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시선

[건축가시선] 좋아하는 일로 먹고살 수 있을까

평생의 고민. 좋아하는일을 하며 살 수 없을까

2024.03.22 | 조회 1.08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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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마이서티즈

멈춰버린 우리 30대의 삶에 우리만의 향기가 한방울. 개인의 취향 가득한 30대인 저의 다양한 페르소나를 이야기합니다. 저는 지금 이렇게 살고 있어요. 당신의 삶은 어떤가요?

안녕하세요. [건축가시선]에서는 건축을 업으로 하면서, 건축을 공부하면서 생각했던  내용들, 고찰들, 이야기들, 현상들에 대해서 자유롭게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건축물들. 그런 건축물을 만드는 건축가들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 기억나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나의 꿈에 대해 생각해 보면, 중학생때부터 줄곧 나의 꿈은 건축가였다.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당시 TV에 <러브하우스>라는 프로그램이 방영을 하고 있었고, 허름했던 집이 멋진 집으로 다시 탄생하는 모습과, 그것을 보고 감동 받는 사람들을 보며 막연히 건축가란 정말 멋진 직업이구나를 생각했었던 것 같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도 좋아했고, 소위 DIY라고 하는 셀프가구 만드는 것에도 관심이 많았던 나는 자연스레 건축에 끌리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이 되어서도 변하지 않았던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 건축학과로 진학을 했고, 역시나 나의 오랜 바람과 꿈처럼 건축 공부는 너무 재미있었다. 

# 학교를 졸업하고 프로의 세계로 들어온 후 지난 9년 동안 경험한 건축은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가져다 주었을까. 9년이라는 시간동안 정말 많은 프로젝트들과 사람들을 만났고, 그 과정에서 기쁘고, 슬프고, 화나고, 속상해던 온갖 감정들이 가득했다. 처음 건축을 하기로 마음 먹은 날의 그 감정과 감동이 남아있을까. 대부분은 직장인들이 느끼는 감정처럼 내가 이 일을 좋아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과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질문이 많아졌다. 나 정말 이 일을 아직 좋아하고 있는 것이 맞을까.

# 건축은 무에서 유를 뚝딱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다. 모든 일들이 그렇겠지만, 결과를 만들어 내기까지는 무수히 많은 과정과 협의가 필요하다. 계획부터 준공까지의 그 과정은 시간과, 돈과, 노력이 엄청나게 들어간다. 그 모든 과정이 건축이고, 그렇게 건축이 탄생한다. <러브하우스>의 빠바 바바밤~하며 들어오는 결과로서의 건축은 아주 찰나의 순간이라는 것을 알게되었고, 그 순간이 매번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 찰나의 순간을 맛보기 위해 건축이 존재한다는 생각으로 그 즐겁지 않은 수많은 과정을 경험해왔다.

# 건축은 구축이 기반이 되어야 의미가 있다는 나름의 철학이 분명했고, 그 구축을 위해 나는 여러번 위치를 옮겨가며 고군분투했다. 처음 입사한 회사의 규모가 워낙 크고, 내가 들어간 팀은 초기 계획안을 제안하는 일을 주로 해서 내가 계획한 건축이 구축으로 이뤄지는 경험을 하기가 어려웠다. 맡은 프로젝트를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하기는 더욱이 힘들었고, 그 기간이 또 너무 긴 탓에 그 느리고 긴 호흡을 맞춰가기엔 나의 성격은 너무 급했다. 또한 그 긴 호흡을 감당하며 나아갈 수 있는 프로젝트도 드물었다. 사회와 경제적인 이슈의 변화로 무산되는 프로젝트들도 너무 많았다. 역시 건물은 쉽사리 지어지지 않았다. 그나마 빠르게 지어질 수 있는 공동주택 팀으로 옮겨왔지만, 그 마저도, 건설경기의 악화로 프로젝트가 무산되거나 홀딩되기 일수였다. 구축되는 프로젝트를 경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리저리 옮겨보았지만, 이쯤되니 건축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 과연 건축은 구축이 기반이 되어야만 의미가 있는 것일까. 지금껏 그런 프로젝트를 해야만 진정한 건축이라고 생각했다. 정작 내가 잘하는 것은 외면하고, 지어지지 않는 나의 작업은 무의미 하다고 가치 폄하하며 과한 겸손을 떨고 있던 것은 아닐까. 예전부터 남들이 나에게 잘한다고 말해왔던 것들, 내가 잘한다고 생각하고 또 좋아하던 일들을 더 잘해보기로 했다. 구축을 위해 하기 싫지만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던 그런 것들을 뒤로하고, 진짜 내가 잘하는 것을 더 잘하기로 했다. 구축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만든 나만의 결론과 결과가 존재하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것이 아마 내가 처음 화면 속 러브하우스를 보며 느꼈던 감정이 아닐까. 러브하우스가 좋았던 이유는 결과를 짧은 시간에 압축해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과정은 생략되어있다. 왜냐면 과정은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과정이 보여지지 않는 창조의 결과는 예술의 영역이 된다. 인정받는 예술은 예술가의 의도가 결과로 드러나기 때문이고, 그 과정이 복잡하냐 단순하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내가 처음 건축을 받아들였던 방식은 예술의 영역이었다. 결과의 아름다움. 과정의 즐거움 보단 나는 결과의 아름다움에 더 가치를 두었다.  

