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ent in Berlin] 04. 여행을 조금 더 즐겁게 만드는 법

제가 도시 여행을 왜 좋아하냐면요

2024.05.18 | 조회 2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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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ment in Berlin

베를린을 여행하며 느낀 순간순간을 공유합니다 :)

Vinyl Cafe Bankert ⓒeor.soel
Vinyl Cafe Bankert ⓒeor.soel

구독자님, 잘 지내고 계시나요? 

저는 이번 여행을 마무리하는 중입니다. 특별한 액티비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대자연을 탐방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미관이 엄청나게 아름다운 것도 아닌 베를린에서 혼자 뭘 하고 노냐면요… 

이러고... 놉니다. 오늘은 너무 소소해서 어이없을지도 모르는(ㅎㅎ) 제가 도시 여행을 즐기는 방법을 공유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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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ment

걷다 보면 보이는 것들 

언젠가부터 해외여행을 갈 때는 구글맵이 필수가 되었습니다. 여행 준비는 대게 지도에 핀을 잔뜩 꼽는 것으로 시작하죠. 한발 앞서 그곳을 다녀온 사람들의 추천을 따라 오 나도 여기 가야지, 저기도 가야지~ 하면서요. 그런데 막상 도착하고 나면, 꼭 재미있는 순간들은 구글맵 핀과 전혀 상관 없는 곳에서 생기더라고요.

혼자서 여행하다 보면 누군가와 대화할 일이 없으니 제 눈에 보이는 것들에 더 집중을 많이 하게됩니다. 엄청 대단한 건 아니고요. 그냥 제 눈에 걸리는 것들을 조금 더 시간을 써서 들여다보고, 질문을 던지고, 호기심을 가지는 거죠. 왜, 낯선 곳에 가게 되면 길가에 굴러가는 돌멩이도 왠지 특별하고 예뻐 보이잖아요.

정체불명의 포스터를 해석해 보며 알아가는 현지 문화나 이슈, 한국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간판이나 사이니지를 비교해 보는 일, 가게 외관만 보고 마음에 들어서 참새 방앗간처럼 이곳저곳 들락거리기, 일상을 즐기는 현지인들의 모습에서 기분 좋은 웃음이 나는 장면 포착하기 등. 

낙서 하나로 귀여워지는 ⓒeor.soel
낙서 하나로 귀여워지는 ⓒeor.soel
처음 동베를린 쪽에 갔을 때, 서쪽과는 또 사뭇 다른 가게 분위기가 흥미로웠다 ⓒeor.soel
처음 동베를린 쪽에 갔을 때, 서쪽과는 또 사뭇 다른 가게 분위기가 흥미로웠다 ⓒeor.soel
한 손으로 자전거를 운전하며 생일 케잌을 주고픈 마음이라니 ⓒeor.soel
한 손으로 자전거를 운전하며 생일 케잌을 주고픈 마음이라니 ⓒeor.soel
길거리 버스킹도 규칙은 지켜가며 합시다-! 는 내용 ⓒeor.soel
길거리 버스킹도 규칙은 지켜가며 합시다-! 는 내용 ⓒeor.soel

사실 2주간 혼자 지내며 먹을 때는 조금 심심할 때도 있었는데요, 걸을 때는 지루할 틈이 전혀 없더라고요. 이런 순간을 흠뻑 느끼기 위해 어딘가로 향하는 과정에서 스마트폰만 쳐다보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때론 정해진 루트 없이 샛길로 마구 새는 과정도 즐겼고요. 조금 익숙해진 동네다 싶으면 적절한 노래를 골라 틀어주는 것도 좋아요. 같은 장면도 음악과 함께라면 또 다르게 보일 때가 많거든요.

저는 언젠가부터 누가 '어떤 동네를 좋아해?'라고 물으면 '걷는 재미가 있는 동네.'라고 답을 합니다. 콘텐츠가 있는 도시에서는 무언갈 많이 하지 않아도 충분하니까요.

