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저 리서치와 AI, 실무자 인사이트 엿보기 : 김은희님

🎤 팁스터가 야심차게 준비한 실무자 인사이트 엿보기! 

유저 리서치를 다룬 지난 레터 내용, 기억하시나요? 오늘은 같은 주제를 조금 더 깊이 파고들어, 현업 전문가 두 분의 인사이트를 소개하려고 해요. 온라인 유저 리서치 툴이 발전하면서,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도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이 가능해졌는데요, 특히 AI가 유저 리서치의 한계를 어떻게 보완하는지, 실무에서 자주 활용하는 툴은 무엇인지 궁금하신 분들은 주목해 주세요!

이번 주제는 깊이 있는 내용이 많아 두 편으로 나누어 발행할 예정이에요. 오늘은 1편에 이어, Rapport Labs에서 인사이트 팀을 이끄는 UX 리서처, 김은희님과의 인터뷰를 소개할게요.

📌 1편 : UX 리서처 레드버스백맨님 인터뷰

✅ 2편 : UX 리서처 김은희님 인터뷰

👀 오늘의 질문

Rapport Labs에서 인사이트 팀을 이끄는 UX 리서처, 김은희님

물리학 연구자로 커리어를 시작한 후 UX 리서처로 전환했어요. 지난 17년간 다양한 연구 경험을 쌓았으며, 최근 10년간은 UX 리서치에 집중하며 한국 스타트업 환경에서 UX 리서치 조직을 구축하고 성장시키는 역할을 해오고 있고요.

UX 리서치는 사회학, 인류학, 마케팅, 서비스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방법론을 활용하며 계속 진화하는 분야인데요. 현재 AI를 UX 리서치에 접목하여 업무 효율성과 임팩트를 높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으며, AI 시대 UX 리서처가 갖춰야 할 핵심 역량을 정의하고 개발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어요.

📌 UX 리서치, AI, 스타트업 성장에 관심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편하게 연락 주세요!

Q1. AI가 실무에서 기존 유저 리서치를 어떻게 보완하고 있나요?

저는 UX 리서치에서 AI를 ‘대체자’가 아닌 ‘보완자’, 혹은 반복 작업을 함께 해주는 실무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어요.

특히 저는 리서치의 실질적인 효율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AI 기반 도구를 실무에 도입해 사용해 왔어요. 요즘은 AI 기반 도구를 쓰는 게 너무 당연해진 시대잖아요. 그런데 제가 처음 이런 도구들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지금처럼 GPT나 생성형 AI가 대중화되기 전, 그러니까 2020년 초 스타트업 환경에서였어요.

당시 제가 맡고 있던 리서치 환경은 한정된 인력과 자원 안에서도 최대한 의미 있고, 의사결정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리서치를 해내야 하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때부터 저는 “무조건 사람 손으로 다 해야 한다”는 관성에서 벗어나, 반복 작업은 도구를 빌리고, 사람이 해야 할 일에 집중하자는 방향으로 일의 구조를 바꿔가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도구 도입의 시작: 전사 자동화에서부터

제가 처음 AI 기반 리서치 도구를 써본 건 2020년 3월쯤이에요. 그때 가장 먼저 시도한 건 인터뷰 전사 자동화였는데, 클로바노트, 다글로(Daglo), Vrew 같은 도구를 테스트해 봤어요.

클로바노트는 *전사 속도 면에서는 꽤 도움이 됐어요. 2시간짜리 인터뷰를 전사하는 데 하루씩 걸리던 작업이 절반으로 줄었거든요. 다만 문장이 끊기거나 누락되는 문제가 있어, 전사본을 다시 사람이 매끄럽게 편집해야 했어요.

다글로는 사실 성능의 문제가 아니라, 목적 자체가 유튜브나 영상 콘텐츠 기반 전사에 맞춰진 도구라 저희가 다루는 리서치 인터뷰처럼 맥락과 질문-답변 구조가 중요한 경우엔 적합하지 않았어요.

