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만큼, 아니 남자보다 더 뛰어나야 했던 그 시절 여군들은, 그래서 진짜 군인이 될 수 있었을까요? 제 답은 ‘그렇다’이면서 동시에 ‘그렇지 않다’입니다. 이게 무슨 궤변이냐 하면… 여군들은 성공했지만, 군과 사회는 성공하지 못했거든요. 군은 당시의 여군들을 여성-‘군인’이기보다 ‘여성’-군인으로 취급함으로써, 이들을 온전한 군인으로 받아들이는 데에 실패했습니다. ‘상상된’ 남성과 싸워야만 했던 여군들은 남자의 몸을 갖지 않았다는 그 하나의 이유만으로 늘 2등 군인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여자의용군을 그려내는 수식어로 흔히 사용됐던 ‘어린 딸들, 연약한 몸, 나약한 소녀’ 따위의 표현들은 이들이 정규군이 되고서도 여성의 몸을 벗어날 수 없었음을 보여주죠.
대통령께서 “나라를 되찾은 다음 이렇게 전쟁을 하게 되어 여성들까지 참전한 데 대해 할 말이 없고 너무나 여러분들에게 감사한다. 여러분들 때문에 더 큰 힘을 얻게 되었다.”라고 하시면서 눈시울을 적셨다.
― 여자의용군 1기 원숙경(최상호,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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