나만의 숨은그림찾기 놀이

여행을 아주 조금 더 재미있게 만드는 방법으로 나만의 숨은그림찾기놀이를 하는 것도 추천해요. 낯선 도시를 걷다 보면 유독 그 도시에서 반복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게 있거든요? 그런 걸 볼 때마다 사진으로 찍어 모아보는 거예요. 설사 그게 현지 사람들에겐 매우 일상적인 것일지라도요. 

이 놀이(?)는 제가 일본에 처음 갔을 때 ‘이 나라는 신호등이 너무 귀여워!!’ 라고 외치는 순간부터 시작됐어요. 길가에 신호등이 보일 때마다 사진을 찍으니까 친구들이 굉장히 어이없어했지만, 나중엔 저의 신호등 찾기 놀이를 그러려니~ 하더라고요.  

바르셀로나에서는 노란 리본 그림을, 포르투갈에서는 마음에 드는 아줄레주 문양을, 밀라노에서는 특이한 버스 광고를 ...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면 일단 수집한 뒤에 나중에 찾아보기도 해요. 그러다 보면 미처 생각지 못한 사회문화적 배경과 때로는 알아도 쓸데는 없지만 귀여운 지식을 얻어갈 수 있거든요.  

카탈루냐 독립운동을 상징하는 바르셀로나 거리의 노란 리본  ⓒeor.soel
카탈루냐 독립운동을 상징하는 바르셀로나 거리의 노란 리본  ⓒeor.soel
일본 택배회사 로고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귀여워서 심장 아팠음... ⓒeor.soel
일본 택배회사 로고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귀여워서 심장 아팠음... ⓒeor.soel
가족들에게 추측해 보라고 문제 냈는데 검색 능력이 뛰어나서 실패!! ⓒeor.soel
가족들에게 추측해 보라고 문제 냈는데 검색 능력이 뛰어나서 실패!! ⓒeor.soel

베를린에서는 남의집 대문을 수집했어요. 정확히는 문과 옆에 쓰인 건물 번호를요. 이번에 전부 에어비앤비로 예약해서 숙소 주소가 전부 도로이름+숫자 조합인데, 보통 동호수도 없다 보니  '숫자'에 집중을 해서 찾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자꾸만 보니 이 건물 번호가 한국보다 굉장히 직관적으로 잘 보이고, 나름 창의적으로 만들어둔 곳들도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고작 숫자 하나이지만 여기에도 나름 건물 주인의 개성이 담겨 있는 게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무난한 표지판도 많았지만 가끔 재밌는 대문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에 찰칵 ⓒeor.soel
무난한 표지판도 많았지만 가끔 재밌는 대문을 만나면 반가운 마음에 찰칵 ⓒeor.soel

이렇게 작은 여행 루틴을 넣어 주면 그냥 걷는 길도 괜히 유심히 바라보게 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방문한 모든 곳에서 이런 놀이를 하진 않았지만, 조금 더 날이 선 시선을 가지게 되는 여행자의 눈과 다양성을 품고 있는 도시가 만나면, 종종 재밌는 것들이 얻어걸리더군요. 

결국 도시에 살며 도시로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그 도시만의 면모들, 그리고 그 안에서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을 가까이서 관찰하고 느껴보기 위함이 아닌가 싶어요. 저는 '서울과 도쿄는 언어만 다르고 똑같아.' '유럽 도시들은 대부분 비슷비슷해'라는 말에 절대!! 동의할 수 없는 사람이거든요.(ㅎㅎ)

이상! 모든 도시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품을 수 있다고 굳게 믿는 도시러버의 소소한 여행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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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은 다른 유럽 도시처럼 독특한 랜드마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바라만 봐도 ‘예쁘다~’소리가 절로 나오는 도시는 아닐지 몰라요. 독일은 수도를 중심으로 경쟁력을 키우는 나라가 아니라서 모든 문화 자본이 몰려 있지도 않았고요.

