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보내드리는 고요레터입니다. 오랜만에 출근 전 카페에 앉았습니다. 한창 글을 쓰고 생각을 정리할 때 앉아있던 자리인데, 여전히 이 시간에 조용한 음악이 흐르고 있네요. 반가운 자리입니다. 그동안은 공모전, 다양한 외주 활동에 바쁜 오전시간을 보냈어요. 어김없이 회사에 일찍 출근해 이것저것 바쁜 한시간을 보내고 다양한 성과물을 얻어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오늘은 직장인 건축가로서의 삶을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10년차 직장인입니다. 16년도에 첫 사회에 발을 내 딛였었는데, 어느덧 26년이 되었네요. 알고있던 사실이지만 이럴때마다 시간이 정말 빨리 흐른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10년이란 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일은 어렵고, 무섭고, 떨려요. 익숙해지지 않는 건축이라는 업인거 같아요. 매번 새로운 땅에 새로운 계획안, 너무나 많은 법규, 그리고 세상 많은 이해관계들. 이 모든 것을 아울러야하는 건축가입니다. 어려운건 맞지만 그만큼 지루하지 않고 재밌는것도 사실이에요. 제가 경험한 건축은 우선 규모가 큰 사업임을 다시 한번 밝힙니다. 누군가는 이건 건축이 아니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건축가가 해야하는 일이죠. 지금은 연면적 17만제곱미터의 주상복합을 설계하고 있어요. 거의 6개월을 기획한거 같은데, 이제야 계약이 진행되어 첫 인허가 과정을 진행하고 있죠. 그만큼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든 작업입니다. 1층엔 근생, 2층엔 병원, 그리고 최고 49층에 달하는 공동주택이 세동이 계획되어있습니다. 만지면 만질 수록 이거 괜찮은 건가. 사용자 중심의 건축을 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건설사의 관심은 공동주택 단위세대를 잘 만들어 잘 파는게 목적이고, 사업주의 관심은 병원과 근생을 잘 만들어 파는게 목적이죠. 서로가 서로가 팔 물건에만 관심을 갖습니다. 도시 중심부에 이렇게 큰 건축물이 들어서는데 그 어떤 도시적 고찰과 양보는 없죠. 그것을 건축가가 채워줘야하는데, 어렵습니다. 그들에겐 이건 사업이거든요. 좋은 건물을 만드는게 목적이 아니라, 좋은 상품을 만들어 팔아야합니다. 아무튼 그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 한가운데에 지금 제가 있습니다.
실무에서의 건축은 이렇습니다. 건축가가 그리는 꿈과 이상을 실현시키는 건축은 사실 극히 드물어요. 물론 건축의 규모와 용도가 어쩔 수 없지만 아마 대부분의 건축이 그럴 것 같아요. 옆의 선배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꼭 하고싶은거 딱 한가지만 지켜보자> 라는 마인드로 일을 한다고 합니다. 그 만큼 건축가의 상상을 지켜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건축적 상상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공모전에 많이 참여했어요. 회사에선 일을 하고, 밖에선 내 건축을 해보자 였죠. 재밌는 작업들이었어요, 수상이 목적은 아니고, 상상하기를 멈추고 싶지 않았습니다. 처음 건축을 배울때, 그때가 좋았던 건 역시나 내 상상을 건축적으로 풀어내고, 설득하고, 보여주는 그 과정이 좋았습니다. 구축됨과는 또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지만, 요즘은 건축적 상상을 하는게 어려운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것 같습니다. 최근 5개의 공모전에 참여했는데 운좋게도 3개의 작업물이 수상을 하게되었어요. 나 이렇게 잘한다를 말 하고 싶다기 보단, 그저 건축적 상상을 이어가고 싶어서 스스로 선택한 작업물에 좋은 결과까지 생기니 나에대한 감동과 대견한 마음이 컸습니다.
이따금씩 무료세미나를 진행하면 참여해주시는 분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눕니다. 실무에 계신 분들의 고민은 회사는 재미없고, 건축은 내가 생각한 건축이 아니고, 늘 하던거만 반복적으로 하는 상황에 대한 고민이 대부분입니다. 저도 아직 잘 모르지만 결국 재미는 스스로 찾아야하는것 같아요. 외부적 상황으로 건축이 재밌어 지는 순간은 늘 한순간이죠. 지속성이 없습니다. 결국 재미없는 시기와 단계는 찾아오니까요. 스스로 재밌는 상황을 계속 만들고 지속적으로 그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방법이 저는 좋더라구요. 건축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묶여있지만 건축은 여러단계와 과정을 어우르는 단어입니다. 건축이 좋다는건 그 모든 과정을 다 사랑하는건 아닐거에요. 그럴 수도 없구요. 내가 좋아하는 건축의 한 과정을 더 사랑하고, 그 사랑하는 것을 더 적극적으로 내 방향으로 바꾸는 것이 건축을 재밌게 하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건축의 단계에서 초기 디자인을 상상하고, 고민하고,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사랑합니다. 예전엔 그 이후의 과정도 사랑해야 진정한 건축가라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그보단 그냥 내가 좋아하는 건축의 단계를 최선을 다해 시도해보는 것. 그것이 또 건축을 하게 하는 원동력인거 같아요. 회사에선 해야하는 건축의 단계를 하고, 밖에선 내가 사랑하는 건축의 단계를 하는 거죠. 회사에서 하는 과정을 또 내가 사랑하게 될지도 모를일이니 최선을 다해야하는 건 맞는거 같구요.
하루에도 수십번 감정이 요동치지만 내가 선택하고 만들어가는 건축을 꿈꿔봅니다. 건축이 힘든 일임에는 분명하지만, 세상에 힘들지 않은 일이 있을까요. 그저 그 안에서 즐기는 방식을 지속적으로 찾아내가는것 뿐이죠. 그래서 저는 더 즐겨볼까 합니다. 이제 제 건축을 해보려구요. 독립을 계획하고 있어요. 아직 저도 건축의 모든 과정을 다 알지 못하고, 어려운건 마찬가지지만 조금만 더 용기를 내보려고 마음을 꽉 잡고 있어요. 조만간 새로운 설레는 소식을 전해드릴게요.
아무쪼록 힘든 현실이지만 그 안에서 즐거운 일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저는 이제 설계하러 들어가보겠습니다. 다음에 또 찾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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