 억양 그대로 노래를 불렀고, 그 노래로 세계를 정복한 것이다.

사실 이건 당시로선 거의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왜냐하면 스카우스는 영국 내에서 가장 천대받는억양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리버풀은 19세기 아일랜드 이민자들이 대거 유입된 항구 도시였고, 그들의 억양은 웨일스, 아일랜드, 랭커셔 사투리가 뒤섞인 독특한 형태로 진화했다. 영국 본토 사람들에게 이는 근본 없는’, ‘불순한’, 그래서 하층민의언어로 들렸다.

리버풀 사람들은 이 편견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취업 면접에서 억양 때문에 떨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BBC 아나운서는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런데 비틀즈가 나타나 “We’re from Liverpool, yeah yeah yeah!”라고 외쳤다. 전 세계가 열광했지만, 정작 런던의 음악 평론가들은 코웃음을 쳤다. “저 항구 깡패들이 얼마나 갈까?”하며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다 알다시피, 그들의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언어학자들은 나중에 이 순간을 ‘RP 헤게모니의 첫 번째 균열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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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에 위치한 비틀즈 동상. 출처: Neil Martin on Unsplash

같은 시기, 마이클 케인이라는 배우가 등장했다. 그는 코크니(런던 노동자 계급) 억양을 버리지 않고 활동했다. 영화 알피(1966)에서 그는 “Wot’s it all abah’t?”라고 물었다. RP식의 “What’s it all about”이 아니라. 그리고 아카데미 후보에 올랐다.

1970년대에는 펑크 록이 터졌다. 섹스 피스톨즈의 조니 로튼은 RP를 정면으로 조롱했다. “We’re the flowers in the dustbin(우린 쓰레기통의 꽃이야)”이라고 외칠 때, 그의 억양은 의도적으로 거칠고 저급했다.

BBC조차 변하기 시작했다. 1968, 라디오 1이 개국하면서 처음으로 지역 억양을 가진 DJ들이 마이크를 잡았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RP를 사용하는 아나운서를 나이 많은 꼰대라고 여기는 풍토도 이 쯔음 시작되었다.

 

토니 블레어의 전략

 

마거릿 대처는 그랜섬 출신의 잡화상 딸이었지만, 총리가 되기 전 발성 코치를 고용해 목소리를 낮추고 RP에 가깝게 말하는 법을 배웠다. 그녀에게 RP는 여전히 권위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토니 블레어는 정반대 전략을 택했다. 이튼 칼리지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의도적으로 ‘Estuary English’(템스강 하구 지역의 중간 계층 영어)를 흉내 냈다. 대중들에게 난 엘리트가 아니라 서민이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전략이었던 거다.

데이비드 캐머런 역시 이튼 출신이지만, 완벽한 RP를 구사하면 특권층이라는 비판을 받는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그는 미묘하게 억양을 조절했다. 노동당 집회에선 좀 더 서민적으로, 의회에선 좀 더 격식있게.

가장 극적인 변화는 BBC에서 일어났다. 2000년대부터 BBC는 적극적으로 다양한 억양의 아나운서를 채용하기 시작했다.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부 잉글랜드 억양이 뉴스 앵커 데스크에 앉았다. 2020년 한 연구에 따르면, BBC 뉴스 진행자 중 순수’ RP를 사용하는 비율은 15% 미만이었다. BBC를 포함한 영국 방송가에서 아나운서나 앵커를 채용할 때 너무 심한 RP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기피한다는 기사가 나오기도했다.

? 시청자들이 RP신뢰할 수 없다고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란다. 너무 상류층 같고, 너무 특정 학교 중심적이고, 너무 엘리트 같다고. 나랑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처럼 들린다고.

아래는 마가렛 대처와 토니 블레어의 연설 영상 링크다. 억양의 차이가 느껴지는가?


한국인들의 환상 vs 영국인들의 현실

 

여기서 다시 한국 이야기로 돌아와보자. 한국의 일부 영어 학원들은 여전히 영국식 발음 완성반을 통해 RP 비슷한 걸 가르친다. 광고 문구를 보면 고급스럽고 세련된”, “품격있는”, “교양있는같은 수식어가 붙는다.