이때부터 저는 느꼈어요. AI 도구를 ‘쓰는 게 목적’이 아니라, “이 도구가 리서치 목적과 문맥에 얼마나 잘 맞는가?”가 핵심이라는 사실을요.

이후에는 Dovetail, 그리고 2021년부터는 Condens를 도입해서 사용하게 됐고 Condens는 지금까지도 가장 핵심적인 툴로 쓰고 있어요. 이 도구는 전사 품질도 괜찮고, 특히 인터뷰 내용과 사용자의 실제 행동 화면을 매핑해 주는 기능이 있어요. 그래서 분석 효율성이 크게 높아지고, 동료들과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속도도 빨라졌죠.

*인터뷰 전사는 녹음된 인터뷰 내용을 텍스트로 옮기는 작업

요기요 VOC 사례: AI는 도입이 아니라 ‘함께 키운 대상’

제가 2021년 요기요에 재직할 때 경험한 VOC 프로젝트는 AI를 ‘도입’했다기보단, 리서처가 AI를 함께 키웠던 사례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당시 월 VOC 인입량이 6만 건 수준이었어요. 이걸 자동 분석에 맡긴 게 아니라, 리서처들이 실제로 전부 읽고 1차로 분류했는데요.

저희는 그 6만 건 중에서 운영 피드백 (예: “배달이 늦었어요”, “기사님 불친절해요”)은 제외하고 경험 중심의 VOC만 선별해 머신러닝 팀에 학습용으로 전달했어요. 예를 들어,

이런 피드백들이죠.

이렇게 약 10개월간 리서처가 직접 분류해서 주고, 그걸 ML이 학습하고, 또 리서처가 검토하고 조정하는 사이클을 반복하면서 AI 모델이 점점 더 정확하게 제품 관련 VOC를 분류할 수 있게 된 거예요. 그래서 이 프로젝트는 AI가 리서처를 ‘도와준’ 게 아니라, 리서처가 AI를 리서치 업무에 ‘적합한 파트너’로 키운 사례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AI가 잘 보완해 주는 부분

이런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보면, AI가 리서치에서 잘할 수 있는 일은 꽤 명확해요. 

위와 같은 작업은 AI가 빠르게 해 줘요.

결과적으로 리서처가 기획, 해석, 전략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거죠. 특히 분석 초기 단계에서 전체 톤이나 이슈를 빠르게 파악하고 싶은 경우, AI가 제공하는 자동 요약이나 클러스터링은 정말 유용해요.

하지만 여전히, 사람이 해야 할 일은 뚜렷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AI가 리서처의 모든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예를 들어, 한국 사용자들은 “괜찮아요”라는 말을 자주 쓰잖아요. 근데 그게 진짜 괜찮다는 뜻인지, 불편했지만 참고 넘어가는 건지 구분하려면 그 사람의 억양, 눈빛, 문맥 전체를 함께 봐야 해요.

한 번은 인터뷰 참여자가 “괜찮다”라고 말하면서 시선을 피하고, 답을 짧게 끝낸 적이 있었는데, 그걸 보고 ‘아, 여기에 뭔가 감정적인 저항이 있구나’를 느꼈어요. 이런 건 AI가 텍스트만 보고는 절대 알아낼 수 없는 부분이죠.

또 하나 중요한 건, 데이터를 요약하거나 분류하는 것 자체보다 ‘왜 이런 행동이 나왔는가’, ‘이걸 제품에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결정하는 역할이에요. 이건 사람의 경험, 직관, 그리고 비즈니스 문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영역이거든요.

리서치 4단계에서의 AI 역할: 어디까지가 도움이고, 어디까지는 사람 몫인가?

UX 리서치는 일반적으로 설계, 수행, 분석, 공유의 네 단계로 이뤄지는데요. 각 단계에서 AI가 도울 수 있는 부분과 사람이 꼭 개입해야 하는 부분이 자연스럽게 나뉘어요.

