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시선

[건축가시선] 건축가의 태도

오늘은 태도, 건축가의 경쟁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023.10.25 | 조회 3.86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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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레터

평범한 30대 직장인 건축가의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저는 이렇게 살고 있어요. 당신의 삶은 어떤가요?

안녕하세요. [건축가시선]에서는 건축을 업으로 하면서, 건축을 공부하면서 생각했던  내용들, 고찰들, 이야기들, 현상들에 대해서 자유롭게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건축물들. 그런 건축물을 만드는 건축가들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 건축가는 문제해결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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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문제점을 해결하는 과정이 상당히 많다. 그러다 보니 본질적으로 건축가는 공간을 상상하고, 좋은 공간을 계획해야하는 역할을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그저 발생하는 문제들을 어색하게 나마 해결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더 좋은 공간에 대한 고민보다는 이 사업이 문제없이 끝날 수 있도록 하는 고민이 더 많다. 안타깝게도, 그 과정은 건축이라기보단 그저 해결해야 끝나는 일이라는 단어로 다가온다. 더 큰 문제는 시간이라는 압박과 인간의 관계라는 문제점에서 더 큰 이상현상을 발휘한다. 여기서 우선 내가 경험한 건축설계는 주로  공동주택, 상업시설 등 분양 건축물로서 아름다운 공간을 만든다기 보단 사람들이 그저 편하게 이용하는 수준에서 누군가의 사업의 영역에 국한 되어 있다는 것을 밝힌다.10년도 채 안되는 건축실무경험으로 건축가의 태도를 이야기하기에 건방져보일 수 있으나 이것은 내가 건축가로서 단단한 가치관을 가지기 위한 가이드에 대한 이야기이다.

 

# 건축사무소의 소장이란

 한 사무소를 운영하는 소장이 아닌 그저 직원으로서 건축일을 할때는 건축가라는 자부심이나 건축에 진심인 이 마음이 잘 전달되지 않는다. 물론 개인적으론 건축가의 역할과 윤리를 생각하고 늘 건축을 대한 태도를 가볍게 생각하지 않지만 한 사무소의 방향과 성격은 직원이 아닌 소장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건축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바이브를 무시할 수 없는 영역이다. 얼마나 많은 경험을 했느냐가 건물을 제대로 지을 수 있느냐의 척도로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다 보니 아직까지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도제식 방식이 적용되는 분야이다. 그래서 건축을 대하는 태도는 건축사무소를 운영하는 소장들에겐 아주아주 중요하고, 그 밑에서 수련을 하는 직원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바른 마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즉 건축사무소의 소장이라면 건축에 대한 가치관과 건축을 바라보는 시선과 관점이 명확해야하며 어떤 건축을 추구할 것인지에 대해 팀원들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맞고 틀리고는 없다. 그저 가치관의 차이일 뿐.

# 건축가의 한 문장

건축학도시절 책에서 본 어느 건축가의 한 문장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 때부터 매년 나의 다이어리 맨 앞장엔 이 문구를 적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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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하는 일은 시간과 비용에 맞게 의뢰인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게 아니라, 의뢰인이 전혀 생각치 못했던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제안하는 디자인을 보고나면 의뢰인은 그것을 자신이 늘 원하던 것으로 인식한다.> - Denys Lasdun

건축가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깨우쳐주는 한 영국 건축가의 문장이었다. 늘 되뇌이던 이 문장이 언제부턴가 나의 마음속에서 사라졌다. 회사생활을 시작하고, 일에 치여살게되고, 건축을 건축이 아닌 일로서 대하기 시작하면서 이 글귀는 생각한지는 오래되었다. 그러다 야마구치 슈의 <뉴타입의 시대>를 읽고 문득 이 문장이 다시 떠올랐다.

# 야마구치 슈가 말하는 뉴타입이란 과거 처럼 여러문제를 완벽하게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발견하고, 새로움을 구상하는 사람을 말한다. 즉,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발견하는 사람이 뉴타입의 인물이다. 세상이 발전함에 따라 과거엔 여러가지 문제들이 수도 없이 발생했고,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을 아는 자들이 살아남고, 발전했다. 하지만 많은 문제들이 손쉽게 해결되고 문제발생 빈도가 현저하게 줄어든 지금엔, 너무나 많은 문제해결자들이 존재한다. 심지어 사람이 아닌 AI의 등장으로 손쉽게 정답을 얻어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이제는 잔잔하게 흘러가는 현실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새로운 방식을 고안해 낼 수 있는 사람이 주목받게 되었다.


# 건축은 과거에도, 지금도 이런 문제를 제기하고,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로서 사소한 불편함에는 손쉽게 적응하고 문제임을 인지하지 못한다. 즉 지금 큰 문제가 없다면, 어떤것이 더 좋은 것인지, 왜 바뀌어야하는지, 굳이 변화를 이끌어내야하는지 알지 못하고, 필요성을 못느낀다. 특히나 건축은 인간의 스케일보다 한참 크기 때문에 그러한 것들을 인지하지 못한다. 그래서 건축가의 역할은 바로 알려주는 것이다. 남들보다 공간을 더 많이 상상해왔고, 더 좋은 공간을 공부해왔고, 더 큰 스케일에 익숙해진 사람으로서 의뢰자에게 더 좋은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이다. 취향과 문제점을 모르는 외뢰자에게 뉴타입의 자세로 제기하고, 새로운 방식을 고안해내야한다. 이런 건축가의 제안을 듣고 보고 이해하면, 의뢰자는 늘 자신이 원하는 것이 이런것임을 비로소 알게된다. 늘 자신이 원하던 것임을 알게된다는 것. 이것만큼 건축가가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을까. 이것이 건축가의 전문성이고, 건축가가 세상에 존재해야하는 이유가 아닐까. 

