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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일즈 뉴스레터는 이번 호부터 융합예술주간에 소개될 '디엔에이 아트랩 DNA Art Lab'과 '머신아트랩 Machine Art Lab'을 집중 조명하여 소개할 예정입니다.
참여 작가들은 포항의 지리와 지질, 역사에 대해 해양 문명, 해양 문화, 도시 특성, 철강 산업, 그리고 포항 사람들의 시각에서 접근했습니다. 이번 리서치의 차이점은 기존 상징들의 재해석에 머무르지 않고, 융합이라는 방법론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했다는 점입니다.
융합이라는 방법론을 사용하는 리서치에서는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접근이 우선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작가들은 선택하고 분석하는 대상이나 소재에서 물질 차원, 특히 나노 차원의 입자나 화학적 변화에 주목하기도 합니다. 또한, 빛, 소리, 전기, 뇌파 등의 속성을 통해 움직임과 관계성을 파악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도시 프로젝트인 만큼 도시 디자인에서도 물, 불, 바람과 같은 기후적 또는 환경적 측면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뉴스레서는 10월부터 11월까지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에 찾아뵙겠습니다. 🙂
많은 기대 바랍니다. ✨
'4호: 회색 지대, 유미루 🗻'
📆 2024년 10월 15일
📝 4호: 회색 지대, 유미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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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루는 10월 25일 동빈문화창고 1969에서 열리는 《제 6의 섬 Sixisles》 전시에서 포항 구룡포 지역의 '주상절리'와 '근대문화역사거리(일본인 가옥거리)'를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입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회색 지대 Gray Area〉에 대한 리서치 과정과 작품의 배경을 함께 소개합니다. 🥰
포항 구룡포 지역의 '주상절리'와 '근대문화역사거리(일본인 가옥거리)'를 비교해 봅니다.
주상절리는 지구의 과거 지각 활동의 흔적으로, 현무암질 용암이 분출되어 흘러내린 후 냉각과 수축 과정에서 규칙적으로 형성된 수축절리 또는 냉각절리를 의미합니다. 주로 현무암과 같은 화산암에서 나타나며, 육각기둥 모양의 돌기둥 형태를 띱니다. 특히 포항 구룡포의 주상절리는 다른 지역과 달리 화산 폭발 당시 용암 분출의 형태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분출 지점을 유추할 수 있는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처럼 지각 변동의 역동적인 흔적을 간직한 구룡포 주상절리 옆에는, 우리나라의 식민 역사를 품고 있는 근대문화역사거리(일본인 가옥 거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포항시는 2010년 대한민국 정부령에 따라, 1948년부터 적산가옥으로 지정되어 철저히 봉인해 온 80여 채의 일본 가옥을 리모델링해 '근대문화역사거리'로 조성했습니다.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관 해설사의 설명을 통해 구룡포의 이주와 정착 역사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구룡포는 경북의 경주, 구룡포, 호미곶을 관할했던 장기(長鬐)에 속했으며, 이 지역이 조선시대에는 지식인들의 유배지였다는 사실은 그 당시 사람이 많이 살지 않았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던 중 일본인이 이주하여 정착하게 되었는데, 이미 바다 산업 기술을 보유하고 있던 일본의 관점에서 보면 난류와 한류가 교차해 어장이 풍부했던 이 지역은 일본보다 더 부유한 삶을 가질 수 있는 천상의 장소였을 것입니다. 그 결과 구룡포는 일본인이 사랑한 마을이 되었고, 동시에 어촌 마을의 형태와 수산업 기술이 보급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구룡포 근대문화역사거리는 일본이 형성한 동네로, 1930년대 일본 정부의 지원을 받아 이주한 일본인들이 거주한 지역을 일컫습니다. 이곳에 정착한 일본인들은 주로 어업과 정착민들을 위한 상업 활동에 종사했습니다. 일제강점기 동안 구룡포항의 성어기(초가을~겨울)에는 약 600여 척의 어선과 1만 명에 달하는 선원이 몰려들었으며, 대부분의 일본인이 어업 활동을 통해 구룡포를 장악하며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특히 구룡포에 처음으로 정착한 일본인 하시모토 젠기치(橋本善吉)의 집은 현재 일본인의 생활상을 재현한 근대문화역사관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구룡포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옛 신사 터로 올라가는 돌 계단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 중 하나입니다. 당시 구룡포를 방문한 일인들은 구룡포사람들로부터 반일감정이 별로 없다고 놀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일인들과 한인들이 바다와 더불어 생존공동체를 형성했기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일인들도 이렇게 새롭게 공동체를 만들었으니 그 자부심이 컸을 것입니다. 독립, 반일, 저항 그런 용어보다는 '공동체'를 결속하는 것이 바다였고, 그로인해 '특수한 유산'이 전해오고 있는 곳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인지 이곳을 배경으로 촬영된 드라마들은 따뜻하고 정감 있는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2019년 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이 이곳을 배경으로 촬영되면서 전국적인 인기를 끌었고, 그로 인해 구룡포는 더욱 유명해졌습니다.
작가 유미루와 함께 구룡포라는 땅에서 자연의 시간과 인간의 역사가 겹쳐진 모습을 바라봅시다. 구룡포에는 바다와 지층이 만들어낸 역동적인 지구의 힘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주상절리와, 식민지 시기에 다양한 출신의 사람들이 모여 스스로의 힘으로 구축하려 했던 마을의 모습인 근대문화역사거리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지구의 유산과 식민 공동체의 흔적을 우리는 어떻게 보호해 나갈 수 있을까요?