설계 단계에서는 AI가 질문 초안이나 관련 리서치 사례를 제안해 줄 수 있지만, 그 질문이 진짜 우리 서비스 맥락에 맞는지 판단하는 건 사람의 몫이에요.

수행 단계, 특히 인터뷰 퍼실리테이션은 AI로 대체하기 가장 어려운 부분이에요. 질문을 유연하게 바꾸거나,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흐름을 조절하는 건 리서처가 직접 해야 하죠.

분석 단계는 AI가 가장 많이 기여하는 영역이에요. 전사, 감성 분석, 키워드 클러스터링은 정말 빠르고 효율적으로 해줘요. 하지만 그 데이터를 인사이트로 전환하고, 행동으로 연결할 수 있는 해석은 결국 사람이 해야 하죠.

마지막 공유 단계도 마찬가지예요. 보고서 초안을 자동으로 만들어주거나 시각화는 가능하지만, 무엇을 중심 메시지로 삼을지, 조직 내에서 어떻게 설득력 있게 전달할지는 리서처가 판단해야 해요.

마무리하며

그래서 저는 항상 이렇게 정리해요. “AI는 리서처의 도구이고, 통찰은 사람의 몫이다.”

AI는 리서치 업무 중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영역을 빠르게 처리해 주는 ‘보완 도구’예요. 그 덕분에 우리는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더 깊은 맥락을 해석할 수 있게 되었고요. 그리고 중요한 건, 이 도구들을 얼마나 많이 쓰느냐보다, “AI가 놓치는 걸 얼마나 잘 읽어낼 수 있느냐”가 앞으로의 리서처에게 더 중요한 역량이라고 생각합니다. UX 리서치의 본질은 결국 사람을 이해하고, 그 사람의 맥락과 행동을 바탕으로 더 나은 경험을 설계하는 일이니까요.

Q2. 제한된 예산과 시간 내 AI를 활용해 효과적인 리서치를 진행하는 팁이 있나요?

이 질문은 저에게도 굉장히 현실적으로 다가와요. 저도 그동안 리서처가 한 명이거나, 인력과 예산이 굉장히 제한된 상황에서 업무를 진행한 경험이 많거든요. 그럴 때마다 AI를 어떻게 바라보고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을 늘 해왔고요. 개인적으로는 AI를 ‘모든 걸 대신해 주는 기술’이라고 기대하기보다는, ‘정확하게 쓸 수 있는 지점에 잘 배치해야 효과를 발휘하는 도구’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오히려 AI가 전부를 해결해 주길 바라는 조직일수록, 대개 리서치를 주도할 사람이 없거나, 과거 리서치 자산이 부족한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럴수록 중요한 건, AI가 내놓은 결과를 검토하고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예요. 그게 없다면 오히려 그 결과가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복 작업부터 AI에 맡길 수 있는 구조를 먼저 만들어보는 게 좋아요

실무에서 제가 가장 먼저 했던 건 ‘이건 꼭 사람이 직접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일까?’를 분류해 보는 작업이었어요.

예를 들어 인터뷰 전사나 감성 분석, 기본적인 태깅 작업 같은 경우는 사람이 매번 수작업으로 하기엔 너무 비효율적이잖아요.

저는 지금 Condens라는 도구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이 툴은 전사, 자동 태깅, 북마크 초안 같은 작업을 빠르게 제안해 줘서 작업의 첫 단추를 꿰는 데 굉장히 유용해요. 다만, 자동 태깅과 북마크 제안은 어디까지나 ‘초안’의 성격이라, 저는 항상 최종적으로 내용을 다시 읽고 직접 수정하고 있어요.

그래도 초벌 정리를 AI가 도와주기 때문에 전체 분석 흐름이 훨씬 빨라졌고, 혼자 있는 리서치 조직에서도 리서치의 깊이나 공유 속도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되었죠.