 

# 건축가의 태도

 
 단순히 그들이 원하는 집을 지어주고, 집을 짓는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점과 이슈사항들을 잘 해결해서 근사한 집을 완성하는 것만으로 건축가의 역할을 다했다고 말하기엔 어딘가 아쉽다. 건축가의 역할이 그 정도에서 끝난다면 조만간 우린 정답을 손쉽게 찾아주는 AI에게 잡아먹히게 될 것 만 같다. 우린 정답을 찾아주는 자들이 아닌 정답을 만들어가는 역할을 해야한다. 그 정답엔 맞고 틀림은 없지만, 모두가 만족할 만한 정답을 만들어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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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린 지금까지 정답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발전해왔다. 정답을 찾기 위해선 논리적이고 모두가 납득할 만한 근거들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정답을 만들기 위해서는 감각과 직감이 더불어 필요하다. 건축가의 남다른 직감과 감각, 그리고 그것을 표현해내는 능력으로 우리가 만든 정답을 설득해왔다. 그렇게 발전해온 건축인데 언제부턴가 우린 자꾸 정답을 찾으려고만 한다.  <빠르게, 쉽게, 값싸게>를 외치며  일률적인 건축물들을 양산하고 있는건 아닌지 생각된다. 생각과 고민을 최대한 덜 하도록 기준을 만들고, 어디에나 적용할 수 있는 일반적인 정답을 만들어왔다. 특히나 가장 중요한 건물인 주거건축물에서는 언제부터 생겨난지 모를 룰이 강하게 적용된다. 무조건 남향에, 주방과 거실의 위치는 정해져 있고, 현관의 폭, 화장실의 사이즈 등 그동안 쌓여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해져버린 일률적인 정답이 존재한다. 어느 집이든 비슷한 평면을 가지고 있고, 그 평면이 주거에서 가장 합리적으로 좋은 공간이라고 사회에서 세뇌시키고 있다. 과연 좋은 공간인건지, 그저 싸고 쉽게 지을 수 있는 공간인건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주거 설계에선 공간을 생각할게 없다. 법적으로 맞는지, 소방이슈에 부합하는지, 인허가는 잘 풀릴것인지, 기준용적률에 가장 많은 세대수를 넣는 방법은 무엇인지, 주차장을 최소하하여 지하를 최대한 덜 팔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고민한다. 이러한 과정이 물론 쉬운 과정은 절대 아니지만, 그저 우린 정답을 만들기 보단 찾기 위해 노력한다.

# 공간을 상상하고, 공간을 체험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눈에 그려보고, 도시공간에 서있는 이 건물을 상상해본지 오래다. 이제부터 다시 정답을 만들어가는 건축을 해야하지 않을까. 건축이 발전해온 그 역사처럼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정답을 만들어내고, 그 시행착오를 통해 다시 한번 새로운 건축의 역사를 써야할 때다. 건축가의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건축업계에서 그저 일하고 있는 자가 아닌 건축가로서 치열하게 정답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 언젠가 만들어진 나의 건축사무소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기 위해 수련하고, 공부하고, 고민해본다. 건축가로서, 건축사무소의 소장으로서 그 역할과 신념, 그리고 뉴타입으로서 정진해야 할때가 아닐까.


# 나는 직장인인데 뭘 해야할까

누구나 배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수련의 과정. 그 과정에서 우린 우리의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다. 어떤 소장과 일을 하느냐, 어떤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느냐가 지금 우리의 삶과 가치관에 큰 영향을 끼친다. 지금 마음에 들지 않고, 공감할 수 없는 곳에서 일하고 있다면 선택은 두가지다.  그 곳을 나와 새로운 곳에서 수련을 한다. 받아들이고 나만의 가치관을 정립한다. 예전과 달리 지금은 다양한 루트로 가치관을 정립할 매체들이 많다. 책과 잡지, 다양한 영상들 이런 곳으로 부터 배우고 생각하고, 기록한다. 결국 정답을 만들어 간다는 것은 통찰력이 필요한 것이고, 이런 통찰력은 단순히 직능인으로서 건축을 공부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인문학과 사회에 관심을 갖고, 새로운 관점을 배우고, 경험하고, 더 많은 책을 읽고, 다양한 분야에 대해 알아야 한다. 특히나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것들을 대하는 태도이다. 지금 당장 하는 일이 지금의 나에게 별 도움이 안되어 보일지라도, 그것이 미래에 어떠한 점으로서 역할을 하게 되어 궁극적인 선위에 서 있게 됨을 깨닫자. ‘태도가 경쟁력이다’ 라고 말한 최인아 작가의 말처럼, 미래를 확실히 알 수 없는 우리에게 어떤 태도로 지금을 보내고 있느냐가 앞으로의 방향을 결정한다. 지금 겪고 있는 건축의 다양한 업무들. 현상설계, 컨셉도출, 모형 만들기, 심의도서 작성, 허가 단계, MEP 검토 등등 무수히 많은 건물이 지어지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해야 할 것은 결국 생각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아닐까. 책을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기록하고 미래를 그린다. 시간이 없고 바쁘다는 핑계는 이게 그만하자. 모든 것은 모든 것을 대하는 태도이기에 우린 오늘도 앞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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