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도 더 지난 일입니다. 공병 출신의 공학도 친구와 ‘지뢰 제거’를 놓고 격론을 벌이게 됐죠. 마침 저는 그 전에 모 시민단체에서 민북지역을 조사하는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었고, 그중에서도 보고서의 대인지뢰 파트 작성을 담당했던 터였습니다. 그는 지뢰 제거가 매우 위험한데다 긴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면서 M14(일명 ‘발목지뢰’) 제거는 불가능하다, 민북지역 지뢰 제거는 300년 400년이 걸린다는 한국군의 입장을 옹호했습니다. 저는 지뢰 제거가 위험하고 복잡한 일은 맞지만, 한국군의 방식은 효율적이지도 않고 국제적인 수준과 동떨어져 있다고 반박했어요. 연구 당시 인터뷰했던 지뢰 제거 사업가의 해외 지뢰 제거 사례도 이야기해 보았지만, 제 말은 그에게 하나도 가닿지 못했습니다. 저는 군대에 간 적도, 갈 일도 없는 영원한 ‘미필’ 여자였으니까요. 그는 공병 출신인 자신을 앞에 두고 어린 미필 여성인 제가 지뢰 제거에 대한 견해를 내세우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습니다.
그때의 격론은 으레 있었던 술자리 갑론을박 중의 하나로 지나갔지만, 그날의 분위기는 지금도 잊히지 않고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게다가 꼭 그만 그런 반응을 했던 것도 아닙니다. 제가 군인이 어쩌고, 안보가 어쩌고 하는 말을 꺼내면, 그것이 말이든 글이든 혹은 눈빛이나 표정으로도 ‘흐린 눈’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반응을 종종 느낄 수 있었거든요. ‘군대도 안 갔다 와본 게’로 시작되는 그와 같은 반응은 이해하기 싫으면서도 또 한편 이해가 되기도 했어요. 저는 그 와중에 ‘안 간 건 사실이지 암’ 하는 사람이었거든요. 대신 그 뒤에 꼭 한 마디를 덧붙이는 거죠. ‘안 갔는데 그래서 뭐? 군대 안 가면 아무 말도 하면 안 되나? 사람들이 꼭 국가대표만큼 운동 잘해서 선수들 욕하고 그러나?’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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