도구는 ‘많이’ 쓰기보다 ‘하나’를 정확히 써보는 게 더 중요해요

도구를 도입할 때, 처음부터 다양한 기능을 한꺼번에 써보려 하면 오히려 복잡해지고 효과도 떨어지더라고요.

저는 실무에서 항상 ‘이 툴로 딱 하나만 제대로 해보자’는 식으로 시작했어요. 예를 들면 전사 기능 하나만 집중해서 테스트해 보고, 만족스러우면 그다음 단계로 확장하는 식이죠.

도입할 때 기준도 나름 명확했어요. 한국어 지원이 되는지, 자동 분석 결과가 신뢰 가능한지, 인터페이스가 복잡하지 않은지, 그리고 가격이 지속 가능할 수준인지. 이런 기준으로 여러 도구를 테스트했고, 그 결과 지금은 Condens를 메인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데이터가 적더라도 AI 기반 리서치 구조는 만들 수 있어요: 요기요 VOC 사례

제가 2021년 요기요에서 진행했던 VOC 프로젝트가 좋은 예인데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처음부터 이걸 전부 자동화에 맡긴 건 아니었고, 리서처들이 실제로 VOC를 하나하나 읽고 분류해서 머신러닝 팀에 학습 데이터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시작했어요.

초기에는 사람의 개입이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모델이 학습을 거듭하고 분류 신뢰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사람이 인풋하거나 검토해야 하는 양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어요. 

UX 개선이 필요한 VOC는 별도로 분류해서 머신러닝이 학습할 수 있도록 제공했기 때문인데요. 이 과정을 통해 사람과 AI가 점점 협업 구조를 만들어가는 흐름을 경험할 수 있었고, 동시에 AI를 도입할 때는 항상 트레이드오프가 존재한다는 것도 실감했어요.

정확도를 높이려면 사람이 더 많이 개입해야 하고, 사람의 개입을 줄이면 어느 정도 정밀도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항상 “이 상황에서 어떤 트레이드오프를 선택할 것인가?”를 먼저 판단하려고 해요.

리서치 4단계 안에서 AI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해 보는 것도 좋아요

UX 리서치는 보통 설계 - 수행 - 분석 - 공유라는 네 단계로 나뉘는데요. 저는 이 흐름 안에서 AI가 잘할 수 있는 영역과, 사람이 반드시 해야 하는 영역을 나눠서 보는 걸 추천드려요. 설계 단계에서는 AI가 질문 초안이나 리서치 문서 템플릿을 제안해 줄 수 있어요. 하지만 결국 서비스 맥락이나 유저 니즈를 반영해 질문을 조정하는 건 리서처의 몫이에요.

(단계별 내용은 1번 질문, 리서치 4단계에서의 AI 역할: 어디까지가 도움이고, 어디까지는 사람 몫인가?의 답변을 참고해주세요!)

마무리하며

예산이나 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일수록 우리는 더 명확하게 판단해야 해요. 무엇에 시간을 쓰고, 무엇은 도구에 맡길 수 있을지를요. AI는 그 판단을 실행에 옮기게 해주는 훌륭한 도구지만, 그 도구를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쓸지 결정하는 건 언제나 리서처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Q3. 현재 활용 중이거나 사용해본 것 중 가장 유용한 AI 관련 리서치 툴은 무엇인가요?

저는 2020년부터 AI 기반 리서치 도구들을 실무에 적극적으로 도입해 사용해오고 있어요. 특히 리서처가 1명이거나, 리소스가 굉장히 제한된 환경에서 신뢰할 수 있는 리서치를 반복 가능하게 만드는 구조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느꼈고요. 그 과정에서 다양한 도구들을 직접 실험해 봤고, 지금까지 실무에서 가장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 도구는 Condens, 그리고 최근에 가장 흥미롭게 실험하고 있는 도구는 ChatGPT 기반 분석이에요.

