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의 묵상] <요 21> 2

사랑한다면 내 양을 먹이라

2023.10.25 | 조회 2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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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의 모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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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이르시되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하시니 주께서 세 번째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하시므로 베드로가 근심하여 이르되 주님 모든 것을 아시오매 내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시나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 양을 먹이라.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네가 젊어서는 스스로 띠 띠고 원하는 곳으로 다녔거니와 늙어서는 네 팔을 벌리리니 남이 네게 띠 띠우고 원하지 아니하는 곳으로 데려가리라.” (요 21:17-18)

예수님은 왜 세번이나 시몬 베드로에게 자신을 사랑하냐고 물으셨을까. 자신을 사랑하냐는 질문에 대한 베드로의 대답에 예수님은 내 양을 먹이라고 반복해서 답하신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줄 몰라서가 아니라, 예수님을 사랑한다면 반드시 예수님의 양들을 먹여야함을 강조하신 게 아닐까? 이런 느낌으로 말이다: A: “너, 나 사랑하지?”, B: “응 당연하지.”, A: “그러면 내 친구들한테도 잘해줘.” 이걸 세번이나 반복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예수님은 시몬 베드로에게 말씀하신다. 베드로가 젊었을 때는 자신의 선택으로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었으나, 나이가 들어서는 자신이 원하는 곳이 아닌, 다른 이들이 원하는 곳으로 끌려갈 것이라 말씀하신다. 

언뜻보면 베드로의 삶에 고난이 다가올 것을 암시한다. 성미가 급하고 마음이 앞서는 베드로에겐 더더욱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고통을 주기 위해서 이런 말을 한 것이 아닐 것 같다.

사랑하면 그 사람을 닮아간다. 그 사람을 닮아가며 그 사람을 이해하게 된다. 더욱 깊은 친밀함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자유가 빼앗길 것이라 말씀하시는 것은, 예수님이 겪었던 삶으로 초대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해서 양들을 먹이고 살리는 삶으로 초대하는 말씀이 아닌가 싶다. 

베드로가 십자가에 달릴 때 베드로는 예수님의 이 말씀을 회상하며 어떤 감정을 느꼈고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영화 국제시장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주인공 역을 맡은 황정민이 부산 국제시장에 있는 가게를 끝까지 지키고 가족이 번성해서 모여 즐거워하는 장면. 그와 동시에 황정민은 방으로 홀로 들어가서 소리없이 울며 “아버지 약속 지켰지예 나 잘했지예” 라며 마음을 놓는 장면이 떠오른다. 

십자가에 매달리는 순간 베드로는 그 어느 순간보다 예수님의 마음을 잘 알게 되었을 것이다. 가장 깊은 친밀함을 누릴 수 있었을 것이다. 완전한 인간이신 예수님과 같은 인생길을 겪으며 동반자가 되는 기쁨을 누렸을 것이다.

베드로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를 그 여정에 초대하신다. 고난으로 일컫어질 수 있는 길. 철저하게 낮아지는 길. 무력하고 외로운 길. 그 길에서 양들을 먹이길 원하신다. 그 초대는 우리와 완전한 친밀함을 누리길 위함이시다. 

최근에 느꼈던 무기력한 감정을 곱씹으며 이 감정 또한 예수님이 느꼈을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겟세마네 동산에서 피 땀을 흘리며 기도하는 데 제자들이 자고 있는 것을 봤을 때 비슷한 감정이 아니셨을까? 물론 내가 느낀 것에 비할 수 없는 강도였겠지만 말이다. 예수님이 나를 지금까지 오래 참아주신 것에 더욱 감사하게 되었다. 그리고 미안하고 안쓰럽게 되었다.

예수님이 그러셨듯, 나도 무기력과 절망에 넘어지지 않고, 다시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사랑을 행할 것이다. 예수님이 그러셨으니까. 예수님이 그렇게 나한테도 해주셨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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