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호]🧪8년차 네이버 AI 개발자가 말해주는 현실

제가 생각하는 개발자와 AI 개발자의 차이점은 두 가지입니다. 
1) 어떤 영역에 대해 실험과 평가를 하는지
개발자는 주어진 기획서, 스펙을 구현하기 위해 코딩을 하며 그 과정에서 어떤 구조와 라이브러리를 사용하는 것이 좋을지 넣었다 뺐다 하며 실험합니다. 기획서대로 동작이 되는지, 속도는 빠른지, 서비스를 위한 비용은 낮은지 등이 최종적인 평가 지표가 됩니다.
AI 개발자는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머신러닝, 딥러닝 기법을 적용해 보기도 하고, 논문들에 나온 방법론들을 구현해 보기도 하며 어느 정도 수준으로 문제를 해결하는지에 대해 실험합니다. 주어진 문제를 몇 퍼센트의 확률로 푸는 모델을 만들었는지가 최종적인 평가 지표가 됩니다. 
2) 주어진 문제가 해결될지 안 될지 판단할 수 있는 시점
개발자에게 주어지는 문제는 이미 작업 시작 전에 판단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웹 개발자라고 한다면 스스로 주어진 웹 기획서에 있는 여러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지 없는지 기획서를 보는 그 시점에 판단 가능한 경우가 많죠. 
하지만 AI 개발자에게 주어지는 문제들과 그에 대한 솔루션은 실제 모델을 학습해 보고 평가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AI개발자에게 주어진 문제들은 지적 능력이 필요한 문제들이 많고, 이는 사람도 100% 해결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AI 개발자가 만드는 모델들은 성능이 100%인 모델은 없기도 하고요. 그래서 지인 중 한 명은 해보기 전까지는 그 결과를 알 수 없는 것이 너무 괴롭다고 이야기하기도 하곤 했습니다.

AI 개발자라고 묶을 수 있는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어, AI 개발자로 묶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유형과 각 유형에 필요한 역량들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AI Application Developer
기존에 이미 공개된 여러 AI 모델, OpenAI API와 같은 AI API 등을 사용하여 AI application을 만드는 직군입니다. 기본적으로 넓은 스펙트럼의 AI 모델들을 알고, 사용할 수 있는 지식이 필요하고, 어떤 AI를 활용해야 할지 판단할 수 있는 판단 능력이 필요합니다. 개발자와 차별화되는 이 직군만의 특징은 자신이 만든 제품에 대한 평가를 수행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품 성능을 계속해서 개선할 방안에 대한 이해와 개선 여부를 측정하기 위해 다양한 모델을 평가하는 방법도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AI Research Engineer
제품을 위한 모델 개발과 연구를 하게 됩니다. 단기적으로 서비스에 들어갈 모델을 만들기 위해 학습/평가 데이터를 수집하고, 모델을 직접 구현하거나 기존 모델을 선정하고, 학습합니다. 평가 프레임워크도 만들어 학습된 모델을 평가하는 등의 일을 수행합니다. 통계, 수학 지식, 머신러닝, 딥러닝과 같은 모델 자체와 모델 학습/평가 방법에 대한 지식, 풀려는 문제에 대한 도메인 지식 (NLP, Vision, Speech 등), 데이터 핸들링, 모델 학습 등을 할 수 있는 개발 지식, 그리고 본인의 아이디어를 PoC(Proof of concept)할 수 있는 간단한 프로토타입 개발 능력이 필요합니다.
AI Scientist
선행 연구를 위한 연구, 실험과 논문 작성이 주된 업무입니다. 하지만 회사에 따라 AI Scientist도 회사 제품에 기여하는 연구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제품에 들어가는 모델을 만들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기도 합니다. AI Research Engineer에 필요한 역량에 추가로 뛰어난 논문 작성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이 중에서 저는 AI Research Engineer 포지션입니다. 제품을 위한 모델을 연구하고 개발하기 때문에 제품 및 연구 트랜드를 모두 잘 쫓아야 합니다. 다행히 이 분야가 저의 적성에 잘 맞아서 쉬는 시간에도 이런 지식들을 찾아서 보는데요. 요즘엔 높은 퀄리티의 AI 관련 연구, 제품 정보가 유튜브, sns에 잘 올라와서 다양하게 찾아보고 있습니다. 

한국 인공지능 업계에서 가장 높은 성능을 달성한 모델을 개발하였을 때인 것 같아요. 제가 개발한 모델(Neural embedding)을 쉽게 이야기하자면 넷플릭스 추천 시스템처럼 과거의 콘텐츠 시청 이력을 기반으로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해 줄 수 있는 역할을 하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어요. 다양한 서비스에서 고객들의 니즈에 맞는 서비스를 추천하는 역할의 모델을 구성하고, 가장 높은 성능을 달성하면서 성취감을 가장 크게 느꼈어요. 

여러 가지 고려 기준이 있지만, 우선순위로 나열하자면 1. 내가 관심 있는 AI 분야 일을 할 수 있는지, 2. AI에 투자를 많이 하는 회사인지, 3. 처우, 4. 네임벨류입니다. 현실적으로는 3, 4를 얻기 위해 노력하지만 3, 4는 많은 경우 그냥 노력으로 되진 않고 운도 함께 필요한 것 같아요. AI 개발자의 커리어를 만들어가려는 분이시라면 1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하나의 도메인을 깊게 파다 보면 결국 그 도메인이 필요한 좋은 회사를 쉽게 갈 수 있게 되거든요. 

거의 재택근무를 하고 있고, 회사 자체도 개인주의적인 성격이 짙어 동료들과 자주 밥을 먹거나 이야기를 하지는 않아요. 한 달에 한 번 정도 점심 회식을 하며 담소를 나누는 것이 대부분이며 대부분 스크럼, 미팅, 메신저로 일과 관련한 이야기만 합니다. 

최종적으로는 CEO, 혹은 테크 기업의 CTO, CAIO(Chief AI Office)가 꿈입니다. 그렇기에 좋은 커리어를 계속 설계해야 하고, 좋은 동료들과 관계를 만들어가며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좋은 커리어 설계를 위해 해외 빅테크 기업에 이직하는 것이 현재 목표입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100% 성능을 가진 AI는 없습니다. 결국 AI의 결과에서 모자란 부분을 사람이 메꿔주어야 하므로 직군이 사라지진 않을 것입니다. 다만, AI 생산성의 향상은 이루 말할 수 없고, 사람이 굉장히 적은 부분만 메꾸어주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개인적으로는 현재 발전 속도를 보면) 어떤 직군이든 당장 5년 뒤에는 10명이 하던 일을 1명이 할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현재 회사가 존재하는 이유는 혼자서 많은 일을 하지 못해서인데요. 방송이 방송사의 전유물이었던 시절에서 영상 제작, 송출의 생산성이 높아지며 유튜브의 시대가 온 것처럼, 회사에 종속되지 않고 더 많은 각 개인이 AI를 활용하여 수익 창출을 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