Condens: 리서치 워크플로우 전체를 지원하는 실무형 도구

Condens는 제가 2021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사용하고 있는 도구인데요, 전사, 태깅, 요약, 공유 등 전 과정을 한 플랫폼 안에서 처리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인터뷰 파일을 업로드하면 자동 전사가 되고, 중요한 발화 내용은 자동 태깅이나 북마크 초안 형태로 제안되고, 특히 녹화된 사용자 화면과 발화를 자동으로 매핑해 주는 기능은 행동 흐름과 발화 맥락을 함께 분석할 수 있어서 굉장히 유용해요.

다만 저는 항상 AI의 결과는 초안일 뿐, 최종적인 판단은 사람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북마크와 태깅은 반드시 다시 읽고 수정하는 편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AI가 초벌 정리를 해준다는 것만으로도 분석 속도가 크게 줄고, 리서처가 해석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는 점에서 실무 도구로서 굉장히 유용하게 느끼고 있어요. 또 Condens는 작은 단위의 콘텐츠—한 문장, 한 인사이트 블록—을 다루기 때문에 리서처가 수정하고 판단하기에 부담이 적고, 협업하기 좋은 구조라는 점도 큰 장점이에요.

도입 전에는 다양한 전사 도구들을 비교해 봤어요

Condens를 사용하기 전에는 클로바노트, 다글로(Daglo), Vrew, Dovetail 같은 도구들도 실무에서 테스트해 봤어요. 클로바노트는 속도는 빠르지만 문장이 끊기거나 누락되는 일이 있었고, 다글로는 유튜브 영상 같은 콘텐츠에 최적화된 구조여서 인터뷰처럼 대화형 흐름을 가진 자료에는 적합하지 않았어요. Dovetail은 기능은 많았지만, 한국어 전사 품질이나 자연어 처리 정확도가 낮아서 결국 사람이 계속 손을 봐야 했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도구 자체의 기능보다 ‘이 도구가 우리 리서치 흐름 안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느냐’가 훨씬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최근에는 ChatGPT를 활용한 리서치 분석 실험을 진행 중이에요

요즘은 팀에서 그동안 축적해 온 정성 인터뷰 데이터를 기반으로 ChatGPT를 활용한 리서치 자동 분석 실험도 함께 진행하고 있어요. 제가 실험해 본 버전은 o1, o3, o4 모델들이고요. 이 모델들을 비교하면서 인터뷰 요약, 테마 클러스터링, 인사이트 도출이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지를 테스트하고 있어요.

재미있었던 건 모델마다 성향이 달랐다는 점인데요. 예를 들어 o4는 요약이 더 간결하고 포인트 중심이고, o3는 예시를 풍부하게 제시하거나 사용자 시나리오를 더 적극적으로 생성해 주는 경향이 있었어요. 그리고 분석 결과의 품질은 입력 데이터의 구조화 수준에 따라 차이가 컸어요.

전처리가 잘 된 데이터, 예를 들어 질문-답변 구분이 명확하거나 리서처가 미리 태깅한 구조에서는 ChatGPT가 꽤 신뢰도 있는 분석을 해줬고요. 반대로 인터뷰 원문을 그냥 넣었을 때는 요약이 흐릿하거나 상투적인 응답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았어요.

이 실험을 통해 느낀 건,

“AI가 분석을 잘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리서처가 데이터를 구조화하고, 프롬프트를 설계하는 과정이 먼저 설계돼야 한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요즘은 단순히 ChatGPT를 활용하는 걸 넘어서

다양한 도구들을 써보면서 얻은 가장 큰 인사이트

AI는 제한적이고 구체적인 작업에서 가장 효과적이에요. 특히 리서처가 쉽게 검토하고 수정할 수 있는 작은 단위의 콘텐츠—문장 하나, 인사이트 블록 하나—를 다룰 때 훨씬 유용하다는 걸 체감하고 있어요.

