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시선

[건축가시선] 나의 직업, 나의 언어

업에 대한 정의로 2024년을 시작합니다.

2024.01.03 | 조회 8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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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레터

평범한 30대 직장인 건축가의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저는 이렇게 살고 있어요. 당신의 삶은 어떤가요?

안녕하세요. [건축가시선]에서는 건축을 업으로 하면서, 건축을 공부하면서 생각했던  내용들, 고찰들, 이야기들, 현상들에 대해서 자유롭게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건축물들. 그런 건축물을 만드는 건축가들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 2024년의 첫 글을 어떤 것으로 시작해야하는지. 아니 2024년을 어떤 마음으로 시작하고 어떤 계획을 세워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쉬는 연말 내내 나의 머릿속을 가득채우고 있었다.매년 맞이하는 새해이지만 그때마다 새롭고 설레고 두렵다. 이미 시작해버린 올 한해를 어떻게 또 잘 살아내야 하는것일까. 어떤 성장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나는 또 나를 어떻게 성장시킬지 기대되는 한해이다. 시작에 대한 영감을 얻기위해 많은 책도 뒤져보고, 인터넷도 보면서 약간은 루즈하지만 부담감을 안은 채 연말을 보냈다. 수많은 매체 속 다양한 글들 사이에서 보석같이 찾아낸 주제는 나의 업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어떤 자아로 살아가고 있을까 
사람들은 저마다 어떤 자아로 살아가고 있을까 


# 나를 구성하는 요소, 페르소나는 정말 다양한게 있지만 그 중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건축을 업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튜브에서 본 한 인터뷰에서는 자신이 하는 일을 자신만의 언어로 정의한다는 것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에디터 최혜진님은 에디터라는 본인의 업을 “잡음 속에서 신호를 찾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신호라는 건 의미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것들, 수많은 변수들 속에서 반짝이는 신호를 감지해 내는 것이 에디터가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에디터라는 직업에 대해 잘 모르지만, 단순히 어떤 직으로서의 하는 일이 아니라, 좀더 넓고 포괄적으로 자신의 업을 정의하는 모습을 보고 나에 대해 생각해봤다. 과연 나는 건축가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단순히 건축적 지식을 바탕으로 건축물을 만들어 내는 사람으로서의 건축가가 아니라 좀 더 넓은 의미에서의 건축가를 정의하고 싶었다.

# 한 해를 보내며 내가 해온 일들과 건축계의 이슈들을 뒤돌아보며 깨달은 한가지는 분명 건축은 세상에 어떤 방식으로든 기여하고 싶어한다는 것이었다. 멋진 건물을 하나 만든다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건축물을 만들어 도시경관에 기여하고, 사람들의 삶에 기여하고,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작업들이다. 꼭 건축물이 아니더라도 글로, 그림으로, 대화로, 대담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의 건축적 작업을 알리고 우리의 작업으로 세상이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고군분투 하는 직업이다. “건축적 작업으로 세상에 기여하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그렇다. 나는 건축적인 작업을 통해 세상에 기여하는 사람이다.

# 건축을 하는 방식과 방법은 정말 다양하지만 가장 첫번째로 하는 것이 있다면 생각하고, 고민하고, 상상한다. 그 어떤 건축가도 다 똑같을 것이다. 건축은 생각과, 고민과 상상으로 시작한다. 그런 생각, 고민, 상상이 세상에 긍정적인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방향을 설정한다. 아직 미숙한 건축가로서의 자기 암시과 앞으로의 가이드라고도 할 수 있겠다. 업에 대한 자부심일 수 도 있으며 자신감으로 표출 될 수도 있겠다. 

지난 한해 나의 고민과 걱정은 건축을 업으로 하고 있지만, 지어진 준공작 하나 없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었다. 벌써 건축생활 9년차. 많은 사람들이 고민한다. 이 길이 내 길이 맞는 것일까. 매일같이 출근을 하면서 같은 고민을 한다. 난 왜 또 이 새벽버스를 타고 출근길에 올랐나. 이 길이 정말 내 길이 맞을까. 이것은 정말 답이 없는 고민이었다. 답을 내릴 수 없는 나를 갉아먹는 고민이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해보는 것이 어떨까. 직장인이라면 그저 생계를 위한 직업으로서의 직장인이 아니라, 정말 내가 나의 언어로 나의 가치를 올릴 수 있는 문장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건축가에 대한 정의를 나의 언어로 새롭게 하면서 나의 마음은 한결 편해졌다. 그리고 내 길이 맞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건축적 작업으로 세상에 기여하는 사람>이라는 정의로 나는 건축적 작업을 계속 이어갈 것이고, 세상에 어떤 방식으로든 기여하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 

#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님은 좋은 목표나 좋은 계획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고 말한다. 명사는 사람의 생각을 중단시키고 선입견을 갖게 만든다. 건축가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 세상이 만든 선입견과 같은 것들이 나의 목표와 내가 꿈꾸는 건축가의 모습을 단정지어 버리는 경향이 있다. 내가 되고 싶은것은 건축가가 아니라, 건축적 작업으로 세상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우리 모두는 직장인이라는 명사가 아니라, 그 어떤 가치를 만들어 내는데 일조하는 건강한 현대인이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 2024년은 새로운 꿈을 꾸고, 새로운 건축적 작업을 시도 할 것이며, 새로운 무언가를 세상에 내놓을 것이다. 나를 나로서 정의하고, 나를 갉아먹는 고민을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며,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자아로 살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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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간수집가.J의 프로필 이미지

    공간수집가.J

    0
    almost 2 years 전

    건축가가 되고 싶다가 아닌 건축적 작업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의 차이가 이리도 다르게 와 닿습니다.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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