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건축가시선]에서는 건축을 업으로 하면서, 건축을 공부하면서 생각했던 내용들, 고찰들, 이야기들, 현상들에 대해서 자유롭게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건축물들. 그런 건축물을 만드는 건축가들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 건축은 예술의 영역일까?


꿈많던 건축학도 시절 건축은 언제나 예술의 영역이었습니다. 인터넷으로 마주하는 수많은 건축 작품들이 건축이 예술임을 증명해주고 있었지요. 방학 때 다녀온 유럽 여행에서 만난 멋진 건축물들 또한 가슴을 설레게 했습니다. 저도 멋진 건축 작품들을 디자인하고 도시경관에 화려하게 기여하는 건축가가 될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졸업을 하고, 건축설계사무소에 들어가고, 어느덧 7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지금의 건축은 저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와있을까요.
지금의 회사로 이직하기전 설계사무소중에선 꽤 큰 회사에 다녔습니다. 그러다 보니 건물의 규모도 컸고, 과감한 제안도 할 수 있는 환경이었습니다. 건축업계에는 현상설계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일종의 공모전이죠. 공모전 제안을 통해 당선되면 설계권을 따내는 방식입니다. 저는 현상설계를 주로 하는 팀에서 다양한 디자인과, 과감한 제안 기회를 가지고 건축을 했습니다. 물론 저렇게 과감한 제안은 받아들여지기 어려웠죠. 아무래도 비용의 문제가 컸습니다.
지금은 소수의 멋드러진 건축 작품이 눈에 보이기 보다, 다수의 일반 건물들이 눈에 들어옵니다.한 두개의 멋진 건축물들은 사실 수백, 수천개의 일반 평범한 건물들 사이에 존재합니다. 그럼 그 수백, 수천개의 건물들은 누가 지었을까요. 건축가입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사회자본이 만든 건물들이지요. 건축가는 언제나 건물의 디자인에 신경쓰고, 도시의 경관을 고려하며, 사용자의 편리성에 초점을 맞춥니다. 늘 그런 자세로 첫 펜을 잡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건축가의 의도를 한방에 무너뜨리는것이 바로 자본입니다. 아무리 멋드러진 건물을 디자인해도 사회자본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그것 그저 그림에 불과합니다. 건축주가 건물의 디자인에 돈을 쓰지 않고 그저 잘 만들어서 잘 팔고만 싶어 한다면 그렇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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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에는 용적률이라는게 있습니다. 대지의 면적 대비 지을 수 있는 건축물의 면적이 정해져 있는 것이지요. 대지의 성격마다 그 용적률은 달리 정해져 있는데, 일반적으로 용적률이 높은 상업용지의 경우 대지의 가격이 더 비싸지요. 우리가 도시에서 보는 대부분의 건축물들은 사실 그 용적률을 최대로 찾은 경우입니다. 용적률을 최대로 찾되 가장 싸게 짓는 방식인거지요.
그래서 모두가 같은 사각형에, 값싼 재료의 외장마감, 그리고 일률적으로 같은 높이를 갖게 됩니다. 건축물의 가치는 사실 숫자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용적률, 높이, 전용면적, 총 연면적 등등 주로 숫자로 만들어지는 건물이 많습니다. 실제로 제가 만난 많은 건축주들은 건물의 형태와 디자인 보다는 오로지 저 면적과 숫자들에만 관심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로는 저 면적 엑셀표만으로 설계검토가 끝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건축의 매력이 단순히 저 엑셀로 표현이 된다는게 안타깝습니다. 건축가로서 언제나 숫자로 표현될 수 없는 매력가치를 이미지로, 그림으로, 상상력으로 표현해보지만 그것이 사업을 하는 건축주를 설득하기엔 역부족입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건축주들도 있습니다. 건물의 가치를 디자인과 사용성, 그리고 공공성으로 끌어올리는데 동의하고, 지지하는 건축주들도 많지만, 건축이 사업의 영역으로 들어서는 대부분의 건물들의 경우 그렇지 않습니다.
도시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공동주택, 다세대, 다가구, 근생 등의 건물은 사실 건물의 매력과 개성을 드러내기 보단 잘 짜여진 프레임 안에서 최대 면적을 만들어 내는 것이 사업을 안정적으로 끌어갈 수 있는 방법이 됩니다. 아무래도 건물을 짓는다는 큰 돈이 들어가는 사업에서 리스크를 감당할 필요는 없는것이 겠지요.
그럼에도 요즘 일부 지역에서는 건물의 면적보다 건물의 디자인을 더 중요시 하기도 합니다. 소위 MZ세대를 타겟으로 하는 성수동, 가로수길, 압구정 등 일명 핫플의 경우가 그렇습니다.가장 비싸게 팔리는 건축물의 1층을 과감하게 비워내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역할로서도 사용되고, 건물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각형 건물대신 과감한 평면으로 사람들을 매료시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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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 마다 각자 사용처와 존재이유가 다 다르고 한편으론 모든 건물이 개성적으로 지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최소한 사업이라는 미명아래 단순히 최소비용 최대면적만을 추구하는 건물은 지양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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