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보험, 그 사이에서
2019년 피스모모 사무국에서 상근 활동을 마무리하며 나는 이렇게 남겼다. 모모 다음의 일터는 “또 다른 시민사회 단체일지 아니면 전혀 다른 분야의 영리 회사가 될지, 혹은 그 사이 어딘가에 걸쳐있는 조직일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활동가로 일하던 시절, 배움의 기쁨과 보람도 컸지만 맞서야 하는 사회적 불안과 폭력적인 구조 앞에 자주 무력감을 느꼈다. 현장에서 마주하는 어려움뿐만 아니라 개인의 정체성 안에서도 미래가 보이지 않는 한국사회가 막막하고 답답했다. 그렇게 몸과 마음의 건강이 서서히 무너지면서 잠시 멈추어 스스로를 돌볼 시간이 필요했다.
회복을 위한 시간과 지난한 탐색의 과정을 지나 지금은 보험설계사라는 새로운 직업에 정착했다. 사실 처음 제안을 받고는 여러 차례 거절했다. 보험도 낯설지만 특히나 영업 직무는 비영리단체 활동가와 어울리지 않는 자본주의 정점에 서는 일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런데 현업 종사자와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보험업과 보험설계사의 역할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 금융과 멀리 있던 내 삶에도 꼭 필요했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나 역시 소중한 이들에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전문금융인의 책임을 다하고 싶다는 다짐과 고심 끝에 도전했다. 깊은 고민이 무색할만큼 나는 신입교육 첫날부터 보험업의 본질과 보험설계사가 가져야 할 직업의식에 매료되었다. 평화활동가로서 배운 삶의 태도를 잃지 않고 이제는 나름의 방식과 고유한 호흡으로, 나의 새로운 본업을 설계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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