작가가 바라본 포항의 구룡포는 뚜렷한 과거의 파편을 보여주면서도, 그 과거를 딛고 미래로 나아가려는 에너지로 가득 차 독특한 영역(area)을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은 다소 생경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작가는 그곳에서 자연과 인간, 가상과 실재, 과거와 미래가 중첩되는 다양한 가능성을 발견합니다. 이에 작가는 이쪽도 저쪽도 아닌, 경계선의 지대이자 흑과 백이 중첩된 영역을 의미하는 제목으로 〈회색지대〉를 떠올립니다.
구룡포에 대한 작가의 인상을 담은 작품은 〈회색 지대〉(2024)라는 제목으로 탄생합니다. 작가는 구룡포 해안의 한 지점에서 민물과 바닷물이 분리되고 합쳐지는 모습을 원 테이크로 촬영한 영상과 일본인 가옥거리를 3D 스캐닝하여 맵핑할 예정입니다. 또한, 이 거리의 모습을 1인칭 시점으로 가상 체험할 수 있도록 메타버스나 게임과 같은 인터랙티브 체험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유미루의 <회색지대>로부터 구룡포의 '주상절리'와 '근대문화역사거리'를 새롭게 보게 됩니다.
유미루 작가의 작업은 대자연의 힘과 인간이 이루려는 근대화의 힘을 비교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단절된 듯 이어지고, 분리되는 듯 겹치는 과정 속에서 '실재성' 또는 우리 삶의 실제 모습이 어떻게 구현되고 반복되며 지속되는지를 탐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매체 작업의 특성상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역사 속으로 들어가거나 미래를 상상할 수 있습니다. 구룡포라는 지역에 남겨진 시공간적 흔적은 앞으로 계속 쌓여갈 흔적들의 프리퀄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유미루는 지각 활동에 의한 지구적 변화의 흔적인 '주상절리'와 역사라는 인간 활동의 축적물인 '근대문화역사거리'를 비교하며, 두 종류의 시공간적 흔적과 축적, 그리고 앞으로도 지속될 맥락과 그 작용 방식을 분석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미루 작가는 ‘실재성’을 과연 어떤 방식으로 다루고 있을까요? 작가가 사용하는 여러 복잡한 최신 기술은 그가 다루는 주제와 어떻게 맞닿게 될까요? 🤔
작가는 터치 디자이너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주상절리와 화산암의 촉각적 이미지를 생성하거나, VR 기기를 통해 마치 직접 체감하는 듯한 촉각적인 느낌을 구현해 냅니다. 지각 활동의 흔적인 주상절리는 그 자체로 대지가 만든 이미지로서 상당히 촉각적인 느낌을 줍니다. 대지의 주름은 강렬한 촉각적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공적인 터치로 이 느낌과 재질, 영구성을 재현해낼 수 있을까요? 아마도 이 실재성은 시공간적 갈라짐, 충돌, 중첩에서 촉발되기 때문에, 작가는 그에 가까워지기 위해 여러 기술을 섭렵한 것이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이러한 과정은 인간의 경험과 자연의 힘이 어떻게 얽히고 얽혀 있는지를 탐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대자연의 스펙타클과 인류 문명으로서 스펙타클
잠깐 생각해봅니다. 스펙터클에는 '숭고로서의 스펙터클'과 '효과로서의 스펙터클'이 있습니다. 숭고는 주로 대자연의 현상처럼 범접할 수 없는 광경을 의미합니다. 분명 내 눈앞에 존재하더라도, 그 현상을 만들어온 시간과 복합적인 작용을 그대로 재연해내는 것은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숭고의 스펙터클은 소멸되지 않고 계속해서 증식하듯 생성해 나갑니다.
이러한 현상을 가이아적 생성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가이아적 생성은 자연이 스스로를 지속적으로 만들어가고 변화시키는 과정을 의미하며, 이는 숭고한 스펙터클이 지속적으로 우리에게 새로운 경외감을 불러일으키고,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방식과 유사하게 보입니다.
반면, 효과로서의 스펙터클은 인공적 기술로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옛날부터 대자연은 인간을 통제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로 여겨졌습니다. 이러한 힘을 참조하여 인간의 힘으로 전지구화를 이끌어낸 것이 제국주의의 스펙타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근대문화역사거리는 제국주의라는 거대 프로젝트의 한 꼭지로서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거대성(이데올로기이건 자본이건)의 일부로 남겨진 흔적에 대한 매력을 우리는 페티시라고 부릅니다.
대자연적 스펙터클과 달리, 효과로서의 스펙타클, 즉 제국주의적 스펙타클은 페티시적 개별 소유 가능성이 중요한 작동 메커니즘으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근대문화역사거리는 드라마와 같은 영상 미디어로 재구성되며, 현재의 거대 플랫폼 네트워크 속에서 계속해서 변형되고 개별화되고 있습니다. 생성이 없는 반복 재생산은 ‘소비적 생산’ 또는 제로섬 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생산이 지속될 수록 허름해지는 것이죠.
우리가 이야기하는 문화산업은 예술과 산업이 새롭게 만나는 플랫폼을 의미합니다. 예술은 잠재적인 것을 감지하는 장으로 작용하며, 생성을 촉진합니다. 기존의 다른 산업처럼 소비만을 부추기는 생산품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치가 생산되는 메커니즘과 새로운 가치 생산의 잠재성을 겨냥합니다.
예술을 근저에 두고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는 기성 산업 시스템의 한계를 짚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예술이 어떻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관계 속에서 더욱 풍부한 의미를 갖게 되는지를 탐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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