반대로, AI 도구에 전적으로 의지하게 되면 결과가 지나치게 단순화되거나, 잘못된 분석이 그대로 반영될 수 있고, 조직이 갖고 있어야 할 리서치 감각 자체가 약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항상 이렇게 정리해요. “AI는 도와줄 수는 있지만, 해석은 사람의 몫이다.” 도구가 아무리 좋아도, 그걸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하는지는 결국 리서처가 결정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마무리하며

그래서 저에게 지금 가장 유용한 도구를 꼽자면, 실무형으로는 Condens, 실험형으로는 ChatGPT 기반 분석 시스템이에요. (o1, o3, o4 모델은 모두 테스트 중입니다.) 두 도구 모두 저에게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 해석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력자고요. 앞으로 AI가 더 발전할수록 리서처는 도구를 고르는 사람이 아니라, 도구를 설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Q4. 리서치에 AI를 도입하면서 직면한 가장 큰 도전과 그 해결책이 있나요?

저는 2020년부터 실무에 AI 기반 리서치 도구들을 하나씩 도입해서 사용해 왔어요. 당시엔 리서처가 저 혼자이거나, 리소스가 굉장히 제한된 환경에서 신뢰도 있는 리서치를 반복 가능하게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도구를 활용하는 게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죠. 근데 막상 도입하고 나니까 금방 느껴지더라고요.

이걸 명확히 구분하지 않으면 오히려 혼란이 더 생길 수 있겠더라고요.

도전 ➊: AI가 복잡한 맥락을 단순화해 버릴 때 생기는 한계

AI는 반복적인 작업, 예를 들어 인터뷰 전사, 자동 태깅, 간단한 요약에는 정말 강해요. 속도도 빠르고, 일정한 품질로 초안을 만들어주죠. 특히 Condens 같은 툴은 북마크 초안까지 자동으로 생성해 줘서 초벌 정리에 드는 시간을 많이 줄여줬어요.

그런데 문제는, 사용자의 감정, 말의 뉘앙스, 발화의 맥락이 필요한 순간부터 AI는 흔들려요. 예를 들어, 어떤 사용자가 “괜찮아요”라고 말했는데 억양이나 표정, 흐름을 보면 사실은 불편함을 억누른 표현일 수도 있잖아요. 그걸 AI는 ‘긍정 발화’로 분류하더라고요.

이런 식의 맥락 손실은 실제 리서치에서 굉장히 중요한 인사이트를 놓치게 만들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항상 “AI는 초안 생성에는 유용하지만, 인사이트 도출은 사람이 반드시 개입해야 한다.” 이 원칙을 지금까지도 지키고 있어요.

도전 ➋: 도구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리서치 차별성을 약화시킬 수 있어

요즘은 누구나 ChatGPT 같은 도구를 쉽게 활용할 수 있잖아요. 문제는, 도구가 같으면 결과도 비슷해질 수 있다는 점이에요. 예를 들어, 어떤 조직이 “우리도 AI로 인터뷰 요약해 봤어요”라고 하면 그 요약이 우리 팀, 다른 팀, 경쟁사 할 것 없이 비슷한 표현, 비슷한 테마 구조로 나오게 돼요. 이러면 결국 우리가 어떤 질문을 던졌는지, 어떤 관점을 가졌는지보다 ‘AI가 요약한 결과’가 리서치의 전부처럼 보이게 되거든요. 이건 리서치의 전략적 깊이나 차별성을 잃는 위험이 있다고 생각해요.

해결책: 사람 중심 구조로 역할을 명확히 나누는 것

그래서 저는 AI를 도입할 때마다 항상 이렇게 스스로에게 물어요:

그 기준에 따라 역할을 나눠요.

