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의 섬

5호: 검.은.황.금.발.톱.으.로.오.다, 김보경 🪨

포항의 지질: 망간단괴

2024.10.17 | 조회 3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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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ixisles

제6의 섬 The Sixisles

풀린 역사, 암호화된 미래: Decoding the Past, an Encrypted Future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제 6의 섬》(The Sixisles 식사일즈)》 뉴스레터를 구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식사일즈 뉴스레터는 융합예술주간에서 조명될 '디엔에이 아트랩 DNA Art Lab'과 '머신아트랩 Machine Art Lab'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참여 작가들은 포항의 지리와 지질, 역사에 대해 해양 문명, 해양 문화, 도시 특성, 철강 산업, 그리고 포항 사람들의 시각에서 접근했습니다. 이번 리서치의 차이점은 기존 상징들의 재해석에 머무르지 않고, 융합이라는 방법론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했다는 점입니다.

융합이라는 방법론을 사용하는 리서치에서는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접근이 우선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작가들은 선택하고 분석하는 대상이나 소재에서 물질 차원, 특히 나노 차원의 입자나 화학적 변화에 주목하기도 합니다. 또한, 빛, 소리, 전기, 뇌파 등의 속성을 통해 움직임과 관계성을 파악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도시 프로젝트인 만큼 도시 디자인에서도 물, 불, 바람과 같은 기후적 또는 환경적 측면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뉴스레서는 10월부터 11월까지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에 찾아뵙겠습니다. 🙂  

많은 기대 바랍니다. ✨

 

  
  

'5호: 검.은.황.금.발.톱.으.로.오.다, 김보경 🪨'

📆 2024년 10월 17일 

 📝 5호: 검.은.황.금.발.톱.으.로.오.다, 김보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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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포항 융합예술 프로젝트 참여 작가 김보경은 오는 10월 25일 동빈문화창고1969에서 열리는 《제 6의 섬 Sixisles》에서 달전리 주상절리와 포항 도시, 그리고 망간단괴를 소재로 한 〈검.은.황.금.발.톱.으.로.오.다 Comes with black golden claws〉(2024)를 선보입니다.

 

지층과 지리적 변화, 그리고 마을의 분리나 통폐합을 겪어온 포항이 앞으로는 어떤 변화를 일궈가야할까요?🤔

 

김보경은 포항의 오천, 연일, 장기, 송도, 도심 곳곳을 다녔습니다. 포항의 지리적 변화를 지역에 남겨진 흔적을 통해 더듬어보고, 도시의 성장과 쇠퇴를 관찰해 봅니다. 그리고 이를 진화의 관점에서 재조명합니다. 그런데 왜 김보경은 '망간단괴'라는 물질을 주목하게 되었을까요?

 

섬 같이 생긴 포항의 산세
섬 같이 생긴 포항의 산세
바다와 도시가 어우러진 포항의 모습
바다와 도시가 어우러진 포항의 모습

포항의 지형은 서고동저형으로, 산맥과 강이 형성되어 해안가에 다양한 지리적 변천의 흔적을 남겼습니다. 하상 침식과 풍화의 흔적이 곳곳에 나타나며, 포항의 해안가는 다양한 화산암 편들이 독특한 지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강한 파도와 바람에 의해 침식되거나 풍화된 결과, '돌개구멍'과 '타포니' 같은 독특한 지형이 형성되었고, 이로 인해 다양한 형태의 바위가 관찰됩니다.

 

포항 구룡포의 해안가 모습 (출처: 경북동해안지질공원)
포항 구룡포의 해안가 모습 (출처: 경북동해안지질공원)
포항 구룡포 해안의 돌에 흔히 보이는 돌개구멍(pot hole) (출처: 경북동해안지질공원)
포항 구룡포 해안의 돌에 흔히 보이는 돌개구멍(pot hole) (출처: 경북동해안지질공원)
오랜 세월 자연의 풍화와 침식 작용으로 조각된 특이한 해안 지형을 보여주는 <br>포항 구만리 독수리 바위 (출처: 경북일보)
오랜 세월 자연의 풍화와 침식 작용으로 조각된 특이한 해안 지형을 보여주는
포항 구만리 독수리 바위 (출처: 경북일보)

도시라는 형태의 변화도 보입니다. 오래되어 방치된 동네들, 공동화의 위험에 처한 구도심, 그리고 외곽으로 확장되는 신흥 아파트 단지까지, 사람들이 만들어낸 도시 변화의 흔적들입니다. 