그럼에도 동네를 옮길 때마다 확확 달라지는 분위기, 자신의 고유성만큼 다른 사람도 존중해주는 분위기, 통일된 도시라는 독특한 역사적 배경과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이 모여서 이루는 풍부함까지. 전혀 지루하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적어도... 느릿느릿 거리를 걸으며 관찰하는 재미를 즐기는 저에게는요!

첨부 이미지

- 2024. 05. 13. 월 | 동네마다 달랐던 이 도시의 특징을 곱씹어보며 베를린에서 씀 -


local story

걷는 재미가 있는 동네, 베르그만키에즈

실제로 베를린에 오고 나서 '걷는 재미'가 가장 있었던 건 미떼의 Rosenthaler Strasse와 프리드리히샤인의 Bergmannkiez에 갔을 때입니다. 로젠탈러 스트라세는 워낙 중심가에 있고 이미 많이들 아는 곳이니 오늘은 베르그만키에즈를 소개할게요.

프롤로그에서 소개한 유튜버 에밀리님의 추천을 보고 간 동네인데요, 구체적인 정보를 알려주신 건 아니고 '거리 예쁘고 가게들 구경하기 좋다'라고만 말씀해 주셔서 살짝 고민했거든요. 막상 가보니 가길 잘했다 싶었습니다. 

첨부 이미지

베를린의 다른 동네들과 비교했을 때 아주 정돈되어서 깔끔하기만 하지 않고 혹은 너무 구석져서 음산한 느낌이 드는 동네도 아닌! 여긴 적당히 밝고, 로컬 가게들이 많고, 주민 생활상을 보기 좋은 곳이었어요. 독특한 가게들이나 간판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고요.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걸으면서 관찰해도 좋은 곳이지만 그래도 몇 군데를 찍고 싶다! 하는 분들을 위해 제가 가본 곳을 추천해 드려요.

place

01 | Marheineke Markthalle: 보통 동네 시장으로 마크트할레 노인을 많이 가는데 여기보다 규모는 작지만, 확실히 관광객보다 주민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숙소에서 해먹을 식재료 사기에도 좋고, 그냥 현지 시장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는 곳! 작은 단위 결제는 현금이 필요할 수 있음!

ⓒeor.so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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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 Another Country -Bookshop : 영어 책을 파는 중고 서점입니다. 지나가다 우연히 보고 궁금했는데, 입장한 순간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간 기분이 들었어요. 안쪽 공간과 지하 공간까지 규모가 꽤 큽니다. 포스터 등을 보니 책방에서 다양한 행사도 많이 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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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 Space Hall: 엄청 큰 레코드샵입니다. LP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정말 뭐라도 하나 건져 올 수 있을 만한 규모라, 마음먹고 가도 좋을 듯하네요. 내부는 어두컴컴한 곳에 LP만 쫙 깔려 있어서 음악 동굴에 들어간 느낌이에요. 공연 포스터나 굿즈 등도 함께 팔고 있습니다. 

 

music

🚲 도시를 걸으며 듣기 좋은 노래

Vensire - Metamodernith

팝 밴드 Vensire 의 곡을 추천합니다. 한창 많이 들었던 곡이었는데, 이번에 베를린 카페에서 우연히 듣게 되어 반가웠고, 또 여행하는 동안 많이 들었어요.

실제로 미떼 거리에 처음 도착했을 때 열심히 돌아다니며 Vensire의 플레이리스트를 쭉 들었는데 아주 딱이었어요. 이 밴드 노래를 들으면 딱 과하지 않을 정도로만 텐션이 올라가요. 적당한 템포의 노래와 함께 들뜬 마음을 유지하며 도시를 여행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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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자체는 베를린에서 썼는데, 발송이 많이 늦어졌네요. 뉴스레터 초보라 시스템 오류에 조금 허둥댔습니다… 🥲 저는 어느덧 여행이 끝나고 일상으로 복귀해서 힘겹게 시차를 적응하는 중입니다. 

다음 편은 이번 여행을 찐으로 마무리하는 편지로 돌아올게요 :) 오늘 날도 좋으니, 걷는 재미를 누리는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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