이런 식으로 역할을 구분해 놓으면 AI는 반복 작업을 도와주는 조력자, 사람은 전략과 의미를 책임지는 해석자로 자리 잡게 돼요.

구조화된 리서치 raw data가 AI 분석의 핵심이에요

최근에는 저희 팀이 3년간 쌓아온 리서치 raw data—인터뷰 전사, 요약본, 태깅 정보 등—를 기반으로 Chat GPT의 o1, o3, o4 모델을 사용해서 자동 분석 실험을 진행해봤어요. 가장 흥미로웠던 건, 데이터가 구조화되어 있을수록 Chat GPT가 훨씬 정확한 분석을 해줬다는 점이에요. 질문-응답이 명확히 구분돼 있고, 태깅 기준이 일정하고, 세션 간 통일된 포맷이 유지되어 있을 때는 요약, 테마 묶음, 인사이트 제안까지 꽤 설득력 있게 나왔어요.

반대로, 정리되지 않은 전사 텍스트를 그대로 입력하면 요약이 너무 일반적이거나 중요한 이슈를 놓치는 결과가 나왔죠. 그래서 저는 요즘은 단순히 “AI를 쓰느냐”보다 “AI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데이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를 리서처의 핵심 역량이라고 보고 있어요.

제가 얻은 인사이트

제가 다양한 AI 도구를 써보면서 얻은 가장 큰 인사이트는 이거예요: “AI는 제한적이고 구체적인 작업에서 가장 효과적이고, 작은 단위의 콘텐츠를 다룰 때 사람과의 협업이 가장 잘 된다.”

예를 들면,

이런 단위에서는 AI가 도와주는 역할이 정말 커요. 그런데 이런 결과를 그대로 믿고 사람이 검토나 해석 없이 사용하면, 오히려 잘못된 방향으로 결정을 유도할 수도 있고, 무비판적인 의사결정이 반복되면서 리서치의 본질이 약해질 수도 있어요.

마무리하며

그래서 저에게 리서치에 AI를 도입하면서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은 “AI가 하지 못하는 걸 맡겼을 때 생기는 오해와 기대 과잉”이었고, 그에 대한 해결책은 “사람 중심으로 도구의 역할을 재설계하고, AI가 협업할 수 있도록 데이터 구조를 정비하는 것”이었어요.

AI는 도구이고, 리서처는 여전히 의미를 만들고, 질문을 던지고, 전략을 세우는 사람입니다. 그 구조를 놓치지 않고 도구를 잘 활용한다면 AI는 리서치를 더 빠르고 넓게 확장해 주는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Q5. 앞으로 AI 도구만을 활용해 유저 리서치 전 과정을 진행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

저는 “AI 도구만으로 전 과정을 진행하는 건 아직 어렵고, 앞으로도 전면 대체는 어렵다”라고 생각해요. AI는 분명 훌륭한 도구예요. 저도 실무에서 정말 많이 활용하고 있고, 도구가 발전하면서 리서치의 속도나 효율이 올라간 건 확실히 체감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 과정을 맡길 수 있느냐 하면, 실제 현장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걸 매번 느끼고 있어요.

반복적이고 구조화된 작업엔 AI가 정말 잘 맞아요

예를 들어 인터뷰 전사, 자동 태깅, 북마크 초안 생성 같은 작업은 Condens, ChatGPT, ClovaNote 같은 도구들이 잘해줘요. 특히 작은 단위의 콘텐츠를 다룰 때—한 문장, 한 발화, 한 요약 블록—AI의 속도와 효율성은 확실히 뛰어나요. 저도 실제로 이런 도구들을 사용하면서 분석 속도가 빨라졌고, 혼자 있는 리서치 조직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중요한 건 “왜?”를 해석하는 거고, 그건 사람의 영역이에요

리서치의 본질은 “무엇을 말했는가”보다 “왜 그렇게 말했는가”에 있어요. 즉, 사용자의 말과 행동, 감정, 뉘앙스를 종합해서 그 맥락을 해석하는 일이 핵심인데, 지금의 AI는 이걸 하기엔 한계가 분명해요. 예를 들어 사용자가 “괜찮아요”라고 말했는데 말투나 표정, 대화 흐름을 보면 사실 불편함을 돌려 표현한 것일 수 있거든요. 그런데 AI는 이걸 긍정으로 분류해요. 결국 사람 리서처가 다시 읽고, 다시 해석하고, 다시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생기죠.