한데 현재 영국인들 사이에서 RP의 인식은 우리가 아는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잘난 척하는 억양”, “귀족 놀이”, 심지어 “Received Pronunciation”의 약자 RP“Really Pretentious(진짜 가식적인)”라고 비꼬기도 한다.

이로 인해 역사적으로 이튼과 같은 퍼블릭 스쿨 출신들의 진학률이 높은 케임브리지나 옥스퍼드 대학교 신입생들 사이에선 요즘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난다. 퍼블릭 스쿨을 졸업하고 온 학생들은 입학 첫 학기에 의도적으로 억양을 낮춘다’. 너무 RP한 영어를 쓰면 특권층 자제라고 놀림받기 때문이다. 반면 공립학교 출신들은 억양을 올린다’. 너무 서민처럼 말하면 교양 없다는 소리를 듣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모두가 중간 지점에서 만난다.

한국 방송에 자주 나오는 영국인들 중 실제로 전통적인 RP를 구사하는 사람은 없다. 대부분은 ‘Estuary English’나 지역 억양이 섞인 현대 표준 영어(모던 RP라고도 부른다)를 쓴다. 그런데 한국 시청자들은 이를 모두 영국 발음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 뭉뚱그려 듣는다. 마치 한국인들이 서울 사투리, 경상도 사투리, 전라도 사투리를 전부 다르게 듣지만, 외국인에게는 다 똑같이 들리는 것처럼.

더 아이러니한 건, 영국에서 ‘foreign accent(외국인 억양)’는 이제 더이상 낙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런던에서는 워낙 많은 이민자와 외국인이 살기 때문에, 폴란드 억양이 섞인 영어든, 인도 억양이 섞인 영어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완벽한 RP”를 구사하는 외국인을 만나면 영국 사람들은 오히려 당황한다. “... 왜 그렇게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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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3세는 요즘 영국에서 전통적인 RP를 구사하는 몇 안되는 인물 중 하나다.
외국인이 영국 왕족과 같은 말투로 이야기한다? 영국인들 입장에선 당연히 이상하게 보일 거다. 
출처: House of Lords 2022/Annabel Moeller, CC BY 2.0

 

현재 영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억양은?

 

현대 영국 영어는 ‘accent levelling’이라는 현상을 겪고 있다. 극단적인 지역 억양들이 사라지고, 중간 지점에서 섞이고 있는 거다. 하지만 언어학자들은 이를 새로운 표준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왜냐하면 진짜 표준 같은 건 없다는 걸 이제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

BBC의 한 언어 다큐멘터리에서 진행자가 이런 실험을 했다. 같은 내용을 다섯 가지 억양으로 읽게 한 뒤, 청취자들에게 평가하게 했다. 그러자 다음과 같은 상반된 의견들이 나왔다.

  • RP: “똑똑해 보임” vs “거만하고 신뢰하기 어려움”
  • Estuary English: “친근하고 현대적임” vs “평범해 보임”
  • Yorkshire: “솔직해 보임” vs “투박하게 느껴짐”
  • Scouse(리버풀): “재미있어 보임” vs “약간 거칠게 느껴짐”
  • Cockney: “서민적” vs “교육 수준이 높지 않은 것 같음”

결과를 본 진행자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영국인들은 여전히 억양을 듣고 2초 안에 상대방을 판단합니다. 단지 기준이 예전과 비교해 달라지고 다양해졌을 뿐이죠.”

그렇다면 요즘 영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소위 잘나가는억양은 뭘까? 한 기사에 따르면 다문화적이고, 런던적이고, 약간 힙합 문화가 섞인 ‘Multicultural London English(MLE)’라고 한다. 그라임 아티스트 스톰지나 래퍼 데이브가 쓰는 그 억양. RP와는 정반대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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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잉글랜드 출신의 그라임 아티스트 스톰지. 출처: Frank Schwichtenberg CC BY-SA 4.0

 

언어는 살아있다

 

결국 RP의 이야기는 계급의 이야기다. 그래서 계급 시스템이 변하면, 언어도 함께 변한다.

