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건축가시선]에서는 건축을 업으로 하면서, 건축을 공부하면서 생각했던 내용들, 고찰들, 이야기들, 현상들에 대해서 자유롭게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건축물들. 그런 건축물을 만드는 건축가들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 건축사무소를 개소한다는 것은 단순히 자영업자가 된다는 개념을 넘어 어떤 건축을 하고자한다는 약간의 방향성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한다. 그저 <돈 되는 것은 다 합니다.> 라는 것이 아니라, 설계사무소가 추구하는 방향, 가치, 개념을 설정하고, 절대 포기하지 않을 그 무엇, 그리고 어떤 갈등 상황이 발생했을 때, 해결할 어떤 기준을 세워야한다. 건축은 예술의 영역에 걸쳐있기에 그런 건축가의 다짐과 같은 것이 필요한게 아닐까. 오늘은 건축사무소의 슬로건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 사무소마다 각자 그들의 철학과 가치관을 담은 문장을 만들고, 슬로건으로 내세워 그들만의 건축을 만들어가고 있다. 언젠가 내 건축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며, 건축사무소 개소를 준비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이 슬로건이다. 건축사무소 뿐만아니라, 수많은 회사들은 회사마다 그들만의 슬로건이 있다. 그 슬로건에 맞게 가치판단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노력의 결과를 사람들에게 홍보하고 마케팅한다. 사실 아무도 보지 않고, 관심없는 하나의 문장일지라도, 첫 시작을 어떤 마음으로 하느냐를 결정짓는건 수없이 고민해서 만든 내 내면의 그 한 문장 일것이다.
# 늘 고민하고 있다. 어떤 건축을 해야하고, 나는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건축을 해야하는지. 지금은 설계사무소의 직원일 뿐이지만, 그럼에도 어떤 가치관으로 건축을 해야하며, 앞으로 만들 나만의 건축사무소에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건축업에 임해야하는지 생각하고 있다. 남들에게 뽐내고 싶은 멋드러진 문장이 아니라, 변하지 않을 나만의 고유한 어떤 가치관.
#건축을 표현하는 방법은 수도 없이 많지만, 그중에서 우리글로, 우리말로 표현하는것이 가장 쉽고 임팩트있다. 언제나 꼼꼼하게 설계사무소들의 가치관을 살펴보는 편인데, 몇가지 좋아하는 표현과 이해하기 쉬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가치관을 가진 소규모 건축사무소를 소개해보고 싶다. 이들의 가치관은 그들의 홈페이지나 매거진 인터뷰 등에서 가져왔으며 평가가 아니라 그저 좋은 건축사무소를 소개하고 싶은 마음으로 조심스레 글로 적어본다.
IDR 건축사사무소 (이승환,전보림 소장)
특정한 논리나 이론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외적 조건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좀 더 자유로운 건축을 추구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우리네 도시와 건축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들에 대한 의문을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으며, 특히 사용자와 일상을 매개하는 배경으로서의 건축의 역할에 남다른 관심이 있다.
IDR 건축사무소는 오래전에 블로그를 통해 알게되었다. 거의 사무소의 시작과 함께 블로그를 시작하여 건축계의 현실을 강하게 비판하고, 그들의 작업을 소개하고, 말그대로 고군분투하는 건축가 부부의 삶을 멀리서나마 볼 수 있게 해주었다. 블로그의 글들을 엮어 <그래도 건축> 책을 출간했고, 그 책을 보면서 어떤 동경과 멋진 건축 선배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작업은 섬세하고, 꼼꼼하며, 거친 표현으로 고생을 사서한다. 더 좋은 결과물, 더 좋은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 피를 말리는 작업을 하고 있고, 어느덧 성장하여 건축의 올바른 방향과 발전을 위해 사회 곳곳에 등장하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선배가 있어서 건축을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며, 든든한 선배의 자리에서 굳건하게 이겨내고 있는 사무소이다. 이들이 말한 가치관에서 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에 대한 의문으로 건축을 하고 있고, 뽐내는 건축이 아니라 배경으로서의 건축을 하고 있음이 작품을 통해 드러난다. 강한 디자인 어휘로 뽐내는 건축보다는 보다 섬세하고 주변과 어울리지만, 결코 늘 봐오던 건축물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과한 디자인 어휘를 드러내기보다 단순하지만 다시 한번 눈길을 가게 하는 디자인이다.
소수 건축사사무소 (고홍석,김미희 소장)
일상 공간의 경험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관계의 가치를 중시하며, 이를 통해 더불어 함께하는 건축을 지향합니다. 트렌드로 묶이는 일시적 흐름 속의 디자인이 아닌 소수의 특별함을 담아내는 정성스러운 공간을 만들어 가고자 하며, 이러한 일련의 전문적인 구축 과정을 클라이언트와 공유하고 공감하고자 합니다.