리서치의 핵심은 ‘놀라움’인데, AI는 평균값만 보여줘요

제가 리서치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들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사용자 반응”을 만났을 때예요. 그게 진짜 인사이트가 되는 순간이거든요.

저도 완전히 동의해요. 그런데 AI는 기본적으로 평균적인 행동을 바탕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이런 의외성, 비정형적 반응, 사용자의 진짜 관점을 포착하지 못해요.

최근에는 AI로 만든 퍼소나를 대상으로 인터뷰하는 시도들도 있는데요. 제가 직접 실험해 본 결과로는, “이건 그냥 평균적인 데이터를 요약해서 그럴듯한 말로 뱉어주는 것이지, 실제 타깃 사용자와의 인터뷰에서 나오는 날 것 같은 이야기나 진짜 의외성은 느껴지지 않았다”는 게 제 결론이에요.

실제 사용자는 우리가 설계한 시나리오를 벗어나고, 전혀 엉뚱한 방식으로 인터페이스를 해석하고, 때로는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문제를 바라봐요. 이런 건 사람이 직접 만나고 관찰하지 않으면 절대 발견할 수 없는 부분이에요.

AI만 썼을 때 실질적으로 겪은 어려움도 있었어요

저는 ChatGPT의 o1, o3, o4 모델을 활용해서 전처리된 리서치 raw data를 기반으로 분석 실험을 했는데요, 질문–응답이 잘 정리돼 있고, 태깅도 일정하게 붙어 있는 경우에는 꽤 괜찮은 요약이나 테마 클러스터가 나왔어요. 그런데 질문이 흐릿하거나, 응답 흐름이 조금만 복잡해지면 요약이 지나치게 일반화되거나, 핵심 포인트를 놓치는 일이 반복됐어요. 그래서 저는 이 실험을 통해 “AI가 잘 작동하려면, 사람이 데이터 구조를 설계해줘야 한다”는 걸 아주 명확하게 느꼈어요.

리서치의 차별성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에게서 나와요

AI가 주는 응답이 아무리 좋아도, 모두가 같은 도구로 같은 질문을 던지면 결국 비슷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어요. 그럼 조직만의 시선, 문제 정의 방식, 전략적 사고 자체가 희미해질 수 있어요. 저는 리서치의 경쟁력은 “무엇을 물었는가”가 아니라, “왜 그걸 물었는가”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이건 지금의 AI가 아직 해낼 수 없는 부분이에요.

앞으로는 사람과 AI가 협업하는 구조가 기본이 될 거예요

Jakob Nielsen도 “Human-AI Symbiants”라는 표현을 썼는데요,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AI는 반복 작업을 빠르게 처리해주는 동료고, 사람은 의미를 해석하고, 전략을 설계하는 역할이에요. 결국 앞으로 리서치의 구조는 “AI는 도구, 리서처는 해석자” 이 프레임을 중심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마무리하며

AI 도구만으로 리서치 전 과정을 진행하는 건 아직 어렵고, 앞으로도 ‘대체’보다는 ‘보완’에 가까운 형태로 발전할 거라고 봐요. AI는 효율성과 반복 작업에서 분명히 강력한 도구지만, 사람의 말과 행동 사이에서 의미를 읽어내고, 의외성을 발견하고, 질문을 던지고, 전략으로 연결하는 일은 지금도, 앞으로도 리서처의 몫이에요. 리서치는 결국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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