 바닷가 앞 호텔 수영장을 계획한다면 바다까지 시각적으로 연결 
 바닷가 앞 호텔 수영장을 계획한다면 바다까지 시각적으로 연결 
 사옥을 계획한다면..이란 상상으로 만든 진입구 계획
 사옥을 계획한다면..이란 상상으로 만든 진입구 계획

# 건축의 결과가 구축이 아니라면, 그 결과가 좀 더 예술의 영역으로 들어올 수 있다면, 그것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건축의 과정은 험난하고 복잡하다. 그럼에도 한가지 명확한 것은 누군가를 항상 설득해야한다는 것이다. 그 설득의 방식은 다양한 것이 있겠지만 역시나 이미지가 주는 힘은 상당하다. 우리가 정성스레 계획한 공간을 미리 볼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이 또한 건축의 한 부분이고, 예술의 한 부분이 될 수도 있겠다. 인허가를 위한 어색한 건축 CG가 아니라 그 공간이 갖는 분위기, 건축가의 의도, 상상을 잘 표현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은 건축이 할 수 있는 예술의 영역이 아닐까. 잘 구현되어 지어지기 까지 한다면 금상첨화. 최소한 하는 일이 즐겁고, 쉽게 질리지 않고, 더 잘하고 싶은 욕구가 생겨나는 영역이라면 열과 성을 다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 영역은 사람마다 모두 다 다르겠지만, 현재의 내가 원하고, 욕망하는 영역은 바로 그 건축의 예술화. 여기서 또 다른 고민은 과연 이 능력으로 먹고 살 수 있을까.

주변의 수많은 차가운 커튼월 오피스들 사이에 따뜻한 오피스 파사드 계획 
주변의 수많은 차가운 커튼월 오피스들 사이에 따뜻한 오피스 파사드 계획 
 공공건축물은 어때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으로 상상한 계획안 
 공공건축물은 어때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으로 상상한 계획안 

# 가능성을 보기 위해 크몽이라는 플랫폼을 이용해보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잘하는 분야의 서비스를 등록하고 그 서비스를 찾는 사람들에게 제공해준다. 크몽에는 건축 3D/이미지 관련 서비스는 생각보다 많았고, 수요도 꽤나 많았다. 하루만에 등록한 나의 서비스에도 관심갖고 문의주는 사람도 있었고, 하나의 프로젝트가 성사되기도 했다. 아직은 나에 대한 홍보도 부족하고, 포트폴리오도 없고, 프로젝트를 사업으로 발전시킬 능력은 더더욱 부족하지만, 그렇게 하나씩 시작해보면 되지 않을까. 부족한 것을 채워나갈 수 있는, 그리고 그렇게 나아가고 싶은 욕망이 가득하다면 무엇이든 가능하지 않을까. 2024년 나만의 브랜드를 만든다라는 나의 목표는 우선 이렇게 시작되었다. 

좋아하는 일들로만 가득한 (아지트) 와 생각할 고 / 중요할 요 (생각,상상의 중요성)- 나만의 브랜드 아지트 고요 -
좋아하는 일들로만 가득한 (아지트) 와 생각할 고 / 중요할 요 (생각,상상의 중요성)
- 나만의 브랜드 아지트 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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