 

포항의 해안가 도시 영일대 인근 사진
포항의 해안가 도시 영일대 인근 사진
포항의 아파트 단지 사진 (출처: 연합뉴스)
포항의 아파트 단지 사진 (출처: 연합뉴스)

 

김보경은 지질의 변천과 사람 삶의 흔적을 교차해서 섞어봅니다. 그리고 둘을 엮어서 새로운 서사(내러티브)를 창작합니다.

 

김보경이 창작한 서사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이 있습니다. ‘존재’라 부르겠습니다. 이 가상의 존재는 사람일 수도, 물질일 수도, 혹은 무형의 현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존재’라고 부르는 이유는 단순히 기능함에 그치지 않고, 존재함이라는 차원에서 분명 작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존재’라는 주인공은 도시 자체일 수도 있고, 포항의 생명일수도 있고, 포항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포항의 시장 풍경
포항의 시장 풍경

포항이라는 '로컬', 포항 사람이라는 '로컬'

포항 분들을 만나보면, 유머러스한 장난기와 순수한 수줍음을 은근히 내비치십니다. 함께 일을 하다 보면, 끝까지 해낼 것 같은 강인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기술의 도시에서 살아온 사람들로서, 어민에서 산업 역군으로, 그리고 관광지화된 지역에서 서비스업 종사자로서 일해 온 다양한 경험이 섞여 있습니다.

도시 모양새 자체는 정돈되지 않은 혼란스러움과 잘 가꿔진 질서가 묘하게 맞물려 있는 곳이죠. 구도심의 오래된 골목길과 항구 근처의 어촌마을에 응집되어 있으며, 동시에 신흥 아파트 단지와 새로운 산업 단지, 첨단 과학 시설로 흩어지기도 합니다. 도시의 중심부와 변두리, 과거와 현재가 각자의 공간에서 뚜렷하게 자리 잡고 있어 포항만의 독특한 풍경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김보경 작가의 포항 리서치 모습
김보경 작가의 포항 리서치 모습

로컬적 특성(로컬성)이자 존재적 공통성(존재성)을 찾으며, 김보경은 해안가를 먼저 가봤습니다.  존재성을 발생시킨 요인으로 추정되는 지질학적 특성을 찾아 나섭니다. 그중에서도 포항 북쪽의 구룡포 지역을 집중적으로 조사합니다. 구룡포의 바다는 해안가 지질과 지형의 독특한 구성으로 인해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특성을 띠고 있습니다.

 

포항지역 신생대 두호층에서 발견된 거미불가사리 화석 (출처: 한겨레)
포항지역 신생대 두호층에서 발견된 거미불가사리 화석 (출처: 한겨레)

구룡포 지역은 해양성 퇴적 지층이 넓게 분포되어 있어 게, 조개, 불가사리, 갯가재, 성게, 물고기 등 다양한 해양 생물 화석이 발견되는 곳입니다. 특히 2022년에는 깊은 바다에 서식했던 거미불가사리 군집 화석이 발견되면서, 포항 지역이 신생대에 깊은 바다였을 가능성이 제기되었습니다.

 

포항 금광리 신생대 나무 화석 (출처: 국가유산청)
포항 금광리 신생대 나무 화석 (출처: 국가유산청)

 그중에서도 "포항 금광리 신생대 나무화석"은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나무화석 중 가장 큰 화석으로 인정받아, 2023년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습니다. 이처럼 포항 지역의 땅과 바다 아래는 내부에 꿈틀거리는 다양한 생성물로, 먼 과거 바다가 겪어온 역동적인 변화를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습니다.