벽돌을 한장한장 쌓아올려 만들어가는 건축처럼 소수건축의 건축은 말그대로 정성스러운 공간을 만들어낸다. 이 표현이 너무 좋다. 정성스러운 공간. 이들의 작품의 특징은 벽돌이라는 재료를 많이 사용하지만 특별히 이 재료를 고집하는건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모든 결과물이 <와 벽돌이 아니었으면 이상했겠는데? 벽돌을 이렇게 쓸 수 있구나.> 하는 감탄을 자아낸다. 이들의 건축가적 면모는 홈페이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일단 SOSU로 만든 센스있는 로고가 환영하고 있고, 깔끔하게 잘 정돈된 작품들, 그리고 작품을 대표하는 썸네일 사진이 하나같이 말그대로 작품임을 보여준다. 스크롤을 내릴때 마다 왼쪽 하단에 보여지는 시계모양의 스크롤이 아래 남은 페이지의 양을 보여주는 것 또한 이들의 섬세함을 보여준다.
소보 건축사사무소 (전소현,심현보 소장)
건축의 본질과 공공성에 대해 고민하는 집단입니다. 건축 내부적으로는 건물이 가져야 하는 본질적인 가치들에 대해 탐구하고자 하며, 외적으로는 건축은 ‘나’뿐 아니라 ‘우리’를 고려하여 계획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용자의 삶에 충실하면서도 공공에 대한 배려를 놓치지 않는 결과를 끌어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소보건축을 알게 된 건 유투브에 심현보 소장님이 여러 소장님들과 이야기를 나눈것을 보고 나서 였다. 소장님의 차분한 어투와 조곤조곤 본인의 가치관과 건축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 소보건축의 가치관을 읽고 건축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건축은 결국 공간이라는 내부 본질이고, 또한 한번 지어지면 수십년을 그 도시에 어떤 방법으로든 기여하게 되는 공공재라는 것에 깊이 공감한다. 건축은 개인의 소유이지만 모두의 소유이기도 하다. 건축가는 그 애매하고도 어려운 관계를 잘 탐구하고 조율해야하는 막중한 역할을 하고 있다. 내부 공간이라는 것은 사용자의 편의성, 취향 등 개인적인 것이지만 공공성을 과연 어떻게 판단해야하는 것일까. 소보의 가치관이 좋은 이유는 고민하고 있다는 표현 때문이다. 고민하고 탐구하는 건축가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확신의 정답을 제안하기 보다 고민하고 탐구한 결과를 제안하는 솔직한 건축가. 언뜻 누군가에겐 자신없어 보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모든 건축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열린 마음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네임리스 건축사사무소 (나은중,유소래 소장)
예측불허한 세상속에서 단순함의 구축을 통해 이 시대의 건축과 도시 그리고 문화적 사회현상을 탐구하고 있다. 일상에서의 근본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주거시설, 문화시설, 교육시설, 업무시설, 종교 시설 등 사람들이 점유하고 살아가는 모두를 위한 단단한 건축 유형을 만드는 동시에 공공예술과 파빌리온 등 문화예술영역과의 협력을 통해 건축의 유동성을 실험하고 있다.
이들의 건축은 아름답다. 디자인의 영역은 개인의 취향이라고들 하지만 모든 것에는 황금비가 존재하듯 누구나 아름답다 느끼는 그 미묘한 영역이 있다. 그 좁디좁은 영역을 작품으로 표현해내는 건축사무소이다. 과하지 않은 디자인에 차분하지만 임팩트있는 매스감으로 항상 신선한 작품을 보여준다. 네임리스 건축에 관심을 갖게된것은 <동화고 삼각학교> 프로젝트를 우연히 보고나서 였다. 특히나 보수적인 학교건축에서 사각형의 긴 매스가 아닌 삼각형의 매스를 선보였고, 그 쓰임이나 주변과의 관계가 아름답다라는 느낌을 주는 건축이다. 그 이후 S라이브러리에서 보여준 땅으로 흐르는 듯한 학교 도서관 또한 남다른 그들의 건축 철학을 보여준다. 단순하지만 강력한 어휘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현실화 시킨다. 정점은 카페테리에서 드러났다. 와 카페건축을 이렇게 고급스럽고 아름답게 할 수 있구나. 평범한 프로그램에 평범하지 않은 건축을 보여줄 수 있구나를 새삼 느끼게 해주었다.
요앞 건축사사무소 (정상경,김도란,류인근 소장)
대립되는 이상과 실제의 건축의 접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고민한다. 일상에서 발견한 어떤 장면을 건축에 투영하기도 하고 반대로 건축적인 상상을 다른 영역으로 확장해 가기도 한다. 건축은 하나의 완결된 오브제이기도 하지만 건축가가 의도하고 연출한 장면들의 결합이라고 생각하며 사진에 담듯이 사람, 공간, 환경이 어우러지는 장면들을 연출한다.
이름부터 아기자기 귀여운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요앞건축은 그 작품들 또한 이름과 잘 어울린다. 아기자기 섬세한 디자인으로 다양한 매력을 뽐내고, 과감한 컬러 사용으로 사용자의 시선을 끈다. 도시에 밝은 기운을 불어넣어준다. 건축가가 의도하고 연출한 장면들의 결합이라는 표현이 와닿는다. 결국 건축 사람들의 행동과 삶을 제안하고, 제시하고, 공간안에서의 모습을 상상하는데서 출발한다. 결과를 상상하고 조금씩 조금씩 다듬어가는 과정인 것 같다. 기분 좋아지는 밝은 컬러를 자주 사용하는 것도 이들이 원하는 사람들의 삶이 더 밝고 희망 차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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