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박람회 철이다.*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린다는 뜻이다. 무기박람회라는 것의 존재를 처음 알게된 날 이후로, 매번 무기박람회가 다가오면 꿈 속에선 폭격이 벌어지거나, 총을 든 군인들의 기습 공격이 펼쳐진다. 내가 살고 있는 집에 폭탄이 떨어지는데 고양이들을 데리고 20층 계단을 내려가지 못해 절망하거나, 언어도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서 게릴라 공격에 휩쓸려 숨죽인 채 몸을 숨기는 그런 꿈들을 꾼다.
그렇게 꿈 속을 헤매다 아침이 찾아오면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한다. 출근 도장을 찍고 모니터 앞에 앉으면 메일을 통해 밤 사이에 일어난 세계 각지의 공습, 민간인 학살, 탄압 소식이 전해져 온다. 지난 밤 내가 꿈에서 겪은 일을 누군가는 현실에서 겪은 것이다. 우크라이나, 미얀마, 팔레스타인, 웨스트파푸아, 예멘, 파키스탄에서 말이다. 이 곳들에서 폭력과 갈등이 격화될수록 더 많은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다. 폭력의 도구가 되는 무기를 사고 파는 사람들. 그 무기상인들이 모여들어 피 묻은 돈을 주고 받는 곳이 바로 무기박람회다.
무기박람회에서 나를 오랫동안 압도하는 장면들은 이런 장면들이다. 얼마나 효과적으로 살상할 수 있는지 자랑하고 있는 최신무기들, 위용을 뽐내며 전시된 K-장갑차들, 그 옆에서 무기들을 돋보이게 하는 위치에 배치된 여성노동자들, 전시된 무기 사이를 돌아다니며 악수를 나누는 군인들과 양복차림의 무기상인들, 친환경이라는 라벨이 달린 탄약들, VR 기계를 착용한 채 군사훈련을 체험하고 있는 어린이 관람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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