20세기 초까지 영국에서 RP나는 식자층이다, 나는 상류층이다”와 같은 신호였다. 20세기 말에는 역설적으로 나는 조금 구시대적이다, 나는 특권층이다라는 신호가 되었다. 21세기에는? 아마도 나는 나이 든 사람이다정도의 의미가 될지도 모른다. 물론 모든 것엔 예외가 있다는 것도 기억해야겠지만.

“RP는 죽지 않았습니다. 단지 왕좌에서 내려왔을 뿐이죠.”

언어학자 제니퍼 스미스의 말이다. 

다음에 한국 예능에서 영국인 출연자가 나올 때, 귀를 좀 더 기울여보자. 그가 ‘water’를 어떻게 발음하는지, ‘t’를 생략하는지, ‘r’을 굴리는지. 그리고 생각해보자. 내가 고급스럽다고 느끼는 이 억양이, 정작 영국에서는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지를.

발음은 중립적이지 않다. 모든 억양 뒤에는 역사가, 계급이, 정치가 숨어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영국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자신의 억양을 숨기려 애쓰고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억양을 자랑스럽게 드러내고 있다.

혹시 당신이 영국 영어”를 배우고 싶다면, 먼저 자문해보시길. ‘어떤영국 영어인지를, 그리고 왜 그 억양을 배우고 싶은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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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던 '아델 영어 듣기 테스트'. 아델은 전통적으로 코크니 영향이 강한 런던 토트넘 출신으로, 노래할 땐 별로 티가 안나지만 인터뷰 할 때 억양이 심한게 나온다.
특히 이 BBC 라디오에서의 인터뷰가 꽤 화제가 됐었다. 


[1]  영국에서 말하는 귀족이나 상류층(upper class, posh people)은 단순히 돈을 많이 벌었다거나 명문 학교를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영국의 계급 개념은 개인의 성취라기보다 여러 세대에 걸쳐 축적된 가문 배경과 문화적 자산에 기반해 형성돼 왔다.

전통적인 상류층 가문은 혈통, 토지 소유, 그리고 오랜 사회적 인정을 중시했다. 이러한 가문들은 역사적으로 왕실, 귀족 작위, 정치 권력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었으며, 법적 특권이 약화된 이후에도 그 영향력은 사회 전반에 남아 있다. 영국 상원(House of Lords) 같은 제도는 이러한 계급 구조의 흔적을 보여주는 사례다.

상류층의 정체성은 재산 규모보다도 생활 태도와 문화적 습속을 통해 드러난다. 말투와 억양, 유머 감각, 식사 예절, 옷차림, 여가 활동, 그리고 돈에 대해 드러내 놓고 말하지 않는 태도까지 모두 오랜 시간에 걸쳐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으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최근에 부를 축적한 사람들은 경제적으로는 성공했더라도 전통적인 상류층과는 구분돼 인식되곤 한다.

[2] 영국에서 말하는 퍼블릭 스쿨(public school)은 한국식 의미의 공립학교가 아니라, 전통적으로 상류층이 다녀온 사립 기숙학교를 가리킨다. ‘퍼블릭’이라는 명칭은 18~19세기에 특정 교회나 지역에 소속되지 않고, 학비를 낼 수만 있다면 누구나 입학할 수 있었던 학교라는 의미에서 붙었다. 오늘날에는 이튼 칼리지(Eton College), 해로우 스쿨(Harrow School), 윈체스터 칼리지(Winchester College) 같은 학교들이 대표적인 엘리트 교육기관으로 인식되며, 높은 학비와 함께 학업뿐 아니라 기숙 생활을 통한 인성 교육, 토론과 스포츠, 리더십을 중시한다. 이런 이유로 퍼블릭 스쿨은 지금도 영국 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인맥과 진로로 이어지는 중요한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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