또한, 독특하게도 보통 해안가에 위치한 주상절리가 내륙에 자리한 '달전리 주상절리'가 있습니다. 달전리 주상절리는 높이 20m, 길이 약 100m로, 마치 병풍을 펼친 듯한 장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달전리 주상절리 풍경
달전리 주상절리 풍경

작가는 포항을 이루는 독특한 특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곳의 ‘기후’를 녹화하고 녹음합니다. 이는 사실상 기후 맵핑과 다름없습니다. 불가능한 작업이지만 매우 매력적이며, 실질적으로도 구체적인 채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 채집된 영상과 소리에 가상의 내러티브를 더한 비디오 작품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작품을 어떻게 부르는 것이 좋을까요? 유사_다큐_비디오_오브제_퍼포먼스 공간?

 

김보경 작가의 달전리 주상절리 리서치 모습
김보경 작가의 달전리 주상절리 리서치 모습
김보경 작가의 작품 제작 모습
김보경 작가의 작품 제작 모습

포항의 지질과 지형, 기후에 대한 리서치를 이어가던 도중, 작가는  ‘망간단괴(Manganese nodule)’란 물질을 발견하고, 이 물질에 주목합니다. 왜 망간단괴에 매료되었을까요? 지리적 흔적으로 찾는 존재성과 포항이라는 특수성이 만드는 로컬성의 접점으로 삼으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망간단괴 사진 (출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망간단괴 사진 (출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망간단괴는 수심 4,000~ 6,000m에 분포하는 해양 광물 자원으로, 해수 속에 녹아 있는 금속 성분이 물리적,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형성된 다금속 산화물을 뜻합니다. 망간은 첨단산업소재로 활용되기 하며, 니켈, 구리, 코발트까지 함유해 미래의 자원으로써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2016년에는 포항 남구 북동쪽 35km 지점, 1,200m 수심에서 광석을 채굴하는 양광 시스템 실증 실험에도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망간단괴 시료채취 현장 사진 (출처: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망간단괴 시료채취 현장 사진 (출처: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김보경의 〈검.은.황.금.발.톱.으.로.오.다〉를 통해 포항의 다양한 면모와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를 따라가게 될 것입니다. 💭

 

김보경의 〈검.은.황.금.발.톱.으.로.오.다〉(2024)에서 포항의 지질학적 측면과 도시학적 측면, 그리고 포항사람이라는 측면이 이렇게, 저렇게 만납니다.

관람객은 전시장 안에서 포항에 대한 채집물과 가상의 내러티브가 뒤섞인 여러 영상물을 감상하고, 소리를 들으며 오브제를 탐색할 수 있습니다. 📺 

우리가 보는 것은 이러한 단편들은 마치 옴니버스처럼 구축된 포항입니다. 포항의 삶, 포항의 사람, 포항의 산업, 포항의 자연, 그리고 포항의 자연(지질)들이 기묘하게 엮입니다. 10월 25일 오픈할 융합예술주간에 오셔서 각자의 포항을 구상해 보시길 바랍니다.

 

김보경 작가가 수집한 포항의 돌들
김보경 작가가 수집한 포항의 돌들

사실 생각해보면, 이해가 갑니다. 작가들이 포항에 와서 이토록 지질학적 특수성을 계속 파고드는 것일까요? 포항을 다니다보면 예쁜 돌들을 많이 발견하게 됩니다. 길 한가운데에서 깨진 돌 하나도 색이 다채롭습니다. 돌 안에는 녹슨 철색, 슬라그의 초록색, 자연 돌의 다양한 색깔이 형형색색으로 박혀 있습니다. 바닷가에서도 플라스틱인지, 슬라그인지, 자연 돌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돌들이 많습니다. 포스트 산업 도시를 구성하는 새로운 물질들일까요?

 

김보경 작가 오브제 제작 모습
김보경 작가 오브제 제작 모습
김보경 작가 오브제 제작 모습
김보경 작가 오브제 제작 모습

사람의 삶의 변화 과정을 우리는 흔히 ‘역사’라고 부릅니다. 지질학적 변화 과정을 ‘진화’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사실 이 모든 과정은 ‘융합’의 일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람과 산업, 자연의 융합 흔적이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우리는 살다 보니 그런 것들을 지나치기 쉽지만요. 김보경은 지금 이 흔적들 속에서 앞으로 작동하게 될 핵심적인 포인트를 잡아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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